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자라는 방 : 제5회 CJ도너스캠프 꿈키움 문예공모 작품집
강대영 외 201명 지음, 꿈이 자라는 방을 만드는 사람들 엮음 / 샘터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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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자라는 방>은전국의 공부방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제5회 CJ도너스캠프 꿈키움 문예 공모 응모작 1,618편 중 아이들의 진솔한 내면과 반짝이는 꿈이 담긴 작품을 모아 발간한 책이다.


강대영 외 201명의 아이들이 지은 책인데, 다양한 그림과 글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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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자라는 방> 책 제목 대로 아이들의 꿈, 생활, 자신의 생각 등 많은 것을 담았다.

9살 딸은 내가 이 책을 읽는 걸 보고 같이 읽자고 먼저 제안했다.

한 쪽엔 아이의 그림이, 다른 한 쪽엔 아이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는 부분이 재미있어 보였다고 한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소개하고 가족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재미있다.

아이들마다 적혀있는 내용은 다르지만, 그림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찬찬히 넘겨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나도 어릴 때 꿈을 쓰라고 하면 참 고민을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적었던 꿈을 그대로 이룬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지금 아이들도 꿈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꾸준히 꿈꿔나갔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이루어질 수도 있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만 꿈꾼다는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마음이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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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부분 심사위원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생생한 색감, 역동적인 구도,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 대담하게 담긴 아이들의 그림은 항상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 고유의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면 누구나 좋은 화가가 될 수 있을거 예요...(중략)"라고 말했다.


글 부분 심사위원은 "사물을 관찰하는 예리한 눈, 생각을 정리할 줄 아는 서늘한 지혜, 인간을 사랑할 줄 아는 따듯한 감성을 일기 쓰기를 통해 익힐 수 있어요."라고 말했는데, 이 부분을 읽은 딸은 일기 쓰기를 다짐했다.


그림과 글이 온전히 아이들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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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작품이 실려있는데, 주제에 따라 구성이 다르다.


읽다 보니 초등학생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꿈상자에 그림을 그린 부분이 있는데,

정말 아이들이 입체적인 꿈상자를 만들어서 꿈을 그린 것이다.


상자는 뚜껑과 바닥면으로 나누어져 있고, 아이들은 상자의 뚜껑과 바닥에 모두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릴 때 플랩 형식으로 실렸다. 

열어서 확인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아이는 이걸 보더니 자신의 꿈을 곰곰이 생각했다. 종이에다 만들어보고 싶다고 싸인펜을 꺼내왔다.

책의 제일 뒤편을 보니 꿈상자 도면이 실려있었다.

바로 가위로 오려서 만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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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를 눌러야 열 수 있다는 상자.

상자를 밀어보니, 마이크가 들어있었다.


몇 번씩 바뀌는 꿈 중에서 오늘은 '가수'가 선택되었다.

책을 읽고 꿈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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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0.5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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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5월호가 나왔다.

연두빛 표지의 5월호에는 2020년 샘터상 수상작이 발표되어있다.

봄을 알리는 연두빛이 좋다.

코로나 19로 매일 집에서 보내는 생활이 지겹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블로그에 글을 읽고, SNS를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야기가 필요한 나에게 샘터 5월호가 정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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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는 각계각층에 있는 사람들의 글이 실려있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이야기도 읽을 수 있고, 또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도 알게 된다. 타인을 만나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고, 항상 똑같은 시간을 보내는 무료한 삶의 연속이다.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힘이 된다.

힘든 시기를 달래기 위해 책을 꺼내 읽기도 하지만, 샘터에 담긴 이야기는 좀 더 삶과 가깝다.


내 옆에는 24시간 떨어지지 않은 9살 딸이 있다. 딸은 아침 일찍 일어나 밤 12시가 넘도록 잠을 이루지 않는다. 

끊임없이 딸의 이야기를 듣느라 지친 내 손에 들린 샘터 한 권이 유난히 반가웠다.

아이에게 잠깐 엄마 책 좀 읽을 테니, 있다가 이야기하자고 했다.


이번 호에는 2020년 샘터 당선 당선작이 실려 있다.

