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코드 2 : 코디노트 천계영의 리얼 변신 프로젝트 2
천계영 지음 / 예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언플러그드보이>는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남자애가 있을 수 있지? 멋진데, 순수하고 사랑스럽고.....!어디 어린왕자 별에서 뚝 떨어진 거 아닐까? 싶었지만 그 이후 만화가 천계영의 작품들은 너무 매니아적이고 다른 차원에 사는 듯한 등장인물들의 대거 등장으로 내게서 멀어져갔다. 나와 달리 친구는 꾸준히 만화책을 사모은 모양이었다. <오디션>에 줄줄이 뒤 이어지는 최근작까지. 그런 친구에게 만화작가 천계영이 스타일 북을 낸 걸 아냐?고 물었더니 깜짝 놀라는 것이 아닌가. 천작가의 작품세계를 좋아하던 친구에게조차 [드레스 코드]는 의외의 책이었던 것이다 .

 

만화가가 제안하는 코디법이라...보통의 만화가들은 마감에 쫓기면서 다소 지저분한 모습으로 외출도 삼가한 채 작품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이라는 상상을 하기 마련인데 요즘의 작가들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종이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웹툰으로 전향들을 해서 그런지 즐겨보고 있는 웹툰 작가들의 일상이 가끔 소개되는 걸 보면 그녀들은 그냥 깔끔한 도시 싱글녀들일 뿐이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만화작가 천계영도 그럴까. 그녀의 옷장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주 예전에 사진으로 본 그녀는 보이시한 매력에 어딘지 아직은 어린 듯한 앳된 외모로 찍혀 남다른 스펙이나 한참 인기있던 작품들을 뒤로하고 유학을 훌쩍 떠나는 모습까지 참 멋져 보였는데 그런 그녀가 키가 작다는 사실도,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는 사실도 드레스코드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와 같은 모습이라니. 그래서 더 그녀가 인간적으로 느껴졌달까.

 

예전엔 친구들이 옷사러가서 옷도 골라달라고 하고 악세사리나 가방을 구매할때 꼭 옆구리에 끼고 가서 남다른 안목으로 골라달라고 했는데 어느새 옷장의 옷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그저 편한 청바지나 츄리링에 민무늬 티셔츠면 되는 패션으로 전락해 버렸다. 어느 시점에서 그리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다. 가방과 구두를 유달리 좋아했고 악세사리나 시즌 화장법은 줄줄 꿰고 있었는데 말이다.

 

드레스코드를 펼치며 옷장 서랍을 열어 구비되어 있는 옷들을 봤더니 한숨이 절로 푹푹 새어나왔다. 정리정돈에 앞서 옷을 사랑하던 그 시절로 다시 리뉴얼되어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몇년을 이렇게 살았구나 라는 걸 절실히 옷장과 가방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편한 것이 좋긴하다. 하지만 편하기만 해서는 멋져질 수 없다. 그래서 이번을 기회삼아 다시 멋져질 계획을 세워본다.

 

작지는 않지만 또한 크지도 않은 키, 고맙게도 잘록한 허리, 통통은 벗어난 약간 마른 체형, 긴 생머리. 내가 가진 장점들을 업할 수 있는 옷차림들을 다시 찾아보고 있다. 황금비율까지는 아니지만 좀 더 길어보이고 좀 더 예뻐보일 수 있는 방법들을 책을 통해 배워나가고 있으니 내년에는 다시 멋쟁이로 등극할 수 있지 않을까.

 

10대때부터 알아서 옷을 챙겨입으면서도 코디노트 만들어볼 생각은 해 본 일이 없는데, 휴대폰 으로 사진을 찍고 따로 정리해두면서라도 코디노트를 만들어 한 가지 아이템으로 여러 효과를 톡톡히 누려볼 생각이다. 부록으로 첨부된 스티커는 유달리 좋아하는 조카에게 이미 선물로 넘어가 버렸는데 초등학교1학년인 요 깜찍한 아가씨는 벌써부터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 이 책을 탐내고 있다.

 

얼마전 인터넷 신문에서 배우 김태희가 33사이즈라고 소개된 일이 있었는데, 누구나 그녀처럼 깡마르고 예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만의 스타일로 기분만은 김태희처럼 누려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되지 않을까. 좋지 아니한가. 여자로 태어나서 아름다움을 계속 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이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 가수 이소은 뉴욕 로펌을 사로잡다
이소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김동률과 함께 고운 목소리를 내던 조용한 소녀의 모습은 거짓이었다.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에서의 가수 이소은은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이 아니라 말괄량이면서도 뚝심있고 자신감이 충만한 소녀로 그려져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그녀는 그래왔다.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해 본 어린 시절....

