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공모자 - 개정판
존 그리샴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공모자(The Brethren)

                                                                                                                                                        존 그리샴

 

  트럼블 교도소는 장벽도 감시탑도 전기 철조망도 없이 최소한의 보안 장치만을 갖추고 있는 연방 감옥이다. 감방에는 에어컨 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며 식당에서 하루 세끼의 푸짐한 식사가 제공되었고 헬스장, 당구장 등 온갖 체육시설과 오락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다. 만약 연방 감옥에서 형기를 치러야 한다면, 트럼블 교도소야말로 가장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교도소 측의 배려로, 일주일에 한 번 재소자들로 구성된 법정에서 재판이 열려 사건을 심리하고, 분쟁을 조정하며 재소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들을 수습했는데 간수들과 재소자들은 어느 정도 그 존재를 인정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늘도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는데 조 로이 스파이서가 재판장 역할을 맡고 있다. 감옥에 오기 전에 그는 주민들에 의해 선출된 미시시피 주의 치안 판사였다. 그런데 빙고 게임으로 딴 돈을 탈세한 혐의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의 오른쪽에는 소득 탈세 혐의로 이미 2년을 복역했으며, 아직 5년의 형기가 남아 있는 예순 살의 핀 야버 판사가 앉아 있다. 야버 판사는 캘리포니아의 대법원장이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반대파인, 공화당원들에 의해 거리로 내몰렸고 기소되어 형을 받았다.

 

  하트리 비크가 이 법정의 세 번째 판사였는데 동부 텍사스 주의 전직 연방 판사였다. 쉰여섯 살로 세 사람 중 가장 나이가 젊었지만, 앞으로 형기가 9년이나 남아 자신이 감옥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치명적인 음주벽이 있어서 두 명의 여행자를 치어 죽이고 교도소에 들어왔다.

 

  그곳의 재판은 단심으로 끝나기 때문에 오늘도 몇 건의 재판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폐정을 하였다. 그들의 결정은 아주 빠르고 최대한 공정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들 동업자들은 트럼블 감옥에서 매우 존경을 받고 있었고 이 법정은 교도소 내에서 매우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벌써 14년 동안이나 국회에 몸을 담고 있는 아론 레이크가 테디 메이너드 CIA 국장을 만났는데, 휠체어에 앉은 테디는 영상으로 러시아 의회의 좌파 가운데 한 명인 내틀리 첸코프를 보여주며 그가 러시아 군대의 이인자인 유리 골친과 위험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알려준다.

 

  그들은 러시아 군대에서 무기를 빼돌리고 이스라엘의 레이더와 중국 탱크를 사들이고 있으며 러시아 마피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말레이시아에 자동 소총 생산 공장을 매입하였고, 지난 석달 동안 무려 300기의 베트로브 미사일과 수만 개의 핵탄두를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확보하였단다.

 

  첸코프는 쿠데타를 획책하고 있으며 미국에 정면으로 대항하여 옛 소비에트 연방을 다시 탈환하려고 서쪽으로 진출을 시도할 것인데 그때가 되면 미국은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테디는 레이크에게 대통령 출마를 권유했다. 레이크가 대통령이 되어 허약해진 군사력을 보강하기 위해 4년의 임기 동안 군비 지출을 두 배로 늘려주기를 약속하면 레이크를 대통령으로 밀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선거 비용은 방위산업체들로부터 1억 달러를 후원 기금으로 모금할 수 있으며, 레이크의 공약을 지원하기 위하여 적당한 시기에 세계 도처에서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줄 위기 상황들을 만들면 틀림없이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

 

  한편, 트럼블 교도소의 동업자들은 자신들이 사기를 쳐서 돈을 뜯어낼 수 있는 인물로 동성애자들을 지목하고 그들에게 리키란 이름으로 꾸준히 편지를 보내 결정적인 꼬투리를 잡을 수 있을 때쯤 마각을 드러내어 돈을 요구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은행가인 동성애자 퀸스가 그물에 걸려들었고 그에게 10만 달러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테디는 선거자금 확보를 위한 공작에 들어갔고 레이크가 여자 문제가 없는 지를 전화 도청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점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대통령 당선과 국방비 지출을 두 배로 늘이는 거래를 성립시켰는데......

 

  치밀하고 영리한 세 명의 동업자들이 무모하게도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후보를 등쳐먹으려 하다니, 진짜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이 작품 속에서 전개된다.

 한편으로는, 권력을 희롱하는 배짱이 짜릿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노회한 동업자들에게 축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벌써 3, 활짝 피었던 우리 아파트 단지의 매화도 이젠 시들시들해지는 것 같고 대신에 배롱나무의 새순들이 노랗게 눈길을 끈다.


 근데 왜 이렇게 춥게 느껴지는지, 겨울을 지나면서 풍치로 고생을 좀 하고나니 생활의 리듬도 많이 흐트러졌고, 그래서 운동 기능도 많이 저하된 듯하다. 무려 32백여 곡이 저장된 나의 소중한 MP3, 이어폰을 장착하고 시민공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우선 다리에 힘을 올린 다음에 산으로 갈 계획이다.


