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 에 하도 시달려서 그런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를 떠올릴 땐 뭔가 사이비같은 인상이 먼저 든다. 조선은 유교의 국가였고 공자의 유학을 숭배했다. 그러다보니 그 이외의 것은 비주류였으며 이것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전달되면서 왜곡되지 않았나싶다. 노자의 도덕경을 읽으면서 지금껏 내가 노자도교그리고 까지 상당부분 오해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저자가 처음 도입부에 말했듯이 우리는 흔히 노자의 도덕경이라 하면 쉽게 현실 도피 혹은 소극주의나 은둔이라는 이미지만을 떠올리게 된다(p9). 하지만 도덕경을 읽다보면 노자는 사람은 어떻게 살고 통치자는 이 세상을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외친다. 예를 말하지만 사람을 옭아매는 형식적인 예가 아니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고매한 학으로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핸 비법을 녹여 닮은 일종의 에세이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기를 노자의 도덕경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채 하루하루 고단하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과연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지혜의 길잡이(p7)라고 한다. 옛 성현들의 말씀하면 다 좋은 말이지만 내가 그 글자대로 실천하는 삶은 어려울 것 같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노자의 도덕경만큼은 그 글자대로 살아가고 싶다.


노자는 도덕경을 저술하면서 그 서두에 자신이 말하는 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상도常道와 구별되는 특수한 도라는 점을 강조하였다(p23)는데, 정말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거기다 도란 언어로써 말해질 수 없다는 견해(p23)는 그래서 도대체 도가 뭔데? 라는 의문이 절로 튀어나온다. 맨 첫 장에 나오는 말부터 아리송하게 만들었지만 어쩌면 무언가를 명확하게 정의하려는 것이 어쩌면 노자의 도에 어긋나게 아닐까 자답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도덕경을 읽으면서 노자가 정치사상도 논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노자라는 이미지 자체가 세상일보다는 선인이 되는 것을 지상최대의 목표로 삼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공자의 논어를 보며 정치를 논하는 건 자연스럽게 느껴졌지만 노자와 정치는 잘 연결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훌륭한 정치를 펼치는 통치자를 좋은 통치자라 여겨왔다. 하지만 노자는 가장 좋은 통치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p70)고 일축했다. 여전히 노자의 도란 무엇인가를 명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 구절을 읽으며 어렴풋이 그가 추구하는 세상을 엿본 느낌이다. 이 구절이 오기까지 자연스러움이란 단어를 수없이 언급했는데 정치는 우리 실생활과 연결되다보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와 닿은 것 같다. 꼭 무언가를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먹고 살 걱정 없는 세상을 영위하는 통치자야 말로 어쩌면 가장 훌륭할 것이다.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자면 이미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7, 무위의 원칙을 강조하는 구절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건넨다. 세상을 샬다보면 나랑 맞지 않는데도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 등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하며 살아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배척하고 싶지만 노자는 그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선한 사람만이 아니라 선하지 않는 사람도 쓸모가 있다. 선하지 않는다고 해서 버려서는 안 된다(p102).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거늘, 고등생물체인 인간의 단면만 보고 그의 가치를 재단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연하지만 지키기 쉽지 않은 말들이 나의 양심을 쿡쿡 건드린다. 자연스럽게 살라 말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은 내 마음껏 해석해서는 안 되나 보다.


48, 학문을 하는 자는 갈수록 꾸미려는 욕심이 늘어난다(p164)는 저자의 요약은 공부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나를 돌이켜보게 했다. 나는 과연, 꾸밈없이 공부했는가? 배우면 배울수록 내실보다는 겉치레를 중요시하지 않았는가? 이 질문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내가 왜 공부를 하려했는지, 그 근본부터 물어오는 구절이었다. 이를 통해 나를 재정비하고 되돌아볼 수 있었다.


도덕경의 마지막 구절, 81장은 진실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진실성이 없다(p256)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저자는 이를 전체 도덕경의 마지막 장이자 결론이라 말했다(p257). 인생의 경지를 이루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말과, 선한행위, 그리고 진정한 지혜라는 세 가지 원칙을 스스로 지켜나갈 것을 권하며(p258), 위정자에게는 백성들에게 인색하지 않게 베풀고 다투지 아니하며 수고롭게 하지 않음으로써 결코 손해를 입히지 않을 것을 강조하였다(p258).


중국 민간에는 치세에는 도교, 난세에는 불교, 치세에서 난세로 넘어갈 때는 말이 있다고 한다(p270). 노자는 우리에게 힘들게 살라 말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본질적인 것을 찾아서 사는 것을 최고로 삼는다. 세상에는 이러한 것도, 저러한 것도 있으니 이 모든 것이 다 자연스러운 것에서 파생된 것이라 말한다. 고작 일 회독 가지고는 도덕경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 싶지만, 나도 모르게 기교있는 삶을 지향했던 나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할 때마다, 도덕경을 곁에 두고 읽게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