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뇌과학 -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현대지성 테마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의 언어 학습은 마치 본능적인 행동에 가깝게 보인다. 문맹률이 높은 지역일지라도 주변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 만을 통해서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언어를 익히고 타인과 소통이 가능하다. 인간의 언어 학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궁금증 중에 하나다.

하나의 뇌에 두 언어는 어떻게 공존하는지, 단일언어자와 이중언어자의 뇌 활동은 어떻게 다른 것인지와 같은 뇌의 언어적 기능에 관한 여러 궁금증들에 대하여 이중 언어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 알베르트 코스타는 다양한 연구 결과와 사례를 통해 뇌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언어의 세계 속으로 초대해 그 해답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교통, 통신, 기술의 발전은 세계화를 점점 더 넓혀가고 있고, 과거에 비해 외국어를 접하게 되는 빈도수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중언어의 사용 역시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 평생 살아갈 예정인데 굳이 이중언어를 배우고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요즘은 자녀가 3~4세만 되어도 한국어 교육과 함께 영어 교육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중언어의 사용 경험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행동과 학습이 뇌의 모양을 만든다.’고 한다. 다양한 연구결과를 보면 이중언어자의 뇌는 단일언어자의 뇌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특히 이중언어자의 경우 모국어를 처리할 때와 제2언어를 사용할 때 특정 뇌 영역의 활성화 수준에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단일언어자와 이중언어자의 경우 언어를 이해하는 작업을 할 때는 두 경우에 큰 차이가 없지만, 언어 산출이나 언어 통제에 관련된 작업에서 보이는 특정 뇌 영역이 활동에서 다른 결과를 보인다. ‘그림 이름 말하기 테스트’ 같은 어휘접근성과 관련된 테스트에서는 단일언어자가 이중언어자보다 유리한 반면, 이중언어의 사용은 언어를 사용하고 통제하는데는 좀 더 유리하다는 결과도 존재한다.

더 흥미로운 점은 태어난 직후부터 두 언어에 노출된 아기 이중언어자는 두 언어의 차이를 구분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훈련이 지속적으로 학습되어 다중작업에서의 작업 변경이나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기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이다. 또한 외국어를 사용하여 결정을 내리면 모국어를 사용하여 의사 결정을 하는 경우보다 감정으로 발생하는 영향력을 줄여 좀더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가설이다. 다중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뇌 영역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인지적,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언어와 뇌, 제2언어의 학습과 뇌 영역의 영향과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중언어자가 단일언어자에 비해 인지능력의 저하가 늦게 오거나 뇌 발달에 좀더 유용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다만 다른 언어와의 교류와 소통이 점점 많아지는 이 시대, 다중언어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주는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 아름다운 풍경, 낭만적인 문학,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북 잉글랜드 횡단 도보여행 일기
김병두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각한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봄을 지나 여름까지 계속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서일까 요즘은 유독 여행에 관련된 책을 뒤적거리곤 한다. 몸은 떠날 수 없지만, 머릿속에서나마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기 때문일까. 이런 시기에 힐링이 될 것 같은 자연과 함께 하는 여행기가 더욱 반가웠다.

저자는 영국 아일랜드해 세인트 비스(St Bees)에서 출발해서 북해 로빈 후즈베이(Robin Hood's Bay)까지 북 잉글랜드를 횡단하는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19일에 걸쳐 도보로 여행한다. 2004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좋은 길로 선정되기도 한,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Lake District National Park), 요크셔 데일리 국립공원(Yorkshire Dales Mational Park), 노스 요크 무어스 국립공원(North York Moors National Park), 총 세 개의 국립공원이 전 코스의 2/3을 차지하는 CTC길은 광야와 호수 같은 경이롭고 매혹적인 자연 풍경과 브론테 자매, 윌리엄 워즈워드같은 영국 문학의 낭만을 함께 담고 있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요크셔 황야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 속이 뻥하고 뚫리는 기분이 든다.

매일매일 정해진 목표에 따라 혼자 걷는 여행은 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하지만, 그것 역시 도보여행의 매력일 것이다. 쉬는 날이 거의 없이 상당한 거리를 걷다보면 아프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날씨의 방해를 받기도 하며, 가끔은 외롭거나 서운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그 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친절한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만들고,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며, 또 각자의 보폭에 맞추어 서로의 길을 간다. 하루의 소소한 일상들을 덤덤하게 적고 있는 저자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나도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 도중 방문한 워즈워스 박물관에서 발견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계기가 된 ‘어느 어둡고 폭풍우 치는 밤(A dark and stormy night)’ 사건 소개글을 보며 2018년도에 보았던 영화 ‘메리 셸리 :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의 내용이 떠올라 반가웠다.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한 도보여행은 즐거웠지만,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나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같은 영국 문학에 대해서도 조금 더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CTC길 도보여행을 하고픈 사람들을 위한 좋은 안내서 역할도 하고 있다. 한번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코스트 투 코스트길 또한 내 여행 목록에 또 하나 추가되었다. 언젠가 ‘폭풍의 언덕’의 배경이 된 ‘노스 요크 무어스(북 요크 황야)’ 언덕 위에 서서 황야를 흔드는 불안한 폭풍을, 히스클리프와 캐시를 상상해볼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대 영국 지성인과 문화인들을 통해 매혹적인 한 시대를 이야기한다.

