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한민국 전자출판 대상 작가부문 대상 수상 작가

임선경 신작 소설


나는 죽었다. 내가 죽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연이가 다섯 살 때, 그러니까 2년 전, 햇수로는 3년 전이다.


놀랄만큼 정확하게 묘사한 1970년대의 풍경들


내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래서 한 번이라도 제대로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다면.


일곱 살 소녀 연이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죽은 엄마,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 아빠, 새엄마, 동네 사람들,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




나는 죽었다. 내가 죽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연이가 다섯 살 때, 그러니까 2년 전, 햇수로는 3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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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사전, 서로 다른 세계

여기, 두 개의 사전이 있습니다. 동일한 단어를 아주 다르게 풀이하는 사전이죠. 가령, 연애라는 단어의 뜻풀이부터 볼까요?


연애 : 특정한 이성에게 특별한 애정을 품고 둘만이 함께 있고 싶으며 가능하다면 합체하고 싶은 생각을 갖지만 평소에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무척 마음이 괴로운(또는 가끔 이루어져 환희하는) 상태.

 

연애 : 남녀 사이의 그리워하는 애정(남녀 사이에 그리워하는 애정이 작용하는 것). 사랑.

"가능하다면 합체하고 싶은 생각을 갖지만,... 마음이 무척 괴로운 상태"라니 약간 웃음이 납니다. 반면, "그리워하는 애정. 사랑", 뭔가 연애에 어울리지 않게 건조하고 좀 딱딱한 면이 있군요. 그렇지만 사전이니까 간단 명료, 무색무취, 이런 게 옳다, 하는 분도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사전에는 개성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맞는 걸까요?

 

사전이란, 말의 올바른 의미가 쓰여 있는, 그 어떤 사전도 거의 같은 사전이라고 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죠. 그리고 사전을 만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일반 사람들은 상상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단지 상당한 노력이 든다는 것 정도?



사전(辭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총누계 4000만 부에 육박하는 경이적인 발행 부수를 기록한 일본의 국어사전 산세이도 국어사전신메이카이 국어사전. 두 권 모두 전후 산세이도 출판사에서 간행된 일본어 사전으로 이 두 권이 거둔 성과는 가히 역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벗과 두 영웅은 양립할 수 없다

 

산세이도 국어사전쓴 겐보 히데토시는 1914년생으로 국어학자로서 사전을 위해 평생 혼자 채집 한 용례가 145만개에 이를 정도로 초인적인 노력을 경주한 천재 편찬자입니다.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을 쓴 야마다 다다오는 1916년생으로 고전문학 연구자로서 반골의 귀재 사전 편찬자이자 사전 계의 혁명아라고 불리죠. 그러나 이 기념비적인 사전을 만든 두 인물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다(왼쪽, 겐보(오른쪽)


막대한 언어를 작은 사전에 예문과 함께 수록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일뿐더러, 언어는 살아 있고 변화하는 실상을 반영하면서도 명쾌한 것을 요구합니다. 두 사람 모두 국어학자지만 두 사전의 성격과 내용은 판이하다. 산세이도 국어사전이 간결하고, '현대적'이라고 한다면,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은 독단적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주관적 해석으로 가득합니다.


겐보는 사전은 말을 찍는 거울이며, 동시에 말을 바로잡는 귀감(거울)이라고 생각했다. 야마다는 사전이란 문명 비평이라고 생각하고 전통적으로 사전 출판계에서 내려오던 답습과 모방을 완전히 배제했다. 이렇듯 두 사람은 기본적인 신념도 서로 부딪혔다. 두 천재가 맞붙는 곳이 언어라는 것이 싸움을 더욱 드라마틱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 두 학자의 언어관, 사전관, 그리고 인간과 삶에 대한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두 천재 사전 편찬자가 사전을 중심으로 서로 힘을 합치거나 결별하는 과정은 두 개의 초인적인 에너지가 부딪치는 것처럼 장대하고 스릴 넘치는 전개와 더불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소설보다 더 기이한 사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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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남편과 평생을 함께 해온 아내가 인생 황혼기에 남편과의 이혼을 결심한다. 오로지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킹메이커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온 아내가, 드디어 남편이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자타가 공인하는 킹이 된 시점에, 남편을 떠나기로, 그것도 그동안 숨겨 왔던 남편의 비밀까지 밝히겠다고 결심하면,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엄청난 상금만으로도 전 세계 모든 작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헬싱키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남편과, 평생을 그림자로 살며 남편을 그 자리까지 올려세운 아내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매그 윌리처의 더 와이프를 읽고 나면 세 개의 단어가 떠오른다. gender, writing, identity. 이 책의 제목만큼이나 이제는 흔한 주제들이지만 메그 월리처는 이 무겁고 씁쓰레한 주제들로부터 경쾌하고 날렵한 소설 더 와이프를 뽑아냈다.

