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 - 인류세가 빚어낸 인간의 역사 그리고 남은 선택
사이먼 L. 루이스.마크 A. 매슬린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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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코로나19 발병 후 중국과 유럽 대기오염도가 낮아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도시 봉쇄정책으로 인해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감소하자 이산화질소 농도가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북극 해빙은 과거 40여년 전에 비해 70%나 줄어들어 해수면은 크게 상승했고, 2050년 이전에 북극에 여름 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연구가 최근 발표되었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인류세는 사람들이 환경을 어떻게 다루고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P18)

<인류세(Anthropocene)>는 ‘인류’와 ‘최근의 시간’을 가리키는 그리스어 조합으로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활동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고, 근원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기를 따로 분리하기 위해 제안된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그 시작 시기나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학자마다 각각 다르게 주장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인류가 지구 환경 시스템에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구에 생명이 도래하기 이전인 약 45억 년 전 하데스대부터 시생누대, 원생대를 거쳐 현생누대에 도달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엄청난 생물의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어류-파충류-포유류의 시대가 시작되고 빙기와 간빙기를 거쳐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한 지능을 가진 유인원이 살아남아 진화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는 홀로세(Holocene Epoch)가 시작되었고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며 급격하게 문화를 발달시켜 나갔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어원은 라틴어로 ‘지혜가 있는 사람,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현재 75억 인구에 달하는 지구를 가득 채운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그 뜻에 충분히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인류가 아닌 지구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마도 그 답은 긍적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저자가 풀어나가는 인류세의 개념과 지질학적 시대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와 이족보행을 하며 무기와 불을 사용하고, 뇌가 발달하며 농경생활이 시작하게 되고 산업혁명을 거치며 과학이 발달하고 세계화되어가는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그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종을 변화시키고, 지구 온난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 배출, 해양의 산성화 등 지구 환경 시스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또한 다시금 알 수 있다 . 그리고 이제 그것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문제이다.

‘거의 모든 생물은 인간의 행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의 개체수는 지난 40년간 평균 58% 감소했다. 이제 멸종은 인류가 지구에 나타나기 전의 전형적인 속도보다 1,000배에 달할 만큼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P8~9)

일찍이 인류만큼 생물의 멸종과 변화에 많이 관여하고, 지구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킨 종은 없었다. 그를 통해 빠르게 발전해 왔던 우리는 이제 또 다른 선택지 앞에 서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인류는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될 것인지, 아니면 발전과 협력, 변화를 통해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거나, 생활 형태를 전환, 진화할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는 미래 인류의 모습을 논의하고 그 해결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달려있다. ‘슬기롭다’는 ‘어떤 일을 잘 판단하고, 잘 해결해 내는 능력이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는 과연 호모 사피엔스 다운 결정을 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의 모습으로는 그닥 긍정적인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 마음 한편이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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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거장의 문장 하나쯤 - 1일 1문호 문학의 시간 1일 1교양
붉은여우 엮음, 손창용 감수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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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후에도 오래동안 기억속에 남는 문장이나 장면들이 있습니다. 좋은 글들은 랜선 독서모임을 통해 나늘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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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가문 메디치 2 - 피렌체를 사로잡은 남자
마테오 스트루쿨 지음, 이현경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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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MEDICI)만큼 하나의 가문으로서 유럽 역사에 깊은 흔적을 남긴 가문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상인가문에서 시작해서 은행업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15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기까지 피렌체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3명의 교황과 2명의 여왕을 배출했으며, 르네상스 예술의 대표적인 후원자로도 널리 알려진 메디치가는 피렌체라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이름이기도 하다.

