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준비생의 도쿄 -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
이동진 외 지음 / 더퀘스트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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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직도 우리 산업의 미래를 일본에서 찾는군.'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이다. 흔히 하는 말로 우리나라 산업이나 유행은 일본에 10년 정도 뒤쳐져 있으니,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뜨는 사업을 하려면 일본을 참고하면 된다고 하지 않던가. '퇴사준비생'이라는 단어 때문에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퇴사를 준비하면서 참고할 수 있는 신사업에 초점을 맞추었는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퇴사준비생이라는 용어가 갖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여, '퇴사준비 = 자영업준비'라는 등식을 전제로 소매 점포나 외식업 위주의 업체가 주로 선정되거나, 퇴사준비생인 개인이 할 수 없는 규모('취향'편엔 지브리 미술관을 넣어놓았다)를 소개한 점은 아쉽다. 반면, 기존 사업모델만을 소개한 책들에 비하여 사업의 차별성과 전략, 경역철학에 관한 부분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다는 것이 특징이기는 하다. 개인이 아닌 중소, 중견기업이라면 참고할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전반적으로는 일본에서 새롭게 유행하는 분야를 소개한 기존의 책들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들지 않았다. 아무리 일본에서 뜨는 핫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일본인들의 구매 성향이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에 성공한 것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한 필터링이 필요할텐데, 독특함을 강조하다보니 실제 적용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약했던 것 같다. 일례로 저자들은 아코메야라는 쌀가게를 책의 제일 처음에 배치하였는데, 생산지에 대한 구분, 밥 한상을 꾸밀 수 있는 반찬 판매 등 쌀가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이 업종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궁금하다. 요리사 없이 통조림만으로 하는 요식업, 고기의 특수부위를 경매하는 가게와 같은 업종도 그렇다. 


아무튼 일본의 신산업에 대한 소개를 받고자 하는 차원에서는 좋은 사례들이 많은 책이지만, '퇴사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기존 일본 관련 서적들과 차별화까지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선배들의 현재가 자신의 5년, 10년 후 모습일 텐데 본받고 싶은 상사를 찾는 것이 퇴사 후 할 일을 찾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습니다. 회사에 다닐수록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미래를 마주합니다. 직장인들의 내일에서 안녕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 6쪽

"10년 후의 변화를 예측하기보다 10년 뒤에도 변치 않는 걸 고민해야 합니다." - 9쪽

시루카페는 온라인 리쿠르팅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창업자 유스케 카키모토는 채용의 온라인화를 바람직하다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채용 과정에서는 신속도보다 정확도가 더 중요한데 온라인 채용에서는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온라인 채용의 부작용을 덜고, 기업의 수요와 인재의 공급 간 불일치를 해소하고자 시루카페를 만든 것입니다. 어쩌면 ‘알다’라는 뜻을 가진 ‘시루’카페의 가장 중요한 숨은 의미는 기업과 인재가 서로를 알아보는 장소라는 점일지도 모릅니다. - 59쪽

필름을 만들던 회사에서 화장품을 출시한 것이 낯설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필름과 화장품 사이에는 콜라겐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콜라겐은 필름의 산화 현상을 막는 역할뿐만 아니라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70년 넘게 필름을 연구하며 콜라겐 성분을 개발했던 후지필름이 화장품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핵심역량을 정의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남달랐기에 회생이 가능했습니다. - 97쪽

"전구가 발명됐지만 양초는 사라지지 않았다. 양초는 예술의 영역으로 이동해 낭만적인 물건으로 용도가 달라졌다."
<문구의 모험>의 저자 제임스 워드의 설명입니다. 그의 말처럼 신기술이 제품의 구세대의 제품을 완전히 도태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자기만의 가치를 찾아 변화에 적응한다면 세월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습니다. - 104쪽

호우잔의 가격 전략은 일반 판매를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챙기고, 경매판매를 통해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반대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일반 주문만 해서 고기를 먹으면 손해고, 경매 참여를 해서 고기를 낙찰받으면 이득입니다. 그래서 경매가 열리면 손님들은 수동적인 자세로 관망하지 않습니다. 승자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듭니다. - 111, 112쪽