 

 


더 와이프의 주인공은 아내와 남편이다. 아내인 조안은 뉴욕의 유복한 집에서 자란 스미스 칼리지 여학생으로, 오래전부터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왔으나 대학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로 소설 습작을 하다 보니, 지도 교수로부터 재능이 있다는 말은 듣지만, 스스로 인생의 경험이 너무 없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좁다는 걸 느낀다.

 

일찍 아버지를 잃고 엄마와 할머니와 이모들에 둘러싸여 살아온 남편 조는, 어려서부터 동네 도서관을 드나들며 책을 읽는 것으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 온 터라 몇 권의 소설을 쓰고도 남을 만큼의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지만, 자신의 재능으로는 제임스 조이스의 발끝이라도 따라가고자 하는 희망이 달성 불가능한 것임을 안다. 그런 두 사람이 명문 여자 대학교인 스미스 칼리지에서 선생과 제자로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한 후 선택한 삶의 방도는 무엇이었을까.

 

세상을 모두 가진 듯한 남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에서, 어딜 가나 여자들에 둘러싸이고 본인 또한 넘치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지만 다행히 정치적으로 건전하고 세상에 대해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지고 있고 작가 남편과, 그 남편의 그림자로 어디든 함께 하며 그야말로 보살피고 가이드하고 챙기는 아내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문학 인생은, 남편의 소설들이 인정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더해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다.




부부의 사십오 년 인생을 조망한 이 소설 더 와이프에서는 자주 두 사람의 삶이 회상되고, 현재와 과거가 겹쳐지며 교차한다. 스미스 칼리지의 창조적 글쓰기과목을 새로 맡은 젊은 조 캐슬먼은, 자신에게 문학 재능이 있기를 바라며 홀로 도서관에서 단편을 습작하는 여학생 조안의 욕망을 끄집어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 부부가 된다.

 

하지만 결국 아내보다 재능이 부족한 것을 견디지 못해하는 남편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묻는 삶을 선택한 아내의 재능과 헌신 덕에 남편은 작가로서의 최고의 명성을 누리지만, 공교롭게도 그 시점에 아내는 자신의 삶을 감싸고 있던 허무와 위선의 그림자를 본다. 둘만의 내밀한 공감과 타협으로 살아온 삶이 결국 거짓된 삶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그동안 숨겨온 이야기를 밝히기로 마음먹는다.


더 와이프의 아내는 영리하면서도 어리석고, 터프하지만 의지가 약하고, 끝내주는 위트와 유머의 소유자이지만 슬픔 또한 깊다. 여성의 재능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에서 편견에 맞서 용기 있게 싸우기보다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재능을 실현해 온 조안, 그러나 그 사실을 평생 남편의 이름에 묻고 살아야 했던 여인, 남편의 그림자를 자처하며 살아왔지만 아내는 저보다 나은 반쪽입니다라는 남편의 입에 발린 인사를 이제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메그 윌리처는 이 소설에서 최고의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작가라는 사람들의 욕망과, 부부라는 특별함으로 묶인 결혼 생활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세상을 다 가진 듯 거만하고 우쭐대고 이기적이고 남에게는 도대체 관심이 없는 남자의 허와 실을, 스스로 그 남자를 선택했고 거들기로 판단했기에 평생 모든 것을 보살피며 때로는 모른 척해야 했던 그 모든 배덕의 순간을 함께해 온 여자의 내면을, 늘 방문을 잠그고 함께 작업을 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의 결핍과 일탈을 다독여야 하는 가족 내의 긴장감을, 나도 마음만 먹으면 저 남자들처럼 될 수 있다고 늘 생각했으면서도 결코 그러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남편의 모습에 질투심을 느끼고야 마는 아내의 꿈과 욕망을 감탄스러울 정도로 치밀하게 묘사한다.

 

킹메이커로,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한 여자가 원했던 삶은 결국 무엇일까. 그보다는 생의 황혼에 이른 아내가 오직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내리는 새로운 선택이 더 기대가 된다.




