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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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다시 주목받는 책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있다. 그리고 40년 전 '코로나 19'를 예측 했다는 책 <어둠의 눈>이 있다. 이 책은 미디어 기사 글에서 처음 접했는데 당시(불과 한달여전)에는 우리나라 번역본이 없었다. 그 기사를 보고 분명 어느 출판사에서 곧 변역본을 만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산책방에서 뚝딱 하고 번역본을 출간했다. 짧은 시간 동안에 번역을 완성한 심연희 번역가가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둠의 눈>의 저자 딘 쿤츠는 전혀 모르던 작가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스티븐 킹만큼이나 유명한 작가인가보다. 미국 언론은 '스티븐 킹이 소설계의 롱링 스톤스라면, 딘 쿤츠는 비틀즈다' 라고 칭송한 바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에 맞추어 출간된 만큼 책 띠지 날개에 스티커 선물이 붙어 있다. 나는 책을 다 읽고 알았다. 어디에다 붙여 볼까나.

 

무려 40년 전에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를 게다가 코로나19의 발생지인 중국 우한 지역까지 꿰뚫어 예고한 <어둠의 눈>. 정말 어지간히도 궁금했다. 나는 이 소설을 영화 <컨테이젼>과 같은 이야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었다. 그런데! 얼라리여? 책 반을 읽어도 바이러스나 감염 따위의 단어 조차도 안 나온다. 그런데! 얼라리여? 재미있다. 그렇게 계속 읽어 나가다가 드디어 감염이란 단어가 나왔다. 엄연히 말하면 '재감염'이라는 단어였는데 총 451페이지 중 389페이지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다. 그 뒤 419페이지에서 '바이러스'라는 단어가 처음 나왔고, '우한-400'이란 단어는 435페이지에서 처음 나왔다. 우한-400이라는 바이러스 이야기는 이 책에서 딱 세 장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이 책을 바이러스에 초점을 두고 읽는 책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억지스러운 게 아닌가 싶다. 오히려 그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읽으면 더 재미있게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편 폴터 가이스트 현상(물건이 저절로 움직이는 현상)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조금 걸리기도 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생각이 자꾸 올라 왔지만 딘 쿤츠의 뛰어난 필력으로 또 도박꾼이 흔히 겪는 특이한 질병들에 대한 호기심 충족으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어둠의 눈>을 국가가 혹은 조직이 저지르는 부조리와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보았다. 그러한 부조리와 부당함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때로 개인의 작은 노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어떤 조직보다 개인들이야말로 훨씬 더 책임감 있고 도덕적으로 행동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래서 우리가 정의의 편에 서 있는 거죠.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때는 개인이 조직보다 항상 더 똑똑하고 생존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확실히 믿습니다.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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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락 UNLOCK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
조 볼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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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십수년 전 자기 계발서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다. 그 책들의 공통점은 결국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거였다. <언락>도 어떻게 보면 결국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이야기다. <언락>과 내가 십수년 전에 읽은 자기 계발서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과학적 근거에 있다. 실험 결과가 있고 여러 사례들이 있다. 그것은 독자로 하여금 책의 내용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게 만든다.

<언락>은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여섯가지 법칙에 대해 제시한다.

1. 타고난 재능을 믿지 마라 - 인간의 모든 편견을 뒤집은 신경가소성의 비밀

우리의 뇌는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타고난 재능에 대한 편견을 버릴 때 우리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어떤 영역에 내가 끊임없이 노력하면 뇌는 그쪽으로 발달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재능이 없더라도 누구나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

우리가 학습할 때 뇌는 세 가지 방식으로 성장한다. 첫째, 새로운 경로가 만들어 진다. 처음에 이 경로는 가늘고 연약하지만 어떤 것을 보다 깊이 학습하면 할수록 이 경로가 점점 튼튼해진다. 둘째, 이미 존재했지만 서로 경결되지 않았던 경로 사이에 새로운 연결 경로가 생겨 이어진다. 셋째, 이미 있던 경로가 더 강화된다. P.33

2. 실패를 사랑하라 - 틀릴수록 성장하는 인간의 뇌

인간의 뇌는 문제를 맞혔을 때보다 틀렸을 때 뇌가 더 활성화되면서 강화되고 성장이 촉진 된다고한다. MRI 로 촬영해 나온 과학적 근거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수학 문제를 틀리고 그 틀린 문제를 골똘히 생각해 풀어 나가고 결국 답을 도출하기 까지 나의 뇌는 문제를 맞혔을 때보다 더 활성화가 된다는 것이다.

