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행복은 숨바꼭질을 좋아해 둘리 에세이 (톡)
아기공룡 둘리 원작 / 톡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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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렸을 때는 둘리를 참 좋아했다. 지금은 한번 봤던 걸 두 번 보는 일이 드문 데 그때 우리 집에 있던 둘리 비디오테이프는 수백 번, 수천 번은 봤을 거다. 당시에는 귀여운 우리 둘리한테 매일같이 호통 치는 고길동 아저씨가 참 못되고 고약해보였다.

 

둘리보다 고길동이 불쌍해진다면, 당신은 어른이 됐다는 말이 있다.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고 성인이 된 나는 그 말을 절감하면서 산다. 사고만치는 객식구를 내쫓지 않고 책임진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세상에 치이며 고단함을 넘어 다이나믹한 일상을 사는 고길동의 어깨위에 얹어진 짐들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연민을 가지게 된다.

 

 

둘리는 누가 봐도 민폐 캐릭터이다. 심지어 자신이 민폐라는 걸 모르는 게 더 충격적이다. 그런데, 이 책의 프롤로그를 보면서 어른이 된 내가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점을 알게 됐다. 어렸을 때, 둘리가 안타까웠던건 엄마도 없는 낯선 땅에서 홀로 살아가는 모습이 불쌍해보였기 때문이다. 둘리의 주제곡에서도 일억 년전 옛날이 너무나 그리워 보고픈 엄마찾아 모두 함께 떠나자라는 가사가 있다.

 

, 둘리는 아무도 모르는 지구라는 낯선 땅에 홀로 떨어진 것이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둘리를 제대로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을 테다. 둘리를 공룡이라 명명한 것도 인간이 한 것이지 둘리가 사는 곳에서는 자신들을 공룡이라 칭하지 않을 것이다.

 

둘리, 너에게 이 세상은 얼마나 낯설고 무서웠을까.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도 이 세상이 낯선 데 오랜 시간 빙하에서 잠들고 깨어난 네가 이곳에서 적응하며 살기위해 몸부림치는걸, 지금의 우리는 나쁘다고 규정한다.

 

문득 정채봉 시인의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가 떠올랐다. 백두산 천지에서 이렇게 웅장한 산도 이렇게 큰 눈물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시는 내가 힘들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위로를 전해주었었다. 둘리에게는 슬픔 없는 공룡이 어디 있으랴라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말이다.

 

 

둘리도 슬펐을 거다. 기억조차 희미한 과거가 사무치도록 그립고 세상이 무서웠을텐데도 둘리는 씩씩하게 살았다. 둘리, 행복은 숨바꼭질을 좋아해는 씩씩한 둘리가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 매일의 삶이 고단한 이 시대의 고길동들에게 행복하게 살자고 용기를 준다.

 

 

힘들고 지친다면 잠시 쉬어가고, 외로움이 몰려올 때면 그 감정을 인정하라고 말해준다.

행복은 꼭꼭 숨어있는 행복이지만 아무도 못 찾게 숨지는 않는다. 결국 행복은 우리 마음먹기에 달린 거라고, 위로가 필요할 때 듣고 싶은 말을 해준다.

 

 

행복은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숨길 좋아하죠.

그렇다고 아무도 찾지 못하게 꽁꽁 숨지는 않아요.

옷자락을 보여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요.

행복의 옷자락은

친구와 보내는 시간,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

책을 읽는 시간 속에 있을 수도 있어요.

그 옷가락을 살짝 잡아봐요.

그럼 못 이기는 척,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p107

 

 

둘리가 마냥 불쌍해보이던 시절에는 적어도 불행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결국 같은 나일뿐인데, 왜 나는 그때처럼 행복할 수 없는걸까, 그때는 사소한 것도 마냥 즐겁고 행복했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된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둘리가 민폐캐릭터로 느껴지지 않던 그 시절의 동심으로 오늘을 살아간다면, 조금은 더 행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싶다.

 

호잇! 호잇!을 외치며 잊어버렸던 동심과 숨어있는 행복을 찾아 떠나고 싶다. 둘리와 함께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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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공부법 - 누구나 머리가 좋아지는
츠보타 노부타카 지음 / 해외교육사업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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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공부법을 원했다. 노력은 최대한 덜하고, 결과는 최상으로 나올 수 있는. 이 책을 읽기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결론은 역시나였다. 세상에 그런 공부법은 없다. 공부는 정직하다. 우직한 소처럼 공부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나에게 맞는 최상의 공부법을 찾아 효율을 높인다면 좀 더 내가 성취하고 싶은 결과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 책은 효율의 극대화를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필독서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정말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따위의 말을 듣고 자란 우리에게 자괴감을 주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가 저자의 말을 듣고 기적을 이룬 실제 케이스들이 있으니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 우리도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쓴 후기를 보면 공통적으로 장시간 공부를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단 졸더라도 책상에 앉아있었다는 그 자체를 훈장으로 삼는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한 만큼 대단하다는 취급을 받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지적한다. 공부는 성과를 내기위한 수단일 뿐인데, 수단이 목적화되어 엉뚱한 곳에서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알고있지만 다시 한 번 팩폭을 당하면서 지금까지 나의 공부 방식을 재점검하게 되었다.

