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가을 2021 소설 보다
구소현.권혜영.이주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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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론 호러-구소현

벌써 공선도 10년 차 유령이었다. 10년간 존재 이유가 없음에도 존재해야 했던 고통은 그녀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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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은 응시밖에 할 수 없는 유령(13쪽)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유령이 된다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소설의 유령은 독서를 선택했다. 자신이 책을 만질 수 없으니 취향이 비슷한 사람의 곁에서 붙어다니며 책을 읽는다.

이미 유령이 된 공선의 시선을 따라가는 소설은 담담하게 흘러간다. 도입부에 나오는 호수 속의 시체를 바라보는 공선의 시선이 특히 그렇다. 그렇지만 글을 읽는 독자로서의 공선은 ˝본인의 감상과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27쪽)˝어하는 적극적인 독자이다. 공선에게 남아있는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할 때 제대로 등장하지 못한 효주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권혜영

차라리 불이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다. 계단 안이 시커먼 연기로 자욱해졌으면 좋겠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플라스틱 타는 냄새를 들이마시고 싶다.(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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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이나 힘든 이야기다. ‘나‘의 기대는 번번이 벗어나고 열심히 계단을 내려가던 ‘나‘는 힘을 빼보기로 하지만 그 결과는...



★위해-이주란

수현은 조용히 없는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 불행해지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동정이나 도움을 받을 만큼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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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지 않은 환경에서 나름의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의 이야기. 소설집의 마지막 소설이 단단한 소설이어서 좋았다. 그게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한 단단함이라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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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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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순서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크리스마스에는

-기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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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벼르고 있던 김금희의 소설집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미적지근했다. 예전에 <경애의 마음>을 지인에게 선물해 드렸던 적이 있는데 너무 따뜻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는 평이 있어서 내가 김금희 작가님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좋았던 점만 나열해 보자면

파주 일산 그리고 부산역 주변의 친숙한 장소들이 잠깐 반가웠고, 등장인물의 투덜거림(예를 들면 "기괴의 탄생"에서 작은 유리병 하나 버리려고 오십 리터짜리 특수폐기물용 봉투를 사는 장면, 212쪽)들이 정겨웠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 인물들에게 출퇴근길이나 시내에서 스쳐 지나갔을 법한 사람들처럼 친숙했다. 또 과거의 상처를 덤덤하게 마주 보는 장면들도 좋았다.



책을 읽기 전에

표제작인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가 가장 궁금했다. 표지그림과 소설이 어떤 관계인지도 궁금했는데, 페퍼로니에 대한 의문은 해결되었지만 표지그림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되지 못했다.^^;;

이다음에 김금희 작가님의 작품을 또 읽는다면 그건 <경애의 마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눈 내리는 희귀한 부산의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했던 일들은 겨우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아닌가.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알게 되고 꿈꾸고 심지어 철학하는 일은 대체 뭔가.(크리스마스에는)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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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4-02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애의 마음>은 정말 최고였어요. 그래서 이 단편집은 상대적으로 그것보다 덜 좋게 느껴지긴 하더라고요. 이런 장편 한번 더 내주시기를 바라봅니다.

파이버 2022-04-02 19:44   좋아요 1 | URL
<경애의 마음>에 대한 기대치가 더 올라가네요 ^^ 근시일내에 장편 도전해봐야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4-02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경애의 마음‘~~
좋았어요^^
페퍼로니도 좋았지만 경애만큼은 아니었어요~~

파이버 2022-04-02 23:45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께서도 <경애의 마음>이 더 좋았다고 하시니 김금희 작가님 작품을 정말 한번 더 도전해봐야겠네요
페넬로페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밤 되세요

얄라알라 2022-04-03 0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만나보지 못한˝ 김금희의 세계인데, 파이버님의 이끄심으로 ˝처음 만나는˝ 단계 진입하고 싶어지네요. 따뜻한 마음, 시선 언제나 좋습니다!요건 좀 밋밋하셨다니 그렇다면 blanca님처럼 <경애의 마음>부터~?^^

파이버 2022-04-03 22:13   좋아요 1 | URL
같이 장편부터 진입해 보아요^^~
 
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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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윤이형, 작가정신, 2020)

북플에서 읽었던 리뷰가 인상 깊었어서 도서관에 책이 있을 때 얼른 빌려보았다. 요즘 책 한 권을 떼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도 이틀만에 읽을 수 있었을 만큼 공감가는 부분도 생각해볼 부분도 많은 이야기들이었다.

얇은 책 한권 속에서 등장인물들 한 사람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례차례 건너가며 보여준다.

