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신경립 옮김 / 창해 / 2008년 9월
구판절판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싫어한 것은 교사만이 아니었다. 나는 주위 어른들 대부분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들 자신은 색과 욕망과 돈밖에 흥미가 없는 주제에, 상대가 어린애라고 하면 어른스러운 훈계 한마디라도 하고 싶어지는지, 진부한 설교를 득의양양하게 늘어놓는다. 이쪽이 진절머리를 낸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가 끝에 가서는 반드시 '젊었을 때 공부해라.' 이런 말이 나온다. '당신은 도대체 얼마나 했는데!'라고 따져 묻고 싶어진다.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그저 나이만 먹은 바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녀석들에게 얕보일 수는 없다고,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바짝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내가 미움받을 차례가 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슴도치의 바늘 끝도 제법 무디어졌다. 그것이 좋은지 어떤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다만 마음 한구석이 쓸쓸한 것만은 분명하다.-39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구판절판


하지만 곧 알아차리게 됩니다. 세상이 바쁜 것이 아니고 내 마음이 바쁜 것이라는 사실ㅇ르. 세상은 세상 스스로가 '와, 나 참 바쁘다!';라고 불평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결국 내 마음이 쉬면 세상되 쉬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바쁘게 사는 내 자신을 더 가만히 들여다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내 삶이 이토록 바쁜 까닭은 내가 바쁜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정말 쉬려고 한다면 그냥 쉬면 되는 것입니다.-36쪽

진정 쉬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지금 바로 내 마음을 현재의 시간에 온전히 가져다놓으세요.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하는 바쁜 마음은 미래와 과거를 넘나드는 상념일 뿐입니다. 현재에 마음이 와 있으면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이 지금뿐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상념이 없는 '바로 지금'은 바쁘지 않습니다. 안 그런가요?-37쪽

다른 사람의 결점이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내 안에도 똑같은 결점이
어딘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그의 결점이 딱 보이는 건,
그리고 그의 결점이 두고두고 나를 괴롭히는 건,
내 안에도 똑같은 결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59쪽

적을 만들지 않는 자가
적들을 다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보다
훨씬 더 대단합니다.-79쪽

돈보다 더 귀중한 것은
내가 가진 '자유'입니다.
좀 힘들어도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삶을 사는 것이
남의 눈치 보며 돈을 조금 더 버는 것보다
훨씬 나은 삶입니다.
내 자유를 돈 주고 팔지 마세요.-119쪽

그 누구에게도 내 인생의 결정권을 주지 마십시오.
내가 내 삶의 주인입니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그 어떤 성스런 스승이라도
'나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의 성스러움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나를 더 사랑하십시오.-121쪽

제가 승려가 된 이유는,
이렇게 한 생을
끝없이 분투만 하다 죽음을 맞이하기 싫어서였습니다.
무조건 성공만을 위해서 끝없이 경쟁만 하다가
나중에 죽음을 맞게 되면
얼마나 허탈할까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성공의 잣대에 올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칠 나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그들의 기준점과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헐떡거리며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121쪽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켜요.
잘생긴 나무는 먼저 베여 목재로 쓰입니다.
진짜 고수는 뛰어난 체하지 않습니다.-134쪽

사랑은
같이 있어주는 것.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그를 믿어주는 것.
사랑하는 그 이유 말고 다른 이유가 없는 것.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은 것.
그를 지켜봐주는 것.-164쪽

'내 것을 마구 퍼주어도 아깝지 않습니까?'
하나도 아깝지 않으면, 사랑입니다.-165쪽

한번 살펴보세요.
우리가 매일매일 쏟아내는 말들 중에
얼마만큼이 진짜 내 말이고
얼마만큼이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짜집기해서
내 말로 둔갑한 말인가요?
나는 진짜로 나만의 말을, 얼마나 하나요?
진짜 내 말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가요?-192쪽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아니다 싶을 때 다 버리고 떠날 수 있어야 진짜 자유인입니다.
반대로, 없어서 갈증을 느끼는데도 무소유라는 이름으로
참고 사는 것은 진짜가 아닙니다.-216쪽

나에게 솔직해져 보십시오.
도대체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세상이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이 아닌
내 안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나 자신이 정말로 행복한 것이 중요합니다.-232쪽

