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교실> 아름다운 삽화가 눈길을 끌었다.
하드커버에, 색연필 특유의 색감과 쓱싹거림이 들릴 것 같은 그림이 아름다웠다.
꽤 두툼한 책인데,
삽화가 가득 그려진 만화 형식의 책이다. 그림은 색연필과 물감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일반 그림책 삽화와 느낌이 다르다.
보기에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아이가 점점 잃어버리는 것.
그 과정이 과하지 않게 그려졌다.
달빛처럼 살아 나가야 할 아이,
아이는 무엇을 잃어버렸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남자아이는 노란 옷을 입고 헤드셋 끼고, 안경을 착용한 채 눈을 감았다.
은빛의 악보.
그리고 점점 변하는 달.
달의 의미가 정우에게는 새롭게 다가온다.
세심하게 공들인 부분이 많이 눈에 들어온 책이다.

책 뒤표지에 나온 공중을 걷는 늑대 선생님.
늑대 선생님은 밤에도 선글라스를 껴야 한다.
빛에 눈이 아파
어릴 때부터 밤에 하는 합창 연습에만 열심히 참여했다.
늑대 선생님은 주인공 정우네 학교에 음악선생님으로 새로 왔다.
그래서 수업도 밤에 한다.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에 드러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찾는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면 선입견을 갖는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부분이 아니다. 늑대 선생님은 정우의 생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지만,
정우의 방향을 잡아준다.
작가는 독자에게 '잃어버림'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우는 뭘 잃어버렸길래?

안경을 쓴 정우는 시력이 나쁘다. 점점 더 나빠지고 있기도 했다.
정우의 상실은 점점 사라져가는 시력이었다.
정우의 하루는 늘 정확했다.
계획표 대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공부도 잘 한다.
걸을 때 걸음 수도 세며 다닌다.
정확한 수학처럼, 정우의 생활도 그러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했다.
정우의 엄마, 아빠는 같이 살지 않는데, 이유를 알 수 없다.
정우의 눈은 점점 흐려진다.
시력을 재지만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정확한 아이에게 정확하지 않은 주변을 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수학 문제는 뚜렷한 답이 있어서 좋은데, 부모님의 문제는 답을 알 수가 없다.
삶을 살아갈 때 답이 있는 문제보다, 답이 없는 문제가 더 많이 다가온다.
물론 커다란 위기도 다가온다.
정우에겐 시력을 잃어가는 거였을 뿐이다.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우의 상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상황이 정우를 힘들게 했지만,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을 덤덤하게 표현해야 했다고 하나.
색연필 그림 속 정우의 이야기가 나에게 위로가 된다.
정우는 일부러 혼자 안대를 쓰고 연습하다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고, 안대를 쓴 채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서 안대를 벗었을 때 정우의 앞에는 안대를 낀 아빠가 누워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아주 슬픈 상황이지만, 작가는 좀 다르게 표현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너는 아주 조금 더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 뿐이야."
아빠가 정우에게 준 메시지는 독자에게 전달된다.
늑대 선생님도 그랬다. 정우에게 직접 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진 않지만, 어둠에서 할 수 있는 과제를 준다.
너는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주는 과제가 아니다.
눈을 사용하지 않고 세상을 느끼는 방법.
그러면서 정우는 눈으로 차곡차곡 세상을 담아낸다.
어두워졌지만, 정우와 엄마 아빠는 함께 바다를 걷는다.
어두워졌지만, 파도 소리가 들리고 별이 보인다.
누구나 무엇을 잃어버릴 수 있다.
상실에 대한 부정과 혼란보다 차분히 받아들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채워나가는 삶이 더 낫지 않으려나.
정우에게 시력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능력이 생긴 것처럼.
꼭 낮에 빛나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