부부의 삶을 지탱했던 한 부분, 그 어두운 진실을 그대로 밝힐 수 있을지, 아니면 아내는 진정 저보다 나은 반쪽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처럼 누군가의 아내로서 살아온 덕택으로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인정할 것인지.

 

혹은, “인생에서는 당신의 노력을 인정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던 남편의 조언을 되새기며, 이제 그녀만의 실력으로 새롭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쓸 것인가. 이 소설의 관전 포인트는 참으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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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낙서는 예술일까? 범죄일까?

공공예술은 공공이 우선일까? 예술이 우선일까?

고용된 예술가의 창작물은 누구의 소유일까?

예술가는 법적 지위를 갖는 걸까?

창작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호받아야 하는 걸까?

예술작품을 법적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예술 창작 역시 인간의 행위이어서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든 어떤 식으로든 공동체의 규율과 약속에 따라 상이한 지위와 법적 구속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예술과 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진보성과 자유성이 강한 예술과 보수성과 구속성이 강한 법은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부터 예술과 법은 서로 관련이 없는 별개의 분야이며 다소 적대적인 관계라고 여겨온 것이 사실이고 현재도 그러한 생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법은 예술의 자유를 제약하는 존재라고 많이들 생각했다. “법과 예술이 만나면 서로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When law and art chance a meeting, they should do their best to avoid each other)”라는 말이 있듯이, 예로부터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법률을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미술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의 미술은 그 산업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술품은 단순한 감상·보존의 대상에서 투자· 재산증식의 대상으로 변모하면서 미술품 관련 분쟁도 증가하는 추세다. 결국 미술품은 시장에서 유통되고 평가받는 과정에서 가치가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개입하는 법률은 과거와 같이 규제와 제약을 위해 예술에 강제적으로 개입하는 양상에서 벗어나 미술계에 도움을 주는 후원자적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법과 미술의 거리는 더욱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비단 미술품 거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창작 활동과 예술 향유에서 현대사회의 복잡함 만큼 그 양상도 매우 복잡해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법의 개입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 미술과 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을까? 독자들이 상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도 본질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변호사이자 대학에서 미술법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자칫 어렵게 느껴질 미술법을 매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미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업무 일선에서 부닥치는 다양한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 법률 지식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예술 관련 법적 소송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국내외 최신 사례들에 관련 법 조항과 판례들을 곁들여 판단의 기준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2012년부터 7년을 이어온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의 미술법강의

 


검사를 시작으로 35년 동안 변호사, 사법연수원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법률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넘나들고 있는 저자가 2012년부터 7년 동안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강의한 미술법을 토대로 미술 관련 분야 종사자뿐만 아니라 미술에 관심 있는 누구나 알아두면 좋을 미술과 법의 관계를 탐구한 책이다. 일상에서 만난 다양한 사례들, 뉴스나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국내외 여러 미술 관련 사건들에 대해 판례와 해당 법 조항을 곁들여 설명했다.


최신 국내외 사례들을 중심으로

법과 미술의 관계를 흥미롭게 설명한 미술법 안내서.


책은 주제별로 네 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본격적으로 미술과 관련된 각종 법률과 판례를 다루기에 앞서 저자는 서두에서 무엇이 미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떤 창작물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법적 위배 여부를 가리게 되었을 때, 그것이 미술작품이 아니라면 법을 어기는 것이 되고, 미술작품이라면 법에서 정하고 있는 다양한 특별면책조항에 따라 보호를 받게 되기에, 법의 관점에서 미술작품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이 정의하는 미술의 범위와 한계는?

플라톤은 미술을 모방의 기술이라고 정의했지만 오늘날 미술의 범위는 매우 넓어지고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미술작품을 둘러싼 논란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직시하며 미술작품의 정의를 둘러싼 유명한 재판들을 예로 들어 미술작품의 인정 범위와 예술가의 법적 지위에 대한 법률 규정들을 설명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예술인 복지법과 문화예술 진흥법을 소개한다.


예술 관련 소송들과 그 절차

예술과 법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기본적인 갈등의 구조에서 협조의 구조로 바뀌어가는 현상을 살펴보고,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적법한 예술 관련 소송절차들을 소개한다. 저자가 제시한 사례들 중 형사재판으로까지 번진 사례들은 그동안 소설이나 영화로도 다뤄질 만큼 유명한 사건들이어서, 책을 읽다 보면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건의 전모를 법적인 관점에서 따라가보고 싶은 흥미가 돋는다.


