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나라의 앨리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8
안트예 스칠라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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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lice im Netz: Das Internet Vergisst nie! (2010년)

  작가 - 안트예 스칠라트

 

 

 

 

  앨리스는 한국으로 따지면, 파워 블로거이다. 요리라든지 화장법, 맛집 탐방 같은 걸 다루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주로 얘기한다. 다만 문제는 그냥 신변잡기 식으로 가볍게 쓰는 게 아니라, 다소 신랄하게 비꼬고 우스꽝스럽게 비틀어서 포스팅을 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학교 선생님들이나 다른 학생들에게서 그리 좋지 않은 눈길을 받고 있다. 물론 그녀는 자기가 하는 것이 남에게 상처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녀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사랑한다는 정체불명의 메일이 날아온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야레드. 처음에 앨리스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가 자신의 방을 몰래 찍은 동영상을 올리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그녀가 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야레드의 정체는 누굴까?

 

  책은 앨리스와 정체불명 스토커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그래서 스토커의 집념이 강해질수록 앨리스의 불안이 더욱 더 커짐을 느낄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동생 로빈은 상급생들에게서 돈을 가져오라고 폭행까지 당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학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사건사고들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다. 삥뜯기와 같은 학교 폭력, 십대 소녀들끼리 느끼는 시기와 질투, 이성간의 호기심과 사랑 등등. 그와 동시에 스마트 폰 덕분에 SNS 활동을 많이 하는 요즘 아이들이 간과하기 쉬운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요새는 스마트 폰 없는 애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유치원생들도 한 손에는 휴대 전화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요구에 스마트 폰을 사주기는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단체 카톡방에 한 아이를 불러서 폭언을 퍼붓고 왕따를 시키기도 하고, 자신이나 타인의 개인 정보를 거리낌 없이 노출시킨다. 그들은 그 일들이 나중에 어떤 위험으로 되돌아올지 생각하지 못한다. 어쩌면 생각할 필요를 아예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앨리스가 당한 일이 극단적인 예일 수도 있지만,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현실과 인터넷 세계는 다르다며 이중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그 두 세계는 절대 분리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트위터나 페이스 북이 인생 망친다는 우스갯소리가 왜 나왔겠는가? 오죽하면 어떤 기업은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인터넷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까지 확인한다고 할 정도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걸 잘 모른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믿으니까, 남들이 다 하니까, 그냥 따라한다. 계속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나이 들어서도 그런 짓을 계속 하다보면, 점점 더 재미를 위해 폭언의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다가 신고당하고 경찰서로 불려가고 그러는 것이다.

 

  인터넷이라고 남에게 함부로 말해서 안 되고, 타인을 존중해야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상대하는 것이 모니터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인터넷 사용에 대해서 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아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와 닿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손가락을 잘못 놀리면 어떤 결과가 되는지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꽤 괜찮았다. 저건 독일이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 보급률이 우리나보다 낮은 독일에서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 한국은 생각해볼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 나라는 국가적으로 개인 정보를 털리고 있어서…….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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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탄생
타일러 질렛 외 감독, 앨리슨 밀러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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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vil's Due , 2014

  감독 - 맷 베티넬리-올핀, 타일러 질레트

  출연 - 앨리슨 밀러, 자크 길포드, 샘 앤더슨, 바네사 그레이

 

 

 

  갓 결혼한 부부가 있다. 신혼여행 내내, 남편 잭은 카메라로 자기들의 행적을 기록한다. 귀국하기 전날, 그들은 택시 기사가 추천하는 한 클럽으로 가게 된다. 신나게 놀고 마시던 그들이 정신을 차리니 호텔방. 어딘지 모르게 찜찜하지만 그들은 귀국을 한다. 그리고 예상치 않은 사만다의 임신 소식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그들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 누군가 두 사람의 주위를 맴돌면서 엿보기도 하고, 갑자기 사만다가 마트에서 생고기를 흡입하는 기이한 행동마저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라노말 액티비티 Paranormal Activity, 2007' 식으로 찍은 '로즈마리 베이비 Rosemary's Baby, 1968'와 '인사이드 Inside, 2007'의 교묘한 결합이었다. 물론 재미있는 요소 여러 가지를 섞었다고 해서 상승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맛좋고 비싼 재료를 섞었다고 해서 엄청 맛있는 요리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이 작품 역시 다른 영화의 재미있는 설정을 모아놨지만, 그들을 뛰어넘는 재미를 주지는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지루함마저 주었다. 어쩌면 이미 여러 번 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클리셰라고 하던가? 낯선 여행지, 갑작스런 임신, 부부를 주시하는 비밀스런 시선들, 뒤바뀐 산부인과 의사 그리고 이상한 주문들. 이 모든 것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어나고 있어서, 다음에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지 추측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잭과 사만다는 필름이 끊겨서, 여행의 마지막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건 영화를 보는 관객들만 보게 된 끊긴 필름 중의 일부분이니까. 어딘지 음산한 곳으로 둘을 데리고 가던 정체불명의 사람들과 바닥에 그려진 기이한 원 모양의 마법 진 비슷한 그림. 그리고 사만다가 그 진 안에 놓이자 이상한 형체를 한 뭔가가 나타났었다.

