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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기자 상담실 -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가메오카 어린이 신문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정인영 옮김 / 샘터사 / 2020년 1월
평점 :
[어린이 기자 상담실] 샘터. 가메오카 어린이 신문 글.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한줄평: 수시로 꺼내읽고 싶은 소장가치 100%책.
9살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아이의 생각을 다 짐작하진 못한다.
대체 아이의 머릿속엔 무엇이 들었을까, 혹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갑자기 툭-튀어 나온 말 한마디에 웃음을 주는 아이의 생각.
게다가 동화를 쓰는 공부를 하면서 더더욱 아이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런데, 샘터에서 정말 재미난 책이 나왔다.
고민을 해결해드립니다 [어린이 기자 상담실]인데,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가 그림을 그려 먼저 눈에 띈 책이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이게 정말 사과일까?]시리즈, [있으려나 서점], [이유가 있어요]시리즈, [벗지 말걸 그랬어] 등이 대표작이다. 작가 특유의 그림체가 돋보여서 표지를 보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글은 가메오카 어린이 신문이 썼다고 나와있다. 뭘까? 궁금했다.
일본 교토의 '가메오카'라는 동네에서 '가메오카 어린이 신문'을 만들고 있다. 이 신문은 기자가 어린이, 독자가 어른인 신기한 신문! 신문 안에는 여러가지 코너가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코너는 어른의 고민을 어린이 기자단이 해결해주는 상담 코너다. 이 코너의 이야기를 엮어 [어린이 기자 상담실]이라는 책이 샘터에서 출판되었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그리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야기하는 여자는 어른이다.
아이들에게 상담하고 있는 어른.
그 뒤로 어른들의 줄은 끝이 없다. 이렇게 줄 설 만큼 상담이 필요한 어른들. 대체 무슨 상담을 할까?
정말 사소한 것부터 깊이 있는 것 까지, 다양하다.
책과 함께 출간기념 이벤트 사은품 '위클리 플래너'를 받았는데, 무려 고민이 사라지는 위클리 플래너라는 사실!
한주에 한장씩,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포인트는 오른쪽이다. 삽화와 글.
어른들의 고민에 대한 아이들의 답변이 적혀 있는데, 참 재밌다.
-모두가 나랑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불쌍한 어른이네요.
-자기도 못하는 걸 나한테 하라고 하니까 이해가 안 간다고요. 뭔가 얻는 게 있어야 할 마음도 생기겠지요.
-나중에 크면 힘든 일이 더 많을 텐데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대로 살게 해 주세요.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성공한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짜증나서 잠이 확 깰지도 몰라요!
일부를 적어보았는데, 정말 아이들 다운 의견이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답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너무 재밌다.^^
[어린이 기자 상담실]을 읽으면서 '가메오카'라는 동네가 정말 궁금해졌다.
가메오카는 이런 동네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공기는 있으니 사람이 살 수 있답니다.
좀 오래된 마을이라서 '21세기인데도 20세기'같은 느낌이랄까요?
밤이 되면 예쁜 별도 많이 보이고 반딧불이도 날아다녀요.
구름이 마치 바다처럼 보여요. 어른들이 그러는데, 그게 바로 '운해'래요.
아이들은 자신의 마을을 이렇게 소개했다. 자신들이 느낀 대로 솔직하게 늘어놓을 수 있는 자유로움이 마음이 든다.
게다가 가메오카 사람들의 슬픈 넋두리 코너는 정말, 내 웃음 코드와 맞는다.ㅎㅎ
가메오카 지하철에는 자동문이 없어서 '열림/닫힘'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런데 도쿄 지하철을 탔을 때 열림 버튼이 없어서 초조했다는 거^^;;
또 하나는 다이소에서 파는 청소기가 좋다는 친구말에 일부러 버스를 갈아타며 사러갔는데, 알고보니 다이슨이었다는 것,
이런류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어서 나도 모르게 풋-웃음이 터졌다. 이러다가 완전 웃음이 터져버린 나를 보고 아이가 책을 달라고 할 정도였다. 어쩜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담백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냈을까.
어른들의 고민은 1장-4장으로 나누어져있다.