 

공부를 하다보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어제 본건데 왜 오늘의 나는 모를까. 왜 항상 읽어도 뒤돌아서면 잊어먹을까. 역시 내 머리는 돌로 만들어 진 것이야! 나는 머리가 좋지 않다며 신세를 한탄하게 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머리는 멘사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특별히 뛰어난 건 아니지만 분명 지능검사 수치상 평균 이상은 한다. 그럼에도 항상 멍청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 여겼으나 저자는 말한다. 언어든 계산이든 신체 기능이든 사람은 반복에 의해 요령을 습득하고 축적에 의해 뛰어난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p77). 사실 나도 알고 있다. 나는 반복과 축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걸. 좀 더 명확히 짚자면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능력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과정은 정말 지루하고 따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과정을 좀 더 효율적으로, 0.1%라도 흥미롭게 할 수 있을까?

 

천만다행으로 저자는 정신력을 강조하지 않는다. 악으로 깡으로, 꿈을 위해서 이 정도 쯤은 인내하면서 버티라고 했다면 나는 당장 이 책을 덮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떻게 공부를 해야 나에게 가장 효율적인지를 함께 고민해준다.

 

책에는 9타입 공부법 진단테스트(p162)가 축소판으로 실려 있는데, 나는 어떤 사람인가 고민해 보게 된다. 완벽주의자, 헌신가, 성취자, 예술가 등 9가지 중 나에게 해당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찾으면 그 뒤에 상세하게 그 타입에 맞는 공부법이 설명되어 있다. 나는 연구자 타입으로 소개 글에 이 타입은 기본적으로 공부를 좋아한다는 말에 강한 반발감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공부를 싫어한다고 말버릇처럼 달고 살지만 진짜 싫어했으면 진작 때려치웠지 지금까지 물고 늘어졌을 리가 없다. 거기다 잡스러운 것에 관심이 많아서 수단보다는 취미화시킨 분야도 상당하다. 그렇기에 입시성과의 방향과는 괴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연구자 타입은 공부를 목적에 입각한 형태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참고서가 아닌 문제집 중심으로 공부를 하라(p177)는 조언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들렸다. 누군가의 성공담을 담보로 내게 맞춘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살핀 후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린 것이라 더 신뢰가 같다. 사실,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문제점이 진단이 된지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것도 컸다.     

 

나는 엄청난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공부 콤플렉스는 말도 못할 지경이다. 공부로 내가 원하는 최종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뭘 해도 못할 것 같다는 자신감 결여현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콤플렉스를 없애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콤플렉스의 원인이 되었던 좌절 경험을 성공 경험으로 덧씌우면 됩니다(p120-21).

 

이 책을 덮고, 일단 내게 최적의 공부 방법을 찾기 위해 PDCA 사이클을 세워야겠다. 내년에는 더 이상 콤플렉스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음 후기에는 이 책을 통해 이룬 성공담을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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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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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 에 하도 시달려서 그런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를 떠올릴 땐 뭔가 사이비같은 인상이 먼저 든다. 조선은 유교의 국가였고 공자의 유학을 숭배했다. 그러다보니 그 이외의 것은 비주류였으며 이것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전달되면서 왜곡되지 않았나싶다. 노자의 도덕경을 읽으면서 지금껏 내가 노자도교그리고 까지 상당부분 오해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저자가 처음 도입부에 말했듯이 우리는 흔히 노자의 도덕경이라 하면 쉽게 현실 도피 혹은 소극주의나 은둔이라는 이미지만을 떠올리게 된다(p9). 하지만 도덕경을 읽다보면 노자는 사람은 어떻게 살고 통치자는 이 세상을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외친다. 예를 말하지만 사람을 옭아매는 형식적인 예가 아니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고매한 학으로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핸 비법을 녹여 닮은 일종의 에세이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기를 노자의 도덕경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채 하루하루 고단하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과연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지혜의 길잡이(p7)라고 한다. 옛 성현들의 말씀하면 다 좋은 말이지만 내가 그 글자대로 실천하는 삶은 어려울 것 같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노자의 도덕경만큼은 그 글자대로 살아가고 싶다.