 

  그런데 왜 잭은 그걸 몰랐을까?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제일 먼저는 아니어도 순귀원에 드는 일이 사진 정리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잭은 임신 소식에 싱글벙글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중에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보다보면 어색한 부분이 좀 있다. 사만다가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걸 보고 도망가는 지나가던 커플이 나오는 장면이다. 그들이 도망가다가 알 수 없는 힘에 당하는 것은 누가 찍은 걸까? 설마 영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걸까? 그런데 손에 아무것도 안 갖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이상했다.

 

  결말부분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그들은 그렇게 만든 아이를 모아서 뭐하자는 걸까? 운명의 아이는 단 하나가 아니었나? 설마 여러 명의 후보를 만들어 놓은 다음, 하나만 걸려라 이런 걸까? 여러모로 궁금증만 남긴 영화였다.

 

  아! 이 영화의 교훈은 세 가지이다. 여행지에서는 아무나 추천한다고 해서 첨 들어보는 곳엔 가지 말고, 낯선 이가 주는 술은 함부로 받아먹지 말자. 그리고 사진 정리는 제 때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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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원 리브스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 루크 에반스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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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No One Lives , 2012

  감독 - 기타무라 류헤이

  출연 - 루크 에반스, 아델라이드 클레멘스, 데릭 맥야, 뷰 크냅

 

 

 

  한 커플이 자동차로 어딘지 가고 있다. 그런데 하룻밤 묵기 위해 들른 마을에서, 동네 양아치와 시비가 붙는다. 다행히 녀석의 우두머리가 나서서 수습이 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놈이 속한 강도 무리가 커플을 공격한 것이다. 놈들은 차는 본거지로 보내고, 두 남녀는 지하실에 묶어둔다. 그런데 패거리의 한 명이 칼로 위협하는 순간, 여자가 스스로 목숨을 던진다. 그녀가 숨을 거두는 순간, 남자는 분노하여 놈을 죽여 버린다.

 

  초반에는 장거리 이동을 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강도 살인마 무리에게 잡힌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으로 생각했다. 영문도 모르고 시비가 붙어 납치당하고, 여자가 죽어버리는 부분까지는 그랬다. 이제 남자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놈들에게 되갚아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다른 비슷한 설정을 가진 영화들을 떠올렸다. 설마 그런 작품들처럼 전형적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자동차를 뒤지던 무리 중의 하나가 상자 속에서 밖을 내다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친 순간 모든 것은 바뀌었다. 그 사람은 바로 몇 달 전에 있었던 대학생 학살 사건에서 유일하게 실종된 엠마라는 소녀였다. 왜 그녀가 자동차 트렁크 안의 상자에 묶여있는 걸까? 정신을 차린 엠마는 놈이 돌아오면 모두 죽을 것이라며, 도망쳐야한다고 말한다. 무슨 영문인지 그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남자의 복수가 시작된다.

 

