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클라크의 와인 이야기
오즈 클라크 지음, 정수경 옮김 / 푸른길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유홍준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에서 처음 인용한 이래 인구에 무수하게 회자되어 온 말이다. 홀대 받고 있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어찌할 수 없는 애정에서 솟아나온 이 말로 인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우리 주위를 다시 둘러보게 되었던 것이다. 유홍준이 각주에서 밝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의 원전은 이런 것이었다.(내 기억에)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아니하리라.”  말하자면 요즘 와인관련 서적을 열심으로 읽는 한 이유이기도 한데, 어쩌면 와인에 관해서는 남들로부터 ‘와~대단한데~’하는 소리가 듣고 싶고, 나도 속으로는 ‘어때, 멋지지~’ 하고 뻐기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근자의 시류에 빠져 따라 흘러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렴 어떠랴. 이 책은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장 <와인의 향>은 와인의 향과 맛 그리고 포도의 품종에 대한 이야기. 몇 번 와인을 마셔본 실로 일천한 경험으로는 와인에 좋은 냄새가 난다는 정도만 알지 이 향이 자두향인지 딸기향인지 복숭아향인지 바닐라향인지 초콜릿 냄새가 나는지 탄 냄새가 나는지, 흙냄새가 나는지 도통 알수가 없고 맛이라는 것도 대체로 떫기만 하고...그리고 포도에는 우리가 흔히 먹는 포도, 청포도, 그리고 거봉이 있는 줄로만 알았지 그렇게 많은 종류의 포도품종이 있는 지는 또 어떻게 알았겠는가

두 번째 장 <와인 즐기기>에서는 코르크 마개 따는 법에서부터 와인잔, 디캔팅, 와인 시음하기, 레스토랑에서 와인마시기, 와인과 음식의 조화, 와인과 건강, 와인 구입과 보관, 와인 라벨 읽기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자나가던 소나 개도 피식~하고 웃을 대목.

 

<p58 고급 레스토랑과 불량 레스토랑의 차이>

• 고급 레스토랑 : 와인리스트에 와인정보를 성실하게 실어 놓은 곳, 문제 있는 와인을 기꺼이 교환해 주는 곳.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정선하여 소개해 놓은 곳

• 불량 레스토랑 : 와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곳, 손님의 불평에 이의를 제기하는 곳. 와인지식을 갖춘 직원이 없고 태도가 위압적인 곳

<p66 와인샵의 차이>

• 고급 와인샵 : 와인지식을 갖춘 직원이 정보를 제공한다. 값싼 와인을 소개할 때도 세심하게 배려한다.

• 저급 와인샵 : 와인 지식을 갖춘 직원이 없다. 손님이 원하는 것 보다 더 비싼 와인을 판매하려 한다. 병에 먼지가 쌓이고 변질되어도 방치한다.


이게 expert tips 란다.  대단단단 유익하고 심오하게 전문적인 정보다. 이게 말인지 똥인지....좀 웃기기도 한데, 그래도 빛나리 클라크 아저씨 얼굴을 보면 애교로 봐줄만도 하다.

세 번째 장 <세계의 와인>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에스파냐, 포르투칼, 독일, 미국, 캐나다,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와인을 제조하는 거의 모든 나라가 망라되어 있으며 주요 국가들은 또 주요 지역별로 소개하고 있다. 각 나라의 각 지역마다 와인산지에 대한 기본적인 개요 소개 뒤에 <이곳의 와인 산지는 중요한가>, <이곳의 빈티지는 중요한가>, <언제 마셔야 할까>, <내 주머니 여건으로 구입이 가능할까>하는 항목이 나오는데 그 내용이 거의 동어반복적인 면이 없지 않다. 각 와인 산지마다 꼭 마셔야 할 10가지 정도의 와인을 추천하고 있는 퀵가이드라는 코너는 유익하다는 생각이다. 가격이 영국현지가라 우리나라와 맞지 않고 또 쉽게 접할수 없는 것도 많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와인을 고르는데 꽤 도움이 될 것도 같다.


