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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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두 번째 작품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단다. 이 책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책이란다. 수 년 전에 모 출판사에 번역에 대한 논란도 있었던 책이라는 알고 있었어. 번역이 논란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 이야기는 읽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단다. 그래서 읽지 않았지.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에 <이방인>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 올 것이 왔구나. 책은 두껍지 않지만 읽는데 고생 좀 하겠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단다.

그런데 너무 겁을 먹었던 것인가? 읽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았단다. 지은이 카뮈가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을 못하더라도 줄거리를 따라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 아빠가 그 동안 읽은 카뮈의 책은 <페스트> 하나뿐이고, 그 책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방인>이라는 책도 읽을 만했어. 고전은 다 고전인 이유가 있더구나. 고전을 읽을 때 너무 겁을 먹지 말아야겠구나.

, 그럼 <이방인>이라는 소설의 줄거리를 이야기해볼게. 그 속에서 뭘 찾아야 할지는 좀 더 생각해 보고


1.

이 책은 한창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0년에 탈고하여 1942년에 출간했대. 그러니까 시대적 배경은 대충 그 정도로 보면 되고, 공간적 배경은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라고 하는구나. 주인공 이름은 뫼르소. 요양원에 계시던 엄마의 사망 소식을 접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단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라는 하는 첫 문장이 꽤 유명하다고 하는구나. 뫼르소는 휴가를 받아서 요양원으로 가서 엄마의 장례식을 치렀단다. 그런데 뫼르소는 엄마와 애틋한 정 같은 것이 없어 보였어. 슬퍼하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장례식장에서 아들로써의 의무만 성실히 해내는 것 같았어.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평소처럼 지냈어. 여자 친구 마리를 사귀고 영화도 보고 그랬어. 뫼르소는 친구들이 거의 없는데, 이웃집 레몽이라는 사람과 친구가 되었어. 레몽은 친구 마송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함께 바닷가에 놀러 갔어. 마리도 함께하고 마송의 아내도 함께 했단다. 뫼르소, 레몽, 마송이 해변가를 거닐다가 아랍인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레몽이 아랍인의 칼에 팔을 베이는 부상을 당했단다. 레몽이 가지고 있던 총으로 복수를 하겠다고 했으나, 뫼르소가 말렸단다.

시간이 지나고 뫼르소가 혼자 해변가를 거닐고 있었는데, 아까 그 아랍인, 레몽을 공격한 그 아랍인을 다시 보았어. 또 시비가 붙고, 아랍인은 칼을 들고 있었고, 뫼르소는 주머니에 레몽의 총을 가지고 있었어. 강렬하게 내리 쪼이는 뜨거운 태양이랍인의 칼날에 비친 햇빛이 눈에 반사되고순간적으로 위협을 받았다는 생각에 뫼르소는 방아쇠를 당겼어. 한 발, 한 발, 한 발, 한 발, 한 발모두 다섯 발. 그렇게 아랍인은 그 자리에서 죽고 뫼로스는 경찰서에 입건되었단다.


2.

상황은 충분히 정당방위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어. 그런데, 재판은 사건 그 자체를 보지 않고, 인간 뫼르소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려고 했단다. 그러니까 뫼르소라는 사람이 어떤 인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인성을 가진 자라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느냐, 없느냐재판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 거지. 사건을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뫼르소라는 인간을 평가하는 자리가 되어 버렸어. 그러면서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보인 뫼르소의 모습이 논란이 되었단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눈물 하나 흘리지 않았다, 슬퍼하지 않았다, 이런 진술들이 나오면서 그의 판결은 점점 불리해져 갔어.

결국 뫼르소는 사형 판결을 받았어. 감옥에 있으면서도 무덤덤했어. 사제의 면회를 계속 거부했어. 나중에는 뫼르소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제가 들어와서 참회의 시간을 갖게 하려고 했지만 뫼르소는 신을 믿지 않는다면서 사제와 심한 말다툼도 했단다. 그리고는 무덤덤하게 죽음을 기다렸단다. 주인공 뫼르소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사람은 아닌 것 같았어. 그의 삶은 아무런 가치도 없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아. 그러니까 죽음에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죽든 말든 무덤덤하지. 그런데 주인공 뫼르소가 왜 그렇게 삶에 무관심하게 되게 되었을까.

문득 뫼르소가 그렇게 된 사유를 누군가 소설로 지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제목은 <이방인 프리퀄> 정도로 해서 <이방인>의 지은이 카뮈는 고인이 되었으니 카뮈와 <이방인>의 전문가께서 뫼르소가 왜 삶에 무관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상상의 날개를 펴 주었으면 싶구나. 정말 궁금하구나. 뫼르소는 왜 이방인이 되었는지 말이야.

이 책의 뒷면에는 큰 글씨로 당신 이해하느냐고, 이 사형수를.”이라고 써 있는데, 아빠는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는단다.