롯폰기 힐즈는 부동산 개발 업체인 모리빌딩그룹에서 개발한 복합시설입니다. 모리빌딩그룹의 회장 모리 미노루는 ‘수직도시론’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롯폰기 힐즈를 개발했습니다. 수직도시론은 단순히 땅값이 비싸니까 높이 짓자는 것이 아닙니다. 탈공업사회, 지식산업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공간 디자인입니다. 공업사회에서는 일터와 주거가 분리되어 있었고, 그랬기에 근로시간이 끝나면 일을 잊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식산업사회에서는 머리와 감성을 가지고 가치를 창출하는 만큼 일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여가시간도 중요해집니다. 여가시간은 휴식의 기능도 하지만 일을 위한 영감의 원천을 제공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132쪽

공감은 공간에 반비례합니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심리적인 거리는 가까워진다는 뜻입니다. 격투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관심은 있지만 용기가 없는 초보자들도 눈앞에서 스파링을 하는 모습이나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없던 관심과 용기가 저절로 생깁니다. 파이트 클럽 428은 링과 바를 바로 붙여놓음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하였습니다. 편하게 칵테일을 마시면서도 시각적으로는 강력한 펀치에 자극을 받고, 청각적으로는 미트를 강타하는 소리에 빨려들어 갑니다. 칵테일 한잔을 마시면 격투기를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입니다. - 142쪽

글로벌 브랜드로 쇄신하기 위해 하라 켄야가 세운 방향성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제조 과정 단순화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담은 디자인으로 합리적 가격의 제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목표를 가지고 궁극의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156쪽

무인양품답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철학적인 사상을 구체적으로 성문화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무인양품은 리브랜딩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하고자 여러 시도를 합니다. 그중 하나가 ‘파운드 무지(Found MUJI)’입니다.

‘시대와 국경을 넘어, 무인양품을 찾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 159쪽

쿠시야 모노카타리는 가장 재밌는 프로세스만 고객에게 넘겨줍니다. 재료 손질, 기름 청소 등 앞뒤의 귀찮은 일들은 쿠시야 모노가타리가 전담합니다. 고객은 튀기는 데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부차적인 프로세스만 손님에게 넘기거나 전체를 맡겨버리는 일반적인 셀프서비스와는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고객이 맡은 프로세스를 더 수월하게 해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기름이 바깥으로 튀지 않도록 하는 특제 튀김기는 피수고, 튀김가루를 미세하게 갈아 초보자도 얇고 바삭하면서도 속재료와 엉기지 않도록 튀김옷을 입힐 수 있습니다. 또한 재료에 따른 적정 튀김 시간 등을 알려주는 튀김 매뉴얼을 테이블마다 비치해 쉽게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셀프로 해도 퀄리티 차이가 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결과가 좋아야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의미가 있습니다. - 206, 207쪽

츠타야 티사이트에서는 책, 영화, 음악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제안에 신경을 씁니다. 츠타야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시대의 흐름을 보는 마스다 무네아키의 통찰 때문입니다. 그는 지금의 시대를 소비사회의 ‘서드 스테이지(3rd stage)’로 봤습니다. 퍼스트 스테이지는 물건이 부족한 시기로 어떤 상품이건 용도만 충족하면 팔리는 시기입니다. 세컨드 스테이지는 물건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구매하는 장소가 선택의 기준이 되는 시기로 고객 접근성이 중요했습니다. 반면 현재의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물건도 넘쳐나고 구매할 수 있는 장소도 충분합니다. 그러므로 넘치는 정보 속에서 삶의 가치를 높여주고 고객의 선택을 돕는 제안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 232, 233쪽

퍼스트 스테이자와 세컨드 스테이지에서는 ‘자본’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상품과 유통망을 만들려면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자본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돈이 많다로 해도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제안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서드 스테이지에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지적 자본’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적 자본이 회사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역량이라는 뜻입니다. - 233쪽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것들 안에는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기본이 담겨 있습니다." - 303쪽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새로운 정보를 얻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서 온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로 꼽히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입니다. 문제해결 여부는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 313쪽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기발한 행태를 만드는 것도, 무언가를 멋있게 보이도록 하는 것도 아니다. 디자인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는 작업이다."

