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준비생의 도쿄 -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
이동진 외 지음 / 더퀘스트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아직도 우리 산업의 미래를 일본에서 찾는군.'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이다. 흔히 하는 말로 우리나라 산업이나 유행은 일본에 10년 정도 뒤쳐져 있으니,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뜨는 사업을 하려면 일본을 참고하면 된다고 하지 않던가. '퇴사준비생'이라는 단어 때문에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퇴사를 준비하면서 참고할 수 있는 신사업에 초점을 맞추었는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퇴사준비생이라는 용어가 갖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여, '퇴사준비 = 자영업준비'라는 등식을 전제로 소매 점포나 외식업 위주의 업체가 주로 선정되거나, 퇴사준비생인 개인이 할 수 없는 규모('취향'편엔 지브리 미술관을 넣어놓았다)를 소개한 점은 아쉽다. 반면, 기존 사업모델만을 소개한 책들에 비하여 사업의 차별성과 전략, 경역철학에 관한 부분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다는 것이 특징이기는 하다. 개인이 아닌 중소, 중견기업이라면 참고할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전반적으로는 일본에서 새롭게 유행하는 분야를 소개한 기존의 책들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들지 않았다. 아무리 일본에서 뜨는 핫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일본인들의 구매 성향이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에 성공한 것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한 필터링이 필요할텐데, 독특함을 강조하다보니 실제 적용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약했던 것 같다. 일례로 저자들은 아코메야라는 쌀가게를 책의 제일 처음에 배치하였는데, 생산지에 대한 구분, 밥 한상을 꾸밀 수 있는 반찬 판매 등 쌀가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이 업종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궁금하다. 요리사 없이 통조림만으로 하는 요식업, 고기의 특수부위를 경매하는 가게와 같은 업종도 그렇다. 


아무튼 일본의 신산업에 대한 소개를 받고자 하는 차원에서는 좋은 사례들이 많은 책이지만, '퇴사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기존 일본 관련 서적들과 차별화까지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선배들의 현재가 자신의 5년, 10년 후 모습일 텐데 본받고 싶은 상사를 찾는 것이 퇴사 후 할 일을 찾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습니다. 회사에 다닐수록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미래를 마주합니다. 직장인들의 내일에서 안녕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 6쪽

"10년 후의 변화를 예측하기보다 10년 뒤에도 변치 않는 걸 고민해야 합니다." - 9쪽

시루카페는 온라인 리쿠르팅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창업자 유스케 카키모토는 채용의 온라인화를 바람직하다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채용 과정에서는 신속도보다 정확도가 더 중요한데 온라인 채용에서는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온라인 채용의 부작용을 덜고, 기업의 수요와 인재의 공급 간 불일치를 해소하고자 시루카페를 만든 것입니다. 어쩌면 ‘알다’라는 뜻을 가진 ‘시루’카페의 가장 중요한 숨은 의미는 기업과 인재가 서로를 알아보는 장소라는 점일지도 모릅니다. - 59쪽

필름을 만들던 회사에서 화장품을 출시한 것이 낯설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필름과 화장품 사이에는 콜라겐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콜라겐은 필름의 산화 현상을 막는 역할뿐만 아니라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70년 넘게 필름을 연구하며 콜라겐 성분을 개발했던 후지필름이 화장품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핵심역량을 정의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남달랐기에 회생이 가능했습니다. - 97쪽

"전구가 발명됐지만 양초는 사라지지 않았다. 양초는 예술의 영역으로 이동해 낭만적인 물건으로 용도가 달라졌다."
<문구의 모험>의 저자 제임스 워드의 설명입니다. 그의 말처럼 신기술이 제품의 구세대의 제품을 완전히 도태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자기만의 가치를 찾아 변화에 적응한다면 세월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습니다. - 104쪽

호우잔의 가격 전략은 일반 판매를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챙기고, 경매판매를 통해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반대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일반 주문만 해서 고기를 먹으면 손해고, 경매 참여를 해서 고기를 낙찰받으면 이득입니다. 그래서 경매가 열리면 손님들은 수동적인 자세로 관망하지 않습니다. 승자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듭니다. - 111, 112쪽