PS:

책의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책의 끝 문장: 그렇게 되기 위해 나의 처형일에 수많은 구경꾼들이 모여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기를 희망하는 것만이 이제 내게 남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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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허태구}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는 조선을 통제하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심양에 볼모로 와 있던 소현세자를 활용합니다. 인조가 말을 안 들으면 왕위 교체론을 들먹이면서 인조를 긴장시키죠. 인조는 삼전도에서 항복하면서 반정의 명분을 스스로 허물지 않았습니까?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광해군을 몰아낸 친명배금(親明排金)이라는 명분으로 누군가가 다시 반정, 즉 쿠데타를 일으켜도 하등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죠. 게다가 소현세자의 장인, 즉 강빈의 친정아버지 강석기가 척화파의 지지와 신망을 받았습니다. 정치적 구도가 이렇게 짜인 이상 부자간의 정이 아무리 애틋했다고 하더라도 인조와 소현세자의 관계는 아주 작은 불씨와 오해에도 큰 분란으로 악화될 소지가 다분히 있었죠.


(47)

(그날) 훌륭한 리더였다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거죠. 지금까지 했던 얘기를 종합해 보면 볼모를 자처했던 희생정신, 용골대에게 호통친 담력, 서양의 과학과 문물을 받아들이는 개방성, 거기다가 사업 수완까지 있네요. 그래서 소현세자가 왕이 되고, 봉림대군이 뒤에서 무()를 좀 키워서 받쳐 줬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조선보다는 좀 나은 조선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99)

(박금수) 전투 결과를 보면 러시아군의 배는 총 11척 중 7척이 불에 탑니다. 그리고 러시아 지휘관 스테파노프를 포함해서 총 220여 명이 전사합니다. 조청 연합군의 피해는 전사 120여 명인데, 그중 조선군 전사자는 총 8명밖에 안 되는 일방적인 결과였고요. 이상으로 2차 나선정벌의 전투 경과보고를 마칩니다.


(112)

(계승범) 조선 측 전사자가 생기지 않습니까? 그래서 신유가 거의 분노하다시피 하면서 일기를 쓴 게 나오는데, 원래는 원거리에서 불화살을 쏴서 적의 함선을 일단 불태우고 그다음에 소통하러 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청나라 총사령관이 러시아 함선에 적재되어 있을 값나가는 물건들이 아깝다면서 불태우지 말고 배 위에 올라가서 러시아군을 직접 제압하라고 지시하죠. 그러니까 청나라 군대와 같이 움직이던 조선권도 선종에 있던 부대가 근접전을 벌이다가 전사자가 많이 생기고요. 신유가 그걸 보고 저 장수의 탐욕만 없었으면 죽지 않았을 우리 병사가 죽었다며 울분을 토합니다.


(161)

(신동주) 그렇죠. 대동법이 시행되면서 세금을 다 쌀로 바치니까 국가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제작해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수공업과 상업이 발달하면서 유통경제가 발달하죠. 또한 유통 과정에서는 당연히 화폐가 필요합니다. 이런 방면에서 김육은 선구적 모습을 보였죠. 십전통보라는 화폐를 주조해서 유통하려 했고, 수차도 보급하는 등 개혁적이고 실용적인 성과가 상당히 많아요. 이런 내용을 보면 ? 조선 후기 실학자의 모습 아니야?’라는 생각이 탁 들잖아요. 보통 실학자들은 재야의 약자들이에요. 정치권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인데, 김육은 영의정까지 맡으면서 최고 핵심의 자리에서 실용적이고 개혁적인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세상에 미쳤던 효과가 훨씬 더 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해요.


(164)

조선의 왕 중에서 정통성으로 가장 우위에 있는 왕은 누구일까? 스물일곱 명의 조선 왕 중에서 적장자는 문종과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순종으로 총 일곱 명이다. 그리고 적장자 출신의 왕 중에서 가장 존재감이 있는 왕은 현종과 명성왕후의 외아들로 태어난 숙종이다. 숙종이 즉위했을 당시 조선은 중기부터 시작된 당쟁이 절정에 오른 시기였고, 그만큼 신하들의 위상이 컸다. 그러나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왕이 되었지만, 숙종은 결코 신권에 휘둘리지 않았다. 오히려 정통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왕권을 행사해 나가는 왕의 모습을 보였다.


(191)

(노대환) 숙종은 기본적으로 왕권을 강화한다는 것이 본인의 지상 과제입니다. 그래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남인과 손을 잡든 서인과 손을 잡든, 아니면 자신의 외척과 손을 잡든 문제가 아닙니다. 숙종은 상대방을 견제할 수 있다면 어느 세력과도 손을 잡을 수 있죠. 그런데 남인이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힌 이유는 우리 이제 북벌하자. 북벌하려면 새로운 군사 기구가 필요하지 않겠냐.”라며 도체찰사부라는 것을 만들자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게 괘씸하게 보인 거죠. ‘이 녀석들이 병권까지 도전하는구나.’ 이건 숙종에게 못마땅한 것이니 어떻게 보면 남인 스스로 발목을 잡힌 거죠.


