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프랑스의 르노도상 수상작입니다. [대학살의 신], [아트] 등 세계적인 연극의 원작자인 야스미나 레자의 신작 소설입니다. 아내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남편을 등장하는 범죄소설의 틀을 유지하지만 장르의 법칙은 전혀 관심사가 아니죠. 살인자를 바라보는 이웃집 아내의 시선으로 현대인의 고독과 상실을 예리하게 추적합니다. 


전쟁이나 재난 같은 거대하고 역사적인 사건들은 잠시 우리의 일상에 충격을 가하며 불안을 자극하지만 이내 우리의 뇌리에서 지워지고 맙니다. 뉴스의 사회면에 등장하는 사건들, 일상적인 삶의 비극, 기괴하고 잔인한 사건들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선에서 일말의 위로를 선사하며 우리 자신의 불행을 잠시 잊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건들의 표면적인 정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추론들로 정리되어 전달된 사건들이 우리에게 일종의 위로를 건네는 셈이라 말하면 너무 잔인할까요?


대부분의 우리 일상은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습니다.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벌어진 사건들의 표면을 뚫고 말해지지 않고, 쉽게 드러나지 않는 그 이면의 비논리와 모호함으로 들어가는 것이겠죠. 그렇게 우리 일상의 심연을 마주하도록 하는 것이 소설의 일이 아닐지...사건의 표면적인 정보는 한 사건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살인이라는 가장 강렬한 사건은 그 사건을 바라보는 자들에게 일상의 무감한 시간과 기억, 타인과의 관계와 배려, 상실과 고독을 마주하게 합니다. 살인을 저질렀으나 왠지 살인에 휘말린 듯한 장 리노를 바라보는 엘리자베스의 담담한 시선은 범인도, 살해 방식도 자명한 이 살인 사건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살인자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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