시조, 생활수기, 동화까지 당선작 내용이 수록되었다. 심사평까지.

글을 쓰는 사람에게 정말 유익한 부분이었다.


나는 좋아하는 코너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다시 읽는 반세기 샘터'다.

반세기 동안 샘터 지면에 소개되었던 독자 투고를 재 소개하는 것이다.

이 번호에는 1978년 5월 호에 실린 글을 읽어볼 수 있었다.

글에는 편집장의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글 한 편에는 사회 분위기가 담겨 있고, 당시의 환경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런 점이 참 흥미로웠다.


 월간 샘터, 한 권씩 들고 다니며 보기도 좋고 잠깐 시간이 났을 때 틈틈이 읽으면 참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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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씨름 - 제7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53
이인호 지음, 이명애 그림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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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팔씨름>

"어린이 독자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은 책이라고 하는데,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특히 각각의 캐릭터가 인상 깊다. 내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아이들과 그 움직임

작위적이지 않은 스토리도 좋았고, 튼튼한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담았는데, 특별하게 느껴지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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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팔씨름 대결, 응원하는 쌍둥이, 

동화 제목 옆에 놓인 라면 봉지와 라면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작가는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센 아이와 약한 주인공 아이의 모습을 팔씨름을 통해 풀어냈다.

주인공은 쌍둥이 동생을 통해 변화되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의 표현을 했으며, 그렇다고 센 친구를 무시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주인공의 입장에 공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마음의 성장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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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탄탄한 힘과 뭉클한 감동이 전해지는 동화집"


책 안에는 대상 수상작 <팔씨름>과 2편이 더 수록되어 있는데, 솔직히 세 편 다 좋아서 무엇이 더 좋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작가 특유의 힘이 느껴지는 동화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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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괴롭히던 친구와 벌이는 운명의 대결 <팔씨름>

가족을 잃은 손녀와 할머니의 매콤한 화해 <눈물 줄줄 떡볶이>

남겨진 대상을 용기 있게 돌보는 아이들 <성배를 찾아서>


이렇게 세 편이 수록되었다.


<팔씨름>은 주인공아이가 힘 센 아이에게 당하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동생 쌍둥이의 역할이 참 재미있다.

뭔가, 쌍둥이는 끊임없이 주인공을 정신없게 만들고 화가 나게 하는데, 밉지가 않다.

부산한 행동 속에 튀어나오는 말 한 마디가 주인공을 움직이게 했기 때문이다.

힘 센 아이가 쌍둥이에게 윽박을 질러도 개의치 않는다. 힘 센 아이가 주인공에게 함부로 대하는 걸 보고 그냥 넘기지 않는다.

결국 쌍둥이 덕분에 주인공의 행동은 변화했다.

주인공이 힘 센 아이에게 뻔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야기가 끝났더라면 재미가 떨어졌을 것이다.

함께 라면을 먹는 모습으로 걱정하던 마음은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주인공이 용기를 얻었더라도, 학교에 가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현실에서는 그렇다.

그런데 한 냄비에 젓가락을 푹 담그고 함께 먹는 모습은 어쩐지 마음을 편안하게 했따.


<눈물 줄줄 떡볶이>는 내가 가장 마음에 든 이야기다.

가족을 잃은 주인공에게 남은 건 새 할머니뿐이었다. 새 할머니는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주인공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주인공은 새 할머니에게 벽을 쌓아두고 있었다.

둘 사이가 오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눈물을 흘리며 먹은 떡볶이는, 눈물을 용인해주는 도구였을 뿐이다.

"혓바닥이 마비돼서 말을 못하겠다. 남은 얘기는 천천히 하자."

아주 매운 떡볶이. 남은 떡볶이 하나를 둘이 나누어 먹고, 떡볶이 때문에 이야기는 끊겼다.

떡볶이로 인해 끊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은 충분히 알았다. 

주인공과 새 할머니는 오해 속에 빙빙 돌다가 떡볶이로 입안이 얼얼해지고, 떡볶이를 핑계 삼아 가까워졌다.

어른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다. 