넨도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사토 오오키의 말입니다. - 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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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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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작가의 글이 국내에서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혹자는 전작인 <사는 게 뭐라고>가 더 낫다고 하던데, 전작을 읽지 않고 바로 이 책을 읽어서일까? 모르긴 몰라도 전작에서는 광고에서 붙이는 '시크한', '거침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글이 많은가보다. 제목과 부제만 보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초월한 어느 작가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철학을 그려놓은 느낌이 든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기 마련인데, 죽음 앞에서 너무 소란스럽게 호들갑 떨거나, 고통을 참아가며 삶을 연장하고 싶지는 않다던 태도에는 공감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후 원제인 '죽을 의욕 가득'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면, 번역된 '죽는 게 뭐라고'와는 뉘앙스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에 대한 관조적인 태도를 넘어서 자신의 바로 눈 앞에 닥친 죽음을 적극 수용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약간의 허세가 섞인) 원제가 더 그 맛을 잘 살린 것 같다는 생각이다.


글을 읽다보면, 작가가 매우 자주 인용하는 "돈과 목숨을 아끼지 말거라"라는 아버지의 인생관이 작가의 삶에도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동생과 오빠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지극히도 가난했던 어린시절의 삶은 죽음은 언제나 그녀 곁에 있는 것임을 깊이 각인시켰을 것도 같다. 이러한 배경이 그녀를 '시크한' 독거 작가로 성장시켜, 일흔 가까운 나이에 암 선고를 받고도 그렇게 초연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삶도 그렇지만 죽음에 대한 인식도 우리는 다분히 사적일 수밖에 없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 정도의 솔직한 글을 쓴다는 것이 우리의 관점에서는 특이하고 독특할 수는 있겠지만, 죽음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매우 스타일리쉬한 것은 맞지만, 죽음에 관한 매우 색다른 관점이나 죽음을 대하는 지혜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어서 막상 읽어보니 읽기 전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에세이 한 편을 읽으면서 뭐 그리 큰 것을 바라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웬일인지 작가의 글에 별로 이입되지 못한 채 각 장의 에피소드를 건조하게 눈으로 쫓는 독서를 하고 말았다. 덕분에 전체적인 느낌에 집중하기보다는, 무엇이라도 남기려고 한 문장 한 문장에 집착하여 의도와는 다르게 밑줄 친 부분이 많아졌다. 



일평생 돈을 얼마나 벌고 얼마나 썼는지를 생각해보니, 지금껏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도 꺼림칙하고 무서웠다. - 16쪽

나는 암 투병기가 너무 싫다. 암과 장렬한 싸움을 하는 사람도 너무 싫다. 비쩍 말라서는 현장에서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너무 싫다. - 24쪽

동물들은 고독을 견디는 강인하고도 적막한 눈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은 고독한 눈을 잃어버렸다. 그런 눈은 온갖 욕망을 표현하는 도구로 전락하여 탐욕스럽게 번들거린다.
우리 인간은 숙명적으로 그렇게 변해버렸다. - 50쪽

장례를 치를 절(寺)을 정하는 등의 준비를 해봐도, 살아 있으면 그만 잊어버리고 만다. 내가 죽는 다는 사실을. - 54쪽

지금이 인생 중 가장 행복하다.
일흔은 죽기에 딱 적당한 나이다.
미련 따윈 없다. 일을 싫어하니 반드시 하고 싶은 일도 당연히 없다. 어린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죽을 때 괴롭지 않도록 호스피스도 예약해두었다.
집 안이 난장판인 것은 알아서 처리해주면 좋겠다.
저세상을 믿진 않지만, 만약 저세상이 있어서 아버지를 만난다 해도 지금의 나는 아버지보다 스무 살이나 많으니 정말로 곤란하다.
찢어지게 가난했다. 나는 모든 것을 가난으로부터 배웠다.
부자는 돈을 자랑하지만, 가난뱅이는 가난을 자랑한다.
모두들 자랑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 - 62, 63쪽