(247-248)

(최태성) 조선이 건국되고 난 뒤인 15세기를 이끌었던 세력이 훈구파였죠. 이 훈구파가 16세기에 사람에 의해서 물러납니다. 그리고 사림은 인사권을 놓고 동인과 서인으로 분당되는데, 이후 정여립 모반 사건과 정철의 건저의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서 동인이 정권을 잡습니다. 그런데 동인도 서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를 놓고 강경파인 북인과 온건파인 남인으로 나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북인이 광해군과 연결되었잖아요. 그래서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실각하면서 북인도 몰락합니다. 이제 남은 건 남인과 서인이죠. 현종 때의 예송 논쟁과 숙종 때의 환국 정치를 거치면서 이 두 세력이 충돌하는데, 최종적인 승자는 바로 서인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서인도 남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따라서 강경파인 노론과 온건파인 소론으로 나뉘는데, 노론을 이끌던 대표적 인물이 바로 송시열이었고, 소론을 이끌던 인물이 윤증이었습니다. 이후 이들은 왕위 계승과 관련해서 또 다시 부딪히는데, 노론은 영조를 지지하고, 소론은 경종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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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2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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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정희진 님의 두 번째 글쓰기 책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를 읽었단다. 제목을 보고 한참 생각해 보았단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글을 쓰면 나를 잘 알게 될까? 아빠도 책을 읽고 나면 책에 대한 내용을 너희들에게 편지하듯 쓴단다. 그러면서 읽은 책의 내용을 다시 되씹어보고, 조금이라도 더 기억력을 보존하고자 하지

아무래도 글을 쓰다 보면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단다. 그러면서 생각의 성장도 되는 것 같아서 아빠도 글쓰기는 참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글쓰기가 나를 잘 알게도 해줄까? 내 내면에 쓰지 않고 있던 나의 생각들, 나의 관념들을 글쓰기를 통해서 불러낼 수 있고, 그로 인해 몰랐던 자신을 한 부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이해를 하면 되려나? 그러니까 글쓰기는 나의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구석에 박혀 있던 나의 생각까지 불러내는 것. , 아빠도 계속해서 글쓰기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그래서 아빠의 본 모습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이 책이 정희진 님의 글쓰기 시리즈 책이긴 하지만, 그 소재가 모두 책이라서 좋은 책을 소개받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단다. 이 책에는 모두 64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었단다. 대부분이 아빠가 읽지 않은 책들인데, 몇몇 아빠가 좋아하는 책들도 소개가 되어 반가웠단다. 그 중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라는 책도 소개가 되었는데,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한 책이라서 누군가에 소개를 해주는 것조차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단다. 이미 읽었을 테니까 말이야.

이 책을 소개하면서 책에 대한 무소유는 지키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했어. 그리고 책 청소와 정리를 자주 하신다고 했어. 아빠도 먼지 쌓인 책장을 볼 때마다 청소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는데 생각만 하고 실천을 못 옮기고 있단다. 먼지로 인해 책이 바래지고 있어, 책들에게 미안하구나. 그런데 정희진 님은 책장 청소를 위해서 특별 구입한 청소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게 어떤 청소기일까? 무척 궁금하고 아빠도 하나 사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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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2)

책의 좋은 점은 머리에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인데, 나는 책읽기가 아니라 책이라는 물건을 좋아하고 있다. 생계 노동 외 대부분의 시간을 책 청소와 정리로 보낸다. 책장 청소를 위해 특별 구입한 청소기로 1, 마른걸레로 2, 물수건으로 3. 주제별, 저자별, 저널별, 논문별로 분류한다. 매일 정리해도 끝이 없다. 엽서, 포스터, 문구류에 대한 집착도 있어서 그 관리도 만만치 않다. 유복은 고사하고 이사를 꿈꾸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후 기증도 마음이 놓이질 않으니, 병이다.

