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 현대지성 클래식 39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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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의 선구자 역할을 한 저술로 평가받고 있는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가 현대지성 클래식으로 출간되었다. 책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건 군중심리가 21세기 현대에도 사회 전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이며 사회, 정치적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군중심리에서 말하는 군중은 ‘심리적 군중’으로 저자는 심리적 군중의 고유한 특성으로 개인의 감정과 생각이 집단화되고 생각과 행동이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되며 집단정신이 형성되며 개인의 특성은 집단의 동질성에 녹아 사라진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도 군중이 되는 순간 지적 수준이 낮아지고 냉정한 판단을 잃고 감정적인 집단심리를 따라게 되고, 때론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이익을 기꺼이 희생하기도 한다.



이성적 판단 없이 군중 외에 의견을 무시하고 심리적, 육체적 폭력적인 행동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개인의 힘으로 바꾸기 어려운 부조리에 맞서 사회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군중의 힘은 어느 방향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범죄자도 영웅도 될 수 있다.



군중은 무의식에 지배된다. 또한 개인이었을 때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익명성을 가짐으로서 책임감이 사라지고 본능을 억제하려는 경향이 적어짐에 따라 폭력성이 드러나기도 하고 마치 최면이나 암시에 걸린 상태와도 같다고 말한다. 르 봉은 군중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단어, 경구, 이미지, 그리고 환상을 이야기한다. 생생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단어와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강렬하고 인상적인 이미지는 군중을 움직이게 만든다.



‘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가’

소셜미디어, 정치, 주식시장 등에서 군중심리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평소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논리적이지 않은 감정적인 반응들이 일어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결론을 도출하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저자는 군중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확언과 반복, 전염을 들고 있다. 확언을 반복하여 여론의 흐름을 형성하고 그 분위기를 사회에 전염시켜 군중심리를 만들어낸다는 저자의 이론은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는 정치, 사회적 여론, 마케팅 등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모습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왜'를 알아야 '어떻게'를 생각할 수 있다.



시대상을 고려하더라도 저자의 여성과 계급에 대한 차별과 엘리트주의가 담긴 글들 때문에 읽는 도중 종종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사회 전반과 소셜미디어에서 군중심리로 인해 벌어지는 일과 그로 인해 더욱 커져가는 갈등과 차별에 대해 생각해보기에 '군중심리'는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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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
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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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과거 사람들은 마음의 근원을 심장이라고 생각했었고, 오랜 시간을 거쳐 이제 우리는 뇌의 특정한 부분에서 의식과 마음이 형성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매일 새로운 연구 결과와 이론이 등장하는 뇌 과학의 최신 자료, 성취를 다루는 책 역시 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뇌 과학에 대한 역사책이자 과학책으로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매튜 코브는 현재의 결과뿐만 아니라 17세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생각과 연구를 통해 인류가 어떻게 뇌를 이해하고 지식을 발전시켜왔는가에 대한 과정을 실험 결과와 이론, 과학적, 사회적 맥락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는지 뇌에 대한 인류의 탐구 기록을 순차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고대 철학자들부터 현대의 뇌과학, 신경과학자들까지, 선사시대에서 현대적인 뇌 연구법이 시작된 17세기를 거쳐 1950년대까지의 과거, 1950년대부터 오늘날의 현재, 그리고 뇌 연구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미래까지 세 쳅터로 구성하고 심장, 뉴런, 기계, 기억, 컴퓨터, 화학 같은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뇌 과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태엽 같은 단순한 기계에서 전산망, 전화 교환국, 컴퓨터 같은 우리가 뇌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해왔던 비유들은 다양하게 변화해왔고, 그에 따라 뇌에 대한 개념도 끊임없이 바뀌어왔다.

 

 

지금의 관점에서는 그다지 논리적으로 보이지 않거나 사람에게 직접 전기자극을 가해 고통을 주고, 뇌의 일부를 잘라내는 뇌엽절리술 등의 비윤리적 실험들, 기발한 실험과 동물혼 같은 이론들까지 새롭게 등장하는 생각들과 그에 따라 재해석되고 폐기되고 재정립되며 끊임없이 발전해온 뇌에 대한 연구의 역사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탐구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 했다. 인간의 정신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에 호기심이라는 영역은 무척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종종 할 때가 있다.

 

 

몸무게의 2.5%정도밖에 되지 않는 인체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뇌는 신체의 육체적 활동과 정신적 활동 전체를 통제한다. 신경망을 통해 뇌와 신체의 다른 부위들은 신호를 주고받음으로서 신체를 유지하고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며, 뉴런과 신경계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일어나는 뇌 안의 활동은 외부에 대한 지각과 소통이 만들어내고 그로인해 생존활동과 마음이 발생한다. 뇌에 대하여 알아갈수록 감각, 기억, 마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간다. 재미있는 점은 뇌 연구는 과학적 영역이지만 사회적, 역사적 요인에도 많은 영향을 받아 변화해왔다는 사실이다.