롯폰기 힐즈는 부동산 개발 업체인 모리빌딩그룹에서 개발한 복합시설입니다. 모리빌딩그룹의 회장 모리 미노루는 ‘수직도시론’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롯폰기 힐즈를 개발했습니다. 수직도시론은 단순히 땅값이 비싸니까 높이 짓자는 것이 아닙니다. 탈공업사회, 지식산업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공간 디자인입니다. 공업사회에서는 일터와 주거가 분리되어 있었고, 그랬기에 근로시간이 끝나면 일을 잊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식산업사회에서는 머리와 감성을 가지고 가치를 창출하는 만큼 일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여가시간도 중요해집니다. 여가시간은 휴식의 기능도 하지만 일을 위한 영감의 원천을 제공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132쪽

공감은 공간에 반비례합니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심리적인 거리는 가까워진다는 뜻입니다. 격투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관심은 있지만 용기가 없는 초보자들도 눈앞에서 스파링을 하는 모습이나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없던 관심과 용기가 저절로 생깁니다. 파이트 클럽 428은 링과 바를 바로 붙여놓음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하였습니다. 편하게 칵테일을 마시면서도 시각적으로는 강력한 펀치에 자극을 받고, 청각적으로는 미트를 강타하는 소리에 빨려들어 갑니다. 칵테일 한잔을 마시면 격투기를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입니다. - 142쪽

글로벌 브랜드로 쇄신하기 위해 하라 켄야가 세운 방향성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제조 과정 단순화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담은 디자인으로 합리적 가격의 제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목표를 가지고 궁극의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156쪽

무인양품답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철학적인 사상을 구체적으로 성문화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무인양품은 리브랜딩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하고자 여러 시도를 합니다. 그중 하나가 ‘파운드 무지(Found MUJI)’입니다.

‘시대와 국경을 넘어, 무인양품을 찾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 159쪽

쿠시야 모노카타리는 가장 재밌는 프로세스만 고객에게 넘겨줍니다. 재료 손질, 기름 청소 등 앞뒤의 귀찮은 일들은 쿠시야 모노가타리가 전담합니다. 고객은 튀기는 데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부차적인 프로세스만 손님에게 넘기거나 전체를 맡겨버리는 일반적인 셀프서비스와는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고객이 맡은 프로세스를 더 수월하게 해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기름이 바깥으로 튀지 않도록 하는 특제 튀김기는 피수고, 튀김가루를 미세하게 갈아 초보자도 얇고 바삭하면서도 속재료와 엉기지 않도록 튀김옷을 입힐 수 있습니다. 또한 재료에 따른 적정 튀김 시간 등을 알려주는 튀김 매뉴얼을 테이블마다 비치해 쉽게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셀프로 해도 퀄리티 차이가 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결과가 좋아야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의미가 있습니다. - 206, 207쪽

츠타야 티사이트에서는 책, 영화, 음악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제안에 신경을 씁니다. 츠타야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시대의 흐름을 보는 마스다 무네아키의 통찰 때문입니다. 그는 지금의 시대를 소비사회의 ‘서드 스테이지(3rd stage)’로 봤습니다. 퍼스트 스테이지는 물건이 부족한 시기로 어떤 상품이건 용도만 충족하면 팔리는 시기입니다. 세컨드 스테이지는 물건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구매하는 장소가 선택의 기준이 되는 시기로 고객 접근성이 중요했습니다. 반면 현재의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물건도 넘쳐나고 구매할 수 있는 장소도 충분합니다. 그러므로 넘치는 정보 속에서 삶의 가치를 높여주고 고객의 선택을 돕는 제안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 232, 233쪽

퍼스트 스테이자와 세컨드 스테이지에서는 ‘자본’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상품과 유통망을 만들려면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자본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돈이 많다로 해도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제안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서드 스테이지에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지적 자본’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적 자본이 회사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역량이라는 뜻입니다. - 233쪽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것들 안에는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기본이 담겨 있습니다." - 303쪽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새로운 정보를 얻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서 온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로 꼽히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입니다. 문제해결 여부는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 313쪽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기발한 행태를 만드는 것도, 무언가를 멋있게 보이도록 하는 것도 아니다. 디자인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는 작업이다."

넨도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사토 오오키의 말입니다. - 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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