처한 상황도 껴안고 있는 고민도 다르지만 그들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에 다들 공감가는 구석이 조금씩이라도 있었다.
제일 비중이 높은 사람들을 굳이 꼽자면 세연과 진경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갔던 인물은 진경의 친구로 등장하는 ‘윤슬‘이었다. 시골에서 가끔 올라와 진경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윤슬의 한발짝 떨어진 태도가 나의 것과 비슷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나의 처한 곳이 중심부에서 한발짝 떨어진 주변이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친구가 지금의 상황을 즐기라고 했기에 자유로운 주변인의 라이프를 즐기려 노력하는 중이다ㅎㅎ...

책을 읽기 전에는 ˝붕대 감기˝라는 제목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첫 문장을 만났을 때 펼쳐진 풍경이 미용실이어서 미용실과 붕대가 무슨 상관일까했는데, 붕대 감기가 드디어 책에 등장한 순간 생각보다 따뜻한 제목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책을 읽는 내내, 세심하고 예민한 작가님의 시선에 감탄했었는데, 제목의 의미를 생각하니 이 책이 더 좋아졌다.
매일매일 200원씩 알라딘 전자책 적립금을 부지런히 모아 다음달에 이 책을 전자책으로라도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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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5-21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보셨다니 반갑고 좋네요 ㅎㅎ저 그 책 볼 때 다투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혼란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모두를 이해하진 못해도 다른 처지에 관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는 마음을 조금은 가질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파이버 2021-05-23 23:16   좋아요 1 | URL
다양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도 한부분씩은 공감할 수 있게 그려준 부분이 좋았어요... 저는 아직도 다소 혼란스럽긴 합니다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노력 중입니다ㅎㅎ

그레이스 2021-05-22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붕대감기란 제목이 마음에 다가와서 시선을 끓었던 책인데 잊고 있었어요
역시, 읽어보고 싶네요

파이버 2021-05-23 23:17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반갑습니다^^♡ 중편이라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으니 꼭 읽어보세요~!

그레이스 2021-05-23 23:19   좋아요 1 | URL
예.
감사합니다~
 
소설 보다 : 가을 2020 소설 보다
서장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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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용 게임-서장원
엄마와 아들, 딸이라는 삼각형에다가 ‘이 인용‘이라는 단서를 덧붙이면 어떻게 될까?
한국과 호주 멀고도 가까운 두 엄마와 노영 그리고 나. 소외와 외면에 대한 기억.

멜로디 웹 텍스처-신종원
음악을 글로 표현한다면? 이에 대한 하나의 답을 이 소설을 읽으며 경험했다.
생활소음을 음악으로, 그 음악을 글로 표현하는 점이 신선했다. 더불어 음악을 글로 나타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해 보았다.(낯선 형식의 소설을 맞닥뜨리는 어려움도 함께 떠올렸다.) 소설을 읽으면서 갸우뚱했던 지점들은 작가 인터뷰를 통해 부분 해소되었다.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우다영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 장르 구분은 없지만 sf소설로도 읽힌다.
제목이 눈에 박혔는데, 본문을 읽으니 내용과 더 잘맞아서 더욱 좋아졌다.
주인공이 생각을 확장해나가는 사고구조와 담담한 목소리가 내 취향이었다. 작가님의 다른 소설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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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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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으로 책을 읽으면 페이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얼마 읽지 않은 것 같은데 책장 스크롤이 30퍼센트여서 종이책 매수를 찾아보았더니 188쪽이었다.

 

위의 이미지(출판사 홍보용 이미지일 것이다. 알라딘 책소개 페이지에도 있음)를 보고 글귀가 마음에 들어서 휴대폰 갤러리에 한동안 저장해 두고 보았었다. 드디어 책을 읽으며 저 말이 언제 나올까 두근두근.

 

책의 목차가 특이하게 세 가지 키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등장인물도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주머니 셋이다. 셋 중에 누가 저 대사를 읊을 지는 초장부터 감이 왔고 결국 맞았다. 다만 저 대사를 전달하는 방식은 못 맞혔다. 어렴풋이 편지글 중 일부라고 생각했는데 소설 속 배경은 21세기였고 주인공들은 생각보다 디지털 인간이었다. 하긴 떠올려보면 옛날 영화 <편지>에서도 마지막 편지는 영상편지였지 않았나. 매체와는 상관 없이 대사에 담긴 감정만은 절절했다.

 

요즘 집에 공간이 부족해서 되도록이면 전자책을 구입하고 있다. 요즘에는 종이책이 출간된 후 전자책도 출간되는 경우도 많아졌고, 시간 간격도 짧아져서 전자책을 읽는데 큰 불편은 없다. 다만 오랜만에 전자책을 읽으면서 종이책으로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다시 도서관이 문을 여는 기회를 기다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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