규제자로서의 법

예술과 오래도록 갈등을 빚어온 국가보안법, 미국 냉전시대의 매카시즘, 최근 국내의 큰 이슈인 블랙리스트 문제 등을 짚어보고, 저마다의 사회에 깊게 내재해있는 사회 상규와 창작의 자유가 어떻게 충돌하는지, 세계적으로 끊이지 않는 미술품 도난 문제와 위작 이슈, 메디치 가문의 메세나 활동부터 국내 대기업들의 미술품 투자 문제 등등, 미술의 규제자로서의 법의 역할을 살펴본다. 법과 예술의 발전적인 공존을 위해서는 미술 활동 및 창작의 자유는 보장하고 지원하되 그 모든 행위와 정책에는 사회적법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하는 대목이다.

 

저작권법에 관한 다양한 사례 비교

피카소 사후 그의 작품들이 가족의 상속세 부담 때문에 해외로 팔려나가는 걸 막기 위해 수년 전부터 준비하여 세법까지 바꾼 프랑스 문화 정책 담당자들의 문화적 식견과 열정에 주목하며, 미술의 후원자 역할의 대표 격인 저작권법을 소개한다. 미술작품의 권리자와 사용자 양측에서 알아야 할 저작권법의 정의범위예외 조항국가별 차이 등은 무엇인지를 비교 설명한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사진과 영화 산업이 발달하고 기술과 장비들이 혁신적으로 개발됨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문제, 패러디의 정의, 풍자와 모방의 이슈 들을 살펴보고, 개인의 성명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리시티권의 긍부정적 측면과 예술가들이 무명시절의 불리한 계약조건을 보상받을 수 있는 추급권에 대해 설명한다.



법과 예술

어떤 것은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지만 어떤 것은 범죄행위가 된다. 예술이라고 법의 테두리에서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이 해야만 하는 역할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회적 부패를 예술로 표현해 보여주고, 억압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생각의 전환을 선도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이 지향해야 할 목표이자 역할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조금만 들춰봐도 원칙을 중시하는 법과 창의성이 생명인 예술이 갈등을 빚은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법과 미술이라는 썩 어울리지 않는 두 주제를 키워드로 삼고 있는 저자는 두 세계의 조화로운 발전이 가능할뿐더러 현대 사회에서 그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제대로 알아야 충분히 활용하고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은 미술도 예외는 아닐 터, 이 책을 읽고 나면 권리자도 이용자도 법만 정확히 인지한다면 미술이라는 매력적인 컨텐츠에 오점을 남기지 않고 애써 만든 귀한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저작권법은 국제적으로 더욱 강화되고, 미술품을 사고 파는 것이 더 이상 특정인들만의 취미활동이 아닌 시대에, 법과 예술의 행로를 탐구하는 법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며 즐겁게 미술법을 공부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의 권리를 지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나의 무지로 인해 남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은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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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있었지만 누구도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여덟 권의 책


한때 존재했으나 이제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된 책들이 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거나 아니면 작가가 책으로 쓰기 위해 구상해놓았던 이야기가 아닌, 분명히 글로 쓰였고 누군가가 읽었지만, 지금은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린 책들 말이다.


영원히 전설로 남을 여덟 권의 책을 찾아서


프랑스 리옹 역에서 도난당한 여행 가방과 함께 사라진 헤밍웨이의 초기 작품들, 나치의 압박을 피해 도망치다 생을 마감한 발터 벤야민이 마지막까지 지녔던 가방 안의 원고 뭉치, 미망인에 의해 파괴된 로마노 빌렌치의 미완성 소설, 스캔들을 두려워한 주변 사람들이 불에 태워버린 바이런의 회고록, 전쟁 중 폴란드에서 사라진 브루노 슐츠 필생의 역작, 신경증에 가까운 저자의 완벽주의 성향 탓에 불에 타 사라진 고골의 작품, 언젠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는 실비아 플라스의 소설 등.


잃어버린 위대한 작품들은 우리의 애도 속에서 완벽함과 불멸을 얻을 것이며 우리는 거기서 위안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했던 알베르토 망겔Alberto Manguel의 말처럼, 한때 존재했으나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책들, 한때 우리 곁에 있었으나 이제는 전설로만 존재하는 책들은 애서가들로 하여금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모든 사라진 것들에는 그들만의 뭔가가 있다.”


