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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7월
평점 :
메트로폴리스는 대개 파란만장한 역사를 품고 있다. 아름다운 도시, 낭만과 예술의 도시, 그리고 혁명의 도시. 유럽의 역사를 알려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인 파리는 수천년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도시다.
마침 올해 2024년 올림픽 개최지이기도 해서 더운 여름을 파리에서 오는 소식과 함께 보냈다. 최초의 성평등 올림픽, 탄소중립, 충격적이었던 개막식 호명 실수나 센강 수질 문제,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올림픽이었지만 사상 최초로 경기장 밖에서 열린 개막식은 파리가 어떤 도시인가를 잘 보여주었다.
선수단은 센강을 통해 배를 타고 입장하고 성화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루브르박물관 피라미드를 지나 튈리르 정원 한가운데에서 점화되고, 파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에펠탑에는 오륜기가 걸렸다. 도시 자체가 무대가 될 수 있다니!! 역사를 보존한 도시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개막식이었다.
경기장 역시 새롭게 짓지 않고 기존 건물과 장소를 활용하여 에펠탑 앞에서 비치발리볼 경기가, 프랑스 혁명의 중심지이자 단두대에 의해 수 천명이 처형된 콩코르드 광장에서 스케이트보드, 브레이킹댄스 등 어반스포츠 대회가 펼쳐졌고 로베르 두아노의 유명한 사진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의 장소 앞에서 육상 경기가 열리고, 태양왕 루이 14세가 건설한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승마 경기가 펼쳐졌다. 17세기 절대왕정에서 18세기 프랑스 혁명, 19세기 만국박람회, 1,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다시 활기를 찾은 20세기까지의 시간을 상징하는 건물들이 올림픽 경기장으로 동시에 활용되었다.
기원전 3세기 중엽 갈리아인 일파 파리지족(Parisii)이 센강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파리라는 도시가 시작되었다. 로마제국에 편입되었다가 프랑크족의 왕 클로비스 1세가 파리를 점령하고 그 후 프랑스의 수도로서 번성하고 파괴되고 변화해온 도시 파리. 나폴레옹 3세 시대 조르주 외젠 오스만 남작에 의해 개선문이 있는 에투알 광장(샤를 드 골 광장)을 중심으로 12개의 방사형 도로가 뻗어 마치 별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지금의 파리의 모습이 만들어진 후에도 아름다운 벨 에포크 시대와 나치의 점령이라는 격동의 시간을 거져왔지만 파리는 항상 그 자리에서 조용히 기억을 더해왔다.
파리의 면적은 105 km2, 서울의 1/6면적 정도이다. 이 작은 도시에서 그렇게나 거대한 혁명과 화려한 예술이 탄생했고 그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왔기에 파리라는 도시가 이렇게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파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상파, 벨 에포크, 수 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이 활동했고,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존재하는 예술적인 면이다. 헌데 이 책을 읽으며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들에도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머리속에 그려지는 파리가 더 다양하고 넓어진 느낌이다. 한결같으면서도 항상 변화하고 있는 도시 파리로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