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 지옥의 풍경, 요한계시록부터 단테까지 해시태그 아트북
알릭스 파레 지음, 류재화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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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검정, 금, 인상주의,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작품을 담은 <해시태그 아트북>의 이번 주제는 바로 <악마>다. 사악하고 공포의 대상임과 동시에 유혹적인 존재이기도 한 악마라는 소재에 걸맞게 화려한 색감과 자극적인 이미지, 강렬하고 인상적인 작품들로 가득하다.

튼튼한 종이와 선명한 도판으로 그 느낌이 더 생생하게 전달되는것 같다.



디아블diable(악마)는 라틴어 디아볼루스diabolus 또는 그리스어 디아볼로스diabolos에서 파생했다. 처음에는 명사가 아니라 증오나 혼란, 질투와 시샘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의 특징을 묘사하는 형용사였다. (P60)



우리가 보통 악마라는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는 뿔, 날개, 꼬리 등의 이미지는 중세 기독교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사탄은 기독교에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성서에는 악마나 사탄의 형상에 대한 묘사는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고 한다. 악마가 그 형태를 갖추고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된 것은 6세기부터이다. 흔히 상상하는 악마의 모습의 여러 특징은 다양한 신화나 기독교에게 있어 이교도로 배척되었던 종교의 신들의 형상이 악마나 부정적인 상징으로 변형되어 차용된 경우도 많아보인다.



초기에는 동물의 특징을 더 많이 가진 악마의 이미지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인간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책의 표지를 장식하며 보자마자 눈길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프란츠 폰 슈투크의 ‘루시퍼’는 그 눈과 희미하게 보이는 날개 외에는 인간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턱에 손을 괴고 정면을 응시하는 루시퍼를 보고 있자면 무서운 어딘가의 세계로 끌려갈 것만 같은 느낌에 오싹해진다. 원래 악마란 그런 존재가 아닌가.



책에 수록된 ‘꼭 봐야 할 작품들’과 ‘의외의 작품들’ 총 37점의 작품들, 세밀한 알브레히트 뒤러의 ‘기사와 죽음’ 동판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윌리엄 부게로의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귀엽게까지 느껴지기도 하는 ‘노트르담성당의 악마 조각상’과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천진한 아이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그로테스크하기도 한 파울 클레의 ‘작은 불악마 인형’ 등 6세기부터 현대까지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예술의 형태로 악마의 형상이 얼마나 다양하게 변형되고 표현되어 왔는지 잘 들여다볼 수 있다.



시대와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악’과 ‘악마’의 본질을 탐구하고 표현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사회의 인식 역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 생각해보며 작품을 보는 것 또한 이 책을 재미있게 보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해시태그 다음 시리즈가 매번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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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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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와네트>, <로맹 롤랑> 등으로 뛰어난 전기 작가로도 널리 알려진 유럽을 대표하는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이자 독일 문학의 거장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이 책에도 수록되어 있기도 한 <모르는 여인의 편지>였다. 유명 소설가R에게 도착한 편지를 통해 보여주는 여인이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한 기록은 무척 흡입력 있어 짧은 단편소설임에도 오랜 여운을 남겼다. 그 이후 츠바이크의 소설에 관심이 있어 찾아보았지만 기대보다 국내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 항상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이화북스에서 출간된 츠바이크 선집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의 또 다른 유명한 작품인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시작으로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선집 2권은 드디어 대표 소설집이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완결판의 완역본으로 아찔한 비밀부터 어느 여인의 24시까지 총 5편의 중단편 소설을 담겨 있는데 어느 한편 빠질 것 없이 매력적이었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열정이다.

열정은 때론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도 하지만,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기도 하고 한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게 할 때도 있다. 평범한 삶 속에 찾아온 어느 한 순간이 예기치 못한 상황 속으로 밀어 넣으며 격렬한 감정과 열정에 빠져들게 한다.


<아찔한 비밀>에서 에드거는 어머니와 젊은 남작의 외도를 통해 위선적인 어른의 세계를 마주하며 기쁨, 동경이 배신감, 분노로,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 소년에서 증오에 찬 감시자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아직 성애에 눈을 뜨지 못한 소년의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당혹스러운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변화무쌍한 감정변화가 마치 내 자신이 소년이 된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불륜사실로 모르는 여인에게 협박을 당하며 불안과 공포에 쫓기는 <불안>에서 이레네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앞이기 때문에 가장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고백하고 싶은 마음과 숨기고 싶은 마음, 사랑과 수치심, 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책의 타이틀이기도 한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이 막대한 전쟁배상금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던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노인의 보물과도 같은 소장품을 통해 예술이 가진 힘과 무언가에 대한 열정이 주는 기쁨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


섬세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문체로 인물에 몰입하게 만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강렬한 작품들로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해서 결국 멈추지 못하고 완독해버리고 말았다. 벌써부터 출간 예정인 두 번째 단편 선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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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 - 황혼이 깃든 예술가의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 분투기
윌리엄 E. 월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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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디로도비코 부오나로티 시모니. 그 이름을 들으면 즉시 피에타와 다윗,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지창조 등 다양한 작품이 떠오르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이다. 15세에 피렌체를 통치하던 메디치 가문의 수장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그 재능을 인정받고, 23세에 현재도 바티칸 대성전에서 많은 이들을 감탄하게 하는 피에타를 조각하였으며, 30대에 시스티나 천장화를 완성한 천재,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위대함을 넘어 경의로움을 느낀다.