멀어진 사이를 회복하는데 쉬운 방법이 없다. 다가서기엔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 매개체를 떡볶이로 활용했다는 점이 좋았다.


<성배를 찾아서>는 재개발 동네의 이야기다.

차례차례 마을은 비어가고, 부모들은 일을 하느라 바쁘다.

그런 동네에 사는 약한 아이에게 강아지는 더 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주인공은 처음에 꽤 쌀쌀한 태도를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도모르게 바뀌는 과정이 예쁘게 그려졌다.

많은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아이, 언젠가 자신도 떠나야 하는 걸 알지만 강아지의 거처를 고민하는 아이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야생화 같은 향기로운 동화, 라는 추천사가 어울리는 동화.

화단에 핀 꽃보다 산과 들에서 핀 야생화가 아이들에게 더 필요하다.

이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시련을 겪어도 내년을 기약하는 야생화같은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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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염탐 일지 - 제41회 샘터 동화상 당선작
이연 지음, 박나래 그림 / 샘터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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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샘터 동화상 당선작 <할아버지 염탐 일지>

평소에 주로 동화책을 읽는 편인데, 일부러 표지가 잘 보이게 책상 위에 올려둔다.

그러면 초2딸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다.


책을 억지로 읽게 하거나, 어떠냐고 물으면 아이도 꾸며낸 대답만 한다.

그걸 알기 때문에 따로 질문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아이는 지나가다가 책을 보고 마음에 든다 싶으면 얼른 책을 가지고 가버린다.


이 책 역시 아이가 먼저 반응을 보였던 책 중 하나다.


"엄마, 이거 재밌겠는데? 내가 먼저 볼게."

딸은 내 대답을 듣기도 책을 전에 가져가서 턱을 괴며 읽었다.

책을 읽은 아이의 반응이 궁금하지만, 책을 다 볼 때까지 기다렸다.


"엄마, 이 책 재밌다. 어느 부분이 재밌는 줄 알아?"

읽고 나서 바로 또 넘겨가며 읽었던 이유는 뭘까? 무엇이 아이의 재미요소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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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로 보이는 남자 아이 둘이 담벼락에 숨어있고, 할아버지가 어떤 여자에게 커다란 꽃다발을 주고 있다.

책 제목은 <할아버지 염탐 일지>

아이들은 왜 할아버지를 염탐할까, 궁금해졌다.

표지부터 딸의 눈길을 끌었던 이유가 아이들 둘이 숨어 있는 그림만 봐도 웃음이 난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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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수상해요.

깨끗하게 면도도 하고, 양복도 차려입고 아침마다 혼자 어디 가는 걸까요?


혹시 여자친구라도 생긴 걸까요? 불쌍한 할머니를 위해서 우리가 나서야 겠어요. 

할아버지를 따라가 보아요!


쉿! 조심조심! 살금살금!"


책 뒤에는 홍종의 동화작가님의 추천사가 있다. 샘터상 동화 부분을 심사하셨다고 하니, 

어떤 부분에서 이 책을 뽑으셨는지 궁금해서 읽어봤다.

역시, 딸이 재미를 느낀 부분과 일치했다.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재미와 가슴이 콩닥거리는 긴장감, 콧등이 찡한 감동이 골고루 섞인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평.

읽으면서 손에 힘을 꽉 주고 이야기에 빠져들어 땀이 나서 손바닥이 촉촉해질 정도였다니.


딸이 재미를 느낀 부분도 그랬다. 꼬마들이 할아버지를 뒤쫓아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단다.

그 부분 이야기를 할 때 웃음이 실실 새어 나올 정도였다. 그러더니 엄마는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본게 맞냐고 되묻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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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재미만 찾는 책이 아니라서 더 마음에 든다. 억지웃음을 주는 책도 아니었고,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은 준이라는 9살 남자아이인데, 울 딸이랑 동갑이다. 

그리고 동생 현이는 7살이다.

바쁜 부모님이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할아버지 댁에 보냈다.

그런데 왜 할아버지를 염탐하게 되었을까?

