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처음 본 진도씻김굿은 정말 충격이었다. 간단하게 줄여서 보여 준 거였지만. 온 몸에서 카리스마를 내뿜는 무당이 길다란 천을 쫙 찢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 노려보는 것만 잘하던 애기무당이었던 나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언젠가는 진도에 직접 가서 씻김굿의 전과정을 보리라 늘 마음만(?) 먹고 있다.

 

국립국악원에서 여름마다(작년부턴가) "별별연희"라는 별칭으로 야외공연을 한다. 바로 기다리던 씻김굿. 이번에도 약식인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요 몇달 동안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던 내 자신을 추스르고 싶었고, 언니 또한 힘들어하는 시기여서 같이 갔다.

 

사회는 윤중강이었고. 주무(主巫)는 리허설 때 걷는 모습마저 기품이 있다. 무당 넷의 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각각 개성도 강하고 마음을 만져주는 그 소리를 계속 듣고 싶었다. 무용단 중 "장보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춤이 돋보인다. 몸짓이 우아하고 고와서 자꾸만 눈길이 간다.

 

공연을 하는 이분들이 진도에서 세월호가족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셨다고 한다.  긴 천에 지전을 놓고 무가를 부르는 거리인 길닦음을 보는데,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을 모습이 그려져 가슴이 미어진다. 말그대로 울음바다였을 그날의 통곡이 들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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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하고 살라시는 스승님 말씀이 늘 들리는 것 같다.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바빠 5월 이후 집회에 내내 못가다가 이제야 나섰다.

늘 행동은 하지 않으려는 남편에게 집회에 같이 가는 것이 내 생일 선물이라고 하고서, 그리고 뭣모르는(?) 철부지 대학생 조카 둘도 겨우 꼬셔서 나섰다. 조카들 데려간다고 하니 다음날에도 근무 있어 안온다던 언니도 중학생 아들들을 데려와 우리식구만 일곱이 되었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큰 힘이다.

날씨는 무덥고 울보인 나는 집회 내내 눈물이 났다. 순천시국회의 깃발이 보여 틀림없이 아는 선배 한 명 있을 것 같아 가보았다가 정호선배와 조우^^ 했다.

단식 33일째라 건강을 염려한 사람들이 권해 준 구급차를 타고 온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의, "광화문광장에서 죽겠다"는 말에 우리 백성이 울고 호소하고 죽어갔던 그곳의 역사가 떠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흑산도라 검은 섬 암벽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 없다면 남해바다 너 무엇에 쓰랴
전라도라 황토길 천군만마 휘날리는 말발굽소리 없다면 황산벌 너 무엇에 쓰랴 무엇에 쓰랴
천으로 만으로 터진 아우성 소리 없다면
이 거리 이 젊음 무엇에 쓰랴
살아라 형제여 한번 살아라 한번 죽어 골백번 영혼으로 살아라
창대빛 죽창에 미쳐 광화문 네거리 후두둑
떨어지는 녹두꽃 햇살에 미쳐
4월의 자유에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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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8-17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간다 간다 해놓고 못갔네요. 부끄럽습니다. 이 나라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하다 보니 이제는 뉴스도 안 보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무관심이야말로 권력자가 간절하게 원하는 현상인데 말이죠.... 도대체, 이런일을 당하고도 이젠 없던 일로 하자,라는 국민성 앞에서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미친 국가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4-08-17 18:43   좋아요 0 | URL
저도 아주 오랜만에 갔는걸요.
국민을 우롱하고 바보로 만드는 능력은 최강인 것 같습니다. 지들끼리 그런 걸 리더십이라고들 부르는 것 같아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참지 못하는 시민이 점점 늘어나 거리를, 광장을 가득 메워야 하는데......
 