  다른 영화들과 달리, 남자는 선량하게 살다가 억울하게 기습을 당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동네 양아치 강도 무리가 커플을 납치해 돈을 빼앗으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상대방이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였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강도 무리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영화는 나쁜 놈과 나쁜 놈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알아보는 내용이었다. 아마 더 잔인하게 죽이는 놈이 이길 것이다. 차원이 다른 잔혹함과 끔찍함에 상대방은 정신을 못 차릴 테니 말이다. 그건 더 미친 쪽이 살아남는다는 것과 비슷한 뜻이다. 확실히 강도 무리보다 남자가 더 제정신이 아니었다. 문제는 이놈은 자기가 사이코패스라는 걸 잘 알았고, 그것을 확실히 이용했다. 자기에게는 별로 충격적이지 않지만, 남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파악하고 그대로 행동했다. 예를 들면 산 채로 ㅂ……아, 여기까지. 적으려고 생각하니 너무 잔인한 내용이 될 것 같다. 하여간 놈은 그런 식으로 강도 무리들을 하나둘씩 처리해간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자기 얼굴을 본 다른 놈들은 다 죽이면서, 엠마는 살려두는 걸까? 그 의문은 결말 부분에서 풀린다. 병원으로 실려 오는 그녀를 스쳐지나가면서 놈은 슬쩍 그녀의 팔을 만지고 지나간다. 그 부분에서 어쩐지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렉터 박사가 스탈링과 스치듯이 손가락을 만지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그것은 두 사람이 교감했다는 뜻이고, 렉터 박사가 그녀를 인정했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에서 놈은 엠마를 인정했고 동질감을 느꼈다는 행동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중간 중간에 엠마의 기억과 환상에서 놈이 그녀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온다. 놈은 그녀를 자신의 후계 내지는 공범으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2편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걸까? 본격적으로 놈의 후계로 활동하는 엠마라든지, 새로운 단계의 수련을 시키려는 놈과 엠마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녀는 포기하고 새로운 사람을 잡아다가 훈련을 시킬지도 모르고.

 

  감독의 이름이 낯익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The Midnight Meat Train, 2008'을 만든 그 사람이다. 너무도 환상적이었던 원작 소설을 그냥 영상미가 뛰어난 살인극으로 바꿨던 바로 그 인물이다. 그래도 이번 영화는 저번보다 이야기의 진행에 좀 더 신경 쓴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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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의 아픔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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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By the Pricking of My Thumbs, 1968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토미와 터펜스 부부가 나오는 시리즈이다. 이제 그들도 나이가 들어서, 조만간 토미는 정년퇴직을 할 예정이다. 요양원에 있는 토미의 고모를 만나러 간 날, 터펜스는 휴게실에서 한 노부인을 만난다. 랭카스터 부인이라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다짜고짜 이상한 질문을 던진다. “그 가엾은 어린애가 당신의 애였나요? 벽난로 뒤 말이에요.”

 

  이후 고모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던 중, 랭카스터 부인이 줬다는 시골의 풍경이 그려진 그림을 하나 발견한다. 하지만 요양원에 연락해보니, 그녀는 친척이 와서 데리고 갔다는 것이다. 이후 그녀의 행방은 머리카락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터펜스는 토미가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동안, 랭카스터 부인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림의 배경이 된 마을을 찾아낸 터펜스는 그곳에서 있었던 연쇄 유아 살해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한편 토미는 고모가 남긴 물건을 조사하던 중, 요양원에서 일어났다는 의문의 독살 사건에 대한 제보를 듣는다. 게다가 빈 집을 은신처로 삼는 전국 규모의 절도단과 랭카스터 부인의 변호사가 관련이 있다는 경찰 친구의 얘기까지 접하게 된다. 도대체 양로원의 독살 사건과 사라진 노부인, 그리고 절도단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랭카스터 부인이 처음 나오는 장면에서,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저 대사, 어디선지 읽은 기억이 있었다. 한참 기억을 더듬고 뒤지다가 찾아냈다. 바로 ‘잠자는 살인 Sleeping Murder, 1976’이었다. 거기서 그웬다가 양로원에 있는 사람을 찾으러 갔을 때, 한 노부인이 그녀에게 벽난로 뒤의 아이가 당신의 아이냐고 묻는다. 크리스티는 저 대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나보다.

 

  아무래도 터펜스는 남편이 옆에 없으면 심심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성격 같다. 그녀가 폭주하면 토미가 옆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런 존재가 없으니……. 물론 한 번 의문이 들면 반드시 해결을 봐야하는 그 끈질김과 집념이 부럽긴 했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성격 같다. 어떻게 보면 오지랖이 넓다고 할 수도 있지만, 덕분에 미궁에 빠졌던 사건들이 해결되었으니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음, 그렇게 본다면 모든 것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말해주는 걸까?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좋으면 좋다고 해야 하는 걸까? 하긴 영화를 보면 범인을 잡겠다고 도로 추격전을 벌이면서 다른 차를 들이박으면서 다니지만,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경우는 별로 본 적이 없다. 범인을 잡으면서 ‘따봉’을 외치면서 끝. 학교에서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가르치지만, 현실은 과정보다는 결과인가보다.