빈번하게 틀리고 어려워서 쩔쩔매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초심자에서 전문가로 성장한다. P 74

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수년 전 EBS에서 방영하는 <부모 60분>에서 수학을 왜 배우냐는 질문에 어느 수학 선생님의 답변이 무척 인상깊었다. 수학 문제를 읽고 문제를 인지하고, 힘겹게 풀어 나가고, 결국 답까지 내는 과정 모두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면한 어떤 문제를 잘 풀어가는 과정을 배우는 거라는 것. 나는 그때 그 답변을 듣고 정말 감탄했었다.

생각해보면 어떤 배움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서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지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제 나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친다면 그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 어려움에서 도망치지 않고 직면한다면 그 과정에서 나의 뇌는 더욱 활성화 될 것이고 힘들지만 분명 이겨 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용기가 불끈 솟는다.

3.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어라 - 뇌와 몸을 동시에 바꾸는 마인드셋

고정 마인드셋이란 자기 능력이 바뀔 수 없다고 믿는 것이고 성장 마인드셋은 그 반대다. 즉 자신의 능력은 노력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성장 마인드셋을 지닌 사람은 틀리거나 실패할 때 고정 마인드셋을 지닌 사람보다 더 활발한 뇌 활동을 한다고 한다. Angela Dukworth 는 '그릿(근성)'을 키우는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성장 마인드셋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성장 마인드셋을 지닌 사람들은 노력하면 자신의 능력이 바뀔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쉽게 포기 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나는 수포자다. 나는 수학머리를 타고 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길치다. 나에겐 공간 감각능력이 발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동안 그야말로 고정 마인드셋을 지닌채로 살아온 거라는 걸 깨달았다. 문득 나는 정말 궁금해졌다. 내가 학창시절 도저히 이해가지 않고 어려웠던 수학을 지금 다시 공부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천천히 수학 공부를 다시 해보기로 했다. 아들이 배우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갈 계획이다. 이번 생에 반드시 수포자 딱지를 거둬 낼 것이다.

4. 다양한 방법의 솔루션을 찾아라 - 신경 경로를 최적화하는 창조적 발상의 힘

단 하나의 고정된 방식으로만 교육할 때, 즉 어떤 문제에 단 하나의 해답만 가지고 있고 해답을 구하는 방법도 하나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성장 마인드셋을 지니기 어렵다. (중략) 뇌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뇌 영역 사이에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성취의 질을 높인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p. 134

법칙 1,2,3(이 법칙들은 하나같이 성장과 도전의 가치를 강조한다)은 개인이 지닌 학습 잠재력을 해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이때 필요한게 바로 우리가 이 장에서 다른 네 번째 법칙이다. 어던 문제나 주제, 세상 전체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의 학습 능력은 해방되어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p. 164

5. 문제 해결을 서두르지 마라 - 빠른 생각을 이기는 유연한 생각

이 장에서는 어떤 과목을 잘하고 싶다면 '빠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게 해 주었다.

수학을 예로 들자면 학생들에게 시간 제한을 두고 문제를 풀라고 하면 시간에 대한 압박감으로 긴장하고 불안해지면서 뇌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게 된다.

교육의 세계 그리고 그 외 여러 영역에서도, 속도와 암기가 가져다주는 이득을 무조건 신뢰해야 한다는 가설을 버리고 유연하고 창의적인 학습에 초점을 맞추자. 이것만이 우리의 잠재력을 해방시킬 수 있다. p.203