본질이 잊혀지면 형식이 중요해집니다.-26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구판절판


혹시 '원만함'이 뭐가 문제냐고 묻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원만함은 우리 사회에서 대체로 좋은 가치로 받아들여졌고, 어느 조직에서나 원만한 사람을 선호하는데 이건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원만함이 사법 관련자들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원만함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지켜내는 것은 언제나 기득권층의 이익과 기존 질서입니다. 갈등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원만함으로 이해되는 조직에서, 모두 그러다보면 '정의'라는 본질적인 가치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315쪽

그러나 만약 그의 지시대로 모든 일이 통상적으로 처리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야간집회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위헌소지가 매우 높은 법률에 의해 억울하게 기소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처벌을 받게 됩니다. 물론 덕분에 그와 대법원장이 바라는 대로 "사회적으로 소모적인 논쟁"에 발을 들여놓지 않아도 됩니다. 참으로 깔끔하고 원만한 결론입니다. 마치 먼 우주에 존재하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중립의 공간에서 혼자 판결을 내리는 것처럼 우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언제나 현존하는 정치경제 씨스템을 합법화하고 고착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객관성이라는 게 있을 수 없는 법의 세계에서,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무시한 결과이지요.-31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야행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구판절판


나츠미, 하루 중에는 태양이 뜨는 때와 지는 때가 있어. 그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에도 낮과 밤이 있지. 물론 실제 태양처럼 정기적으로 일출과 일몰이 찾아오는 건 아냐. 사람에 따라서는 태양이 가득한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또 계속 어두운 밤을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도 있어. 사람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하면, 그때까지 떠 있던 태양이 져버리는 것이야. 자신에게 쏟아지던 빛이 사라지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지. 지금 나츠미가 바로 그래.-268쪽

내 위에는 태양 같은 건 없었어. 언제나 밤. 하지만 어둡진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태양만틈 밝지는 않지만, 내게는 충분했지. 나는 그 빛으로 인해 밤을 낮이라 생각하고 살 수 있었어. 알겠어? 내게는 처음부터 태양 같은 건 없었어. 그러니까 잃을 공포도 없지.-26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구판절판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Daniel Levitin)은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 마스터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작곡가, 야구선수, 소설가, 스케이트선수, 피아니스트, 체스선수, 숙달된 범죄자, 그밖에 어떤 분야에서든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물론 이 수치는 '왜 어떤 사람들은 연습을 통해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분야에서든 이보다 적은 시간을 연습해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탄생한 경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어쩌면 두뇌는 진정한 숙련자의 경지에 접어들기까지 그 정도의 시간을 요구하는 지도 모른다."-56-57쪽

우리가 신동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는 여섯 살에 작곡을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심리학자 마이클 호위(Michael Howe)는 <천재를 말하다(Genius Explained)>에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숙달된 작곡가의 기준에서 볼 때 모차르트의 초기 작품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가장 초기에 나온 것은 대개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작성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후 점차 발전해왔다.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에 작곡한 협주곡, 특히 처음 일곱 편의 피아노 협주곡은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재배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걸적으로 평가받는 진정한 모차르트 협주곡(협주곡 9번, 작품번호 271)은 스물한 살 때부터 만들어졌다. 이는 모차르트가 협주곡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57쪽

하키선수들과 비틀스, 빌 조이, 빌게이츠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놓으면 성공에 대해 더욱 완벽한 그림이 그려진다. 조이와 게이츠, 그리고 비틀스는 모두 재능을 타고났다.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의 음악적 재능은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만하고, 빌 조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순식간에 복잡한 알고리즘을 완성시켜 지도교수들을 놀라게 했다. 그것은 확실히 타고난 재능이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를 구분 짓는 진정한 요소는 그들이 지닌 탁월한 재능이 아니라 그들이 누린 특별한 기회이다. 만약 비틀스가 함부르크에 초대받지 않았다면 그들은 다른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빌 게이츠는 인터뷰 첫머리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아주 운이 좋았어요."
그렇다고 그가 영리하지 않다거나 탁월한 기업가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그가 1968년에 레이크사이드에 있었다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행운이었다는 얘기다.-74쪽

우리가 살펴본 모든 아웃라이어는 평범하지 않은 기회를 누렸다. 그렇다고 그러한 평범하지 않은 행운을 통한 성공이 소프트웨어 백만장자나 록 스타, 유명한 하키선수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서은 모든 분야의 아웃라이어에게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하나의 법칙이다.-7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