 

‘더 클럽’은 위대한 비평가이자 시인, 문학가이며 1928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출간되기 전까지 150여년의 시간동안 영어의 표준이 되었던 영국 최초의 영어사전(Dictionary of English Language)을 집필한 새뮤얼 존슨과 그의 절친이었던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이자 왕립 미술아카데미 총장인 조슈아 레이놀즈가 만든 모임이었다. 1764년 생활고와 우울증에 빠진 친구 존슨을 위해 레이놀즈는 존슨이 좋아하는 대화와 선술집이라는 조합으로 모임을 만들었다. 런던의 선술집 ‘터크즈 헤드 태번(Turk's Head Tavern)’에서 매주 금요일 회원들이 모여 정치, 경제, 예술, 문학, 역사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을 나누었다.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 그의 장인인 크리스토퍼 뉴전트, 증권 중개인 앤서니 채미어, 작가인 올리버 골드스미스, 토펌 보우클레어와 베넷 랭턴, 치안판사이자 음악학자인 존 호킨스와 새뮤얼 존슨과 조슈아 레이놀즈를 포함해서 총 9명으로 더 클럽이 창설되고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로마제국쇠망사>의 저자이자 역사가인 에드워드 기번,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 스코틀랜드 출신의 전기작가 제임스 보즈웰, 영국 최고배우로 손꼽히던 데이비드 개릭까지 다양한 회원들이 모여 20여년간 활동을 이어갔다. 당대는 물론이고 후대까지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들의 모임이었지만 이 클럽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은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좋은 벗’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와 시간을 함께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더 클럽이라는 모임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새뮤얼 존슨과 제임스 보즈웰을 포함한 모임 회원들의 간략한 전기이자 18세기 영국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역사책으로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존슨을 스승처럼 존경했던 보즈웰이 남긴 ‘존슨전’에 남겨진 존슨과의 만남, 클럽에서 회원들끼리 나누던 대화에 대한 상세한 기록 등을 통해 존슨의 일생의 한 면과 회원들 간의 우정, 경쟁, 논쟁 등의 다양한 모습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그 당시 대다수의 남성 지식인들과는 달리 당대 여성 지식인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영국의 식민지 정책을 비판했던 존슨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되어 영어사전을 집필한 ‘존슨 박사’로만 알고 있던 ‘새뮤얼 존슨’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로운 흥미가 가지게 되었다.

 

또한 주된 회원들을 챕터별로 다뤄 당대 지성인, 예술인, 청치가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들의 초상화를 비롯해서 그 시대 영국의 모습을 담은 삽화들을 통해 역동적이고 활기차고 북적이는 18세기 런던의 모습이 한층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새뮤얼 존슨의 <영어사전>에서는 ‘CLUB''특정 조건에서 만나는 좋은 친구들의 모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어느 금요일 런던의 평범한 선술집에 일정한 시간이 되면 회원들이 모여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심오하게 토론을 나누고 사적인 시간을 공유하는 좋은 친구들의 모임 THE CLUB과 함께 18세기 급변하는 런던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두렵기에 버리고 싶고,

사랑하기에 지키고 싶은 것들을 언더랜드로 가져갔다. (P16)

언더랜드에서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 유용한 것을 생산하고, 해로운 것을 처분하는

세 가지 과제가 문화와 시대를 아우르며 반복된다.

은신처(기억, 소중한 물건, 메시지, 연약한 생명)

생산지(정보, 부, 은유, 광물, 환영)

처리(폐기물, 트라우마, 독, 비밀) (P16)

그러고보면 땅 밑 세상은 우리 삶과 무척이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산업화를 이끌어낸 화석, 석유, 천연가스 같은 자원을 제공하고, 추억, 죽은이들에 대한 기억들을 묻는 곳이며, 어린시절 꿈과 모험의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하늘을 의식하듯 언더랜드를 떠올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자연 작가인 저자 로버트 맥팔레인은 1만년 전 납골당이 있는 절벽아래 멘딥힐스 동굴부터 파리의 카타콤, 경의로운 곰팡이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에핑 포레스트 숲, 볼비의 암흑물질 연구소에서 필란드 올킬루오토섬의 핵폐기물 저장소까지 신비롭고 다양하며 때로는 두렵기도 한 언더랜드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사실 이 책의 소개를 볼 때 과학 분야의 책으로 분류되어 있었기 때문에 언더랜드에 대한 자연과학적 분석이 담긴 책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펼치고 나니 땅 밑 숨겨진 세상에 대한 탐험기와도 같았다. 1만 년 전의 납골당의 유골과 불비의 지하 광산에 수명을 다해 버려진 채굴기, 로포텐의 오래된 동굴벽화와 파리의 카타콤에 그려진 그래피티는 언더랜드의 거대한 시공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