 

 

어젯밤 미친듯이 요리를 하고 엄마식으로 말하면 "쎄가 빠지는" 줄 알았다. 냉장고 채소칸에서 일주일 째 시들어가는 채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칠 않아 드디어 큰마음 먹고 몰아서 조리했다. 나물 다듬고 채소 써는 걸 남편이 해줬기에 망정이지 날 샐 뻔 했네. 대체 얼마나 건강해지려고 이러느냐고 남편이 투덜댄다. 호박볶음, 세발나물, 시금치나물, 유채나물, 유채나물 겉절이, 콩나물, 봄동나물, 봄동겉절이, 미역줄기볶음, 우엉조림, 무생채, 김치찌개. 이 반찬들은 고스란히 비빔밥의 재료가 된다. 왜 난 요리할 때만 부지런해지는가. 청소, 정리정돈을 이렇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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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도서를 살피다가(평점순으로 화면을 40페이지까지 넘기다가 끝도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 장바구니에 담고 보관함에 차곡차곡 넣는다. 요즘 책도 잘 읽지 않으면서 무슨 욕심이 그리도 많은 지. 책을 가지면 진짜 내 것(나의 양식)이나 되는 양 착각한다. 누군가 내게 지속적으로 책을 대줬으면 좋겠다. 돈이 남아돌아 쓸 데가 없어 지겨워하는 독지가 여러분과 친해지고 싶다. 하하. 게을러터져서 헛된 바람만 잔뜩 키우고 있다. 이런 식으로 책 욕심을 부리면 또 인터파크 중고도서, 지마켓 이벤트며 각종 저렴이 책들을 살피느라 하루를 다 보내고 만다. 한동안 끊었던 짓을 또 시작할까봐 주의하고 있다.

 

 책정리도 잘 못하면서 열심히 지르기만 하는 무분별함 때문에 갖고 있는 책이나 마저 다 읽고 시작하자고 마음먹지만 돌아서면 또 다른 책에 침을 흘린다. 엥겔계수 높은 우리집에서 책과 공연(거의 무료공연 위주이지만)에 대한 지출이 유이(유일이 아니라)하게 문화교양(?) 항목에 든다. 그것마저 사치이지만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삶의 이유이다. 당분간 갖고 있는 책을,  "다 읽은 책" 으로 바닥내는 것이 정리의 시작이다. 그걸 자꾸 미루다보니 책이 미친듯 쌓이기만 하고 정리할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일본드라마를 보다가 일본어로 "정리하다"(일어를 쓸 줄 모르니까 발음상으로 "가타츠케")가 "끝을 맺다" ("가타오 츠케르")의 뜻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언제나 일만 잔뜩 벌리고 마무리를 못하는 게으름을 저 밑바닥으로 묻어두고 하나씩(결국 못하게 되더라도) 하나씩 맺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게으름도 조금씩 깎아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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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엔 영 아니올시다. 이지만 손 많이 갔다. 달걀로 힘을 줘서 달걀이 특징인 김밥으로 만들었다. 역시 달걀말이 김밥이 난이도가 높다. 김 비린내가 좋아 김으로 된 모든 요리가 맛있다. 처음으로 가공식품 없이 싸봤는데 흔히 먹는 김밥맛이 안나고 살짝 심심하다. 인공감미료에 길들여진 혀 탓이겠지. 햄 대신 잡채용 돼지고기를 볶아넣고, 단무지 대신 무김치를 넣었다. 김과 달걀은 정말 잘 어울린다. 반찬 없을 때 달걀하고 김하고 김치만 있으면 밥이 잘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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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3-19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맛있겠네요. 전 종종 김밥천국이 없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옛날에는 김밥은 특별한 날에만 먹었잖아요. 운동회, 소풍 이런 날에만...
하지만 김밥천국이 생긱고 부터는 그냥 흔한 음식이 되어서 좀 아쉬워요...

samadhi(眞我) 2014-03-19 16: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김밥 때문에 소풍이 기다려지고, 야외에서 먹는 점심이 꿀맛이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전 김밥을 좋아하지만. 조카들은 김밥이 너무 흔해서 시큰둥하더라구요. 김밥이란 게 먹는 건 간단해도 싸는 건 정말 큰 일이거든요. 요즘 아이들에게 귀한 음식이 뭐가 있겠어요. 풍요롭게 자라지만 그래서 안타깝기도 하구요. 소중한 가치를 알 수 없을 테니까요.

비로그인 2014-03-20 02:50   좋아요 0 | URL
단무지 대신 무김치라.. 뿅,갑니다. 뿅!!

조카를 앞세우시는 걸 보니, 아직 신혼이시군효..(부럽^^)

samadhi(眞我) 2014-03-20 07:22   좋아요 0 | URL
동치미 무로도 가능해요. 우리집은 무김치만 있어서.

10년 연애해서 "신혼"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요즘은 혼수라는 아기를 밴 채로 혼례를 올린 사람들도 신혼이 거의 없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