6.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연결하라 - 모든 한계를 없애는 협력의 힘

이 장에서는 저자 조 볼러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 했는데 그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다. 그녀는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일하는 밀그램이란 교수는 남녀차별을 했고, 그녀가 연구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까지 덮어 씌었다. 그 일로 그녀는 대학의 조사를 받아야했고, 연구자로서의 경력이 끝날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그 모든 힘든 일들을 잘 이겨 냈고, 자신과 비슷한 일들을 경험한 다른 여교수들에게 수백통의 메일을 받았고, 그 일로 인해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나는 공격적인 반발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나는 이제 그 반발에 주눅 들거나 스스로를 의심하는 대신, 그것을 나에게 주어진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변화다. 만약 당신이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생산적인 변화를 도모하거나 새로운 것을 제시하려 할 때 다른 사람들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비웃는다면 '내가 지금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p.224

그녀의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모든 법칙이 적용된 사례다. 특히 힘든 일을 이겨내고 나면 더욱 발전한다는 것, 힘들수록 우리의 뇌는 더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것은 진짜였다.

<언락>은 내가 읽은 자기계발서 중 손에 꼽히는 책이 되었다.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었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지만 용기가 안 나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한계 제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첫 번째 단계는 죄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바뀐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p. 63

빈번하게 틀리고 어려워서 쩔쩔매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초심자에서 전문가로 성장한다. p. 74

힘든 시련이 자기를 짓밟고 무너뜨리려고 온 게 아니라 기회를 주려고 왔다고 여기는 태도는, 한계 제로의 마인드셋을 지녔을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반응이다. p. 97

애당초 '돌아갈 수도 없고 넘어갈 수도 없고 관통할 수도 없는 진정한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p.123

죽을 정도로 강렬한 시련은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p. 223

누군가가 나에게 반발하는 것은 내가 충분히 폭발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다. p.224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하는 태도를 버리고 자기와 관련된 불확실한 것을 포용하며 더 만은 것을 배우려고 주변으로 눈을 돌릴 때,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존재로 나아가는 문이 열린다. 이것이 한계 제로의 본질이 아닐까? p. 245

내가 다치지 않았더라면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과거는 이미 일어난 사건이고 되돌릴 수없다. 그저 받아들일 수만 있을 뿐이다.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바라볼 때 인생은 훨씬 더 단순하고 행복해 진다. 모든 날이 좋은 날이다. - 헨리 <사소한 큰 것들> 중 p.257

행복은 성공의 연료이지만 성공이 행복의 연료일 수는 없다. p. 272

나쁘게 풀린 일을 돌아보지 말고, 앞을 바라보면서 배움과 개선의 기회로 삼아라. 다른 사람을 함께 배우고 성장할 협력자로 바라보라. p.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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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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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자마자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내 눈길을 끈 책이 있었다. <해빗>. 부제가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이라고 쓰여있다. 그간 나는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지 못해 시작했다 그만 둔 일이 얼마나 많았나. 책 뒷 표지에 커다랗게 쓰여 있는 "습관은 결코 애쓰지 않는다!"를 보고는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빗>의 저자는 인간 행동 연구 전문가이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웬디 우드다. 그녀는 애쓰지 않는 습관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실험들과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읽으면서 평소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다른 부분이 많아 놀라웠다.

웬디 우드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습관이 되려면 21일이 걸린다는 말을 전면 부인하고 시작했다.

 

어느 학자는 21일이면 습관이 형성된다고 호언장담했다. 당연히 과학적 근거가 부실한,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습관이 몸에 각인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p. 14

 

이 이야기는 p. 215에서 한번 더 나온다.

 

어떤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기까지 21일이 걸린다는 주장이 있다. (중략) 이 숫자는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이자 숱한 자기계발서를 쓴 맥스웰 몰츠가 1960년에 출간한 『사이코 사이버네틱스』에 나온다. 그는 성형수술을 마친 환자가 자신의 새로운 외모에 적응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추측했다. 일반적인 습관 형성기간과는 거리가 먼 숫자다.

 

우리나라에는 『맥스웰 몰츠 성공이 법칙』이라는 제목으로 2019년 12월에 출간 됐단다. 세상에나! 원서는 자그마치 59년 전에 나온 책인 것이다. 놀랍다. 이 고릿적에 나온 이론에 우리는 얼마나 열광했던가!

 

그리고 웬디 우드는 내가 알고 있던 의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의지만으로는 지속 할 수 없다.

출처 입력

 

<해빗>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2부에 습관설계법칙이 자세히 나와있다.

