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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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이야기'를 알아가는 여정을 통해 나는 '시스템적 사고자 systems thinker'가 되었다. 즉, 모든 것이 시스템의 일부로서 존재하며, 어떤 것이든 다른 부분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10쪽

GDP 계산 방식에는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 성장이 유발하는 생태적,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기업들은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에만 분주할 뿐이다.자신이 일으키는 부작용,즉 지표수(16)가 오염되고 사람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대기가 오염되는 것 등에 대해서는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비용도 물지 않는다. -16,17쪽

다운시프트족downshifts도 있다. 이들은 상업문화에서 벗어나, 노동과 구매를 덜 하면서 자발적으로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간다.그러나 '취하고-만들고-버리는'모델에서 탈피한 삶의 방식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는 있지만, 그들의 작은 공동체를 넘어서까지 광범위한 문화적 견인력을 갖기는 힘들다. 의식적인 소비를 주창하는 사람들도 있다.기술적 향상이 우리를 구원해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과 비슷하게,이들은 우리가 친환경 공정과 친환경 제품이 팔릴 수 있는 충분한 시장을 제공하고 그런 것들을 구매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내가 강연을 하고 나면 꼭 이렇게 묻는다. "알겠어요.그럼 무엇을 사면 될까요?"-19쪽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소비가 아니라 '소비주의'(258)와 '과다소비'다.소비는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화와 용역을 취득해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소비주의는 정서적,사회적 욕구를 쇼핑으로 충족시켜려 하고 자신이 소유한 물건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르 규정하며 내보이려고 하는,우리가 소비와 맺고 있는 특정한 방식의 관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과다소비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자원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현재 미국 대부분에서 과다소비가 벌어지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도 점점 그렇게 되고 있다. 소비주의는 과잉의 문제고, '물건을 추구할 때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을 생기는 문제다. -258,259쪽

심지어 소비 문제에 대해 활동하는 비영리기구와 운동단체들도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단체가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의 질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활동한다. 이를테면,사람들이 억압적 노동환경에서 생산한 초콜릿보다 공정무역 초콜릿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유독한 성분이 들어 있는 면제품을 유기농 면제품으로 바꾸기 위해, 어린이 장난감에서 PVC를 없애기 위해 싸운다. 하지만 소비의 '양'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어려운 질문을 꺼내는 사람이나 단체는 거의 없다. "우리가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스템의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이다. 그런데 내 경험상, 우리 사회에서 이것은 그리 환영받는 질문이 아닌 것 같다. -263쪽

다운시프팅,만족주의, 자발적인 단순함 등 다양한 언어로 표현되는 이들의 접근방식은, 일과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삶을 전환하고자 한다. 이런 전환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일자리를 잃은 후 그것을 일에 대해 새로운 태도를 갖는 계기를 삼는 경우도 있다. 다운시프팅을 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여가, 공동체 활동, 자기계발, 건강 등을 우선시하는 쪽을 택한다. 어떤 사람들은 옷을 중고로 사고, 먹는 것의 일부를 직접 기르고, 차를 몰지 않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등 자그마한 실천들을 일상생활에 적용한(280)다. 어떤 사람들은 파트타임으로만 일해도 되도록 지출을 크게 줄여서 생활방식을 조정한다.또 어떤 사람들은 집,자동차 등 목돈이 들어가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쓴다. 여기서 핵심은,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비물질적인 측면을 고양하는 것이다. 그들은 비물질적인 측면들이 행복과 안정감을 주는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280,281쪽

다운시프팅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삶의 전환이 그들이 가진 특권 덕분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들은 석,박사 학력도 많을 만큼 교육수준이 높고, 사회연결망이 더 넓고,이 시스템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더 많이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다운시프트족들은 어쩔 수 없이 적게 갖고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 다르다. 또한 이들 중 많은 수가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난'뒤에는 더 이상 정치적인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281쪽

어떤 비판을 받고 있든 간에, 다운시프트족들은 1주일에 50시간 이상 일하고 부업을 두 개씩 뛰는 삶 대신 더 즐거우면서도 충분히 잘 영위되는 대안적 삶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다한 노동은 미국인들의 유전도,천성적 열망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과다한 노동-과다한 소비'모델은 정부,기업,그리고 일부 노조 지조자들이 의식적으로 의사결정한 결과로 생긴 것이다. 희망적인 부분은, 이런 결정을 번복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인의 수준에서 다운시프트족들이 그렇게 했듯이 말이다. -282쪽