20세기 이탈리아의 위대한 작가 로마노 빌렌치의 소설 거리는 미완성 소설이 평소 매우 정확하고 적절한 글을 쓰려고 했던남편의 평판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해 미망인이 없애버린다.

 

조지 고든 바이런 경의 회고록. 바이런이 자신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드러낸 그 원고는 19세기 영국에서 차마 입 밖에 내어 고백할 수 없었던 동성애를 밝혔다는 이유로 스캔들을 두려워한 주변 사람들이 불태워버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초기 작품들. 그가 캐나다 일간지의 유럽 특파원으로 일하며 작가로서의 미래를 타진했던 그 작품들은 그의 첫 아내 해들리 리처드슨의 여행 가방과 함께 리옹 역에서 사라진다.


<외투><> 같은 잊지 못할 단편을 썼던 러시아 작가 고골. 어느 서점이나 가면 찾을 수 있는 그의 장편 죽은 혼은 원래 훨씬 더 방대하게 구상된 작품으로,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작품의 1부에 불과하다. 그 작품의 2, 500페이지 가량의 원고는 신경증에 가까운 작가의 완벽주의 성향 탓에 불에 타 사라진다.

 

2차 대전 중에 유대인이었던 저자와 함께 사라진 가슴 아픈 작품들도 있다. 브루노 슐츠의 필생의 역작 메시아와 발터 벤야민이라는 20세기 위대한 지식인의 검정 가방 속에 들어 있던 작품. 전쟁이, 역사가, 운명이 삼켜버린 작품들이다.

 

운명이 아닌 화재가 삼켜버린 작품도 있다. 전설적인 알코올 중독자인 맬컴 라우리의 바닥짐만 싣고 백해로라는 소설. 9년 동안 캐나다 오지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손이 떨려 글을 쓰지 못한 상태에서 선 채로 손등을 피가 날 때까지 테이블에 문지르며 구술로 완성했다는 그 소설은 그가 살던 전기도 수도도 없던 판잣집이 불타 무너지면서 사라진다. “그에게는 시간이 있었다, 더 많은 시간이라고 쓰인, 불에 탄 종잇조각들만 남아 그 소설이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실비아 플라스가 마지막 몇 달간의 삶을 기록한 일기와 이중 노출이라는 소설도 있다. 남편의 불륜으로 절망하다 자살을 결행한 그녀가 자신의 상황, 자신의 감정, 자신의 분노를 기술한 일기는 그녀를 떠났던 남편 테드 휴즈의 결정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의 미완성 소설 이중 노출은 어떻게 되었는지 휴즈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사라진 책들]은 작가의 고집이, 운명이, 사회가, 역사가 사라지게 만든 여덟 권의 책들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되살아나는지를 보여준다. 완성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작가가 실제로 쓴 책, 즉 누군가가 보거나 읽어본 적도 있지만 그 뒤에 파괴되었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책들의 단서를 좇으며 그 책들이 사라지게 된 경로를 탐색한다. 태워지고, 찢어지고, 버려지거나 아니면 단순히 사라져버린 이 책들을 위해 저자는 수많은 학교와 기관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작은 증거들까지도 면밀히 조사했다.


조지 고든 바이런과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을 찾아 영국으로, 그리고 헤밍웨이가 살던 1920년대 프랑스를 지나 니콜라이 고골이 살았던 러시아로, 발터 벤야민이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도망치려 했던 스페인 국경에서 브루노 슐츠가 총에 맞아 죽었던 나치 점령지 폴란드로, 맬컴 라우리가 피신했던 캐나다 벽촌으로 이동하면서 저자는 숨어있던 진실을 발견하고 생각지도 못한 연결점들을 찾아냈다.


땅이 더 이상 없어도 땅에 대한 기억이 있으면 지도를 만들 수 있다 (서문 중에서)


사라진 책들은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책들을 상상하고, 그 책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책들을 다시 지어낼 가능성을 유산처럼 남겨두었다. 그 책들이 우리에게서 멀리 달아날수록 그 책들은 우리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것도.


테드 휴즈가 조지아 대학교에 맡겨놓은 문서 가운데 실비아 플라스의 사후 60년이 되는 2022년까지 열어보면 안 되는 문서가 있다니, 그 안에 플라스의 미완성 소설 이중 노출이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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