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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생의 교활한 시험 기술 - 읽기만 해도 점수가 올라간다!
니시오카 잇세이 지음, 황선종 옮김 / 갤리온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현행 한국의 교육 과정은 100점을 맞지 않으면 안 된다. 한 문제라도 틀리면 내가 바라는 꿈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수험생들은 한 문제도 틀리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한다. 수많은 수험생들이 만점을 목표로 공부하지만, 실상 만점을 받는 수험생은 드물다.
<도쿄대생의 교활한 시험기술>은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하는지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시험을 잘 볼 수 있는지, 그 기술을 알려준다. 나는 정직하게 공부하면 시험 점수는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법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했지만 시험 기술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널리 알려진, 간단한 기술 정도만 터득했을 뿐 ‘시험 기술’을 알기 위해 연구 하는 것에는 알게 모르게 거부감도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책 제목에 ‘교활한’이란 이름을 넣었다. 시험 기술을 고민한다는 게 어찌 보면 교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시험의 목적은 ‘합격’이지 단순히 ‘공부’를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것에 무심했던 것이 지금까지 나의 패배의 원인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솔직히 이 책에 나온 시험의 기술이라 불리는 것들 중에 혁신적인 것은 없었다. 소거법, 마지막 문장으로 주제 찾기와 같은 것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실행하고 있는 것들이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각 대학의 기출문제 예시를 보여주는데, 읽다보면 느끼겠지만 앞쪽에 비치된 문제들이 대다수다. 이런 문제들은 시험의 기술이 굳이 아니라도 빠른 시간 안에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들이다. 만점을 목표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점수를 거저 주는 문제들을 예시로 들면서 이런 문제는 이렇게 풀어야 한다는 설명이 주를 이뤄 이게 뭔가 싶기도 했다. 일본 교육 시스템을 기반으로 쓴 책이다 보니 한국의 교육과 맞지 않는 부분들도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너무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내용들처럼 느껴졌다.
실망스러움에 책을 넘기는데 불현 듯 생각이 떠올랐다. 만점을 위해 공부를 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 기본적인 문제를 상당히 경시해왔음을. 돌이켜보면 정말 어려운 초고난이도를 놓쳐서 만점을 못 받은 적도 많지만 “에이 실수했네”라면서 틀렸다고 인지하지 못한 문제들로 인해 만점을 받지 못한 적도 많았다. 착실히 점수를 쌓을 수 있는 부분에서 무조건 맞춘다는 생각으로 어떻게 하면 더 빨리 풀지 고민하며 시간을 줄이고 고난이도를 접근하는, 너무 당연한 시험의 원칙을 당연하다 여기면서도 무시해온 것이다.
그런 사소한 생각의 차이가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시험은 합격을 위한 것이지 내가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브리핑하는 자리가 아니다. 객관식이든 주관식이든 출제자의 의도를 고민하고 그것에 맞추어 공부를 해야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며 다시 차분하게 읽으니 모든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다.
쉽고 당연한 문제에만 적용될 수 있는 스킬 아니야? 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그런 문제에서 빠른 판단으로 시간을 줄여 뒤에 나올 변별력 있는 문제들을 풀 수 있도록 돕는 거구나라는 관점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한국에서도 논란이 많은 장문독해의 지문이 먼저냐, 문제가 먼저냐에 대해서 저자는 지문부터 읽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문제부터 읽으라는 소리도 아니다. 긴 글을 읽기에 앞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로 앞으로 나올 지문의 내용을 최대한 추론하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나는 정직하게 공부하고 문제를 푸는 걸 우선으로 뒀기 때문에 저자가 말한 스킬은 고난도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여겼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하고 믿어서 얻은 결과는 여의치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의 방식을 바꿔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공부법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p182에 나온 암기의 기술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다. 단순한 암기가 잘 되지 않아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어떻게 묻는지’를 생각해서 암기하면 ‘시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몸에 익힐 수 있다(p183)는 저자의 말은 두꺼운 공부 방법론보다 더 깨우침을 주었다.
생각만큼 시험의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시험공부를 오래하다보면 당연한 것들을 망각하는 경우가 큰데 그런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책이다. 장수생이 될수록 지식은 쌓이면서 자만하기 마련이지만 그만큼 합격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결국 시험은 ‘합격’을 위한 것인데도 말이다. 나는 시험기술 같은 거 필요 없는데? 라고 생각하는 당신이야 말로 한시라도 빨리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책을 필독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