 

늘 마음이 이끄는대로 해왔다는 소녀는 스필버그에게

 

p51   "당신은 아직 날 모르겠지만 당신은 여기 와서 나를 발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라며 맹랑하게 팬레터를 보내기도 했고,최신형 자전거를 타기 위해 스포츠 캠프에서 모든 종목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였으며,그림을 그려 칠면조를 타내기도 했다. 다소 엉뚱하긴 했으나 단 한번도 실패를 의심하지 않았던 소녀는 성공을 위한 도전을 행하면서도 행복했다고 추억했다. 그런 소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더니 가수가 되었고 고려대 입학으로 "엄친딸"로 등극했으며 급기야 미국의 로스쿨에 입학해 법학 전문 박사가 되기에 이르렀다.

 

"음악은 마음을 이어주고 법은 삶을 연결해준다"라고 이야기하는 그녀가 바로 이소은이다. 소녀인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이젠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어내었다. 그 믿음 그대로. 어렵게만 느껴지는 법이 왜 좋을까? 노스웨스턴에 입학하면서 그 답은 쉽게 찾아졌다. 성조기를 불태웠지만 무죄판결이 난 어느 판례에서 판사는 "성조기의 상징적 정신은 태우닌 사람의 권리와 자유까지 포함한다"라고 판결했다고 한다. 아, 이 얼마나 멋진 판결인지!!그녀가 가슴이 뛰었듯 나 역시 이 대목에서 가슴 뜀을 느낄 수 있었다. 흔히 부유한 계층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법으로만 여겨졌던 그것이 만인 앞에 평등하며 모두의 권리를 대변할때 그 가치의 발견만으로도 우리의 심장은 세차게 뛰고 마는 것이다.

 

하얀 바탕에 빼곡히 적힌 깨알같은 검은 글씨를 읽어내리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24시간이 얼마나 빡빡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 로스쿨 학생들은 졸업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엄친딸로 승승장구했던 이소은도 서러움,외로움,열등감,그리움,분노, 피곤함 등을 폭발 시키며 우울증을 겪었던 시절이 있었노라고 고백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왜 이 힘든 고통을 견뎌야 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지며 견뎌냈다는 로스쿨의 다른 학생들처럼 "니키"라고 불린 이소은도 꼴찌까지 경험할만큼 헤맸던 1학년 시절을 보냈고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여름 인턴 시절을 거쳤고 문화적인 이해가 부족해 수업시간에 실수 연발을 해댔지만 결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게다가 남에게도 웃음을 나누어 주었으니....실수를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이것 역시 그녀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들이었을까.

 

알파걸은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엄친딸이라는 부름보다는 알파걸이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스스로 에너자이저가 되어 다른 사람들까지 전이 시켜버리는 알파걸. 이렇게 이소은을 알파걸로 키워온 부모님이 어록은 역시나 페이지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p. 206  아무리 가진게 없어도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줄 수는 있고, 다 가진 것 같아도 남에게 도움 받을 건 있단다

 

p. 138  시험 성적은 네가 아니야. 너 자신과 성적을 분리해서 생각해.

 

라니. 내가 부모가 된다면 이런 멋진 말들을 과연 내 딸에게 내뱉을 수 있을까. 그 어떤 드라마의 명대사보다도 자식들의 가슴을 울리는 "믿음"이 담긴 조언들이었다. 훌륭한 부모가 있었기에 제대로 키워진 자식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가수 이소은이 법조인 이소은의 타이틀을 달기 까지의 과정은 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 씁쓰레한 고난을 눈으로 읽어나가며 나는 가슴의 울렁거림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하고-. 까마득한 옛 일 같았다. 내 안의 열정은 다 어디로 새나가버린 것인지 아쉽기만 했다. 그 열정의 불씨를 다시 후후 불어 되살려보며, 그녀만큼 열정적으로 살아보리라 결심하게 만드는 시간을 선물주어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클레이튼 로슨 지음, 장경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술사가 죽었다. 그것도 밀실에서.

일반인이 밀실에서 죽은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밀실트릭은 수많은 추리소설 작가들의 단골 배경이었고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마술사의 죽음은 김전일에서도, 코난에서도 본 일이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다르다는 이유로 또 다른 마술사의 죽음을 펼쳐든 것은 독자로서의 호기심 때문이었으리라.