노자는 도덕경을 저술하면서 그 서두에 자신이 말하는 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상도常道와 구별되는 특수한 도라는 점을 강조하였다(p23)는데, 정말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거기다 도란 언어로써 말해질 수 없다는 견해(p23)는 그래서 도대체 도가 뭔데? 라는 의문이 절로 튀어나온다. 맨 첫 장에 나오는 말부터 아리송하게 만들었지만 어쩌면 무언가를 명확하게 정의하려는 것이 어쩌면 노자의 도에 어긋나게 아닐까 자답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도덕경을 읽으면서 노자가 정치사상도 논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노자라는 이미지 자체가 세상일보다는 선인이 되는 것을 지상최대의 목표로 삼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공자의 논어를 보며 정치를 논하는 건 자연스럽게 느껴졌지만 노자와 정치는 잘 연결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훌륭한 정치를 펼치는 통치자를 좋은 통치자라 여겨왔다. 하지만 노자는 가장 좋은 통치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p70)고 일축했다. 여전히 노자의 도란 무엇인가를 명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 구절을 읽으며 어렴풋이 그가 추구하는 세상을 엿본 느낌이다. 이 구절이 오기까지 자연스러움이란 단어를 수없이 언급했는데 정치는 우리 실생활과 연결되다보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와 닿은 것 같다. 꼭 무언가를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먹고 살 걱정 없는 세상을 영위하는 통치자야 말로 어쩌면 가장 훌륭할 것이다.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자면 이미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7, 무위의 원칙을 강조하는 구절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건넨다. 세상을 샬다보면 나랑 맞지 않는데도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 등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하며 살아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배척하고 싶지만 노자는 그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선한 사람만이 아니라 선하지 않는 사람도 쓸모가 있다. 선하지 않는다고 해서 버려서는 안 된다(p102).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거늘, 고등생물체인 인간의 단면만 보고 그의 가치를 재단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연하지만 지키기 쉽지 않은 말들이 나의 양심을 쿡쿡 건드린다. 자연스럽게 살라 말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은 내 마음껏 해석해서는 안 되나 보다.


48, 학문을 하는 자는 갈수록 꾸미려는 욕심이 늘어난다(p164)는 저자의 요약은 공부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나를 돌이켜보게 했다. 나는 과연, 꾸밈없이 공부했는가? 배우면 배울수록 내실보다는 겉치레를 중요시하지 않았는가? 이 질문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내가 왜 공부를 하려했는지, 그 근본부터 물어오는 구절이었다. 이를 통해 나를 재정비하고 되돌아볼 수 있었다.


도덕경의 마지막 구절, 81장은 진실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진실성이 없다(p256)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저자는 이를 전체 도덕경의 마지막 장이자 결론이라 말했다(p257). 인생의 경지를 이루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말과, 선한행위, 그리고 진정한 지혜라는 세 가지 원칙을 스스로 지켜나갈 것을 권하며(p258), 위정자에게는 백성들에게 인색하지 않게 베풀고 다투지 아니하며 수고롭게 하지 않음으로써 결코 손해를 입히지 않을 것을 강조하였다(p258).


중국 민간에는 치세에는 도교, 난세에는 불교, 치세에서 난세로 넘어갈 때는 말이 있다고 한다(p270). 노자는 우리에게 힘들게 살라 말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본질적인 것을 찾아서 사는 것을 최고로 삼는다. 세상에는 이러한 것도, 저러한 것도 있으니 이 모든 것이 다 자연스러운 것에서 파생된 것이라 말한다. 고작 일 회독 가지고는 도덕경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 싶지만, 나도 모르게 기교있는 삶을 지향했던 나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할 때마다, 도덕경을 곁에 두고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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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뛰쳐나온 인문학 - #스포츠로 거침없이 세상을 읽다
공규택 지음 / 북트리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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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공놀이

 

프로야구팬을 꽤 오랜 시간 자처하며 야구에 심하게 몰입할 때 읊조리는 말이다. 지극히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스포츠를 보며 나도 모르게 흥분할 때면 고작 이게 뭐라고, 자조적이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스포츠를 볼까? 단순히 재밌으니까, 만약 이 명제가 많은 대중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의 전부라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도 모르게 스포츠에 몰입하는 이유를 인문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단순히 그깟 공놀이로 치부했지만 스포츠에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세상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p23)을 꿈꾸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세상의 벽에 좌절하며 울부짖지만 적어도 스포츠를 보는 순간만큼은 공정함을 기대할 수 있다. 세상에 지친 이들이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각본 없는 드라마의 현장인 것이다.

