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이야기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동희 지음 / 미진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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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양연화, 툼 레이더 속에 등장하는 앙코르 유적은 화려한 조각들, 자연과 조화를 이룬 신비한 모습으로 그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장소였다. 캄보디아 여행 준비를 하면서도 가장 많이 찾아봤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앙코르 왓의 역사나 설명이었지만, 슬프게도 앙코르 역사나 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 많지 않아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앙코르 이야기 출간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저자 박동희는 크메르 건축유산 전문가로 일본 정부 앙코르 유적 구제팀과 한국문화재단에 소속되어 앙코르 사원 유적 복원 과정에 직접 참여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앙코르의 뿌리인 첸라 왕국부터 크메르 제국이 쇠락하고 아유타야 왕국의 침공으로 앙코르를 포기하고 톤레삽 남쪽으로 천도하는 시기까지, 9세기부터 15세기 중반까지 630년간 융성했던 앙코르 문명과 왕국의 역사를 건축과 미술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프랑스의 존경받는 작가이자 위대한 지성으로 평가받는 앙드레 말로가 반띠아이 스레이 사원의 주신전을 장식하는 동양의 모나리자라고 불릴만큼 아름다운 여신상을 도굴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가난이나 젊음의 무지로 보기에는 무척 어려운 부분이다보니 그 당시 유럽인들의 다른 문화에 대한 도굴이나 약탈이 어떤 인식이었는지 보여주는 단면인 것 같기도 해서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앙코르 유적이라고 하면 역시 사원의 조각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원 탑의 거대한 신의 얼굴과 섬세한 벽화와 조각들, 숲과 조화를 이루는 사원들의 형상들은 마치 어딘가 신비롭고 미지의 세계로 가는 통로 같기도 하다. 잘 알려진 앙코르 왓, 앙코르 톰 뿐만 아니라 앙코르의 붉은 보석으로 불리는 반띠아이 스레이, 탑 사면에 거대한 신의 얼굴이 조각된 바이욘 양식을 대표하는 바이욘 사원, 캄보디아와 태국 국경 절벽에 위치한 프레아 비히어 등 여러 힌두교 사원과 불교 사원의 구조나 건립 배경이나 목적, 페디먼트, 고푸라, 기둥, 탑문, 회랑의 벽 등에 조각된 벽화의 섬세함과 화려함 만큼 힌두교 신화나 그 시대 크메르인들의 생활, 문화,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까지 보여주는 조각에 담겨진 이야기 역시 무척 풍부하다. 반띠아이 스레이의 페디먼트에 조각된 라마야나의 수그리바와 발리의 싸움처럼 한 화면에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장면을 함께 표현하는 크메르의 부조 벽화 기법 등도 인상적이었다.



여러 사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힌두교의 천지창조 신화인 우유 바다 휘젓기 신화나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 건축물인 앙코르 왓의 거대 벽화에 세겨진 크메르인의 사후세계에 이야기를 담은 서른두 개의 지옥과 서른 일곱 개의 천국 조각은 그 의미를 알고 나니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조형적 감상을 넘어 신화의 재미와 그 시간 속을 살았던 크메르 인의 삶 한쪽을 엿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인도의 신화이자 서사시인 라마야나, 마하바라타, 불교 경전 속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조각들을 통해 힌두교와 불교가 그들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예술을 접하거나 여행을 다니다보면 자주 떠오르는 생각 중에 하나가 바로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구나.’이다. 장소를, 건축물을, 조각을, 예술품에 담긴 기호나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그냥 형태에 감동 할뿐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지역은 아무래도 자료도 부족하다보니 이번 앙코르 이야기는 그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주는 듯 했다. 인도의 양대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캄보디아 건국신화와 불교까지 여러신화와 역사를 조각한 앙코르 왓을 비롯한 여러 사원에 대한 글과 사진은 지금 당장이라도 앙코르 유적지로 달려가고 싶게 만들었다. 앙코르 왓에 방문하거나 앙코르 유적, 크메르 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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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1-09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힌두 신화에 관해 잘 설명한 책이 있을까요? 무지 궁금한데 함부로 선택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nero 2023-01-10 07:36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힌두 신화에 관심이 생겼는데 생각보다 관련 책이 많지 않더군요 ㅠㅠ 우선 라마야나와 한 권으로 읽는 인도 신화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