 

 

뉴욕시 경찰본부 살인반의 개비건 경감에겐 도무지 모를 일들 투성이었다. 완벽히 잠긴 방안에서 남자 하나가 기괴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데 그의 직업은 마술사고 그의 시체를 발견한 사람들 역시 마술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카드 마술사를 비롯, 영매에 탈출왕에 이르기까지 알리바이가 있든 없든 그들의 기술은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방안의 사나이를 죽이고도 남을 기술들이었기에 모두를 용의 선상에 올려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반인이 마술사의 모든 트릭을 이해하기란 어려웠기에 마술사이자 탐정인 멀리니라는 인물과 콤비가 되어 이어지는 살인사건들을 풀어나가면서 최초로 발견되었던 사바트의 살인범까지 잡아낼 수 있었다.

 

속임수라는 것이 80퍼센트가 심리학이며 보는 이의 시선과 주의를 분산시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마술의 무대가 아닌 살인의 무대 위에서는 치밀하고 계획적이어야 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분명해야 했는데, 명성을 얻기전 과거가 자신의 발목을 붙잡자 타인의 목숨을 앗아 비밀을 막으려 했던 한 남자의 최후는 이유 불문하고 불분명해졌다. 그가 마술사 이기 때문에. 그 어떤 감옥도 그를 온전히 가두어 두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경찰들이 알게 된 것도 그래서 맨 나중의 일이 된다.

 

세계 10대 걸작 밀실 미스터리 중 하나인 클레이튼 로슨의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은 많은 매니아들의 좋은 서평에도 불구하고 내 입맛에 맛는 추리소설은 아니었다. 역시 내겐 코난 도일이나 요코미조 세이시, 제프리 디버 같은 작가의 작품이 더 재미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강하고 짠 맛을 좋아하는 경상도 사람이 담백하고 건강식을 좋아하는 서울의 한 맛집에서 밥은 먹은 격이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레이브 디거"

= 무덤을 파는 자

 

소설 속에서는 죽은 자가 되살아나서 복수극을 펼치는 것으로 의역되어 있지만 이 단어는 17c로 끝난 마녀 사냥의 잔재 단어로써 이단 심문관이 살해되었던 야사에서 파생되어 나온 이야기 속에서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결심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 실행에 옮기는 일은 얼마나 힘이드는 일인지 이야기는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보통 여자들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남자들이 삭발을 해서 결심을 다지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떼주어 누군가를 살리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얼굴이 험악해서 딱 봐도 범죄자로 분류되는 남자, 야가미.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속담을 몸으로 실천하면서 어린시절 지우개를 훔친 이후 계속 되어온 사기, 범죄 행각으로 그는 이미 좋은 사람으로 분류되긴 글러버린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다. 그리고 새 삶을 위한 결심을 다지기 위해 자신의 골수를 기증해 죽어가는 아이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수술일이 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리 입원해 컨디션을 조절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만 그에게 사고가 생겨버린다. 자신의 명의로 된 집에 살고 있던 남자가 고대 이단 심문관을 살해한 방식으로 살해되어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과거 경험상 곧 자신이 용의자가 될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쩄든 병원으로 가야했다. 체포 되어서도, 죽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의 뒤를 쫓는 것은 그의 골수가 필요한 또 다른 백혈병 환자인 거물 정치인의 하수인들과 그들과 야가미를 죽이려하는 그레이브 디거, 경찰 이렇게 세 종류나 되는 사람들이었고 그 누군가에게도 붙잡혀서는 안될 야가미는 단독으로 병원을 목표로 생존 서바이벌을 펼쳐나가는데 이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단 하룻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라서 더 놀랍다. 그레이브 디거가 7시간 동안 4명을 살해하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해가는 동안 경찰 내부에서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2달 전에 의문스럽게 수사 종결한 시체 도난사건까지 파헤쳐보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며 단순 연쇄살인을 넘어선 전 일본을 흔들만한 사건이 되고야 말았다. 거물 정치인이 연류되어 있고, 종교단체에서 집단으로 사람을 살해하고, 경찰과 검찰 내부에서 이를 방조하면서 그들의 면죄를 보장하고 있는 그런 진실과 마딱드린는 등 경찰 내부에서도 이 사건은 유쾌하지 못한 사건으로 풀려가면서 야가미의 뒤를 쫓게 된다.