 

 

1. 습관 설계 법칙 · 나를 중심으로 상황을 재배열하라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습관을 만드는데 중요한 것이 <상황>과 <환경>이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하면 의지가 약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웬디 우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무언가를 끝까지 해낸 사람들이 의지력만으로 해낸 것이 아니란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들이 유혹에 맞서 스스로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그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리한 상황에 자신을 놓아두는 법을 이해하고 있을 뿐이란다. 우리는 의지박약이 아니란다. 와. 진짜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만약 내가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내가 있는 공간에 맛있는 군것질 거리를 없애야 한다. 군것질거리들이 눈앞에 많다면 당연히 의지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나는 실제로 환경의 변화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몸소 체험한 적이 있다. 군것질을 무척 좋아하는 k와 3년동안 함께 근무했었다. k는 늘 군것질을 하면서 나에게 권했다. 나는 딱히 거절하지 않았고 늘 함께 먹었다. 3년 뒤 내 몸무게는 꽤 늘어 있었다. 그리고 k가 직장을 그만 둔 뒤 나는 운동없이 저절로 4kg이나 빠졌다.

 

이 책에서 상황과 환경에대한 사례 중 가장 놀랐던 것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 했던 군인들의 이야기다. 대부분 그들은 전쟁중에 마약에 중독 되었다. 이 중독자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당연히 마약 중독이(습관)이 계속 유지될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군인들은 마약을 끊었다. 마약을 할 수 있는 상황과 환경의 변화로 마찰력이 많아진 이유였다. 습관을 만들때 상황과 환경의 영향이 중독마저 없앨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2. 습관 설계 법칙 2 · 적절한 곳에 마찰력을 배치하라.

 

습관을 만드는 것에는 마찰력도 잘 활용하면 좋다. 예를 들어 돈을 모은다고 생각해보자.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돈을 쓰는데 마찰력을 최대한 없앤 것이다. 그러니 돈을 모으려면 마찰력이 큰 현금을 사용하는 게 좋다.

나는 최근 모델 이소라의 유트브 채널을 하나 본 적이 있다. 그 영상은 그녀가 다이어트를 위해 할 수 있는 팁을 알려주는 거였다. 그 팁은 어느 시간이 되면 냉장고 문에 박스 테이프를 붙여 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무언가를 먹고 싶어도 저 테이프를 떼고 먹어야하니까 포기하기가 더 쉽다는 것이다. 그 영상을 보고 뭐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는데 이제보니 모델 이소라는 마찰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었던 거였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이 있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잠이 깰 때까지 스마트폰을 본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시간을 낭비하기 일쑤다. 이 습관을 없애기 위해 며칠 전부터는 스마트폰을 멀리 놓고 잔다. 알람을 끄기 위해서는 무조건 일어나 조금 걸어야 한다. 너무 피곤한 날엔 알람을 끄고 다시 침대에 눕기도 하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다.

 

3. 습관 설계 법칙 3 · 나만의 신호를 발견하라.

 

나는 습관은 무의식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습관적으로'란 말은 '무의식적으로'라는 말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해빗> 을 읽고 더 확고해졌다.

 

중요한 것은 습관이 이러한 상황 신호를 다 소화해야지만 비로소 발동된다는 것이다. 장소, 도구, 사람, 시간, 행동 등 모든 것이 상황과 결합될 때 우리의 아침 습관이 만들어진다. 이 중에서 하나라도 바뀌면 자동조종 모드가 작동을 멈추고, 그 빈자리에 의식적 자아가 올라타 핸들을 조종하기 시작한다. P.175

 

습관이란 의식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저절로 행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아무런 애를 쓰지 않아도 되게끔 하는 데 아주 좋은 팁이 있다. 일상의 신호를 활용하는 것이다. 나는 이 팁을 활용해 아주 좋은 습관을 만들고 있다. 2020년 나의 새해 목표는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다. 쓰다보니 가끔 정말 까맣게 잊는 날도 생겼다. 그래서 세안을 하고 화장대에 앉아 스킨, 로션을 바르고 나면 그자리에서 바로 감사일기를 쓰기로 했다. 피부관리와 감사일기를 한 세트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가끔 잊을 때가 있지만 매번 하다보면 습관으로 굳혀질거라 믿는다.