고민도 정말, 다양하다.
1장은 연애, 사랑, 결혼......너무 어려워요!
-아이가 아직 어린데 공부가 필요할까요? / 부부의 사랑이란 뭘까요? / 결혼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제 지쳤어요 /이성에게 인기를 얻는 비결을 가르쳐 주세요 / 남편이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지 않아요 외.
2장은 우리 아이는 왜 이럴까요?
-좋아한다면서 왜 연습을 하지 않을까요? / 아이들은 왜 똥을 좋아할까요? / 아이가 자꾸 주머니에 공벌레를 넣어 와요./ 아이들끼리의 다툼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할까요? / 아이들은 밖에서 놀아야지, 왜 방에 처박혀 게임만 하는거야? 외.
3장은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제 자신이에요.
-방 청소에 소질이 없어요./ 어느 날, 제 얼굴에서도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받았어요/ 졸음을 참는 법을 알려 주세요!/ 치아 교정을 하고 싶은데 좀 귀찮아요 외.
4장은 어른이 되어도 아직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요? / 어른과 아이, 어느 쪽이 더 좋을까요? /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요? / 저한테 맞는 일이 있을까요? / 모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낼 필요가 있을까요?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쪽이 편할까요? 외.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만, 단순히 재미만 있는 책은 아니다.
아이들의 진솔한 생각, 어쩌면 직설적인 대답이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빙빙 돌려서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그런 어른의 생각을 깨는 답변들이 좋았다.
Q. 아들이 제 말을 못 들은 척해요.
아래 작은 글씨에 질문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실제 이야기가 적혀있다.
티비 끄라는 소리에 대답안하는데, 간식시간이라는 이야기엔 반응하는 아이. 그 이유가 궁금한 어른의 질문이었다.
답변은 이랬다.
A. 아마도 계획적인 범행 같네요. 우리 할머니도 상황이 불리할 때만 못들은 척 하시거든요!
정말, 나도 궁금했던 이야기이고 대부분의 부모가 궁금한 질문거리다.
그 아래에 삽화와 빨간 글씨가 인상깊다.
"하고 싶지 않을 ˖에는 저절로 목소리가 작아져서 엄마 아빠가 못 듣는 거라고.
맞아. 나도 항상 대답은 하고 있어......마음 속에서"
방청소에 소질이 없는 어른의 청소에 대한 고민.
아이는 말한다. 울아빠 회사에는 청소 담당이 청소해준다고. 그런데 그게 참 이상하다는 거다.
자기 회사인데 왜 자기들이 청소하지 않느냐는 것.
다른 사람에게 청소를 맡기니까 청소하는 법을 까먹는다는 아이들의 대답.
우리 학교에 와서 청소 당번을 맡아보면 청소요령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재치있는 답변까지..^^
재밌다, 자꾸 읽고 싶어지는, 또 읽으면서 아까운 책은 오랜만이었다.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요런 질문을 한번 던져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른이 정답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이것저것 재지않는 아이들의 생각이 정답일 수 있다.
가메오카 신문을 읽고 싶어졌다.
아이들은 동네를 탐험하고, 관심가는 장소나 사람을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취재내용을 의논하고, 의견이 나뉠 때는 가위 바위 보로 결정.^^
취재 약속은 어른들이 대신 잡아주시고, (장난전화로 오해를 받는다네요)
노트와 연필을 준비해서 인터뷰를 한대요. 그리고 봉투 필수(예쁜 꽃이나 공벌레를 담아야 한다고^^:)
예쁜 꽃이나 공벌레를 줍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만든 가메오카 신문,
그 중에 재미있는 코너를 엮어 만든 책 [어린이 기자 상담실]
"직장, 가족, 미래, 돈, 나이, 몸매...
어른들은 모든 걸 고민하지만,
고민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 세상에는 아주 많아요!
가벼운 고민이든, 심각한 고민이든 상관없어요.
어른들의 모든 고민을 우리 어린이 기자들이 한번에 해결해 드릴게요!"
어른의 고민을 아이의 눈으로 해결해보세요. 꾸밈없는 말, 서투른 문장, 솔직한 발언이 정곡을 찌를 때가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