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싫어한 것은 교사만이 아니었다. 나는 주위 어른들 대부분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들 자신은 색과 욕망과 돈밖에 흥미가 없는 주제에, 상대가 어린애라고 하면 어른스러운 훈계 한마디라도 하고 싶어지는지, 진부한 설교를 득의양양하게 늘어놓는다. 이쪽이 진절머리를 낸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가 끝에 가서는 반드시 '젊었을 때 공부해라.' 이런 말이 나온다. '당신은 도대체 얼마나 했는데!'라고 따져 묻고 싶어진다.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그저 나이만 먹은 바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녀석들에게 얕보일 수는 없다고,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바짝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내가 미움받을 차례가 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슴도치의 바늘 끝도 제법 무디어졌다. 그것이 좋은지 어떤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다만 마음 한구석이 쓸쓸한 것만은 분명하다.-3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