 

 

과거 철학에서 다루어졌던 영역들이 과학을 통해 연구되어지고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은 새로운 결과를 입증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뇌라는 부위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미지의 영역이다. 뉴런, 해마, 전두엽 같은 각각의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지만 정작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른다. 또한 정신건강의 문제나 그에 대한 치료 방안과 효과, 기억이나 뇌 질환에 대한 연구 역시 아직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뇌 연구가 가야할 길이 얼마나 머나먼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들이 기대되는 이유는 그만큼 앞으로 인체의 가장 신비로운 기관인 뇌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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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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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불평부터 하고 시작하자면, 가장 탁월한 신경과학자이며 심리학자로 손꼽히는 저자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수십 년 동안 의식에 관해 연구해 온 내용을 그동안 내용과 문장이 너무 난해하다는 독자들을 위해 쉽고 간단하게 정리한 책이 바로 이 <느끼고 아는 존재>라고 한다. 슬프게도 읽는내내 과학과 친하지 않은 나로서는 교수님 이게 진짜 쉽고 간단한 것이 맞는 건가요?를 마음속으로 수십 번 외쳐야만 했다. 다시 한번 자신이 얼마나 문과형 뇌를 가지고 있는 인간인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란 어떻게 만들어졌고, 진화했는가. 느낌, 의식, 마음은 무엇이고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과학의 발달과 함께 사람의 신체와 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기존에 철학에서 다루어졌던 인간 존재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과 마음과 같은 내적인 부분들에 대하여 뇌과학, 신경과학, 진화심리학 같은 분야에서도 그 대답을 찾아가고 있으며, 흥미롭고 눈길을 끄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모든 생명체의 대부분의 생명 활동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어난다. 항상성은 외부 환경과 내부의 변화에 대응하여 생명체가 생존에 필요한 안정적인 체내 상태를 능동적으로 유지하려는 현상이다. 생명 유지를 위해서라면 감성적인 부분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느낌 역시 즐거움, 행복함, 고통, 불쾌감 같은 느낌을 통해 기회와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를 통해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생명을 보호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웃음 같은 본능적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도 생존에 유리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최근 과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인간의 행동은 모두 생명유지를 위한 진화의 결과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저자는 뇌만 존재해서는 마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부와 외부의 유기적인 연결되어야만 생존만을 위한 비명시적인 지능을 넘어 생존 활동을 복잡하게 해결할 수 있는 명시적 지능이 가능하며, 체내 신경계와 유기체들의 상호작용이라는 생물학적 과정이 있어야만 느낌이 생성되고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통한 외부에 대한 지각에 의해 발생하는 지식(정보)을 운반하는 이미지들로 마음이 구성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제는 의식이다. 항상성 느낌과 정서적 느낌에서 의식이 시작된다고 한다. 느낌을 통해 발생하는 마음의 특정한 상태인 의식은 마음속 경험을 가능하게 하며 외부와 내부세계를 지각하고 기억하고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니 그 중요성이야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의식이 어떻게 형성과정이나 개념에 대한 이해는 어려웠다. 다시 숙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히 드는 부분이었다.

존재, 마음과 표상, 느낌, 의식와 앎. 총 4장을 통해 풀어가는 마음과 의식에 대한 저자의 이론과 함께 마음과 느낌,의식의 본질과 우리는 어떻게 의식을 가진 존재가 되었는가 같은 평소 궁금했던 질문들에 대해 아주 조금 다가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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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 사상·유적편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플로랑스 브론스타인.장프랑수아 페팽 지음, 조은미.권지현 옮김 / 북스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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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우리에게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종이로 만든 호기심의 방이다’ 라는 서문의 첫 문장이 인상적이다. 고대 최초로 문자가 사용된 시기부터 현대까지 6000여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수많은 사상이 역사 속에 탄생하고 변형되고 유지되며 사라져가기도 했으며, 과거 중요한 시간과 흔적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물들은 유적으로 우리 곁에 지금까지 남아있다.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과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요소들이 아닐 수 없다.

 

 

사상 편에서는 기원전 4000년 전부터 476년까지의 고대에서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는 476년부터 1453년 콘스탄티노플의 멸망까지의 중세, 중세 말에서 프랑스 대혁명 때까지의 근대,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까지를 현대로 분류하여 고대의 기독교, 힌두교, 불교, 애니미즘, 플라톤 주의에서 스콜라 철학, 이슬람교, 마키아벨리즘, 인문주의, 고고학, 심리학, 인상주의, 자유주의, 진화론 등 종교에서 철학, 예술과 과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탐구하는 여러 분야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믿는 종교를 보자면 무교를 제외하고는 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불교 순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세계 대다수의 사람들이 믿는 종교는 모두 고대 또는 중세에서부터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익숙한 내용이 많았지만 카타리파나 플레이아드, 아르 앵코에랑, 하스칼라처럼 생소한 사상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내용 중에 하나는 프로이센과 프랑스 전쟁에서 패전한 프랑스의 암울한 시대 상황에 저항해 프랑스의 작가 쥘 레비에 의해 창시된 예술운동 ‘아르 앵코에랑(arts incoherents)’으로 이 운동의 목적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웃음을 안겨주는 것으로 세기말 풍자적인 작품이 많이 등장했다고 한다. 어두운 시대일수록 웃음은 필요하다.