지금도 지하 깊은 곳 볼비 암흑물질 연구소에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아직 정체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암흑물질에 대한 연구가 한창 일 것이다. 우주의 탄생과 동시에 생성되었으며,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을 연구할 수 있는 장소가 지구상에 유일하게 지하 900미터 아래 언더랜드 뿐이라는 사실은 아니러니하다. 하늘보다 더 멀고 먼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을 보기 위해 땅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점은 공간을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다.

파리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도시 카타콤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통상적으로 알고 있던 지하묘지가 아니라 더 깊고 다양한 공간이 존재하고, 지하 납골당으로, 전쟁시에는 벙커로, 레지스탕스들의 공간, 또 언젠가는 은폐와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로, 이제는 밤이 되면 그 곳을 사랑하는 카타필(cataphile, 아래를 사랑하는 사람들)들이 좁고 어두운 공간을 건너, 기차가 지나는 땅 아래를 지나 카타콤에 모여 모임을 가지고 파티가 벌어지는 지하세계는 마치 어렸을 적 본 모험소설의 한 장면과도 같아 저자와 함께 언더랜드로 탐험을 떠나는 것만 같았다.

핀란드 남서부 올킬루오토섬 암반 깊은 곳에는 10만 년을 버틸 수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고가 건설 중이다. 숲속 지하 나무들의 균사를 통한 적자생존이 아닌 협력을 통한 공생관계와 거미줄 같이 복잡한 통신망과 네트워크로 고도화된 우드 와이드 웹은 놀랍기만 하다. 동굴에서 숲으로, 빙하에서 바다 속으로, 저자가 안내하는 다양한 형태의 언더랜드는 우리에게 그 공간이 주는 의미를, 앞으로 우리의 머나먼 미래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깊은 심원의 장소와도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 세상의 모든 범죄는 영화 한 편에 다 들어 있다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일 사회 속에서 수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지만, 실상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범죄를 접할 수 있는건 언론과 대중매체를 통해서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라는 장르는 영상과 스토리라는 막강한 무기로 보는 사람들에게 범죄를 인식하고 간접적으로 체감해보고, 깊이 고민해 볼 수 있게 해주는 분야 중 하나다.

한국 최초의 범죄학 박사인 저자는 37편의 영화 속에 담겨 있는 범죄 코드들을 통해 다양한 범죄의 유형과 문제점, 사회 문제와 범죄의 관련성, 범죄학, 피해자학, 형벌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손꼽히는 범죄영화 중 한편인 1991년 개봉한 ‘양들의 침묵’에서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한 한니발 렉터 박사의 오싹한 이미지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들리는 사이코패스, 프로파일링 수사, 연쇄살인범이라는 소재와 한니발 박사와 스털링 요원의 심리전이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그 당시에는 최고의 스릴러 영화로 재미있게 봤었는데, 저자가 분석한 범죄 코드들을 통해 그때는 지나쳐버렸던 주제들과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을 더듬어 보게 되었다.

2015년 개봉해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스포트라이트’나 미국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란 영화를 보면 언론이 가지고 있는 힘과 대중매체와 언론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지켜져야 할 언론의 자유와 동시에, 그 자유가 오보와 무고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 역시 잊지 않아야 한다. 또한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경우 거대한 종교 집단에서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벌어지고, 은폐되어 왔던 아동 성범죄의 문제와 가해자인 성직자들을 수용하는 재활센터 위치에 대한 보스턴 지역 주민들의 모습 속에 우리 사회에서도 종종 문제시 되고 있는 님비현상(‘Not in my backyard',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959년부터 2015년까지 개봉한 37편의 범죄 영화 중에 무려 4편의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미국의 전설적인 사기범 ‘프랭크 애버그네일’로 등장해, 항공기 조종사, 의사, 검사 등 다양한 직업을 사칭하고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대담한 사기를 벌이는 이 영화 속에도 다양한 범죄 코드가 존재한다. 결손 가정과 청소년 범죄의 상관성은 물론이고, 갈수록 고도화 되는 지능범죄를 통해 기술 발달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달 역시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DNA분석을 통해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면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소재가 되기 한 33년 동안이나 미제 사건이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특정해 낼 수 있었다.

이미 보거나 알고 있던 영화 속에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숨어 있었나 싶은 부분들도 많이 보이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영화들 역시 흥미로운 소재와 내용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들이 이것저것 머릿속에 떠오른다. 역시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