언젠가는 모든 다른 사람들은 소비자들이 계속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생각해냈으니, 바로 '계획적 구식화planned obsolescene'다.다른 말로는 '쓰레기장으로 가기 위한 디자인'이라고도 한다. 1950년대에 계획적 구식화라는 말을 널리 알린 미국 산업 디자이너 브룩스 스티븐스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구매자가 어떤 물건에 대해 필요한 정도보다 더 새롭고 좋은 것을 필요한 정도보다 더 빨리 원하도록 만드는 것."-285쪽

계획적 구식화 전략 하에서 제품들은 사람들이 가능한 빨리 버리고 새 것을 사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고안된다. 이를 '교체 주기의 단축'이라고 한다. 이런 계획적 구식화는 기술적 구식화와 다르다. 기술적 구식화는 전화가 전보를 몰아냈듯이, 실질적인 기술의 변화 때문에 기존 제품이 구식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285쪽

인식된 구식화 perceived obsolescence'라고 한다. 물건은 망가지지도 않았고 정말로 구식화되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그것이 구식이 되었다고 '느끼는'것이다. '소망하게 만드는 특성의 구식화' 또는 '심리적인 구식화'라고도 한다. 바로 여기에서 '취향'과 '유행'이 한 역할을 한다. -287쪽

'인식된 구식화'의 가장 눈에 띄는 형태인 유행, 그리고 제품을 실제 특성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이미지를 통해 판매하는 브랜드 마케팅의 성공은 미국인이 미국의 시민으로서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인(293)식과 관련이 있다. 미국인은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293,294쪽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그란데,벤티,싱글,더블,톨,쇼트,스킴밀크,두유,디카페인 등에서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커피에 대해 우리가 내려야 할 의미 있는 의사결정은,그 커피가 어디에서 재배되고 어떻게 운송,가공,판매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단지 커피숍에서 제공되는 선택지 중에서 의사결정을 할 게 아니라, 농장과 공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서 국제무역협정에 이르는 모든 것에 관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298쪽

나는 우리 각자가 두 부분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소비자 자아'고 다른 하나는 '시민,공동체 자아'다.오느랄의 미국 사회에서는 태어나는 날부터 소비자 자아가 육성되고,정당화되고 대변된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메시지들에 둘러싸인다. 우리는 소비의 전문가다. -304쪽

우리의 소비자 자아는 너무 과다하게 개발되어서 핵심 정체성이 되어야 마땅한 부모,학생,이웃,전문 직장인,유권자 등으로서의 정체성을 모두 익사시켰다. 우리 대부분은 시민으로서의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내용도 모른다. 소비자 자아의 과잉 개발과 시민 자아의 쇠퇴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사회과학자,역사학자,아동 개발 전문가, 학자 등 많은 사람은 이런 현상이 지난 한 세기에 걸쳐 형성된 소비주의적 조건들의 결과라고 본다. -304쪽

많은 사람이 단지 더 친환경적인 것을 사면, 저것 대신 이것을 선택하면 만사 오케이일 것이라고 믿는다(혹은 바란다). 찬물 끼얹어 미안하지만,우리에게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이 필요하다. '녹색'제품, '친환경'제품 라인이나 도처에 생겨나는 '그린 쇼핑 가이드' 같은 것들에 내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306쪽

회의주의자들은 이를 '그린섬션 greensumption'이라 칭하고, 옹호자들은 '의식적으로 소비하기 conscious consuming'라고 부른다. 소비할 때 좀더 높은 수준에서 경각심을 갖자는 것이다. 실천의 측면에서는 덜 유독하고 덜 착취적이고 덜 오염시키는 제품을 고르고, 환경/건강/사회적 부정의와 관련된 제품은 피하는 것을 의미한다.(중략)하지만 '의식적인 소비'가 곧 '시민 참여'인 것은 아니다. '참여적이고 정보가 많은 소비자'가 되는 것으로 '참여적이고 정보가 많은 시민'이 되는 것을 대신할 수는 없다. -307쪽

얼그레이효과 : 애니 레너드는 시민 자아를 다시 활성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로 다음을 꼽는다. 1. 더 강하고 생기있는 공동체에 참여하면 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307) 2. 공동체적 라이프스타일은 지구에 미치는 부담을 줄여준다(308). 3. 공공의 정치 참여로 전지구적인 문제에 집단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308)-307,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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