총평을 하자면 고급 저급 와인샵의 차이 등 몇 군데 웃기는 장면, 중언부언하는 느낌, 다소 비싼 듯한 책 가격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고, 틈틈이 등장하는 빛나리 클라크 아저씨의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 사진들이 잘 나온 점, 전세계 와인산지를 총망라한 점, 적정한 가격의 꼭 마셔볼 만한 와인을 선별 추천한 점 등은 마음에 든다. 어쨌든 이제 처음으로 와인을 마셔보았고, 앞으로 와인을 좋아하게 될 것 같고, 와인에 대해 공부를 좀 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 잘난 자식 못난 자식 가리지 않듯이, 그 책이 좋은 책이든 그렇지 않은 책이든 와인에 관한 책이라면 읽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뭘 알아야 보이든지 느끼든지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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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웨이 - 할인행사
알렉산더 페인 감독, 폴 지아마티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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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주년 기념일 개봉할려고 금지옥엽 애지중지하던 샤또 슈발 블랑 1961(와인나라에는  2000년 빈티지가 270만원에 나와있다)을......아내와 이혼하고 친구 결혼식날 허름한 패스트 푸드점 같은 곳에 혼자 앉아 도너츠 안주로, 그것도 주인 몰래 일회용 콜라컵에 따라 마시게 될 줄을 빛나리 아저씨 마일스가 어찌 알았겠는가 이말이다, 내 말이.... 흔히 말하듯이 인생이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법이고, 와인이 오래 숙성하게 되면 오묘한 맛을 내듯이 어쩌면 인생이라는 것도 오래 살다보면 그 예측하기 어려움에 묘미가 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한병의 포도주를 인생에 비유하는 것은 인생의 측면에서 본다면 인생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도 같지만 포도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포도주에게도 인생 못지않은 오묘한 그 무엇이 있기는 있는 것이다.

두 남자의 일주일간의 여행 이야기이다. 토요일 결혼을 앞둔 잭은 친구 마일스와 총각파티겸 기분풀이로 켈리포니아 와이너리 여행을 떠난다. 와인 애호가인 마일스는 2년전 이혼했고, 현재는 영어교사로 소설을 쓰고 있지만 출판사로부터는 항상 거절을 당하고 있다. 잭은 지금은 한물 간 배우지만 그 자신의 본능은 결코 한물 가지 않았다.(부언하자면 본능은 성욕을 말한다) 여행내내 마일스는 와인에 집착하고 잭은 여자에 집착한다. 이혼한 아내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해 마야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마일스. 결혼을 앞두고 있음에도 주체할 수 없는 성욕으로 인해 코가 깨지고, 알몸으로 줄행랑을 놓아야 하는 잭. 우여곡절파란 끝에 잭은 무사히 결혼식을 치른다. 잭의 결혼식에서 이혼한 아내를 만난 마일스는 피로연에 참석하지 않고 햄버거 가게에서 홀로 샤토 슈발블랑 1961을 마시며 궁상을 떤다. 하지만 마일스도 국으로 죽으란 법은 없다. 마야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마야를 만나러 떠나는 마일스. 마야의 집 대문을 뚜디리는 순간... 영화는 끝~

이 영화 뻔한 헤피엔딩이 아니어서 우선 마음에 들었다. 간간히 웃기는 장면도 꽤 나오고 코끝이 시큰한 대목도 한 두군데 있다. 무엇보다도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만약 보게 된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성을 부여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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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 잔의 진실
무라카미 류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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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빛나는 이름이야 숱하게 들었지만, 류의 소설을 읽는 건 처음이다. 뭐 내가 류의 소설을 읽고 싶어서 읽은 건 아니고, 와인에 관한 소설이라고 해서 기웃거려 본 것 뿐이다. 8개의 단편이 와인 이름을 그 제목으로 하고 있다. 오퍼스 원, 샤또 마고, 라 타슈, 로스 바스코스, 체레토 바롤로, 샤토 디켐, 몽라셰, 트록켄베렌아우스레제.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한 둘 있지만 아마도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독일 등 각국의 최고급 와인들이 망라되어 있는 듯 하다. 물론 마셔 본 것도 마셔 본 적도 전무후무 상무하무하다.

그 노인이 나인지, 그녀가 나인지, 내가 그 노인인지, 내가 그녀인지, 도대체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단편 <로스 바스코스>, 안개낀 공원에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자신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잘 모르는 한 여자의 이야기 <트록켄베레아우스레제> 두 편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성적인 이야기로 끈적하고 쓸쓸하다.


<오퍼스 원>은 10살이후로 줄곧 새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한 여자의 이야기다. <샤또 마고>에는 미니스커트에 미치는 변태 우편배달부가 등장하고, 잠자는 친구 옆에서 개같은 포즈로 그 짓을 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라 따슈>, <샤또 디켐>에는 가죽 채찍과 피멍든 궁뎅이 그리고 SM클럽이 납신다. (뭘 모르던 옛날엔 SM이 무슨 세드무비의 약자인줄로 잠시 착각하기도 했었다.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내 알기로 우리나라엔 이거 없다. 아니 어쩜 가까운 어디쯤에 혹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생긴다면 성범죄가 좀 줄어들까 어떨까 생각해 본다) <몽라셰>는 어두운 눈을 가진 매춘녀와의 인터뷰.....핥아주고 애무해 줄 때 남자는 어떤 모습으로 기뻐하는 지 확인하기 위해 가끔 매춘을 한다는 여자의 이야기 <바롤로> 뭐 이런 식이다. 기라성같은 상기의 와인과 책 내용에 무슨 끊지 못할 절절한 상관관계가 있는 지 모르겠다. <오퍼스 원>, <라 따슈>, <샤또 디켐>을 <참이슬>, <천년약속>, <마주앙>으로 교체한다고 해서 무에 문제될 게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너무 무례하고 무식한 소린인가?


