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당신에게...<고독의 심리학> 

빨강머리 앤

 

혼자다. 외롭다. 무료하다. 할 일이 없다. 하루 종일 핸드폰 벨 한 번 울리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고독하다. 무엇이 고독의 사각 링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을까. 세상이다.
적어도 <고독의 심리학>을 보기 전까지 지금의 고독한 나를 만든 것은 세상이라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어왔다. 알고 보니 그것은 구차한 자기변명이었다. 자기보호와 자기폄하로 똘똘 뭉친 내 고독의 실체를 이 책을 통해 철저하게 깨부쉈다고 하면 과장일까.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정신과 의사로 활동 중인 책의 저자 제라르 마크롱은 “혼자이기 때문에 고독감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고독감에 시달리기 때문에 혼자라는 느끼는 것이다.”라고 고독에 허우적대는 모든 이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고독이란 무엇인가? 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않으며 누구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는 감정이다. 고독은 부정적인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모든 신경세포들이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것 같은 고통을 동반한다. 그래서 우리는 고독을 두려워한다. 고독한 사람은 사회적/애정적으로 결핍된 인간이라 속단한다. 보통은 고독감과 우울증을 동일 의미로 여겨왔다. 이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독의 정의다.

반면 <고독의 심리학> 저자는 “고독은 사람들이 자아를 실현하는 데 꼭 필요한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라고 재정의 한다. 우울한 감정 또한 어느 정도 고독과 일맥상통하는 감정이긴 하나 고독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반응 중 하나일 뿐이다. 책에서 고독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분석된다. 불만족스러운 사회관계로 인한 고독과 유년기 경험에서 파생된 감정의 기억이 몰고 온 고독으로 나뉜다.

먼저 사회적 관계에서 파생된 고독감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했을 때 찾아온다. 예를 들면 연인과의 이별 후 느끼는 고독과 감정적 고통이 여기에 해당된다. 사회적 관계의 결핍으로 인한 고독감이 심각한 이유는 대인관계 기피와 사회성을 앗아간다는 데 있다. 상대에게 거부당할지도 모르는 불안감으로 타인과 관계 맺기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고립감은 강해지고 고독감은 지독해진다. 누구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원망하며 타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 고독감의 무의식적 원인이 되는 유년의 경험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엄마와 애정 어린 관계 형성을 못했거나, 부모의 강한 요구 앞에서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며 성장했을 경우, 자존감을 갖지 못하며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부모의 과잉보호는 의존적 성향을 배가시켜 성장 후,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는 것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저자는 세계 유명 정신분석학자들이 내놓은 고독과 심리적 불안감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고독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답을 내리고 있다.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고독은 우리가 타인과 맺고 있는 관계 혹은 자신과 맺고 있는 관계에 거리가 생겼을 때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이다.”

고독은 분명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자, 회피하고 싶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다. 그럼에도 고독을 잘만 활용하면 좀 더 안정적인 인간관계,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고독은 내면의 자신과 실제의 내가 분리되면서 파생되는 자연스런 감정이라는 저자에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의식적/의식적으로 억눌러왔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내면의 자신이 자신에게 그것을 충족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감정이 바로 고독이다. 고독감에 빠져 세상을 비관하고, 자아학대를 하기보다 어떤 이유로 고독감에 휩싸였는지를 자신에게 질문한다면 고독감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우선, 메모와 일기 등을 이용해 자신이 느끼는 다양한 고독의 감정을 표현해보자. 그럼으로써 자신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고독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모색 가능하다. 또는 고독감을 회피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 내면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경청하는 시간으로 활용해도 좋다. 어떠한 감정적 제어나 판단을 하지 않고 내면의 자아를, 관찰하는 기분으로 고독감이 불러오는 기억과 감정의 상태를 하나하나 분리하고 분석한다. 여기서 도출된 감정과 느낌, 기억들은 대부분 성장하면서 경험한 것에 의해 형성된 ‘도식’적 ‘자동반응’이다. 도식은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겪으면서 형성된 감정이다. 이것은 곧잘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자동반응은 그 신념에 따라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감정의 덩어리다. 신념처럼 굳어져 자신이 불편하거나 불안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감정들을 해체하고 분해해서 다스려야 한다. 즉, 고독은 필요이상으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감정을 소비함으로써 더 짙어 질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고독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다이어리 작성하기가 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빠짐없이 적고 시시때때로 체크해가면서 오늘 해야 할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 그러면 일상의 빈틈을 파고드는 고독감을 어느 정도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렇듯 사소한 일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고독감을 오래 느끼지 않을 뿐더러, 그 고통도 약하게 느끼는 편이다. 사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독을 예방하는/대처하는 방법은 많은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물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지독한 고독감에 시달리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분명한 것은 고독이 극복 가능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고독은 나에게만 찾아오는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누구나 고독을 맛본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고독해질 수 있는 있으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고독감을 키우는 것은 온전히 자기 책임이다. 때문에 고독을 회피하기보다 고독을 자아실현의 긍정적인 동기부여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생기는 거다. 고독은 자신이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거나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데서 촉발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상대가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때로는 고독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고독은 자기 자신과 화해하라고 보내는 자기 내면의 신호다.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지내는 사람이 남들과도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처럼 고독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독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는 <고독의 심리학>을, 그래서 고독한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가보다. 매번 고독감에 패해 패잔병처럼 타인과 세상을 원망하는 바보짓을 이제는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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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녀 2010-07-16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 겠어요..심리학 책 요즘 읽고있는 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