2017년 이탈라이의 서점 대상이라 불리는 ‘프레미오 반카렐라 상’을 수상한 [권력의 가문 메디치] 삼부작은 메디치 가문을 부흥시키고 피렌체의 군주로 만든 <코시모 디 조반니 데 메디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 ‘산드로 보티첼리’ 등 르네상스의 거장이라 불리는 수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하여 피렌체를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만드는데 공헌하고, 메디치가문의 최전성기를 이끈 수장으로 동시대인들에게 ‘위대한 자(Lorenzo Il Magmifico)’로 불렸던 <로렌초 디 피에로 데 메디치>,

프랑스의 국왕 앙리 2세와 결혼하여 프랑스의 왕비이자 3명이 아들을 왕위에 올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카트리나 마리아 로물라 디 로렌초 데 메디치>의 생을 담고 있다.

2권 [피렌체를 사로잡은 남자]는 일 마그니피코(위대한 자) 로렌초가 아버지 피에로 사망 후 가문을 계승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권력과 사랑, 의무와 우정 사이에서 고뇌하며 갈등하며 피렌체의 통치자로 거듭나는 가운데 메디치가를 적대시하는 피렌체의 귀족 가문 파치가와 교황 식스토 4세의 조카이자 교회군 총사령관 지롤라모 리아리오, 피사 대주교 프란체스코 살비아티, 복수를 꿈꾸는 루도비코 등이 꾸민 ‘파치가의 음모 사건’과 그 이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탈리아 도시국가들과의 세력 다툼, 피렌체의 통치와 적대가문의 견제, 권력과 정치다툼 속에서 루크레치아와의 사랑과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의 우정은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인물이자 로렌초의 친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우리가 익히 아는 르네상스의 거장이자 천재 예술가로 이름을 높이기 전, 열정적으로 지식과 호기심을 탐구하고, 화가, 발명가, 다재다능한 예술가로서 성장해나가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뇌와 방황으로 그림을 중단하고, 동성애 혐의로 고발당하는 등 갖은 고생을 다 하는 젊은 레오나르도와의 깊은 우정과, 가문의 번영을 위해 로마의 귀족인 클라리체 오르시니와 결혼을 했기에,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허락될 수 없었던 루크레치아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모습에서 통치자이자 가문의 수장이 아닌 인간적인 로렌초의 추구했던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사이에서의 고뇌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다운만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남편을 사랑했기에 계속해서 고통스러워하는 클라리체의 모습 역시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20세 젊은 나이로 가문을 계승한 로렌초는 특유의 매력과 출중한 능력으로 피렌체 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통치자로서의 자리를 공고히 했으나, 파치가의 음모로 동생 줄리아노를 잃고, 그에 대한 복수로 메디치가의 지지자들이 벌인 대학살의 기억은 피렌체에 고스란히 남아버렸다. 이 이야기의 끝이 다음 카트리나의 이야기로 어떻게 이어질지 다음권이 기대하며 책을 덮었다.

피렌체라는 도시에는 아직도 메디치 가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피렌체를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유럽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하나인 ‘우피치 미술관’은 메데치가의 공무 집행실로 건축된 우피치궁과 소장되어 있던 예술품들을 가문의 마지막 상속녀인 안나 마리아 루이자가 기증하여 미술관으로 변경되었고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코지모, 로렌초, 카트리나, 세 사람을 통해 피렌체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권력과 예술을 사랑한 메디치가문의 격동적인 흥망성쇠를 담아낸 드라마에 푹 빠져들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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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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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렵고 추상적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형이상학, 플라톤의 이데아론, 니체의 초인사상, 칸트의 정언명령 같은 철학적 용어들은 모호하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 그리스부터 철학은 ‘최고선(합리적 인간 활동의 목표)이 무엇인가? 삶의 목적과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끊임없이 추구했다. 그것은 지금에도 변함없다. 삶의 시간들을 단지 지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해 ‘왜, 어떻게 삶아가야 하는가?’라고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해, 사람의 의지, 존재, 신의 유무, 인과와 가능성을 탐구 하는데는 철학적 사유가 필요불가결하다. 항상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질문하고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다. 단순한 세계는 편하지만 즐거움 적어진다.

