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 아름다운 풍경, 낭만적인 문학,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북 잉글랜드 횡단 도보여행 일기
김병두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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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봄을 지나 여름까지 계속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서일까 요즘은 유독 여행에 관련된 책을 뒤적거리곤 한다. 몸은 떠날 수 없지만, 머릿속에서나마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기 때문일까. 이런 시기에 힐링이 될 것 같은 자연과 함께 하는 여행기가 더욱 반가웠다.

저자는 영국 아일랜드해 세인트 비스(St Bees)에서 출발해서 북해 로빈 후즈베이(Robin Hood's Bay)까지 북 잉글랜드를 횡단하는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19일에 걸쳐 도보로 여행한다. 2004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좋은 길로 선정되기도 한,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Lake District National Park), 요크셔 데일리 국립공원(Yorkshire Dales Mational Park), 노스 요크 무어스 국립공원(North York Moors National Park), 총 세 개의 국립공원이 전 코스의 2/3을 차지하는 CTC길은 광야와 호수 같은 경이롭고 매혹적인 자연 풍경과 브론테 자매, 윌리엄 워즈워드같은 영국 문학의 낭만을 함께 담고 있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요크셔 황야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 속이 뻥하고 뚫리는 기분이 든다.

매일매일 정해진 목표에 따라 혼자 걷는 여행은 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하지만, 그것 역시 도보여행의 매력일 것이다. 쉬는 날이 거의 없이 상당한 거리를 걷다보면 아프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날씨의 방해를 받기도 하며, 가끔은 외롭거나 서운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그 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친절한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만들고,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며, 또 각자의 보폭에 맞추어 서로의 길을 간다. 하루의 소소한 일상들을 덤덤하게 적고 있는 저자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나도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 도중 방문한 워즈워스 박물관에서 발견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계기가 된 ‘어느 어둡고 폭풍우 치는 밤(A dark and stormy night)’ 사건 소개글을 보며 2018년도에 보았던 영화 ‘메리 셸리 :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의 내용이 떠올라 반가웠다.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한 도보여행은 즐거웠지만,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나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같은 영국 문학에 대해서도 조금 더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CTC길 도보여행을 하고픈 사람들을 위한 좋은 안내서 역할도 하고 있다. 한번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코스트 투 코스트길 또한 내 여행 목록에 또 하나 추가되었다. 언젠가 ‘폭풍의 언덕’의 배경이 된 ‘노스 요크 무어스(북 요크 황야)’ 언덕 위에 서서 황야를 흔드는 불안한 폭풍을, 히스클리프와 캐시를 상상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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