 

야가미의 말이 맞다.

"사람을 돕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소설은 착하게 살기로 결심한 야가미에게 고난을 던져주면서 그래도 그가 결심이 흔들리지 않는지 시험해 보는 신의 손 같이 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착한 마음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진실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새 삶으로의 열망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다. [13계단]도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내겐 [그레이브 디거]가 훨씬 더 풍부하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기억될  것이다.

 

이 이야기가 각색되어져 영화화 된다면 야가미 역엔 배우 송강호나 설경구가 적역이지 않을까 !  생각하고 읽어나갔더니 상황, 상황들이 눈앞에 영상처럼 펼쳐지는 듯 하여 더욱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연쇄살인으로 겉포장 되어 있고 사회 속 각종 범죄인들이 등장하지만 인간의 마음 속에는 악마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사건들이 끔찍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레이브 디거의 마음 속에도 어린 시절 도움 받았던 고마운 마음에서 우러난 복수심이, 야가미의 마음 속에도 누군가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후루데라의 마음 속에도 범죄자라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16년 전에 만났던 야가미에 대한 믿음이 존재함을 보여주기에 사람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감동을 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것이 바로 작가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다음 작품으로 읽을만한 거리들을 찾아보면서 이 작가의 작품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울 케이지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2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읽고 혼다 테쓰야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소울 케이지]가 훨씬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물론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먼저 읽었기 때문에 히메카와 레이코와 그녀를 둘러싼 형사들의 개인 사정들을 두루 살필 수 있었지만 이야기 자체만 두고 보자면 소울 케이지는 인간이 지닌 악마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선한 마음이 가득 담긴 이야기여서 심금을 울린다.

 

강가 승용차 안에서 절단된 손목 하나가 덜렁 발견된다. 피에 잔뜩 젖어 있는 이 손목의 주인은 지문을 통해 금새 판명 되는데 목수 타카오카 켄이치였다. 그는 독신으로 과거 공사장에서 함께 일했다 사고사 당한 미시마의 아들을 친아들처럼 여기며 그를 돌보며 그와 함께 일하고 있다. 미시마 코스케의 아버지가 다녔던 건설회사는 폭력조직과 연계되어 있고 빚을 탕감하지 못했던 아비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는 근친상간으로 출생한 악마같은 사나이 토베 마키오라는 남자가 연관되어 있었다. 그의 독촉으로 비슷한 일들이 끊이질 않고 가장들이 속속들이 죽어나갔지만 사회는 관심도 묵인도 허락하며 세월을 흘러가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정황을 심증으로 수사해나가던 레이코와 철저하게 증거를 탐색해 나가던 쿠사카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나이토 카즈토시를 타카오카 켄이치로 신분세탁해준 토베가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괴롭혔고 결국 살해당한 쪽은 나이토 카즈토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악마의 행적을 멈추고 싶었던 한 가장의 부성애는 강했다. 키워온 쪽도, 낳아놓은 쪽도 지켜야 하는 입장의 아비는 자신의 신체를 훼손해가면서까지 완전범죄를 꾸며냈고 [용의자 x의 헌신]에서와 같이 그의 헌신은 성공을 이룬 듯 보였다.

 

여러 작품 속에서 자주 보여지는 엄마의 모성애에 비해 어느 사회든 아버지의 부성애는 표시나지 않으면서도 들춰졌을때엔 뜨거운 눈물줄기를 솟게 만드는 가슴 뭉클함이 진하다. 일본의 추리 소설 속 아버지의 부성애도 다르지 않았다.

 

시체가 없는 살인 사건에 꼬일대로 꼬여 있는 관련인물들의 과거사까지....죄의 정의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한정해야할지 의문스럽게 만드는 이 소설은 더이상 내어줄 수 없을만큼 자신을 다 던져버린 한 아버지의 인생이 담겨져 있었다. 추리 소설인데도 먹먹해지는 까닭은 그곳에 있다.

 

이 심각한 와중에도 감찰의 쿠니오쿠와 사투리 작렬인 이오카가 보여주는 개그컷들은 무거움의 무게를 균형있게 받쳐주며 간간히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어 준다. 그 점이 좋았다. 너무 심각하게만 뻗지 않는다는 바로 그 점이. 또한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진전된 레이코와 키쿠타의 연애전선을 기대하면서...하루빨리 [시머트리],[감염유희],[인비저블 레인]도 번역되어 손에 쥐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