 

세계 4대리그 중 하나인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는 승강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1부 리그 하위3팀은 2부 리그인 챔피언스리그로 강등되며, 2부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들은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게 된다. 시즌 말미에 누가 강등될 것인지는 프리미어리그의 볼거리 중 하나인데 저자는 이 승강제 시스템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트릴 수 없는 장벽인 유리천장을 없앤 일례로 보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아무리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심리학적 용어로 학습된 무력감에 빠진다. 하지만 노력으로 상향이동이 가능할 때, 사람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2015-16시즌, 아무도 예상치 못한 레스터시티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 많은 축구 팬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메세지를 전달해 줬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역시나 세계 4대리그 중 하나인 라리가의 가장 큰 묘미는 단연 엘클라시코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두 팀의 매치인 엘클라시코를 보고자 나도 새벽잠을 설치곤 했다. 메시와 호날두처럼 화려한 스타들을 보는 재미로도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의 이승우 선수가 FC바르셀로나의 유스팀에 뛰었던지라 그 이름이 더 익숙하다. 바르셀로나는 우수한 선수들을 모아 키워쓰고 레알 마드리드는 훌륭한 선수를 사서쓰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종목을 막론하고 팀을 꾸려 시즌을 보내려면 훌륭한 선수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감독마다 선호하는 타입의 선수가 있는데 이는 어떻게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흔히 입야구, 입축구를 하는 마구와 피파 유저들은 게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로 팀을 꾸리는데 비록 시뮬레이션이지만 선수 선발과 기용을 통해 어떻게 인재를 등용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스포츠는 정정당당하며 승부의 세계는 냉정해야 한다. 하지만 야구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야구는 희생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스포츠 종목(p100)인데, 이 때문에 사람들은 더 큰 환희를 보내기도 한다. 1982, 김재박의 희생번트는 경기의 균형을 맞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의 우승을 일궈냈다. 팀 스포츠에서 희생은 아름답다. 자신의 기록보다는 팀의 승리를 우선시 하는 모습에서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하지만, 저자가 명시했듯 평창올림픽에서 개인전인 매스스타트에서 나이가 더 어린 선수가 보인 희생은 과연 아름다울까? 희생의 선택권은 당사자에게 주어져야 하는데(p106), 우리나라의 스포츠계의 현실이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루에 무려 864,000초를 소비하는 우리에게 단 ‘1는 짧디 짧은 시간일지 모르지만, 스포츠에서는 굉장히 긴 시간이다. 즉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1초는 승패가 갈릴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p131).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변수가 일어나며 수영이나 빙상스포츠에서는 0.001초로 매달의 색이 바뀌기도 한다.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찰나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시간을 금같이 쓰라는 격언도 우리에게 울림을 주지만, 짧은 순간을 다투는 스포츠의 급박한 긴장감을 통해 시간에 대한 감상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야구에서는 벤치 클리어링이라는 과격행위를 할 때가 있는데 상대가 비신사적인 행동을 보였을 때 팀 전체가 우르르 뛰쳐나가 몸싸움을 벌이곤 한다. 이는 야구만의 전유물은 아니고 특히 북미아이스하키 리그에서는 이 또한 묘미로 손꼽히고 있다. 팀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제일 먼저 선봉장에 서서 맞서 싸워주는 선수의 모습을 보며 팬들은 통쾌함과 든든한 감정을 느낀다. 요즘에 들어서는 벤치 클리어링을 폭력행위라 규정하고 외면하는 팬들도 있는데 즐기러 오는 스포츠 경기에서 난투극을 보면 기분이 찝찝할 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안전한 선에서 벌어지는 적당한 난투극은 경기의 일부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애당초 스포츠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포츠에 열광한다. 4년에 한번인 올림픽, 월드컵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를 보며 하루의 고단함을 풀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단순하게 보면 조금은 신사적인 싸움이다. 하지만 이 책은 큰 의미 없이 넘겼던 많은 현상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동안은 스포츠니까로 통용된 많은 현상들을 인문학적 이론과 접목시켜 생각할 거리는 던져주었다. 이 책이 아니라면 감히 스포츠를 생각하며 노자의 유무상생과 와이너의 귀인이론을 떠올리기나 하겠는가?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앞으로 좀 더 깊이 있게 스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스포츠를 통해 이 시대의 문제점을 짚어주고, 숨어있는 다양한 학문적 이론을 배울 수 있다. 사람, 그리고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생각까지 인문학 본연의 임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광활한 인문학적 통찰을 느껴볼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든 생각은, 저자분과 맥주 한잔 마시며 같이 스포츠 경기를 보고 싶다. 내가 보면 그깟 공놀이지만, 저자분과 함께라면 우아한 공놀이가 되지 않을까 ㅎㅎ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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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와 함께하는 유명 건축물 이야기 : Architecture Inside+Out
John Zukowsky.Robbie Polley 지음, 고세범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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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그곳에 가지 않고도 책을 통해 세계 유명 건축물들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명한 건축물을 보고 왔다보다는 유명한 건축물에 담긴 의미를 알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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