내가 생각하기로 사람은 집에서 죽어야 한다.
병원에서 죽는 게 당연해진 세상이지만, 사실은 자기 집 다다미 위에서 죽어야 마땅하다.
그때는 목숨이 지구보다 중하다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은 일본 아이들의 목숨보다 이라크 아이들의 목숨이 더 가벼운 세상이다.
다다시와 오빠의 목숨도 혼불이 되어 훌쩍 사라질 정도로 가벼웠다. 하지만 모든 목숨은 저울로 잴 수도 돈으로 바꿀 수도 없다. - 70, 71쪽

나는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단, 병과의 장렬한 싸움만은 싫다.
죽을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연극배우가 나날이 야위어가는 모습으로 등장했던 무대는 싫었다. 관객에게 실례가 아닌가. 나는 통증이 시작되면 곧바로 마취제를 놓아주었으면 한다. 지체 없이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 72쪽

나는 저세상을 믿지 않는다.
저세상은 이 세상의 상상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저세상은 이 세상에 있다. - 73쪽

아무리 냉정하고 침착한 사람이라도, 생각의 가장 안쪽과 마음의 가장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는 본인조차 알 수 없다.
막상 부닥쳐보지 않으면 모른다.
환자의 언어 건너편에 있는,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누구도 부닥쳐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성이나 언어는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는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 150쪽

어릴 적에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게 된 유리구슬 하나를 아무래도 찾을 수 없었을 때 느꼈던, 어쩔 도리 없는 쓸쓸함과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어린 나의 작은 우주에서 소중한 물건이 사라질 때면 그 물건이 어딘가에 섞여 들었다가 다시 나온다거나, 오빠가 장난으로 훔쳐 간 것이라서 결국 호주머니에서 발견된다는 식의 희망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나의 작은 우주에서.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그 감정은 소중한 물건이 영원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걸 깨닫는 쓸쓸함이었다. - 152쪽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 이제는 결코 투명한 모습으로 고요히 내 앞을 스쳐 갈 일이 없어진 것이다.
단지 나를 스쳤던 사람이 영영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마치 이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가 사라진 양 돌이킬 수 없는 쓸쓸함을 느낀다는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 153쪽

제가 의사한테 남은 날이 1년이라는 말을 들어서, 남편이 그때부터 절대로 저한테 고함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성질이 급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저한테 가장 기뿐 순간은, 제가 아프다는 걸 잊어버린 채 남편이 또 고함을 칠 때예요. 그건 제 병을 남편도 까먹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게 가장 기뻐요. 전 뭐든 다 하면서 지내요. 병 걸리기 전이랑 완전히 똑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신기해요. 아무 데도 안 아프거든요. 왠지 이건 내 힘이 아닌 것 같아요.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힘이 아닌 다른 힘에 의해 살아가는 것 같아요. - 161,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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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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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우선은 믿고 사서 읽어보는 편인데, 이 책 역시 나쁘지 않았다. 단편집인줄은 모르고 구매하였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인데, 전체적인 구성이나 내용을 보면 작가가 다양한 인간의 삶을 통해 제시하려고 했던 '관계의 치유'라는 큰 줄기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살면서 크고 작은 상처와 고통 없는 이들이 있겠느냐마는,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각자의 인생에 있어서 치명적인 트라우마(죽음, 갈등, 단절)에 갇혀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짧은 단편들 속에서 작가는 상처입은 존재들이 스스로 그 상처를 치유하며 삶과 관계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순간을을 담아 독자에게 제공해준다. 


딸 아이 대신 성인식에 참가함으로써 그동안 결코 헤어나올 수 없었던 아이의 죽음이라는 상실로부터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부부(성인식), 엄마의 참견과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연을 끊고 독립적인 삶을 살다가 비자발적으로 다시 찾아가 본 엄마의 모습에서 열등감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한 여자의 민낯을 보며 엄마를 연민하게 된 딸(언젠가 왔던 길), 이발사와 손님이라는 표면적 타인의 관계에서 대화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고백하고 이해를 구하는 아버지(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소설, 게다가 단편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한계가 없지는 않지만, 각각의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제시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관점, 관계의 회복과 치유를 위한 진정어린 노력은 의미있는 울림이 되어 다가왔다.