 

여러 요소로 구성된 활동을 매번 같은 방식으로 반복해 수행하면, 우리의 뇌는 복수의 행동을 하나의 단위로 연결시킨다. p.185

 

4. 습관 설계 법칙 4 · 행동과 보상을 긴밀히 연결하라

 

상황과 마찰은 습관이 형성되는 길을 닦고, 신호는 엔진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보상은 습관이라는 전차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연료를 공급한다. p.195

 

보상은 빠를수록 좋다. 예를 들어 지하철 계단에 발을 디디면 피아노 소리가 나게 하는 것은 곧바로 '재미'라는 보상이 주어진 것이다.

보상은 불확실 할수록 효과가 크다고 한다. 우리의 뇌가 불확실성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란다.

 

진화론에 따르면 모든 동물은 불확실한 보상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왜냐하면 식량이 부족한 야생에서 생존하기 해서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속 도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p. 206

 

5. 습관설계 법칙 5 · 마법이 시작될 때까지 반복하라

 

어쨋든 습관이란 반복함으로써 형성되는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도 반복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내와 끈기 성실만을 가지고만 반복하라는게 아니라 앞에서 말한 상황과 마찰력 자신만의 신호와 보상을 활용하면서 반복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습관으로 완성된 결코 무너지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성공한 사람들은 강인한 자제력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가볍고 쉽게 문제를 해결해 왔던 이다. 이것이 '습관이 지배하는삶', 혹은 '습관을 지배하는 삶' 이 우리에게 보장하는 유일한 약속이다. 우리는 단단한 생각을 멈춰야 한다. 습관은 애쓰지 않는다. 습관으로 완성된 삶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이것이 의지박약과 노력만능이라는 거짓으로부터 구원해줄 단 하나의 과학이다. p.342

 

 

인간의 충동적 본성은 인내심이나 자제력만으론 다스릴 수 없다. 오직 정교하게 설계된 습관의 힘으로만 통제할 수 있다.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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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 나를 위로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의 시간
루이스 L. 헤이 지음, 김태훈 옮김 / 센시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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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너무나도 싫을 때가 있다. 내가 했던 말들을 생각하면... 옹졸하고 이기적이고 즉흥적이고 위선적이고 유아적이고 경솔하고 공사구별 못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이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아... 진짜 싫다.

이렇게 종종 나를 너무 싫어하는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은 책 <미러>를 읽었다.

 

저자는 다른 저서 <치유>가 베스트 셀러라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심리치료사인데 가난, 성폭행, 이혼, 암 투병등 불우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 힘든 삶 속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심리치료법인 '미러워크(Mirror Work)'을 실천하여 극복했다고 한다. 저자 본인이 겪은 일을 본인이 고안한 방법으로 극복했다니 믿음이 갔다.

 
 

 

<미러>는 그냥 읽기만 하는 책이 아니라 실천서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을 실천하고 그에 대한 느낌을 감정일지에 쓴다.

 

1장을 읽으면서 너무나 오글거려 웃음이 비실비실 나왔다. 거울을 보며 나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라니! 이거 동양 정서랑 너무 안 맞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한장 한장 읽을 수록 내가 거울을 보며 나 자신에게 말을 건다고 상상하니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런 기분이 들다니 놀라웠다. 저자도 미러워크를 할 때는 휴지를 준비히라고 써 놓았다. 대부분 울게 되나 보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2장 내면의 아이를 만나는 것이었다. 이런 저런 책이나 매체를 통해 내면의 아이라는 존재를 잘 다스려야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내면의 아이를 내 안의 부모가 끊임없이 꾸짖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 못 했다.

 

 

 

3장은 용서에 관한 이야기다. 용서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나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기란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복수를 갈구하는 건 매일 독약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란다. 정말 어렵겠지만 미러워크를 통해서 시도라도 해보려고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잘못했고 자기 자신은 당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자기정당화에 따른 원한의 감옥에 갇힌다. 이런 경우 정당성은 얻을지 몰라도 결코 행복해지지 못한다. p.141

 

저자는 긍정적인 암시를 하라고 매 챕터마다 강조한다. 미러워크를 매일 실천하다 보면 나만의 긍정 암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저자 루이스 L. 헤이는 두 해전에 90세의 나이로 작고했다. <미러>를 읽으며 그녀가 마치 나의 옆에서 응원을 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나 자신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12가지 방법>을 상기해야겠다.

