담벼락 낙서는 예술일까? 범죄일까?

공공예술은 공공이 우선일까? 예술이 우선일까?

고용된 예술가의 창작물은 누구의 소유일까?

예술가는 법적 지위를 갖는 걸까?

창작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호받아야 하는 걸까?

예술작품을 법적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예술 창작 역시 인간의 행위이어서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든 어떤 식으로든 공동체의 규율과 약속에 따라 상이한 지위와 법적 구속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예술과 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진보성과 자유성이 강한 예술과 보수성과 구속성이 강한 법은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부터 예술과 법은 서로 관련이 없는 별개의 분야이며 다소 적대적인 관계라고 여겨온 것이 사실이고 현재도 그러한 생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법은 예술의 자유를 제약하는 존재라고 많이들 생각했다. “법과 예술이 만나면 서로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When law and art chance a meeting, they should do their best to avoid each other)”라는 말이 있듯이, 예로부터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법률을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미술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의 미술은 그 산업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술품은 단순한 감상·보존의 대상에서 투자· 재산증식의 대상으로 변모하면서 미술품 관련 분쟁도 증가하는 추세다. 결국 미술품은 시장에서 유통되고 평가받는 과정에서 가치가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개입하는 법률은 과거와 같이 규제와 제약을 위해 예술에 강제적으로 개입하는 양상에서 벗어나 미술계에 도움을 주는 후원자적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법과 미술의 거리는 더욱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비단 미술품 거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창작 활동과 예술 향유에서 현대사회의 복잡함 만큼 그 양상도 매우 복잡해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법의 개입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 미술과 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을까? 독자들이 상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도 본질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변호사이자 대학에서 미술법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자칫 어렵게 느껴질 미술법을 매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미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업무 일선에서 부닥치는 다양한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 법률 지식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예술 관련 법적 소송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국내외 최신 사례들에 관련 법 조항과 판례들을 곁들여 판단의 기준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2012년부터 7년을 이어온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의 미술법강의

 


검사를 시작으로 35년 동안 변호사, 사법연수원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법률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넘나들고 있는 저자가 2012년부터 7년 동안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강의한 미술법을 토대로 미술 관련 분야 종사자뿐만 아니라 미술에 관심 있는 누구나 알아두면 좋을 미술과 법의 관계를 탐구한 책이다. 일상에서 만난 다양한 사례들, 뉴스나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국내외 여러 미술 관련 사건들에 대해 판례와 해당 법 조항을 곁들여 설명했다.


최신 국내외 사례들을 중심으로

법과 미술의 관계를 흥미롭게 설명한 미술법 안내서.


책은 주제별로 네 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본격적으로 미술과 관련된 각종 법률과 판례를 다루기에 앞서 저자는 서두에서 무엇이 미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떤 창작물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법적 위배 여부를 가리게 되었을 때, 그것이 미술작품이 아니라면 법을 어기는 것이 되고, 미술작품이라면 법에서 정하고 있는 다양한 특별면책조항에 따라 보호를 받게 되기에, 법의 관점에서 미술작품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이 정의하는 미술의 범위와 한계는?

플라톤은 미술을 모방의 기술이라고 정의했지만 오늘날 미술의 범위는 매우 넓어지고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미술작품을 둘러싼 논란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직시하며 미술작품의 정의를 둘러싼 유명한 재판들을 예로 들어 미술작품의 인정 범위와 예술가의 법적 지위에 대한 법률 규정들을 설명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예술인 복지법과 문화예술 진흥법을 소개한다.


예술 관련 소송들과 그 절차

예술과 법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기본적인 갈등의 구조에서 협조의 구조로 바뀌어가는 현상을 살펴보고,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적법한 예술 관련 소송절차들을 소개한다. 저자가 제시한 사례들 중 형사재판으로까지 번진 사례들은 그동안 소설이나 영화로도 다뤄질 만큼 유명한 사건들이어서, 책을 읽다 보면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건의 전모를 법적인 관점에서 따라가보고 싶은 흥미가 돋는다.


규제자로서의 법

예술과 오래도록 갈등을 빚어온 국가보안법, 미국 냉전시대의 매카시즘, 최근 국내의 큰 이슈인 블랙리스트 문제 등을 짚어보고, 저마다의 사회에 깊게 내재해있는 사회 상규와 창작의 자유가 어떻게 충돌하는지, 세계적으로 끊이지 않는 미술품 도난 문제와 위작 이슈, 메디치 가문의 메세나 활동부터 국내 대기업들의 미술품 투자 문제 등등, 미술의 규제자로서의 법의 역할을 살펴본다. 법과 예술의 발전적인 공존을 위해서는 미술 활동 및 창작의 자유는 보장하고 지원하되 그 모든 행위와 정책에는 사회적법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하는 대목이다.

 

저작권법에 관한 다양한 사례 비교

피카소 사후 그의 작품들이 가족의 상속세 부담 때문에 해외로 팔려나가는 걸 막기 위해 수년 전부터 준비하여 세법까지 바꾼 프랑스 문화 정책 담당자들의 문화적 식견과 열정에 주목하며, 미술의 후원자 역할의 대표 격인 저작권법을 소개한다. 미술작품의 권리자와 사용자 양측에서 알아야 할 저작권법의 정의범위예외 조항국가별 차이 등은 무엇인지를 비교 설명한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사진과 영화 산업이 발달하고 기술과 장비들이 혁신적으로 개발됨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문제, 패러디의 정의, 풍자와 모방의 이슈 들을 살펴보고, 개인의 성명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리시티권의 긍부정적 측면과 예술가들이 무명시절의 불리한 계약조건을 보상받을 수 있는 추급권에 대해 설명한다.



법과 예술

어떤 것은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지만 어떤 것은 범죄행위가 된다. 예술이라고 법의 테두리에서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이 해야만 하는 역할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회적 부패를 예술로 표현해 보여주고, 억압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생각의 전환을 선도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이 지향해야 할 목표이자 역할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조금만 들춰봐도 원칙을 중시하는 법과 창의성이 생명인 예술이 갈등을 빚은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법과 미술이라는 썩 어울리지 않는 두 주제를 키워드로 삼고 있는 저자는 두 세계의 조화로운 발전이 가능할뿐더러 현대 사회에서 그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제대로 알아야 충분히 활용하고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은 미술도 예외는 아닐 터, 이 책을 읽고 나면 권리자도 이용자도 법만 정확히 인지한다면 미술이라는 매력적인 컨텐츠에 오점을 남기지 않고 애써 만든 귀한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저작권법은 국제적으로 더욱 강화되고, 미술품을 사고 파는 것이 더 이상 특정인들만의 취미활동이 아닌 시대에, 법과 예술의 행로를 탐구하는 법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며 즐겁게 미술법을 공부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의 권리를 지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나의 무지로 인해 남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은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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