<무소유>를 읽으면 뭐하나. 법정의 말대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니 노예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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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를 먹으면서 시간은 점점 빨리 흘러간다. 옛 어르신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때는 잘 믿기지 않았는데, 실제로 나이를 먹다 보니 시간의 흐름이 어렸을 때와는 천지차이라는 것이 느껴지는구나. 그래서 최근에는 힘든 일이 있어서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경우가 생기면, 덕분에 시간이 천천히 가는구나,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단다. 지은이 정희진 님도 비슷한 생각을 하시더구나. 힘들게 보낸 무더운 여름이 가는 것조차 아쉽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나이든 것이라고아빠는 확실히 나이가 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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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 겨우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이날을 기억할 정도로 올여름은 더웠다. 나만의 감식법인데 ‘8월 하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나이듦에 대한 심정을 알 수 있다. “드디어 가을이 왔다.”고 좋아하는 이들은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사람이고, 올해 같은 8월이 가는 것조차 서운한 이들은 스스로 나이들었다고 생각하는사람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후자다. 인간은 원래 소통 불가능한 동물이지만 이 심정을 젊은이는 모를 것이다. 역지사지가 가장 어려운 영역은 나이 차이가 아닐까. 한쪽은 거쳐 왔고, 한쪽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완벽한 비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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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기사로 유명한 이창호 님의 <복기>라는 책을 소개할 때는 우리 삶에서의 복기를 생각하게 했단다. 실패의 순간은 빨리 잊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란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그 실패의 순간을 다시 복기하는 사람이란다. 왜 실패를 했는지 다시 복기를 하면서 다시 성장할 수 있어야 하거든지나간 일을 제대로 해석하는 것, 지은이의 말처럼 중요한 어려운 일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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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나는 늘 내 문제가 궁금하고 그로 인해 생성되는 삶의 화학에 골몰하는 편이다. 내게 인생의 절정, 결정적 순간은 패배 후의 복기다.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때, 혼돈과 의문의 시간에 바로 복기할 수 있다면! 그 깨달음의 절실함과 기쁨을 어디에 비교할까. 집약된 배움, 농축된 시간, 바둑의 복기는 요다 노리모토 9단의 휘호처럼 이치고이치에”(一期一會, 다시 오지 않을 단 한번의 기회)일지 모르지만, 삶은 복기의 연속이다. 그래야 한다. 매 순간이 대국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복기는 트라우마, 집착, 후회를 가져온다. 지나간 일을 제대로 해석하는 것.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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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 님이 여성학을 전공한 분답게 이번에도 여성학, 페미니즘에 관한 책들도 많이 소개해주었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많이 말씀해 주셨단다. 여성학에 관련된 책들 중에는 아빠가 읽은 책들이 하나도 없구나. 아빠도 깊이 반성해볼 부분이로구나. 여성학이나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을 읽고플 때는 이 책의 3장에서 언급된 책들을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

이 정도로 짧게 정희진 님의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라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았단다. 전에 읽은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라는 책보다 이번에 읽은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가 아빠는 더 좋았단다. 정희진 님의 글쓰기 시리즈 책은 모두 다섯 권까지 출간한다고 하셨는데, 계속해서 아빠도 찾아 읽어보려고 한다.

, 그럼 오늘은 이만, 안녕.


PS:

책의 첫 문장: 강을 건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지요.

책의 끝 문장: 책을 읽고 글쓴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 있는데, 나는 록산 게이를 발견했다.


서구 철학 전통에서 거울은 자기 인식의 단계이자 도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거울을 통한 착각에 불과하다. 자기 눈으로 자기를 본다?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이 같다면 자기 복제가 아닌가. 결국 자기 시력(視歷) 수준에서밖에 볼 수 없다. 보고 보이는 것으로부터 자유. 안다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과정에서의 관계성이다. 인간은 자기 외부의 타자를 통해서, 나와 다른 타인을 통해서,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부분적으로 자기를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 P23

타인과 소통, 의미 있는 일에 몰두, 자신을 잊는 헌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움, 사랑, 솔로의 꿋꿋함, 실존의 조건…… 이런 인식이 외로움에 대한 나의 개똥철학이었다. 이런 삶도 외로움을 덜어주신 한다. 그러나 쉬운가? 김영갑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확실히 몰두할 대상이 있어서 나나 타인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외로움은커녕 약간 흥분 상태였다. 당시에는 처음 보는 사진이 너무 황홀해서인지 글이 읽히지 않았다. 사진가의 글은 별로라는 생각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 P46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 그럴까.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는구나." 심란해하는 이들이 더 많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악랄한 이데올로기. 나이에 맞는 정상적인 삶과 성취가 있다는 생애주기 개념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질병 때문에 인생의 공백이 생긴 경우 누굴 탓하랴. 일본의 유명한 배우 와타나베 켄은 승승장구하던 시절 백혈병 진단을 받고 첫 단독 주연작을 포기했다.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재기했다.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그의 진정성과 젊은 날 투병의 영향일 것이다. - P60

‘뒤처진 인생’이란 결국 타인에게 뒤처졌다는 얘기인데, 다른 이들도 똑같이 뒤쳐졌으므로 덜 괴로워해도 되지 않을까. 더구나 당대 자본은 나이에 맞는 지위가 아니라 어린 나이에 지위를 초과 달성한 이들을 원한다. 어차피 웬만한 사람은 다 ‘루저’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길을 잃지 않으려고 마스터플랜을 쥐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 P62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권력자다. 자기 충족적 삶은 최고로 힘을 지닌 상태다. 인간은 권력 지향적이기 때문에 권력감이 없으면 외로운데, 자기 몰두형 인간은 권력에 무심하다. 사실, 이 행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 P154

