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 기술
바버라 애버크롬비 지음, 이민주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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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나에게 있어 양면성을 지닌다. 백지를 앞에 두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끌어내느라 애를 쓰는 고통의 시간일 때도 있지만, 글을 씀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도 있다. 후자의 경우엔 시원하게 울고 나서 마음이 정리되는 효과와 비슷한 뻥 뚫린 후련함을 느끼게 된다. 그 어느 경우든지간에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사고의 협소함, 표현력 등 글을 쓸 때마다 좌절하게 되는 요소는 많은데,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어떤 학습과정을 거쳐야 하는 걸까?

글쓰기는 규격화된 루트에 발을 디뎌 원리원칙대로 행동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게 되는 공장의 생산물이 아니다. 뇌와 감성이 교차되며 빚어지는 것이니, 그때그때의 감정이나 컨디션에 따라 다른 글이 나올 수도 있는 변화무쌍한 고차원의 영역이다. 또한 마음을 보여주는 창과 마찬가지이니,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각고의 인내를 거친 훈련과 단련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바바라 애버크롬비는 그러한 훈련의 과정 속으로 독자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책에 나온 글쓰기 전략 43가지는 대단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매우 실용성있는 조언으로 '그러면 되겠구나.' 하는 마음을 절로 일으킨다. 하나하나의 전략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으므로 꼼꼼히 읽고 그대로 노력하면 글쓰기가 더이상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오게 될 것 같다. 이 43가지 전략은 구체적인 행동방침에 관한 것도 있고, 글을 쓸 때의 마음가짐을 일러준 내용도 있다. 하나하나가 버릴 말이 없어 이 책을 글선생님으로 모시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저자는 자신과 제자들의 경험을 아우르며 글을 쓰기 위해 겪었던 고통과 팁들에 대해서 에세이처럼 재미있고 부드럽게 기술해 나갔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은 욕망과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는 갖게 될 듯하다. 쏟아져 나오는 글쓰기 관련 책들 중에서 딱딱한 이론과 수험서의 냄새를 풍기지 않으며,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도록 변화하는 과정의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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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과학 화학 1 미리 끝내는 중학교 교과서
한재필 지음, 현근용 그림 / 어진교육(키큰도토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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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과학 화학편 (상)은 기체, 액체, 고체와 같은 물질의 상태, 열에너지, 분자운동, 녹는점과 끓는점, 밀도, 용해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며, 기본 줄거리는 주인공 소녀인 분자가 화학자인 할아버지와 여름방학을 보내면서 온갖 실험으로 화학 상식을 쌓아가는 내용이다. 

1단원은 물질의 세 가지 상태에 대해 나오므로 그다지 어렵지 않다. 초등학교 때부터 간간히 배우는 내용이라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승화, 기화, 액화, 융해, 응고와 같은 현상을 만화로 배우면서 승화 현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기체를 액화시킨 것이 일회용 가스라이터나 부탄가스처럼 우리 생활에 쓰이고 있다는 것을 배운다. 소단원이 끝날 때마다 표와 그림, 도표를 이용해 요점을 정리해 두어 만화로 본격적인 공부를 해보려는 아이들에게 유용하다. 

2장 상태변화와 열에너지에서는 많은 실험의 사례들이 나온다. 학창 시절 과학을 싫어했던 이유가 이런 실험에 영 흥미가 당기지 않아서였는데, 만화라서 그림이 많으니 직접 해보지 못한 실험일지라도 글로 풀어쓴 것보다는 확실히 이해가 잘 된다. 

3장 분자의 운동에서는 브라운 운동과 보일의 법칙, 샤를의 법칙이 나오며 해당 공식에 따라 계산을 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학교에서 이 부분을 배울 때 공식을 달달 외우고 대입하기에 그쳤었던 내용이라 또다시 보는 것은 고역이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런 책으로 미리 꼼꼼히 공부하면서 호기심과 탐구심을 길러 부작용없이 적응해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여전히 많은 실험의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4장 물질의 특성에서는 녹는점과 끓는 점, 밀도, 용해도 등의 내용을 풍부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학교 수업 시간에 이 책처럼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해 나가면 아이들로부터 인기 많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이들에게 원리를 설명하는 많은 장치들을 심어 놓았다.

특목고 대비 시리즈로 미리 끝내는 중학교 교과서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과학에 소질 있는 초등학교 영재들을 위한 책이지만, 중학교 1학년인 아이의 반응도 역시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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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알렉산더 페히만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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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사서의 재치있는 인사말 이후, 여러 연유에 의해서 지금은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는 책들이 차례로 소개되고 있다. 헤밍웨이의 여행가방 실종사건은 다른 책에서도 읽은 경험이 있지만 그 외 나머지 사례들은 생소했으며, 고대의 유령 서적이나 상상 속의 도서관과 같이 특정 주제에 대해 쓴 글도 나름의 흥미가 있었다.

이 중에는 해독할 수 없는 문자와 암호로 쓰인 이유로 사라진 책으로 간주된 경우도 있었다. 파이스토스 원반의 양면에 정렬된 기호는 오늘날에도 그 뜻을 풀기 어렵다. 반면에 피터 래빗을 쓴 작가인 비어트릭스 포터는 암호를 이용해 일기를 썼으나 훗날 언어학자에 의해 비밀이 풀리고 만다. 외로운 아이의 사적인 일기였던 포터의 암호 글처럼 해독된 경우에는 사라진 책들의 목록에서 삭제된다.