 

  아, 갑자기 이상한 쪽으로 얘기가 흐르는데 이번 책은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포와로가 나오는 책들처럼 등장한 젊은 남녀가 눈이 맞는 게 아니라, 사랑 때문에 벌어진 여러 가지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 때문에 평생을 바라보기만 하면서 뒷바라지를 했던 사람, 사랑 때문에 모든 위험을 감수했지만 결국 고통 속에서 살았던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이용했던 사람. 과연 어떤 것이 진정한 사랑일지 생각해볼 시간을 주었다.

 

  물론 닭살 돋는 토미와 터펜스 부부 같은 사랑도 있지만 말이다. 하아, ‘나의 사랑스러운 아가씨’라니. 그게 정년퇴직을 일 년 앞둔 나이의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대사라니. 으, 어제 본 만화도 그렇고 이번 책도 그렇고 어쩌다가 이틀 연속 닭살 돋는 커플이 나오는지. 그래서였나? 어쩐지 닭이 먹고 싶다. 내 사랑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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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사건수첩 3 - 궁 넘고 담 넘는 추리활극
허윤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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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허윤미

 

 

 

  지난 2권과 이어지는 '도화원 살인사건'과 외전인 '망우대 忘憂臺'가 수록되어있다.

 

  도화원 수장고에서 두 남녀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조선시대에는 도화원이라는 기관이 있다. 그곳에 많은 화원들이 있지만, 임금을 직접 만나 용안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수종화사뿐이다. 그런데 그 수종화사와 무수리 하나가 손을 잡고 죽은 것이다. 처음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자살했다고 여겼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검시를 한 결과 살해당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러다 수종화사가 이미 어용화를 완성하였으며, 그것이 궁 밖으로 밀반출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예전에는 임금의 얼굴을 함부로 볼 수 없었다. 사극을 보면, 임금이나 높은 관리가 지나가면 일반 평민 모두가 다 허리를 굽히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문에 예종이 변복을 하고 저잣거리를 돌아다녀도 아무도 그가 임금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초상화가 빼돌려졌다는 건, 누군가 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은 즉, 그의 얼굴을 알고 싶어 하는 무리가 있고 그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는 말이다.

 

  왜 임금의 얼굴을 알고 싶은 걸까? 좋아하는 그룹의 사진을 간직하는 심정으로? 그건 아니다. 그런 거면 사람들을 죽일 이유가 없다. 결국 가장 확률이 높은 가능성은 한가지다. 궁 밖의 누군가에게 예종을 죽이라는 암살을 의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물론 의뢰자는 그가 바깥으로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궁 안의 누군가일 것이다. 사실 예종의 운명을 알고 있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 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편에서는 '신주무원록 新註無寃錄'이라는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현대 과학 수사대만큼은 아니지만, 그 당시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죽은 이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조상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망 원인도 한 가지가 아닌, 서너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티끌만한 오류라도 잡아내겠다는 공명정대함도 느낄 수 있었다. 조상님들은 대단하셨다!

 

  외전은 예종이 세자 시절, 중국에서 수입하는 회회청을 대체하기 위해 국내산 토청 개발에 개입했다는 가설로 시작한다. 그러다 시험 삼아 만든 찻잔이 실수로 다른 물건들과 섞여 규방경매에 나오게 된다. 여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경매장에 들어가려다 쫓겨난 세자 예종. 그 때부터 궁 밖을 자유자재로 들락날락했나보다. 그는 우연히 사가에 들렀다오는 현 안순왕후, 그 당시는 소훈이라는 직책을 받은 후궁을 만난다. 그녀의 도움으로 경매장을 들어가는데…….

 

  여기서도 안순왕후의 놀라운 임기응변과 재치를 엿볼 수 있었다. 1권에서 잠깐 등장했을 때도 존재감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이번 외전에서 확실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나저나 두 어린 부부의 달달함은 그야말로 초콜릿을 한 주먹 먹은 느낌이다.

 

  인상 깊은 부분은 윤사관이 동생을 돌보는 광경을 본 예종이 스무 살에 요절한 자신의 형 의경세자를 떠올리는 장면이었다. "짐도 이쁨받는 아우였느니!"라는 대사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어쩐지 불쌍했다. 임금이란 자리가 마냥 좋은 건 아닐 것이다.

 

  이번 3권은 예종의 운명에 대한 암시가 살짝 드러나는 편이었다. 외전에서 나온 안순왕후와의 닭살돋는 연애질과 대비되면서,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

 

 

 

  후기 만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뭐라? 짐의 재위기간이 짧기로서니 꼴랑 4권?"그렇다. 다음 권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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