나는 오늘부터 미러워크 1DAY다. 내가 끝까지 실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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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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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티븐 킹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 <미저리>, <미스트> 등의 원작자다.(이 영화들은 내가 정말 정말 진짜 진짜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가라고 했지만 나는 그의 작품을 딱 두 권밖에 안 읽었다. 그의 첫 추리소설인 <미스터 메르세데스> 그리고 작법서 <유혹하는 글쓰기>가 그것이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더랬다. 어찌나 글을 잘 쓰는지, 싸이코 패스의 심리 묘사를 어찌나 잘하는지. 그리고 그 유머란! 유혹하는 글쓰기는 작법서로써 너무나 유명하다.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 건 이 작법서의 역할이 컸다.

스티븐 킹은 주로 공포, 스릴러, 서스펜스 전문 작가다. 그런 그가 이번엔 전에 없던 상냥함을 보여 주었단다. 그 상냥함을 <고도에서> 어떻게 보여 주었는지 무척 기대하며 읽었다. 소설로 말하자면 그의 작품을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은 게 전부라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건 그가 쓴 다른 작품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책의 중반부를 접어 들어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 했다. 사람을 하나도 안 죽여서 작가 본인도 어색한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러다 4장(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터키 트롯’에 접어 들고부터 이래야 스티븐 킹이지 하며 집중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는 음... 그래서 작가가 하려는 말이 콕 집어서 무엇일까? 명쾌한 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한달에 한 권 씩 밀란 쿤데라의 책들을 읽은 후유증인가? (밀란쿤데라의 책은 늘 작가의 의도를 찾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다시 읽었다. 아... 그런데 두 번 읽고 나니 더 헷갈린다. 어쨋든 내 나름대로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 본 결과 몇몇 이야기 할 거리가 생겼다.

주인공 스콧은 희귀(?)한 병에 걸렸다. 이것을 병이라고 칭해도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 병의 증상은 무거운 물건을 들고 체중을 재나, 그냥 맨 몸으로 체중을 재나 체중의 변화가 없다. 신기하게도 그의 겉모습은 변화가 없지만 몸무게가 서서히 줄어든다. 근육의 양은 줄어들지 않는다. 몸이 가벼워지는데 근육양이 줄어 들지 않으니 아주 작은 힘으로도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다. 그의 몸무게가 14kg이하로 줄면서 그는 우주인처럼 지내게 된다. 즉, 그에게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다.

스콧에게 어떻게 그러한 병이 걸렸는지는 끝까지 아무 설명이 없다. 그렇게 쏙 빠져버린 개연성이 조금 아쉬웠다.

더 미스터리한 사실은 스콧의 몸이 물리적으로는 전혀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물론, 무엇보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는 따로 있었다. 그가 옷을 입거나 물건을 들거나하면 중량이 더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p.79

스콧에게는 레즈비언 부부 이웃이 있다. 그녀들과는 개 문제로 사이가 약간 틀어졌다. 체중이 0이 되는 건 시간 문제인 스콧은 죽기 전에 이 틀어진 관계를 바로 잡으려 한다. 그리하야 레즈비언 디어드리도 출전하는 ‘터키 트롯’(자그마치 12km를 달리는 마라톤)이라는 마라톤에 출전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기를 건다.

“만약 당신이 오늘 경기엣 이기면 앞으로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중략) 만약, 반대로, 내가 오늘 경기에서 이기면 당신은 미시와 같이 우리 집에 와서 저녁 식사를 해야 해요.”

“이 일을 왜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거죠? 제가…… 우리가 당신네 남성성을 위협하기라도 하나요?”

‘아뇨. 이게 중요한 이유는 내가 내년에 죽기 때문이에요.’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죽기 전에 적어도 한 가지는 바로잡고 싶으니까.’ (중략)

“그냥 중요하니까요.”