그러고보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와 함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손꼽히며 서양 예술에 큰 영향을 준 예술가인 미켈란젤로의 생애를 이야기할 때 중반 이후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유명한 작품들을 전반부에 많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그 작품만으로도 워낙 할 이야기가 많아서일까. 미켈란젤로가 성 베드로 대성당 공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가라는 이미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미켈란젤로의 전 생애를 담은 전기를 저술하기도 한 세계적인 미켈란젤로 권위자인 저자 윌리엄 E. 월리스는 70세부터 89세, 율리우스 2세의 영묘를 완성하고 파울루스 교황에 의해 성 베드로 대성당 수석 건축가로 임명되어 삶의 마지막까지 예술가로서 살아온 생애 만년의 업적, 삶의 고뇌, 노년의 상실의 슬픔 등 예술가로서의 모습과 인간적인 면을 미켈란젤로와 동시대인들이 남긴 기록과 연구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카, 지인들과 교류한 편지, 시를 통해 생생하게 다가오는 미켈란젤로의 모습은 상상해왔던 엄격하고 까칠한 천재의 모습이라기보다 더 친근한 면모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 어려운 공사현장과 대공사 감독을 맡은 교황청 대리 기구 파브리카의 임원들과 끊임없는 분쟁 속에서도 다섯 명의 교황에게 지지를 받으며 융통성 있고 실무에 능한 건축가로서의 또 다른 예술가의 모습에 역시 미켈란젤로라는 생각 역시 들었다. 또한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을 통해 그 시대 거대한 건축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이다. 돌의 운반부터가 이렇게 큰일이었다니.

육체는 점점 노화로 인해 쇠퇴하고 주변에 소중한 이들은 하나 둘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숙명에 의해 잃어간다. 게다가 70세가 넘는 이미 은퇴하기에 충분한 나이에 자신이 완공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이라는 거대한 작업에 삶의 마지막 시간을 쏟는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천재적인 예술가 역시 상실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인간의 고뇌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의 자부심, 신앙에 대한 헌신으로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대성당 건축에 혼신을 다한 결과 그의 사후 오랜 시간이 지나 완성되었으며, 다양한 설계자가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성 베드로 대성당은 미켈란젤로가 지은 건축물이라고 여겨지며 그가 설계한 거대한 돔은 지금도 바티칸의 상징처럼 그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기대했던 평화와 안정이 보장되는 고향 피렌체로 귀향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성 베드로 대성당을 비롯하여 설계하고 참여했던 여러 건축 공사의 완공을 보지 못했으며, 죽기 직전까지 작업했던 론다니니의 피에타 조각은 완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애 만년 그의 삶은 왜 미켈란젤로가 위대한 예술가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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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 전11권 - 가난한 사람들 +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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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행복!!!
소장하고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또 세트로 구매해야 할까 고민하다 장정의 아름다움에 끌려 결국 주문하고 말았는데 역시나 후회는 없습니다. 구성, 장정, 디자인 모두 만족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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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수집가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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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집가일 뿐이야. 난 순간을 수집한단다.”



잊혀지고 지나가는 순간, 간직하고 싶은 순간, 무수히 많은 순간들. 만약 내가 순간을 수집한다면 어떤 장면들이 담길까.



하펜슈트라세 섬의 한 주택 5층에 화가 막스 아저씨가 이사를 왔다. 구닥다리 철테 안경을 쓰고 조금 뚱뚱하며 바이올린을 켜는 소년은 자신을 예술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막스 아저씨의 화실에 거의 매일 머물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책 속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때로는 캐나다 눈코끼리,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같은 환상적인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막스 아저씨는 계속 그림을 그리지만 완성된 그림들을 벽에 뒷면을 보이게 기대어 놓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 그림을 볼 수 없었다. 어느 날 먼 여행을 떠나는 아저씨는 소년에게 집 열쇠와 관리를 부탁했고 막스 아저씨가 떠나 텅 빈 화실에 찾아간 소년은 메모와 함께 벽이 아닌 자신을 향해 늘어선 그림들을 마주한다.



눈 오는 어느 캐나다의 주택가를 지나는 눈코끼리들, 넓은 초원 어딘가에 집 앞에 도착한 거대한 선물 소포, 왕과 소녀와 사자가 함께 배를 타고 떠나는 항해.



환상적이지만 낯설지 않은 순간들.



“어떤 그림이든 비밀이 있어야 하지. 나조차 그게 뭔지 모를 수도 있어.

그리고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발견할 수도 있단다.”



아련하고 어디엔가 존재했으면 하는 풍경, 크빈트 부흐홀츠가 보여주는 매혹적이고 몽환적인 순간들은 소년과 함께 나 역시도 그림 속으로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게 해주었다. 동화책 속 마치 나만을 위해 펼쳐지는 작은 전시회에 초대된 것만 같은 기분으로 페이지들을 넘기며 만나는 일상적인 장면 속에 담긴 비일상의 순간이 만들어내는 특별하면서도 아름다운 순간들은 때로는 포근하고 다정하게 다가오기도, 때로는 쓸쓸하고 외롭게 만들기도 하고 어느 순간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든다.



종종 글과 그림 속으로의 여행은 무엇도 될 수 있고 어디로도 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부흐홀츠 덕분에 모처럼 무척 즐거운 세계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어쩌면 어른에게도, 아니 어른이기에 더욱 동화와 환상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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