지금 돌아가면 또 한탄과 회한의 날들이 시작될 것이다. 오늘로 끝내고 싶었다.
스즈네를 위해서기보다 자신들을 위해서였다. 우리는 늘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슬픔을 어느 시점에서는 과감하게 떨쳐내야 한다.
나와 미에코에게도 성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 44쪽

오늘 날씨는 퍼머넌트 옐로 - 90쪽

대부분의 손님은, 굳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을 원하십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이미 젊지 않으신데 젊은 시절 스타일을 고수하려 하시거나, 각진 얼굴형인데 마치 야쿠자 같은 스타일을 원하시거나.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뭐하지만,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과 현실의 자신은 왕왕 다른 법이지 않겠어요. 거울에 고스란히 비쳐 보이는데 말입니다. - 104, 105쪽

일이란 결국 타인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손님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 같이 일하는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 이발소든 다른 가게든 회사든, 그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 107쪽

이상적으로 여기는 자신의 모습과 현실의 자기 모습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131쪽

아마 제가 모든 것을 거울 너머로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똑바로 마주하면 괴로우니까 말이죠. - 133쪽

현실의 빛이 제대로 비치기 시작하면, 모든 게 아무 쓸모없는 잡동사니 장난감으로 변한다. - 224, 225쪽

어른이 되면 자기 부모라도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법이다. 절대 특별한 존재는 아니었다. 어느 면에서나 그냥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억 속의 아버지 나이를 넘긴 지금은. - 246쪽

"누구나 시곗바늘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겠죠." -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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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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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애디 무어는 루이스 워터스를 만나러 갔다. 오월,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기 바로 전의 저녁이었다." 마치 단편소설의 한 대목과 같이 단도직입적인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애디 무어나 루이스 워터스가 누구인지, 이들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대한 배경설명 없이 작가는 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짧은 분량, 단순하고 명료한 서술, (어느 정도) 예상되는 전개, 평범한 대화체로 구성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읽을수록 마음이 끌렸다. 한나절의 시간을 들여 다 읽었지만, 읽는 내내 넘어가는 책장이 아쉽기만 했다. '황혼의 로맨스'라고 단순화하는 것은 오히려 이 소설을 폄하하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차분하고 담담한 가운데 깊이가 묻어나는 소설이다.


책을 한 장 넘기자마자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라는 애디의 직설적이고도 당돌한 제안이 보인다. 마치 프로포즈를 하듯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밤의 어둠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는 여자는 삶의 마지막 자락에 커다란 용기를 낸듯 하다. 더이상 아무것도 흡수하지 못한 채 말라비틀어진 채로 죽어가던 나무가 갑자기 생기를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듯하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너무 오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이제 더는 그러지 않을 거에요."라는 말에 애디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다. 제3자들이야 무시한 채로 살아갈 수 있어도 가족, 특히 자식들에게는 끝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다(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종종 나오는 바로 그 상황이다). 딸에게 나도 너에게 삶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으니 너도 내게 강요하지 말라, 고 말한 루이스가 오히려 꿋꿋하게 애디와의 관계를 밀고 나간다. 하지만 처음에 그를 놀라게 할 정도로 용기를 내어 다가오던 애디가 자식의 요구 앞에서 끝내 흔들리게 된다. 더 이상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살고 싶다던 그녀의 변심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왜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행복을 찾은 방식대로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가"라는 뒷표지의 한 문장이 인상적이다. 그것이 가족이든, 제3자든 왜 우리는 자신의 이기심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저 밖으로 내몰려고 하는지. 젊은 날의 뜨겁던 욕망도, 한 없이 빛날 것만 같던 사회적 지위도, 어지러히 연결되어 있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하나 둘씩 사그라들거나 끊기고 있는 인생의 마지막 여정에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반대로 그 시기가 되어서야 진짜로 원하는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는 일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래도 이대로 끝이 아닐 것 같은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한번 두 남녀를 응원하게 되는 까닭이다.