말을 섞는 것은 살을 섞는 것보다 관능적인 행위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나는 섹스보다 대화가 더 심각한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말이 통한 다음에 올 천국과 파국을 알기에, 되도록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엮이는 것만큼 재앙도 없다. 말은 물질이다. 말 한마디는 빚만 갚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게 한다. 나는 예전에 이송희일 감독의 "우린 친구가 없으면 끝이잖아."와 서울인권영화제 표어였던 "나는 오류입니까?"로 몇 달 버틸 양식을 구했다. - P220

과학자는 신이 아니다. 과학자이기 이전에 자신의 정체성, 자기 연구의 의미,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역사와 언어, 개인의 위치성을 알아야 한다. 동물들의 행위가 약육강식인지, 협력인지, 경쟁인지, 돌봄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판단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잠깐, 백번 양보해서 여성의 모든 문제가 호르몬이라고 치자. 그것도 모두 출산력과 관련이 있다면 저출산 시대에 여성을 보호하고 지지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언제나 인간 문제는 ‘팩트’ 여부가 아니라 ‘팩트’를 만들어내는 권력에 달려 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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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01 15: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선생님의 저 시리즈 저는 제목이 정말 좋더라구요. 물론 책 내용도 좋았지만 말입니다. 누가 지었는지 정말 기가 막히게 좋은 제목이랄까? ^^

bookholic 2022-06-01 2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네.. 맞아요~~~^^
4권, 5권의 제목이 기대됩니다~~
 















(89)

혜시는 여기서 커다란 나무를 비유로 들면서 장자의 말을 사람들이 듣지 않는 까닭은 크기만 하지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다 떠나버린다고 말한 데서 천하의 이야기꾼 장자가 당시 사람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혜시가 장자의 아픈 데를 찌른 거죠. 하지만 장자는 세상에서 쓸모가 있다고 하는 자들이 이성()’, 곧 살쾡이로 비유하면서 바로 반격합니다. 시랑(豺狼)이라 하지 않고 이성이라고 한 것은 상대가 절친한 벗인지라 많이 봐준 표현입니다. 시랑은 승냥이로 흔히 살쾡이보다 악질적인 짐승으로 그려지거든요. 어쨌든 이놈들은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가 다른 짐승을 잡아먹는 데 뛰어난 자신의 재능을 믿고 높은 곳 낮은 곳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날뛰다가 결국 덫이나 그물에 걸려 죽고 맙니다. 사람으로 치면 남을 죽이고 자신도 죽고 마는 전쟁광들이라고 할 수 있죠.


(91)

마무리하자면 장자는 커다란 나무는 바로 쓸모없기 때문에 도끼에 찍혀나갈 염려도 없고 어떤 사물도 해칠 염려가 없는데 어찌 쓸모없다는 이유가 괴로운 것이겠는가 하고 반박합니다. 결국 장자는 쓸모없음이 바로 큰 쓸모이고, 큰 쓸모가 바로 양생(養生)에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지요.


(148)

<1>을 통해 장자는 모든 존재가 평등한 제물의 세계를 들려 주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죠. 인간 세상에 만연한 것이 차별입니다. 그런 차별은 어떤 근거에서 나오는가? 장자가 보기에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차별의 근원에는 언어가 놓여 있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물을 분류합니다. 이 분류는 대단히 폭력적입니다. 장자는 이러한 사실을 밝힘과 동시에 차별이 없는 세상을 희구했던 옛 성인 요와 순의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152)

여기서 도를 대단한 추상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흔히 만나는 사물을 제대로 보는 것이 바로 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자가 보기에 사물을 이런 저런 방식으로 나누기 시작하면 그런 사람의 눈에는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당연히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겠죠. 누가 현자인지 보일 턱이 없습니다. 그런 걸 보면 노예의 무리의 섞여 있는 백리해가 현인인 것을 알아보고 양 다섯 마리를 주고 풀려나게 한 진나라 목공이나, 현인 월석보를 말 한 필과 바꿔 온 제나라 재상 안영 같은 이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173)

그에 따르면 성인은 해와 달을 곁에 두고 우주를 옆구리에 낄 정도로 스케일이 큰 존재이지만 늘 만물과 함께 하려 하고 희미한 도에 자신을 두어서 노예도 존중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어떤 것은 나에게 이롭고 어떤 것은 해롭다는 식으로 분류하여 이로훈 것은 취하고 해로운 것은 피합니다. 그런데 성인은 만물을 차별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습니다. 그래서 천한 사람도 똑같이 존중합니다. 사람을 볼 줄 아는 것이지요. 굳이 성인이 아니라도 그런 경우는 있습니다.


(182)

우리는 어떤 권위에 의존해서 옳고 그름을 가리려고 하지만 장자가 보기에 그런 것들은 모두 화성(化聲), 곧 변화하는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꿈처럼 일시적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둠에 갇힌 존재일까요? 어떻게 해도 행복해지거나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일까요? 장자는 한 가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바로 천예(天倪)’라고 하는 자연의 도를 따라 만물을 조화하는 것입니다. 자연의 도를 따르게 되면 세상이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을 옳다고 여길 수 있게 됩니다. 시비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장자가 바라는 경지입니다.


