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늑대 헤르만 헤세 선집 4
헤르만 헤세 지음, 안장혁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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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황야의 늑대라고 지칭하는 하리할러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그야말로 외로운 황야의 늑대다. 숲속의 늑대와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황야에서 고독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한다. 그는 자기 내면에 늑대의 본성과 인간의 본성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네 권째 읽고 나니 어느 정도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번째 공통점은 등장인물이다. 주인공 옆에는 늘 정신적 지주와같은 혹은 주인공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늘 등장한다. <데미안>에서는 싱클레어가 온전한 자아를 찾게 된 결정적 영향을 준 데미안이 그랬고, <수레바퀴 밑에> 에서는 한스의 친구 하일너가 그랬고, <싯타르타>에서는 뱃사공이 그랬다.

두번째 공통점은 늘 양극단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밤과 낮, 따뜻한 세상과 차가운 세상, 늑대의 본성과 인간의 본성 등등.

세번째 공통점은 그 정신적 지주와 같은 인물이 죽거나 떠나는 것을 통해 주인공으로 하여금 온전한 자아를 발견하는 상징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결국 헤세는 이러한 양극단을 오롯이 받아들여야 온전한 자아가 된다는 자아발견에 대한 이야기를 늘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황야의 늑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스스로도 자신은 두개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두 가지 본성을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무의식-본능-늑대/ 의식-절제-인간.
인간의 본성을 양 극단으로 나눈다면 맞는 말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헤르만 헤세는 본문 중 에서 '천가지 영혼'을 언급한다. 인간의 본성은 양극단으로 치우친 것이 아니라 천가지나 된다는 말이다. 어떤 일로 행복한 나, 기쁜 나, 열광하는 나, 불행한 나, 화나는 나, 고독한 나, 외로운 나,불안한 나 모두가 '나'라는 한 인간에게로 귀결된다. 이러한 다면적인 나를 우리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매사에 진지하고 학식을 갖춘 하리할러는 헤르미네란 인물을 만나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경험들,생각들을 하게 된다. 모짜르트대신 째즈를 듣고, 정적인 생활대신 춤을 추고, 늘 혼자였던 하리할러가 많은 사람들 틈에 어우러져 지낸다. 이건 마치 헤르미네가 늑대소년을 인간세계로 데려와 하나하나 가르쳐 짐승인 늑대소년을 사회화 시키는 느낌이었다.

<황야의 늑대>의 크라이막스는 하리할러가 미친자들만 입장 가능한 마술극장에서 온갖 경험을 하는 대목이다.이 대목은 마치 환타지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그 많은 상상의 세계. 그것은 분명 헤르만 헤세만이 표현할 수있는 것들일 것이다.

헤세는 천가지 영혼을 가진 다면적 자아를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유머를 내놓았다.

"자네는 늘 말을 지나치게 비장하게 하는 편이지. 하지만 곧 유머를 배우게 될 거네, 하리,유머의 압권은 모름지기 교수대에 섰을 때의 유머겠지. 그러니 그곳에서 유머를 배우게.
-중략-
자네는 유머를 배워야 해. 자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네. 자네는 인생의 유머, 삶이라는 교수대 위의 유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네. p.309~310

인생에서 유머를 배우라며 충고하는 사람이 모짜르트인 줄 알았던 하리 할러는 상대가 다름아닌 째즈연주가 파블로라는 걸 알아챈다.

이렇게 헤르만 헤세는 인생에서 유머를 배우라고 말한다. 수년 전 읽은 빅터 플랭클의 <즉음의 수용소>가 떠오른다.  저자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견딜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유머다. 뭇 영화에서도 생사의 갈림길 한 가운데 있는 고조된 긴장감 속에서 유머만큼 사람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여유롭게 하는 것도 없다.


언젠가 나는 웃음을 배우게 될 것이다. 파블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차르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ㅡ <황야의 늑대> 마지막 문장.

우리는 살아가면서 파블로같은 자아,모차르트같은 자아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겠다. 더 나아가 천개의 자아를 받아 들여 유머를 잃지 말아야겠다. 그것이 진정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지름길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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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18-04-17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보면 산다는 것 자체가 유머인지도 모르겠네요. ˝삶이라는 교수대 위의 유머˝, 고개가 끄덕여지는 조언 같아요. 좋은 리뷰 읽고 갑니다~

rereho 2018-04-26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그러네요. 삶자체가 유머예요ㅡ ㅎ 댓글 달아주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