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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 가수 이소은 뉴욕 로펌을 사로잡다
이소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김동률과 함께 고운 목소리를 내던 조용한 소녀의 모습은 거짓이었다.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에서의 가수 이소은은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이 아니라 말괄량이면서도 뚝심있고 자신감이 충만한 소녀로 그려져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그녀는 그래왔다.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해 본 어린 시절....
늘 마음이 이끄는대로 해왔다는 소녀는 스필버그에게
p51 "당신은 아직 날 모르겠지만 당신은 여기 와서 나를 발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라며 맹랑하게 팬레터를 보내기도 했고,최신형 자전거를 타기 위해 스포츠 캠프에서 모든 종목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였으며,그림을 그려 칠면조를 타내기도 했다. 다소 엉뚱하긴 했으나 단 한번도 실패를 의심하지 않았던 소녀는 성공을 위한 도전을 행하면서도 행복했다고 추억했다. 그런 소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더니 가수가 되었고 고려대 입학으로 "엄친딸"로 등극했으며 급기야 미국의 로스쿨에 입학해 법학 전문 박사가 되기에 이르렀다.
"음악은 마음을 이어주고 법은 삶을 연결해준다"라고 이야기하는 그녀가 바로 이소은이다. 소녀인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이젠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어내었다. 그 믿음 그대로. 어렵게만 느껴지는 법이 왜 좋을까? 노스웨스턴에 입학하면서 그 답은 쉽게 찾아졌다. 성조기를 불태웠지만 무죄판결이 난 어느 판례에서 판사는 "성조기의 상징적 정신은 태우닌 사람의 권리와 자유까지 포함한다"라고 판결했다고 한다. 아, 이 얼마나 멋진 판결인지!!그녀가 가슴이 뛰었듯 나 역시 이 대목에서 가슴 뜀을 느낄 수 있었다. 흔히 부유한 계층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법으로만 여겨졌던 그것이 만인 앞에 평등하며 모두의 권리를 대변할때 그 가치의 발견만으로도 우리의 심장은 세차게 뛰고 마는 것이다.
하얀 바탕에 빼곡히 적힌 깨알같은 검은 글씨를 읽어내리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24시간이 얼마나 빡빡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 로스쿨 학생들은 졸업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엄친딸로 승승장구했던 이소은도 서러움,외로움,열등감,그리움,분노, 피곤함 등을 폭발 시키며 우울증을 겪었던 시절이 있었노라고 고백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왜 이 힘든 고통을 견뎌야 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지며 견뎌냈다는 로스쿨의 다른 학생들처럼 "니키"라고 불린 이소은도 꼴찌까지 경험할만큼 헤맸던 1학년 시절을 보냈고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여름 인턴 시절을 거쳤고 문화적인 이해가 부족해 수업시간에 실수 연발을 해댔지만 결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게다가 남에게도 웃음을 나누어 주었으니....실수를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이것 역시 그녀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들이었을까.
알파걸은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엄친딸이라는 부름보다는 알파걸이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스스로 에너자이저가 되어 다른 사람들까지 전이 시켜버리는 알파걸. 이렇게 이소은을 알파걸로 키워온 부모님이 어록은 역시나 페이지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p. 206 아무리 가진게 없어도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줄 수는 있고, 다 가진 것 같아도 남에게 도움 받을 건 있단다
p. 138 시험 성적은 네가 아니야. 너 자신과 성적을 분리해서 생각해.
라니. 내가 부모가 된다면 이런 멋진 말들을 과연 내 딸에게 내뱉을 수 있을까. 그 어떤 드라마의 명대사보다도 자식들의 가슴을 울리는 "믿음"이 담긴 조언들이었다. 훌륭한 부모가 있었기에 제대로 키워진 자식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가수 이소은이 법조인 이소은의 타이틀을 달기 까지의 과정은 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 씁쓰레한 고난을 눈으로 읽어나가며 나는 가슴의 울렁거림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하고-. 까마득한 옛 일 같았다. 내 안의 열정은 다 어디로 새나가버린 것인지 아쉽기만 했다. 그 열정의 불씨를 다시 후후 불어 되살려보며, 그녀만큼 열정적으로 살아보리라 결심하게 만드는 시간을 선물주어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