(193)

장자가 꿈을 꿉니다. 유명한 호접몽(胡蝶夢)입니다. 꿈에 나비가 되어 날아다닙니다. 사람이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떨어질까 두려워하지 않을까요? 그런지 적지(適志)’라고 표현한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뜻에 꼭 맞아서 전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자기가 장자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나비가 된 것이죠. 사실 난다는 표현은 인간에게는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었다는 뜻으로 쓰이지요. 장자의 첫 이야기는 대붕이 날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대목은 바로 장자 자신이 날아가는 장면입니다. 대붕은 구만리의 하늘을 타고 납니다. 그리고 장자는 물롸’, 곧 나비가 됨으로써 하늘을 납니다. 구만리의 하늘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나비의 날개는 아주 가벼우니까요.


(202)

우리의 삶은 끝이 있지만 지식은 끝이 없다. 끝이 있는 것을 가지고 끝이 없는 것을 추구하면 위태롭다. 그런데도 지식을 추구하면 더욱 위태로워질 뿐이다. 착한 일을 하더라도 명예에 가까이 가지는 말며, 나쁜 일을 해도 형벌에 가까이 가지는 말고, 중간을 따르는 것을 삶의 원칙으로 삼으면 자기 몸을 보호할 수 있고, 생명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고, 어버이를 모실 수 있으며, 천수를 다 누릴 수 있다.”


(263)

물욕을 탐하지 않는다는 것은 외부와의 관계를 차단한다는 뜻이 아니라 외부의 물욕을 나서서 맞이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가만히 머물지 못하는 것은 이목의 욕망을 따라 마음을 가만히 두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곧 이목의 감각을 닫아서 외부의 자극을 차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자극을 그대로 두되 그것을 따라가려는 심지(心知)의 욕망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귀신도 찾아와서 머물고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는 겁니다. 고대의 성왕인 우임금과 순임금, 그리고 전설의 주인공 복희씨와 궤거씨는 모두 이런 방법으로 천하를 다스렸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272-273)

말이란 바람이 일으킨 물결처럼 일정함이 없고 행동에는 득과 실이 있습니다. 바람이 일으킨 물결은 쉽게 동요되고 득과 실이 있는 행동은 쉽게 위태로워집니다. 그 때문에 분노가 일어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없으니 교묘한 말과 지우친 말 때문입니다. 짐승이 죽을 때가 되면 마구 짖어대서 숨이 거칠어지는데 이때 거친 마음이 아울러 생깁니다. 과실을 따지는 문책이 정도에 지나치면 반드시 어리석은 마음으로 대응하면서도 스스로 그런 줄 모르니, 만약 참으로 그런 줄 모른다면 그 결과를 누가 알겠습니까. 그 때문에 법언에 이르길 명령을 멋대로 바꾸지 말며 억지로 이루려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한도를 넘어서면 넘치게 된다고 한 것입니다. 명령을 바꾸고 억지로 이루는 것은 위태로운 일입니다. 일이 잘 이루어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한 번 잘못된 일은 미처 고칠 수 없으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 사물의 자연스러움을 타고 마음을 자유롭게 노닐게 해서 어쩔 수 없음에 맡겨 마음을 기르면 지극할 것이니 어찌 꾸며서 보고하겠습니까. 군주의 명령을 그대로 전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없으니, 이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371)

자연이 하는 일을 알고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아는 사람은 지극한 사람이다. 자연히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자연을 따라 살고,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아는 사람은 그가 알고 있는 것으로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을 길러 천수를 마쳐서 중도에 요절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앎이 성대한 사람이다. 비록 그러하나 근심이 있으니 앎이라는 것은 마주하는 것이 일정한 뒤라야 꼭 맞게 되는데 마주하는 것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내가 자연이라고 생각한 것이 인간에 속한 것이 아닌 줄 알며, 내가 인간에 속한 것이라 여긴 것이 자연이 아닌 줄 알겠는가. 참다운 사람이 있은 뒤라야 참다운 앎이 있게 되는 것이다.”


(387)

옛날 참된 사람은, 그 모습이 산처럼 우뚝 솟아 있으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며, 부족한 것 같지만 남에게 받지 않으며, 몸가짐이 법도에 꼭 맞지만 고집하지 않으며, 텅 빈 것처럼 허술하지만 꾸미지 않았다. 환하게 밝아서 마치 기뻐하는 것 같고, 임박해서 움직여 마지못한 듯하며, 가득히 자기 안색을 나타내는 일도 있지만 몸가짐이 법도에 맞아 자신의 덕에 머물며, 넓은 마음으로 세속과 함께하는 것 같지만 오연히 제약받지 않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감추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무심히 말을 잊어버린다.”


