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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두려운 여자 마흔을 꿈꾸는 여자
홍나연 외 지음 / 미호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10대땐 20대가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20대엔 30대가 되면 다 이루어 여유로울 줄 알았다.
30대엔 40대가 되면 팍삭 늙은 것은 아닌가 고민하며 살았다.
착각이었다.
20~30대에 여유로운 여자들은 김미경 대표의 말처럼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여자들이고, 30대 중반에 자기 집 없이 가난한 여성은 정상적인 상태다. 뭐 얼마나 모았겠는가. 이 시대가 주는 일반적인 연봉에. 정직원보다 계약직들이 더 많이 수두룩한 세상 속에서. 그래서 마흔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이름이 알려졌다해도 20대와 30대엔 치열하게 살다가 40대가 되어서야 그 빛을 발하는 멘토들이 있다. 스타강사 유수연처럼. 그녀 역시 마흔이 되어서야 안정적이 되고 있노라고 말한다. 그녀의 연봉은 자그마치 10억.
그냥 얻어진 것들은 아니었다.
흔히 열심히 했는데 왜 이래~ 라고 하소연들을 하지만 열심히 한다고만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력을 멈출 수 없는 까닭은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독하게 열심히 살아낸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독하게. 요즘 왜 이 단어가 이리 정겨운지 모르겠다.
마흔을 꿈꾼 슈퍼 우먼 다섯명의 성공만 봐도 그랬다. 그녀들은 나름 독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라는 소리를 듣기까지 육아도 병행하고 사회생활의 일시 단절도 감수하면서 가정도 지켜내고 일터도 지켜냈다. 쇼호스트, 리포트, 슈퍼모델, 스타일리스트, 방송작가에 이르기까지. 어디 하나 쉬운 직업군이 없다. 화려해보이지만 그들의 성공뒤에는 좌절과 눈물도 있었음을 책을 통해 깨닫는다면 우리는 오늘보다 내일을 더 독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p.265
마음이 끌리는 일을 하는데 나이의 많고 적음과 출발의 늦고 빠름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없다
라고 했다. 아, 이처럼 명쾌한 대답이 가슴에 와 꽂히는 까닭은 생각이 같아서 일 것이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느긋해지는 것이 아니라 느긋한 척하면서 마음 속으로는 조바심을 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빠르게 가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장을 발견하는 순간 포스트 잇에 크게 적어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 성공은 출발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착선에 있다라고 마음에 새기면서. 올 초 건강도 건강이지만 친구의 큰 성공을 보며 적잖이 충격을 받았더랬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녀의 성공.
어느 초등학생은 [사촌이 땅을 사면_________]이라는 빈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답 대신 "보러간다"라고 적어 어른들을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지만 친구의 성공을 질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게으름을 한탄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쟤가 저기 서 있는 동안 나는 뭐했지?라는 나를 향한 질타.
역시 열심히는 살아왔지만 독하지는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섯명의 삶을 꼼꼼히 읽어나가며 그녀들은 했으나 나는 하지 못한 것들의 리스트를 작성해나갔다. 무려 스물 두 가지나 되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내년말까지 이 스물 두 가지를 없애는 일들을 해나갈까 한다. 2년 뒤에는 나도 작은 성취감을 맛보며 좀 더 남다른 서평을 적을 수 있지 않을까. 실천만 잘 된다면 말이다.
쇼호스트 홍나연은 미리 갖추어낸 실력으로 기회를 잘 잡는 여자였다. 리포터 김지연은 깨알 같은 도전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 케이스였으며 슈퍼모델 김정연은 꿈꾸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를 갖고 살아가고 있었으며 스타일리스트 김미정 또한 일단 저질러놓고 수습함으로써 시도와 책임감을 동시에 갖춘 스페셜리스트였다. 마지막으로 방송작가 김선형. 생명력이 짧다는 프리랜서의 세계에서도 그녀는 나이 상관없이 여전히 살아남아 방송을 맡고 있다. 그들은 특별했다. 하지만 그 특별함은 거져 얻어진 것들이 아니었다.
늙음이 두렵다는 사람들이 있다. 진시황조차 그랬다는데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마흔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 세월을, 시간을 즐길 줄 아는 그들의 여유로움이 하지만 행동력은 독할 그들이 부러워 그들 중 하나가 되어 보려 한다. 예기치 못한 건강 악화로 나는 참 오래도 쉬었다. 그래서 쉰만큼 탄력받아 열심히 튕겨져볼까 한다. 어디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