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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사생활 - 사유하는 에디터 김지수의 도시 힐링 에세이
김지수 지음 / 팜파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말을 너무 달콤하게 하는 사람은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편하지 않고, 말을 너무 쓰게 하는 사람은 그 직격탄이 너무 쓰라려서 멀리하고 싶어진다. 그냥 무난한 사람이 편하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단독 주택을 꿈꾸면서도 편리한 아파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농촌보다는 편리한 도시가 편안한 여자, 나는 딱 그런 여자다. 세련되지도 못햇으면서 나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살고 남의 시선에 뒤통수가 따가우면서도 내 편한대로 살기로 작정한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김지수 에디터의 [도시의 사생활]을 읽기 시작했다. 딱 나같아서.
성형외과로 몸을 재조립하고
정신과로 기억을 성형하는 도시
명품으로 자아를 포장하고
다이어트로 자존을 소비하는 도시 ........................p6
일 망정 그 중독성이 강해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아마 평생 도시에서 살아갈 것만 같은 나는 나보다 조금 더 오래 산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녀가 새롭게 제시한 단어 "건강한 불안"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나쁜 뜻으로만 여겨졌던 불안이라는 단어에 대해 건강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붙이므로써 다시금 편견의 고리를 끊게 만드는 것. 이것이 예전에 비해 많은 사람들과 만나지 않으면서도 생각의 재정립을 돕게 만들고 있는 나만의 비법 아닌 비법인 것이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법도 나같이 아픈 사람에겐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30분만 앉아 있어도 등으로 통증이 타고 올라와 누워야하는 내겐.
에디터라고 해서 패션에 대해서만 떠들지도 않아 좋고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식의 충고도 없어 좋았다. 그저 자신이 실천해본 운동을 통한 건강한 다이어트 비법이라든가 도시가 준 현대병인 우울증에 대처하는 자세, 메모의 즐거움, 완벽함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하는 정당한 이유등이 제시되어 있어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변질되어 가고 있는 가족의 형태,결혼과 출산에 대한 미혼 여성들의 발언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가감없이 드러내 놓았으며 여자이기 때문에 내뱉을 수 있는 생각들도 표출하기를 꺼리지 않았다.
유수연 강사처럼 시원스레 독설로 풀어놓진 않았지만 그녀 나름의 시크한 풍으로 풀려져 있는 단어과 문장들이 편안하게 읽혀져 누워서 천천히 읽으면서도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인품은 인간됨의 좋고 나쁨이라고 했던가. 책을 통해, 사색을 통해, 누군가를 통해 품위 있게 나이드는 법을 터득해가는 것도 성인이 갖추어야할 덕목인 시대가 왔다. 삶이 바빠서 챙기지 못했던 사색의 시간을 나는 요즘 책을 통해 이어나가고 있다. 조금 더 멋진 여성이 되기를, 조금 더 품위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조금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구성원으로서 나의 생을 소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