 

 

콜로세움, 통곡의 벽, 만리장성, 피라미드, 노트르담 대성당, 앙코르와트, 아야 소피아, 타지마할, 티칼, 바탁족의 가옥, 톱카프 궁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사그라다 파밀리아, 케 브랑리 박물관까지 유럽, 아시아, 중동, 아메리카, 아프리카까지 세계 곳곳의 유적에 대한 내용을 담은 유적 편에서는 그 공간의 역사, 의의, 배경을 간략하게 소개하여 다양한 유적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 익숙한 유럽의 유적에 비해 인도네시아, 남미, 중동에 위치한 유적 들 중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이름을 접한 곳들도 있었다. 알고 있던 유적도, 새롭게 알게 된 장소도, 그 공간이 담고 있는 문화와 역사를 직접 느껴보고 싶어져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직접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대한 분량을 책 한권에 소개하다보니 각각의 사상과 유적에 대한 짧고 개괄적인 내용만을 다루고 있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긴 역사 속 전 세계에 얼마나 다양한 사상과 유적이 존재하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점에서 유익했다. 서문의 글처럼 세계와 역사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어 시대순으로, 또는 궁금한 부분을 찾아 읽어가며 사상과 유적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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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 -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하는 건축 교양 강의
전봉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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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그 중에서도 주택은 삶의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 중에 하나이고 각각의 건축문명은 그 사회의 환경적, 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한국 건축의 역사는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가. 저자와 함께 인류의 건축 문명의 시작에서부터 서양과 동아시아 건축 문화의 차이, 한옥에서 아파트까지 시대별 한국 건축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이란 얼마나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인류의 건축 문명을 크게 나무 건축, 돌 건축으로 분류하고 그에 더해 흙 건축, 천막 건축을 더해, 돌 건축이 주를 이룬 서양과 지리적 고립성 때문에 특수한 건축 전통을 가지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동아시아의 나무 건축, 건조한 환경, 목축 중심과 유목 민족에서 많이 사용되는 천막 건축, 아메리카 원주민과 열대지역에서 주로 이용된 흙 건축으로 나누어, 이를 통해 건축 형태가 환경적, 사회적 요인이 혼합되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나라 안에서도 기후, 지형, 산업의 차이가 지역별 주택 형태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또한 교류가 활발하고 국제성, 개방성이 높을수록 건축의 변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진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다. 또한 한국 건축과 조형에 큰 영향을 준 요인 중에 하나가 인도에서 건너온 불교의 탑과 불상이라는 것 역시 다른 문화와의 접촉이 새롭고 변화하는 전통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건축 문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전통적인 형태인 한옥과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릴만큼 지금의 주택 형태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이다.

이번 기회로 한옥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한옥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 점이 많은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공포, 머름 같이 명칭조차 생소한 구조와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은 다음 바닥, 벽 천장, 장식, 기단으로 이루어지는 건축 순서도 흥미로웠다.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것이 아닌 큰 뼈대를 완성한 후 바닥과 벽을 채워나가는 형태이다. 또한 한국 주택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온돌이 조선시대 확산됨에 따라 작은 여러 건물로 이루어진 형태에서 하나로 합쳐진 구조, 좌식생활과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방향으로 주거 형태의 변화해온 과정을 보면서 전통적이라고 생각해왔던 모습 역시 다양한 환경요인으로 인해 변화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아파트라는 주거 환경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대 온수 파이프를 이용한 바닥 난방이 도입되고, 부엌, 식당과 거실 공간이 통합된 LDK는 1980년대 중반에 그 형태를 갖추었다고 한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주거 형태가 사실 무척 급격한 변화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부엌이라는 공간의 형태적, 의미적 변화가 인상적이다. 주거 공간 중에서 단순히 공간의 변화가 아닌 계급적,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공간이 바로 부엌이었다.

현재 한국의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이며, 새로 짓고 있는 건설량의 90%이상이 아파트라고 한다. 앞으로 단독주택이나 한옥보다 아파트가 지금보다 더욱 더 늘어날 것이다. 100여년의 기간 동안 한옥에서 아파트로 우리의 주거환경은 크게 변화하였고 삶의 형태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점점 더 사회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지금, 보편적인 주거 형태가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해갈지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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