각설하고, 인간관계의 단절이나 상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꼭 섹스를 들먹여야 하는 지 의문이다. 책 읽는 사람이야 간간이 그런 이야기가 나와주면 뭐 고맙기도 하고 독서에 흥미가 배가되기도 하고 그런 것이지만 말이다. 무라카미씨로 말하자면 아마도 이런 쪽으로 관심이 지대막대한 것 같은데, 성적인 것에 집착하여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가다 보면 나중에는 돌아나오고 싶어도 그러기가 몹시 어렵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보건데 장정일도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캄캄한 구멍속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잠잠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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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견문록 - 보르도에서 토스카나까지, 세계 최고의 와인에 담긴 문화와 역사, 반양장본
고형욱 지음 / 노브16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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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문한 본인으로서는 당근히 처음 들어보는 말이지만, 포도밭에 가보지 않고 와인에 대해서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일면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하고 당연 그런 말이 있을 법도 하다. 무엇이든지 기본이 중요한 것인데, 광역시의 변두리에 쭈구리고 앉아 홈파고 있는 형편에 와이너리 관광은 실로 요원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어쩔수 없이 책을 읽는 것인데, 이 책 <와인견문록>은 일종의 여행기 되겠다. 둘러본 국가는 2국이요, 지역으로 말하자면 5개 지역, 와이너리는 8개다. 국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요, 지역을 호명해 보면 프랑스의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피에몬테 되겠다. 8개 와이너리중 본인 가장 흥미땡기는 곳은 무똥 로칠드와 로마네 꽁띠.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라벨을 그린다는 샤또 무똥 로칠드. 1947년의 라벨은 장꼭도가,  1955년은 브라크의 해, 살바도르 달리는 1958년의 주인공이었다. 1964년은 조각가 헨리 무어, 1967년에는 세자르가, 1969년에는 호안 미로가, 1970년에는 마르크 샤갈이, 엔디 워홀은 1975년, 키스하링이 귀여운 느낌의 산양 두 마리를 그린 것은 1988년이다(이거 어디선가 봤던 거 같은데, 신의 물방울에 나오나?.) 특히 1973년의 라벨은 피카소에게 헌정되었다고 한다. 그해는 피카소가 숨을 거둔 해였다. 1973년은 작황이 안 좋은 빈티지였지만 피카소의 그림으로 인해 수집가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화가 두명이 무똥의 라벨을 디자인 했고, 1996년에는 첫 중국화가가 등장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2010년이 지나기 전에 무똥의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 이름값과 희소성이라는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줄여서 DRC).  DRC를 마신다는 것은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꿈이자 행복이란다. 축구경기장 크기만한 로마네 꽁띠 밭(0.018제곱미터)에서 나오는 와인은 일련번호가 붙어 있다. 1964년에는 9145병이 생산되었지만 1987년에는 2975병이 생산되었을 뿐이라고 한다. 매년 세계 유수의 식당과 부호들이 선점해 우리 같은 인사는 와인병 구경하기도 하늘에 올라 별따기나 마찬가지. 전체 로마네 꽁띠 생산량의 0.75%가 우리나라에 할당된 양인데 풍작인 해에는 36병, 그렇지 않은 해에는 24병 정도가 국내에 들어온다고 한다. 로마네 꽁띠 국내 출시가격은 4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물론 빈티지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내...참.. 먹고 죽을려고 해도 구할 수 가 없겠네...


책이 정사각형 모양이고 조금 무거워 침대에 누워 읽기에 조금 애로가 있었다. 팔에 쥐가 날뻔도 했다. 미국과 칠레 등 신세계 와이너리에 대한 소개도 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하튼 와인에 관심있는 인사들은 한 번 읽어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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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댓 와인
조정용 지음 / 해냄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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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하 세계 유명와인을 사 모으거나 위대한 와인들을 열심히 마시고 있는 것은 당연히 단단하게도 아니고, 다만 와인관련 서적을 대충 사모으며 또 읽고 있는 실정이다. 본인 와인에 관심을 두게 된 데에는 물론 즈음의 세태에 기인한 바 크다 할 것이나 더 보태자면 같은 공장에 다니는 동료 직원의 부채질 뽐뿌질도 대략 지대했다는 것을 밝히지 아니할 수 없다.