그런데 침대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준다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 밤중에,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그녀가 말을 멈추고 기다렸다. 어떻게 생각해요? - 10쪽

나는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어차피 다 알게 될 거고요. 누군가가 보겠죠. 앞쪽 보도를 걸어 앞문으로 오세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너무 오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이제 더는 그러지 않을 거에요. - 13쪽

아무런 믿음도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에 대해서는 있어요. 당신은 믿을 수가 있어요. 그건 이미 알아요. 다만 내가 당신과 똑같을 수 있는지 확신이 안서네요. - 13, 14쪽

고마워요. 하지만 그 사람들로 인해 나는 상처받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함께하는 밤들을 즐길 거에요. 그것들이 지속되는 한.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말해요? 일전에 내가 그랬듯 말하네요.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기를 원해요. 그녀가 말했다. 이미 말했듯, 난 더 이상 그렇게,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그들이 하는 말에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아요. 그건 잘 사는 길이 아니죠. 적어도 내겐 그래요.
좋아요. 내게도 당신 같은 분별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신 말이 옳아요, 물론. - 33쪽

초콜릿은 안 먹는 게 좋다지만 이제 와서 뭐가 달라지겠어요? 먹고 싶은 건 다 먹고 죽을 거에요. - 40쪽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는군요.
그건 아니고, 뭐랄까요, 그녀와의 추억을 아직 사랑하고 있기는 한 것 같아요. - 45, 46쪽

그런데 말이에요, 나는 아내보다도 타마라에게 상처를 준 게 더 한이 돼요. 내 혼이랄까, 그런 걸 실망시킨, 흙바람 부는 소도시의 평범한 고등학교 영어선생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이 되라는 일종의 소명을 저버린, 그런 느낌이에요. - 50쪽

네 말이 맞다. 좋아하거나 잘 알지도 못했지. 그런데 바로 그게 내가 지금 좋은 시간을 보내는 요인이란다. 이 나이에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 스스로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 알고 봤더니 온통 말라죽은 것만은 아님을 발견하는 것 말이다. - 59쪽

아주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요. 좀 신기해요. 여기 깃든 우정이 좋아요. 함께하는 시간이 좋고요. 밤의 어둠속에서 이렇게 함께 있는 것.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잠이 깼을 때 당신이 내 옆에서 숨 쉬는 소리를 듣는 것. - 102쪽

나는 이 물리적 세계가 좋아요. 당신과 함께하는 이 물리적 삶이요. 대기와 전원, 뒤뜰과 뒷골목의 자갈들, 잔디, 신선한 밤, 그리고 어둠속에서 당신과 함께 누워 있는 것도요. - 141쪽

당신은 뉴스이고 싶어요?
아뇨, 절대로. 난 그냥 하루하루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밤에는 당신과 함께 잠들고요.
그래요,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죠. 우리 나이에 이런 게 아직 남아 있으리라는 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에요. 아무 변화도 흥분도 없이 모든 게 막을 내려버린 게 아니었다는, 몸도 영혼도 말라비틀어져버린 게 아니었다는 걸 말이에요. - 159쪽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건 알아요. 하지만 나도 당신에게 그런 의미일 것이라는 생각이 도저히 안 들어요.
그 얘기는 됐어요.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 당신 문제니까요. - 163쪽

그는 밤에 그녀의 집에 왔지만 이제 전과 달랐다. 예전의 편안한 즐거움과 발견의 분위기가 없었다. 차음 루이스가 오지 않는 날이 생겼고 애디 또한 루이스와 함께 누워 있기보다는 혼자서 책을 보고 싶은 밤이 늘었다. 그녀는 옷을 벗고 그를 기다리기를 멈췄다. 그가 오는 날이면 아직도 손을 잡긴했지만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습관과 쓸쓸함, 그리고 예감된 외로움과 낙심 때문이었다. 마치 다가올 무엇에 대비하여 이런 순간들을 비축해두려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을 깨어 말없이 함께 누워 있을 뿐ㅇ 이젠 사랑을 나누지도 않았다. - 180쪽