할아버지는 누구에게 예쁜 꽃을 선물하는 걸까.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과 할머니를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순수한 걱정이 귀엽게 느껴진다. 


홍종의 작가님의 평에서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내가 감동하고 또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잘 쓴 글입니다."

라는 내용이 있었다.


<할아버지 염탐 일지>는 인위적이지 않은 감동이 있고, 그 안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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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교실 이야기 파이 시리즈
김규아 지음 / 샘터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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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교실> 아름다운 삽화가 눈길을 끌었다.
하드커버에, 색연필 특유의 색감과 쓱싹거림이 들릴 것 같은 그림이 아름다웠다.

꽤 두툼한 책인데, 
삽화가 가득 그려진 만화 형식의 책이다. 그림은 색연필과 물감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일반 그림책 삽화와 느낌이 다르다.
보기에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아이가 점점 잃어버리는 것.
그 과정이 과하지 않게 그려졌다.
달빛처럼 살아 나가야 할 아이, 

 

 

아이는 무엇을 잃어버렸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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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는 노란 옷을 입고 헤드셋 끼고, 안경을 착용한 채 눈을 감았다.
은빛의 악보.
그리고 점점 변하는 달.
달의 의미가 정우에게는 새롭게 다가온다.
세심하게 공들인 부분이 많이 눈에 들어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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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표지에 나온 공중을 걷는 늑대 선생님.

늑대 선생님은 밤에도 선글라스를 껴야 한다.
빛에 눈이 아파 
어릴 때부터 밤에 하는 합창 연습에만 열심히 참여했다.

늑대 선생님은 주인공 정우네 학교에 음악선생님으로 새로 왔다.
그래서 수업도 밤에 한다.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에 드러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찾는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면 선입견을 갖는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부분이 아니다. 늑대 선생님은 정우의 생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지만, 
정우의 방향을 잡아준다.

작가는 독자에게 '잃어버림'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우는 뭘 잃어버렸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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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쓴 정우는 시력이 나쁘다. 점점 더 나빠지고 있기도 했다.
정우의 상실은 점점 사라져가는 시력이었다.

정우의 하루는 늘 정확했다.
계획표 대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공부도 잘 한다.
걸을 때 걸음 수도 세며 다닌다.
정확한 수학처럼, 정우의 생활도 그러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했다.

정우의 엄마, 아빠는 같이 살지 않는데, 이유를 알 수 없다.
정우의 눈은 점점 흐려진다.
시력을 재지만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정확한 아이에게 정확하지 않은 주변을 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수학 문제는 뚜렷한 답이 있어서 좋은데, 부모님의 문제는 답을 알 수가 없다.

삶을 살아갈 때 답이 있는 문제보다, 답이 없는 문제가 더 많이 다가온다.
물론 커다란 위기도 다가온다.

정우에겐 시력을 잃어가는 거였을 뿐이다.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우의 상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상황이 정우를 힘들게 했지만,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을 덤덤하게 표현해야 했다고 하나.
색연필 그림 속 정우의 이야기가 나에게 위로가 된다.

정우는 일부러 혼자 안대를 쓰고 연습하다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고, 안대를 쓴 채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서 안대를 벗었을 때 정우의 앞에는 안대를 낀 아빠가 누워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아주 슬픈 상황이지만, 작가는 좀 다르게 표현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너는 아주 조금 더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 뿐이야."
아빠가 정우에게 준 메시지는 독자에게 전달된다.


늑대 선생님도 그랬다. 정우에게 직접 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진 않지만, 어둠에서 할 수 있는 과제를 준다.
너는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주는 과제가 아니다.
눈을 사용하지 않고 세상을 느끼는 방법.
그러면서 정우는 눈으로 차곡차곡 세상을 담아낸다.

어두워졌지만, 정우와 엄마 아빠는 함께 바다를 걷는다.
어두워졌지만, 파도 소리가 들리고 별이 보인다.

누구나 무엇을 잃어버릴 수 있다.
상실에 대한 부정과 혼란보다 차분히 받아들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채워나가는 삶이 더 낫지 않으려나.
정우에게 시력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능력이 생긴 것처럼.

꼭 낮에 빛나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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