본인이 다니는 공장에 대단한 포스의 위스키 메니아가 한명 있었던 것이니, 전국단위 위스키 동호회에서 매우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으며, 직책에 걸맞게 민족의 명절을 전후해서는 전국 각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위직에 대한 안부 전화는 아니고 어떤 어떤 술을 구할 수 없느냐는 뭐 그런 전화다.) 유명 위스키 증류소의 위치가 표시된, 신문지를 활짝 편 크기만한 영국지도를 무슨 지하철 노선도처럼 가지고 다닌다. 소장중인 희귀하거나 저명한 위스키, 꼬냑이 소나타 한 대 값 정도는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주류 주당은 또 아니다. 소주나 맥주는 회식 때 마지못해 한 두잔 마시는 정도이고 위스키만은 대충 홀짝거린다고 한다. 말하자면 컬렉터다. 보고 듣고 있자니 본인도 뭐 하나 하고 싶은 생각이 꿀뚝을 타고 피어 올랐던 것이다. 본인도 컬렉터로서의 기질은 이미 인정받은 바 있다. 우리 마누라로부터 말이다. 그런 저간의 사정으로 연하여 요즘 와인관련 서적을 읽으며 나름으로 열공하고 있다. 


본 책을 읽고 느낀 소감 몇 토막

 

1. 와인에 대한 체계적인 안내서는 아닌 것 같다. 와인관련 잡지에 연재한 컬럼을 모아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딱딱한 교과서가 아니라 읽기 쉬운 에세이집이다. 실용적이고 학문적인 접근보다는 와인에 대한 대충적인 분위기 파악에 적합하다.


2. 와인은 기호식품일 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미술품과 같은 투자대상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지금 잘 사놓은 와인 몇 병은 십여년 뒤에 수 십배 혹은 수 백배로 뻥튀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와인은 그냥 술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속에서 이루어진 하나의 문화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대단히 복잡하고 오랜. 더하여 인간의 고단한 노력이 가미된. 말인즉슨 와인은 하나의 산업이고 문화다


3.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와인 메니아 였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1997년 5월 영국 런던 소더비에서 웨버 컬렉션으로 출품된 와인 18,000병이 600만달러(72억원)에 팔렸다. 이거 병당 얼마인고, 당시로서는 최고였으나, 지금은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단독 출품 와인 경매라고 한다. 진정한 수집가는 수집품을 팔지 않는 법인데, 웨버가 왜 50평생 모은 와인을 처분 했는지 궁금하다. 


4. 언젠가는 내가 와인 라벨을 수집하고 있을 것만 같다. 엔디 워홀이나 피카소의 작품 이미지를 새긴 샤토 무통의 라벨이나 화려한 보졸레 누보의 와일 라벨을 모으고 싶다. 객주도전되어 와인 맛을 음미하기 보다는 와인 라벨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아마도 나에게 컬렉터의 피가 흐르기 때문인가 보다. 거부할 수 없는 어떤 운명적인 파워가 나를 내몰고 있는 것 같다.  구루마 끌고 와인병 모으러 다닐지도 모르겠다. 라벨 수집가를 빈티툴리스트(vintitulist)라고 한단다.


5.  <신의 물방울>에도 숱하게 등장하는 로버트 파커에 대한 의문점이 더 커졌다. <신의 물방울>을 보면 와인평론가로 로버트 파커라는 인물은 거의 절대적으로 그려져 있다. 미국인인 파커에 대하여 주로 프랑스에서 안티운동이 활발하다고 하고, 어느 샤토에서는 파커가 슈나우저에게 물리기도 했다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업계를 주무르는 파커의 권력은 거의 무소불위인 것 같다. 잘 하는 말로 양대산맥이니 어쩌니 하여 어느 분야에서건 독보적인 존재는 흔하지 않고 보통은 맞수 혹은 천적이 있기 마련인데, 파커는 거의 절대적인 것 같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두고 볼 일이다. 파커가 어떻게 해서 그런 절대적 위치에 올랐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


6. 끝으로 역시 와인에 심취하는 것은 귀족적 호사취미임에 틀림없다. 필부의 구할 바가 아닌 것이다. 어찌 평생에 한번이라도 샤토 무통 로쉴드 1945를 맛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꼭 값진 와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그에 못지않은 맛과 향과 풍미를 즐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말을 타면 종을 부리고 싶은 법이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원래 그리 생겨 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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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05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