(393)

죽거나 태어나는 것은 명이다. 밤낮처럼 일정함이 있는 것이 자연인지라 사람이 관여하지 못하니 이것이 사물의 본모습이다. 저들은 단지 하늘을 부모로 여겨 온몸으로 사랑하는데 하물며 그보다 더 높은 대상이겠는가. 사람들은 단지 세상의 군주가 자기보다 낫다고 여겨 온몸을 바치는데 하물며 참다운 군주이겠는가.”


(401)

도는 제 모습과 분명함은 있지만 작용이 없고 눈에 보이는 형체가 없는지라, 전해줄 수는 있지만 받을 수는 없으며, 터득할 수는 있지만 볼 수는 없으니, 스스로 뿌리가 되어 하늘과 땅이 아직 있기 이전에 예로부터 분명히 있어 온 것이다. 귀신과 상제를 신령하게 하고, 하늘과 땅을 만들며, 태극보다 앞서 존재하면서도 높은 체하지 않으며, 육극 아래에 머물면서도 깊은 체하지 않으며, 하늘과 땅보다 앞서 있으면서도 오래된 체하지 않으며, 상고보다 오래되었으면서도 늙은 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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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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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일본계 영국인으로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을 읽었단다. 노벨문학상 수상한 이후 그의 첫 번째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소설이고,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작품이라고들 이야기했던 작품이란다. 아빠는 가즈오 이시구로 작품은 <나를 보내지 마> 이후 두 번째 작품이란다.

<클라라와 태양>이라는 소설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등장하는 이야기란 걸 읽기 전에 알고 있었단다. 어떻게 이야기를 꾸려나갈까 기대를 하면 책을 펼쳤단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나를 보내지 마>도 그렇고 <클라라와 태양>도 그렇고 가까운 미래에 일어난 법한 이야기를 잘 만들어낸 것 같더구나. 그러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했을 때의 윤리적인 문제, 로봇의 권리 등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한 생각거리도 던져 주었단다.

아빠는 이번에 읽은 <클라라와 태양> <나를 보내지 마>보다 더 좋았단다. 그리고 <클라라와 태양>을 읽으면서, 천선란 님의 <천 개의 파랑>이라는 소설도 많이 떠 올랐단다. 그 소설도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 세상을 다뤄서 그랬던 것 같구나. 아빠는 <천 개의 파랑>이 좀 더 좋았단다. 따뜻하니 더 사람 냄새는


1.

클라라는 AF라고 부르는 인공지능 로봇으로 가게 진열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단다. AF Artificial Friend 의 약자이니 인공 로봇 친구쯤 생각하면 될 것 같구나. 친구도 인공로봇이 대신해주는 그런 시대인가? 클라라는 AF B2 모델로 최신 모델은 아니었어.. 최신모델은 B3까지 나와 있었지. 클라라는 한창 동안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가 조시라는 하는 소녀가 샀단다.

조시는 엄마 크리시, 가정부 멜라니아와 함께 살고 있었어. 아빠는 이혼해서 같이 안 살고, 언니 샐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 죽었단다. 이 시대 아이들은 아이들의 재능이나 지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임의로 향상이라는 조치를 취했어. 그런데 그것이 몸이 허약해지고 자주 아프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단다. 그래서 부모들은 망설이기도 하지만, 자식들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 그 조치를 하게 된단다. 소설의 분위기 상 조시의 언니 샐이 그 부작용으로 그만 죽고 만 것 같았어. 그렇다면 둘째는 안 할 것 같은데, 조시의 엄마 크리시는 조시에게도 또 향상조치를 했단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향상조치를 하고, 교류 모임을 갖더라도 그런 아이들만 모였단다. 그런데 조시에서도 부작용이 나타나서 몸이 허약하고 자주 아팠단다. 물론 이런 조치를 안 하는 극소수의 사람들도 있단다. 조시의 이웃집 친구 릭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야. AF향상에는 관심이 없는 릭. 순수한 인간이라고 할까. 릭은 향상을 한 조시를 안타깝게 생각했어.

이런 조시가 클라라를 선택을 한 것이란다. 조시는 천성이 착했어. 클라라가 인공지능 로봇이지만, 장난감 대하듯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 대하듯 해주었단다.

….

엄마들이 마련한 친구들의 정기 교류 모임이 있었는데, 조시는 릭도 초대했어. 릭은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였으니까. 그런데 릭도 꺼림칙했고, 교류 모임에 참석한 다른 친구들도 릭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어. 릭은 향상을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다른 친구들은 조시와 달리 AF를 장난감 다루듯이 했어. 클라라를 보고 조롱하기도 했고, 지난 모델이라면서 멸시하기도 했어.

이것이 이 소설에서 그리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란다. 임의의 조치로 재능이나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인간성이 점점 사라지는 모습이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구나.


2.