하지만 ‘자신과 삶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제시하는 철학의 역사는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무척 방대하고 깊어 쉽게 이해하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최근 서양 철학을 개괄적으로 정리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틸리 서양철학사’ 출간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프리스턴 대학교에서 평생 철학 교수로 지낸 프랭크 틸리의 철학서는 1914년 초판이 발행된 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며 미국 각 대학의 철학과 역사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교과서로 사용되어 왔다.

초기 그리스의 자연철학부터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철학까지 글자 그대로 서양 철학을 시대별로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목차만 봐도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주관적으로 철학과 사상을 분석하거나 비판하기보다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시대별 철학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있어 과연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은 철학책’이라 불리울만 하다. 또한 창시자들의 인격과 그들이 살았던 문화적, 역사적, 철학적 상황이 반영된 상이한 철학의 개념과 이론의 유기적인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모든 사상 체계는 다소간 그것이 발생하는 문명과 그 창시자의 인격과 이전 체계들의 성격에 의존하면서, 당대와 그 이후 시대의 이념과 제도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P17)

저자는 현재의 업적과 상황에 대한 이해만으로 그 체계를 비판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로 불리는 탈레스를 시작으로 플라톤, 데카르트와 로크, 칸트, 하이데거와 벤야민을 비롯한 여러 철학 이론들이 쌓이고 쌓여 철학의 이론의 탑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평소 흥미를 가지고 있는 철학자의 사상을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었던 것과 동시에 알지 못했던 철학의 여러 경향들에 대해 개괄적으로 정리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통해 매번 어렵게 느껴지기만 하는 서양철학과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다. 서양철학에 관심이 있거나 서양철학의 흐름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딱 알맞은 철학책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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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성 -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고백
리하르트 폰크라프트에빙 지음, 홍문우 옮김 / 파람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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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칼 융 등 현대 정신의학자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정신병리학과 성 심리학, 법의학과 범죄인류학 최고의 바이블

최근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어서일까 <광기와 성 -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고백>이라는 제목에 유난히 눈길이 간다. 이해하기 어려운 성범죄는 우리 주변에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럴 때 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하는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성범죄사건이나 성도착적인 사례들은 오늘날 일어난 새로운 일들이 아니다.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고전이자 정신병리학의 ‘성서’라고까지 불리는 이 저서가 오스트리아에서 출판된 것은 지금부터 130여년 전인 1886년이다. 지금은 방송이나 온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페티시즘, 사디즘, 마조히즘 같은 성적 용어들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창안해 사용되었다고 하니 진정 ‘성’에 관한 획기적인 저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생활의 심리와 정신병리를 시작으로 사디즘, 마조히즘, 페티시즘, 동성애, 특수 정신병리, 성범죄와 법의학까지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보통은 외면하고 싶은 ‘성’과 관련된 내밀한 주제들에 대해 198개의 방대한 사례를 수집하고 과학적, 정신학적으로 분석한 내용들은 혐오스럽다고 숨기고 모른다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가고자 하는 한걸음이 학문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증세의 방향과 도착의 근거를 검토해야 이해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에서 사례를 파악하고 연구하여 원인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시점으로 보자면 미신적이거나 정신병으로 잘못 이해되는 사례도 많이 보이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과 관련된 지식들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알 수 있다.

선척적 동성애를 유전학적으로 해석하거나 비정상적 성심리는 기능의 퇴행에 대한 상흔으로 간추하고, 신경병으로 이해하는 분석들이 낯설긴 하지만 생생하고 폭넓은 사례들을 통해 과거 서양에서 성에 대한 고뇌나 사건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일어났는지 볼 수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대부분이 남성의 사례라는 점이다. 그 이유가 남성보다 여성이 성심리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의 경우 솔직히 털어놓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 책이 긴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은 그에 대한 이유가 있다. [광기와 성]을 전문가와 대중들이 오랜 시간 탐독했던 것은 그만큼 성 심리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일 것이고, 자신과 타인을 좀 더 알고 싶어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 성심리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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