사람은 죽기 전에 자신에게 일어난 어떤 일을 바로 잡고 싶어 하나 보다. 실제로 죽음이 임박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어떤 비밀을 밝히고, 당신을 사랑했노라고 그렇게 고백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러한 일들을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에는 잘 못한다. 나중에 바로 잡기에는 너무 늦는 일들이 있다.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안 될 일들. 그걸 지금 하라고 스티븐 킹이 나에게 이야기 하는 듯했다.

스콧은 희귀한 병의 덕으로 선두로 달리고 있는 디어드리 뒤를 바짝 쫓는다. 디어드리는 놀라서 돌아 보다가 그만 넘어진다. 스콧은 디어드리를 한 손에 번쩍 안아 들고는 몇 미터를 달렸다. 그리고 그녀를 놓아주고 그녀가 이길 수 있게 뛰라고 소리쳤다. 1위를 한 디어드리를 반기며 미시가 달려 왔고, 그런 그녀와 포옹하다가 둘은 넘어질 뻔 한다. 그때 뒤에서 스콧이 그들을 잡아주려는 찰나에 사진이 찍힌다. 그 사진은 ‘승리의 포옹’이라는 표제로 신문에 실린다. 그 기사로 레즈비언 부부가 운영하던 채식요리 레스토랑은 폐업 위기에서 벗어난다. 사실 스콧이 아니었다면 그 사진은 그저 달리기에서 이긴 동서애자의 사진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디어드리가 말한다. 그리하야 스콧은 죽기 전에 바로 잡고 싶던 이웃과의 관계를 바로 잡고 그들의 역경에도 도움의 손길을 주고 가게 되었다.

<고도에서>에서는 이웃들이 레즈비언 부부에게 갖는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심지어 아이들에게 레즈비언은 나쁘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반대로 레즈비언인 디어드리도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을 이상하게만 생각할 거라는 선입견으로 늘 날이 서있다. 그로 인해 스콧과의 관계도 틀어진거고.

“그것 때문이 아니라도 당신을 대한 태도는 사과해야겠어요. (중략) 그 말이 맞을 거예요. 저한테 어떤……사고방식들이 있는데…… 그걸 바꾸기가 쉽지 않아서요.”

내 자신이 어떤 합리적이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그 사고방식은 이제 더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거다. 디어드리는 스콧 덕에 자신의 사고방식이 어떻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스콧이 처음 자신의 증상을 고백한 건 퇴직 의사 엘리스다. 그는 처음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권했지만 스콧이 싫다고 하자 그 말을 존중한다. 나중에 레즈비언 부부 디어드리와 미시에게도 고백했고 그녀들 또한 스콧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들은 스콧의 뜻대로 그를 보내준다. 이것이 바로 존엄한 죽음일까? 0kg이 된 스콧은 점점 하늘로 올라간다. 표지에서 보이던 그림자가 바로 스콧의 그림자였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만약 내가 스콧처럼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 보면 어떨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해 보일 것이다. 레즈비언이든 채식주의자든, 늙었든 젊었든 다 같은 사람들일 뿐이다. 스콧은 하늘에서 불꽃을 터트린다. 그렇게 그는 밝은 빛을 남기고 계속해서 고도를 높여 올라갔다.

사람이 죽으면 땅으로 돌아가 흙이 되는 게 통상적인 생각이다. 스티븐 킹은 그 반대로 표현했다. 당연한 중력이 사라지고 하늘로 솟아오르며 생을 마감하는 것. 그것은 영화 <미스트>에서 영웅적인 사람보다 일반인이 살아 남는 것처럼 틀을 깨는 생각의 전환이다.

<고도에서> 주인공 이름이 스콧 캐리인데 캐리는 그의 첫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책의 본문에 자신의 작품들의 등장인물이나 사건을 인용한다. 1947년생인 스티븐킹이 다음 작품을 또 내 놓을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자신이 생을 마감하기 전에 이러한 작품도 꼭 써보고 싶었기 때문에 쓰지 않았을까 싶다. 마치 자신의 삶을 정리하듯이 자신의 작품들을 인용한 건 아닌가 싶다. 그러고선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건 아닐까.

이보게들. 고도에서 내려 보라고. 우린 모두 이 둥근 지구에 살고 있는 다 같은 사람들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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