일요일을 맞이하여 조시의 제안으로 다 같이 모건이라고 하는 폭포 구경을 가기로 했어. 클라라가 집에 와서 제대로 된 외출을 한 적도 없어서 말이야. 그런데 조시가 몸이 갑자기 더 안 좋아져서 엄마는 조시에게 못 가게 했어. 그리고 엄마는 클라라와 단 둘이 다녀와도 되는지 물어봤어. 클라라에게 외출을 시켜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으니까 말이야. 조시가 반대를 할 수 없었지.

엄마와 클라라 단둘이 폭포에 다녀왔단다. 조시의 엄마와 클라라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 조시의 엄마는 무척 외로워 보였어. 조시마저 향상의 부작용으로 몸이 허약하니 죄책감도 있는 것 같고, 조시가 죽으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어. 그걸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조시의 엄마는 조시가 죽으면 클라라가 조시를 대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 그래서 클라라에게 조시의 걷는 모양도 배우게 하고, 조시의 모든 것을 배우라고 했어. , 그랬다고 그 상실감을 채울 수 있을 지

클라라는 조시가 몸이 좋지 않다는 생각에 조시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했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그리고 클라라는 한 가지 믿음이 있었단다. 태양에서 나오는 자양분이 죽어가는 생명도 되살릴 수 있다는 믿음. 그래서 햇빛을 클라라 방에 비추게 하려고 이런 저런 노력도 했어.

….

조시가 아파서 병석에 있으면서도 가끔 시내에서 가서 초상화를 그리곤 했단다. 클라라가 온 이후 초상화를 그리러 갈 때 클라라도 동행을 했고, 조시의 아빠 폴도 동생을 했단다. 폴은 이혼해서 따로 떨어져 살고 가끔씩 조시를 만나는 것 같았어. 조시의 엄마와 아빠는 조시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을 두고 심한 말다툼을 하기도 했단다. 왜 싸우나 했더니 그 초상화를 그리는 목적 때문이었단다. 초상화가 일반적인 초상화가 아니고 3D로 그리는 초상화인데, 이는 조시가 죽은 다음에 클라라가 조시를 대신할 수 있게 하는 조치였던 거야. 그러니까 조시의 엄마는 이미 조시를 거의 포기한 상태이고, 조시의 아빠는 그런 엄마를 인정할 수 없던 거지.

그에 비해 클라라는 여전히 조시를 살리려는 노력을 했단다. 시내에 있는 먼지를 만드는 기계가 햇빛을 방해한다고 생각해서 그 먼지를 만드는 기계를 고장내기로 했어. 그런데 그 먼지를 만드는 기계를 고장내기 위해서는 클라라 자신의 두뇌에 있는 액체 절반을 써야 한다고 했는데, 그 위험까지 무릅쓰고 먼지를 만드는 기계를 고장 냈단다. 하지만, 클라라는 몰랐어. 그 기계가 한 개가 아니라는 걸.. 그러니까 큰 효과를 낼 수 없었지.

클라라는 태양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었어. 클라라는 조시의 방에 햇빛이 많이 들어오도록 블라인드를 최대한 열어두었고, 멀리 창고에 거울을 이용하여 햇빛이 조시의 방으로 들어오게도 했어. 이런 노력들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조시는 몸이 많이 좋아져서 회복했단다. 그리고 원하는 대학도 갈 수 있게 되었어. 클라라가 무척 뿌듯했겠구나.

….

시간이 흐르고 클라라는 AF들이 모여 있는 창고 같은 곳에서 있었어. 옛 가게의 매니저가 찾아와서 재회를 하게 된단다. 구형 모델의 클라라의 삶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거 보구나.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났단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지만, 굳이 클라라를 버렸어야 했나 싶구나. 조시가 집에 방문하게 되면 반갑게 맞아줄 수도 있고, 엄마의 벗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클라라는 비록 인공지능 로봇이지만 사람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하지고 학습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단다. 그렇다면 클라는 사람인가? 아닌가? 육체는 사람과 다르지만, 영혼은 더 사람답다.. 사람의 기준을 삼을 때 육체로 삼아야 하나? 마음이나 영혼으로 삼아야 하나세상은 점점 삭막해지고, 지구 환경이 점점 살기 어려워져도 인간의 따뜻한 본 모습을 잊지 말고 살아가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로사와 내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우리는 매장 중앙부 잡지 테이블 쪽에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창문이 절반 넘게 보였다.

책의 끝 문장: 그러더니 다시 가던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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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10 0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책 ~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22-06-11 01:0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책^^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새파랑 2022-06-10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달 축하 북홀릭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6월도 열정독서 바랍니다~!!

bookholic 2022-06-11 01:06   좋아요 2 | URL
매달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이하라 2022-06-10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당선 축하드려요.^^
행복으로 가득하신 주말되세요~~

bookholic 2022-06-11 01:07   좋아요 1 | URL
늘 감사드립니다...
시원하고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그레이스 2022-06-10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2-06-11 01:07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서니데이 2022-06-10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bookholic 2022-06-11 01:11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

thkang1001 2022-06-11 0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