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 사상·유적편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플로랑스 브론스타인.장프랑수아 페팽 지음, 조은미.권지현 옮김 / 북스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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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우리에게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종이로 만든 호기심의 방이다’ 라는 서문의 첫 문장이 인상적이다. 고대 최초로 문자가 사용된 시기부터 현대까지 6000여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수많은 사상이 역사 속에 탄생하고 변형되고 유지되며 사라져가기도 했으며, 과거 중요한 시간과 흔적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물들은 유적으로 우리 곁에 지금까지 남아있다.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과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요소들이 아닐 수 없다.

 

 

사상 편에서는 기원전 4000년 전부터 476년까지의 고대에서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는 476년부터 1453년 콘스탄티노플의 멸망까지의 중세, 중세 말에서 프랑스 대혁명 때까지의 근대,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까지를 현대로 분류하여 고대의 기독교, 힌두교, 불교, 애니미즘, 플라톤 주의에서 스콜라 철학, 이슬람교, 마키아벨리즘, 인문주의, 고고학, 심리학, 인상주의, 자유주의, 진화론 등 종교에서 철학, 예술과 과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탐구하는 여러 분야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믿는 종교를 보자면 무교를 제외하고는 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불교 순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세계 대다수의 사람들이 믿는 종교는 모두 고대 또는 중세에서부터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익숙한 내용이 많았지만 카타리파나 플레이아드, 아르 앵코에랑, 하스칼라처럼 생소한 사상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내용 중에 하나는 프로이센과 프랑스 전쟁에서 패전한 프랑스의 암울한 시대 상황에 저항해 프랑스의 작가 쥘 레비에 의해 창시된 예술운동 ‘아르 앵코에랑(arts incoherents)’으로 이 운동의 목적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웃음을 안겨주는 것으로 세기말 풍자적인 작품이 많이 등장했다고 한다. 어두운 시대일수록 웃음은 필요하다.

 

 

콜로세움, 통곡의 벽, 만리장성, 피라미드, 노트르담 대성당, 앙코르와트, 아야 소피아, 타지마할, 티칼, 바탁족의 가옥, 톱카프 궁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사그라다 파밀리아, 케 브랑리 박물관까지 유럽, 아시아, 중동, 아메리카, 아프리카까지 세계 곳곳의 유적에 대한 내용을 담은 유적 편에서는 그 공간의 역사, 의의, 배경을 간략하게 소개하여 다양한 유적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 익숙한 유럽의 유적에 비해 인도네시아, 남미, 중동에 위치한 유적 들 중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이름을 접한 곳들도 있었다. 알고 있던 유적도, 새롭게 알게 된 장소도, 그 공간이 담고 있는 문화와 역사를 직접 느껴보고 싶어져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직접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대한 분량을 책 한권에 소개하다보니 각각의 사상과 유적에 대한 짧고 개괄적인 내용만을 다루고 있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긴 역사 속 전 세계에 얼마나 다양한 사상과 유적이 존재하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점에서 유익했다. 서문의 글처럼 세계와 역사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어 시대순으로, 또는 궁금한 부분을 찾아 읽어가며 사상과 유적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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