 간밤에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멀리 산에는 하얀 눈이 쌓여 있다. 아직도 어젯밤의 잔풍(殘風)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 눈길을 끈 것은 갈매기들이다. 아마도 지난밤의 폭풍우를 피해 강을 따라 올라왔던 모양이다.


 낚시 다닐 때는 조경지대로 모이는 밑밥 크릴을 먹기 위해 모여드는 갈매기들이 짜증스럽기도 하더니 오늘은 몹시 반갑기조차 하다. 그들도 어젯밤에는 봄이 왜 이래?’했겠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하면 아직도 웃음 나게 하는 애피소드가 있다. 한글세대이면서 관리자로 이제 막 승진해서 사명감으로 완전무장한 한 간부 녀석이 본사 교육을 받으면서 전무 훈시를 열심히 베껴 써 와서 전 사업소의 전직원들에게 e일로 전달했다.


 세상에나, 서두가 이랬다. 춘래불춘래(春來不春來). 한자까지 그렇게 명시하고 친절하게 해석까지 덧붙였다. 하긴 뭐 직역을 하면 뜻이 비슷하기는 하다. 선배들은 문자 뽈뽈출이라 하여 아주 가끔씩 한자성어를 쓰는 사람들을 공자 앞에 문자 쓰는 사람이라 놀리곤 했는데 이건 뭐 문자 뽈뽈출이 아니라 대참사 수준이었. 전직원들 앞에 자신의 박학(薄學)함을 드러냈으니......


 몇 번을 망설이다 그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수정해 주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 같다. 관심이 없었거나 나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만 있었다면 그는 아직도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인데, 내가 내렸던 결정이 잘한 일이었는지는 그것 참!’ 이란 말밖에, 아직도 가치판단을 할 수가 없다.


 오늘, 손녀가 고등학교 입학하는 날이다. 이틀 등교 후 다시 온라인 수업이라는데, 이놈의 코로나는 언제쯤 진정이 되려는지, 봄이 되면 사람도 만나고 낚시도 가고 싶은데, 정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5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21-03-0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로나와 날씨 때문인지 봄이 왔다는 느낌이 나지 않아요. ^^;;

하길태 2021-03-02 15:33   좋아요 2 | URL
그래요, 모든 사람들이 힘 들텐데......
그래도 왔다가 가겠지요? ^^

행복한책읽기 2021-03-02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길태님 이런글도 쓰시다니. 넘 재미남요. 후배 간부님 귀엽습니다. 이래나저래나 아귀가 맞군요. ㅋㅋ
봄이 아닌 듯해도 꽃망울 올라온거며 흙이 보슬보슬해진 거 봄, 봄이 오는구나 해요. 산행으로 건강한 봄 맞으세요~~~^^

하길태 2021-03-02 21:19   좋아요 0 | URL
ㅎㅎㅎ감사합니다.
님께서도 행복하고 건강한 봄 맞으시기 바랍니다.^^

Jeremy 2021-03-02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너무 좋아서, 자러 가야하는데 몇 번을 읽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한국에서 배웠던 한자들을 대학 때 일본어를 영어로 배우면서
다시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렇게 글 속에 녹아난 심오한 한자성어를 접하니
괜히 한자랑 고문을 다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배롱나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겨울의 상징인 매화의 시듦과 함께
노란 새순의 싹틈이 저절로 눈 앞에 그려지고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이
아직은 봄이 성큼 다가오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감탄한 표현 정말, 여러 개입니다.

아,오지랖이지만
풍치는 (Chronic Periodontitis) 물론 당연히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으셔아 하지만
(한국에도 당연히?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집에서 규칙적인 전기 칫솔 (Sonicare 같은), floss, Waterpik 과
Chlorhexidine Gluconate 0.12% Mouth Rinse 추천합니다.



하길태 2021-03-02 21:41   좋아요 1 | URL
졸필,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롱나무는, 옛날에는 백일홍 나무로 알려졌었는데 요즘에 이름이 배롱나무로 바뀌었데요. 사람이 손으로 나무 줄기를 긁어주면 나무가 간지럼을 타서 웃는 것처럼 흔들리는데 그래서 ‘간지럼나무‘라는 재미있는 별명도 가지고 있답니다.

아, 풍치는 치료를 받는데요, 치아들이 수명이 다 되었다네요.ㅠㅠ
내일은 임플란트 상담이 예약되어 있는데, 건강한 치아가 오복 중의 하나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하구요.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samadhi(眞我) 2021-03-0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춘래불사춘에 재미난 기억이 있어요. 유래를 모르고 그냥 한자어만 들었을 때(글자를 보지 않고) 봄이 죽지도 않고 왔다고 해석했답니다. 연애시절 그걸 또 군대에 있던 우리 남편한테 편지로 썼다니까요. ㅋㅋㅋ 그러다가 곧 왕소군 얘기를 알고 다음 편지에 바로 정정해서 유래를 적어보냈답니다. 그래서 제겐 이 말이 조금 특별합니다.

하길태 2021-03-03 16:08   좋아요 0 | URL
ㅎㅎㅎsamadhi(眞我) 님, 진짜 재미있는 애피소드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그래서 봄은 또 여러분들께 잊혀지지 않는 계절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하구요, 남은 하루도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