진심이에요. 당신은 내게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 이상 더 뭘 원할 수 있겠어요? 당신과 함께한 후 난 이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어요. 당신 덕분이에요. -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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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양장 특별판)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콩(책과콩나무)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를 놓쳐 대신 책을 읽기로 했다. 영화 티저만 보더라도 원작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가 보이는, 어찌보면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설정이기는 하다. 아픈 아이, 친구나 사회로부터의 단절, 비자발적인 생각의 조숙, 관계의 어려움과 역경, 열등감으로부터의 해방... 그럼에도 이 소설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각자의 다양한 시선을 통하여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보려는 시도에 있다고 하겠다. 각 장의 제목이 어거스트, 비아, 서머, 잭, 저스틴, 미란다... 등 등장인물들로 구성되어 있고, 해당 인물이 1인칭의 시점에서 독백을 하듯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스토리에 독특한 재미를 부여한다.


수차례의 수술로 인하여 얼굴이 일그러진 어거스트의 외모적 열등감과 유사하게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열등감이 존재한다. 작가는 인간이 이러한 문제를 결코 혼자의 힘만으로 풀어나갈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어거스트의 부모, 누나, 선생(현실에서는 찾기 어려울 것 같은 너무나도 이상적인 교사라는 것이 흠이다), 친구들은 그 나름의 방법으로 어거스트를 대한다. 때로는 그것이 배려나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의 부담과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관계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존 던의 말을 인용한 브라운 선생의 1월 금언처럼 인간은 섬이 아니며, 혼자서 완벽하지 않으므로... 

우리의 존재!
"우리의 존재."라며 선생님이 두 낱말에 죽죽 밑줄을 그었다.
"우리의 존재! 우리! 알겠나? 우리는 어떤 종류의 사람들인가? 당신은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 가장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닐까? 그것이야말로 항상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할 질문이 아닐까?" - 85, 86쪽

브라운 선생님의 9월 금언 :
만약 옳음과 친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 - 86쪽

브라운 선생님의 10월의 금언은 이랬다.
우리가 행한 행동이 곧 우리의 묘비이다.
수천 년 전에 죽은 어떤 이집트인의 묘비에 적힌 말이라고 했다. - 112쪽

365일이 할로윈이면 좋겠다. 그러면 누구나 항상 가면을 써도 된다. 그러면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가면 속의 얼굴을 보기 전에 서로에 대해 알 수 있을 텐데. - 125쪽

눈이 올 때 우산을 쓰는 그런 어른은 되지 않겠다. 절대로. - 235쪽

우주는 결국 모든 것을 공평하게 만들어 준다. 우주는 자신의 모든 새를 저버리지 않는다. - 319쪽

이제는 내 얼굴에 적응한 아이들과는 달리 내 모습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그런 눈들이. 어느 방향에 놓든지 나침반의 바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모두의 눈이 나침반이라면 나는 그들에게 북극인 셈이다. - 322쪽

"하늘나라에 가면 사람들은 똑같게 보여?"
"글세. 아닐 거야."
"그럼 어떻게 서로 알아봐?"
"글쎄다, 아가."
엄마는 피곤한 목소리였다.
"그냥 느끼는 거야. 사랑하기 위해 꼭 눈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 그렇지? 그냥 마음으로 느끼는 거야. 하늘나라에서도 그럴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아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는 않아." - 351, 352쪽

인간은 섬이 아니다. 혼자서 완벽하지 않으므로. - 존 던 – 4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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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3-07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록 외면의 상처가 없는 이들이라도, 내면의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점에서 「원더」는 참 가슴에 와닿는 영화였습니다...

붉은눈 2018-03-07 16:18   좋아요 1 | URL
말씀을 들으니 뒤늦게라도 영화를 보고 싶어집니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어거스트가 헬멧을 벗고 세상을 대면하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cyrus 2018-03-07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늘 고독해서 외로이 멀리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존 던은 다르게 보는군요. ^^

붉은눈 2018-03-07 22:42   좋아요 0 | URL
저도 cyrus님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존 던의 말을 곱씹어 보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