책들의 기록과 함께 전개되는 작가들의 생애 또한 다양한 세계가 펼쳐진다. 로버트 하워드는 많은 단편소설과 시를 써 출판사에 보내면서 사본을 만들어놓지 않아 작품들이 많이 사라지는 상황에 처했는데, 무려 50편 정도나 되었다. 환상문학에서부터 여러 장르의 이야기를 지은 그는 절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만, 그의 작품은 사후에 인기를 더 얻었으되 끝내 위대한 문학작가는 되지 못했으니 이른 죽음이 아쉽다.

바벨의 도서관이나 '돈키호테'에 나오는 도서관, 루이 세바스티엥 메르시에의 소설에 등장하는 2440년의 미래 도서관은 상상 속의 도서관으로 존재해왔다. 또한, 금서로 판정되어 불태워진 경우가 진시황의 분서갱유나 16~17세기 로마 가톨릭 추기경회의의 금서목록처럼 역사 속에 존재해왔지만, 나치처럼 성공하지 못한 집단도 있었으며 장 라신처럼 책이 불타기 전에 내용을 통째로 외워버린 경우도 있다. 자신에게 엄격했던 카프카는 마음에 들지 않던 작품을 종종 불에 태우곤 했는데, 친구가 태워달라는 부탁을 따르지 않아 남게 된 작품이 '성'과 '소송'이다.

이렇듯 책에 얽힌 여러 뒷얘기가 차근차근 펼쳐지고 있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손에 잡을 수는 없더라도 한때 존재했었던 책들도 역시 현 존재의 유무에 상관없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정리된 뒷얘기들을 읽으며, 몰랐던 세계를 아는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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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환상동화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은경 옮김, 이애림 외 그림 / 이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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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서 만났던 오스카 와일드를 대하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으면 약간은 생경한 기분이 든다. '행복한 왕자'를 예쁜 삽화가 가득한 그림책을 통해 만나면서 교훈이 가득한 아름다운 동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의 동화들이 다수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그로테스크한 느낌마저 든다.

출판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일러스트들의 향연은 내용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 다양한 용지와 기법을 사용하여 네 명의 일러스트들이 그려낸 그림은 마치 오스카 와일드에게 바치는 헌사인 것처럼 정성스럽다. 일반 책처럼 지면의 일정 부분을 활용해 그림을 삽입한 것이 아니라, 그림을 위해 두 장 길이의 종이를 삽입하여 일일이 펼쳐보게 되어 있다. 책의 느낌을 그대로 형상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그림들이다.

총 9편의 단편은 모두 오스카 와일드표 동화의 특징을 짙게 풍기고 있다. 처음에 나온 '별아이'는 거만하고 냉혹하던 별아이가 깨달음을 얻어 자신이 냉대했던 친어머니를 찾는 길에 갖은 고생을 겪은 후, 사실은 왕과 왕비였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 왕이 되는 이야기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는 별아이가 삼 년만에 세상을 떠나고 뒤이어 왕위에 오른 자는 사악하기 그지 없었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전형적인 동화가 한순간 어두운 여운을 남기며, 오스카 와일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헌신적인 친구'는 더할나위없이 착하고 순박한 한스를 이용하는 이웃인 방앗간 주인의 파렴치한 행동에 답답함과 무기력마저 느끼게 되는데, 세상을 한껏 조롱하고 비판한 오스카 와일드의 시각이 느껴진다.
'유별난 로켓 불꽃'은 자신이 최고인 줄 알았던 로켓불꽃이 죽는 순간에 가서야 온 세상을 놀라게 할 줄 알았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내용이다. 교훈적이면서도 역시 냉소적인 시각이 깔려 있다.
'나이팅게일과 장미' 역시 청년을 위해 심장을 찔려 죽어가면서 빨간 장미를 피워낸 나이팅게일의 죽음도 무심하게, 사랑하던 여자의 실체를 알게 된 청년이 빨간 장미를 길가에 던져 마차 바퀴에 짓밟히게 만드는 내용이 삽입되어 있다. 청년은 공부에 몰두하기로 결심하고 책을 꺼내 읽지만, 고운 나이팅게일의 마음의 결실을 어디에 가서 찾아야 할지 난감해진다.

개인적으로 슬픈 일이 있을 때 읽어서인지 더 어둡게 느껴졌던 동화, 그러나 와일드표 동화를 멋지게 보여준 책의 가치는 인정할 만하다. 훗날 다시 읽으면서 이야기 속의 가치를 더 찾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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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의 천일책 해를 담은 책그릇 5
섀넌 헤일 지음, 지혜연 옮김 / 책그릇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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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의 동화 '마렌 공주'를 섀넌 헤일이 새롭게 각색하여 펴낸 책이다. 책을 다 읽은 후 뒤편에 참고로 실려있는 '마렌 공주'를 읽어보니, 7년동안 탑에 갇혀 있어야 하는 공주의 운명과 자신없어 뒤로 물러난 사람을 대신하여 용기를 낸 2인자가 행복을 안게 된다는 설정 정도가 비슷할 뿐, 거의 새롭게 창작된 거나 마찬가지이다. 

이미 식상한 공주 소재의 이야기들을 딸들이 공주병 걸리면 어쩌나 하는 엄마들의 염려는 붙들어매도 되게끔 쓰는 것이 섀넌 헤일의 매력인 것 같다. 전작의 책에서도 그랬듯이 이 책 역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용감한 소녀 다쉬티가 등장한다. 다쉬티는 유목민 출신의 고아소녀로, 샤렌 공주의 몸종으로 들어가 공주를 보필하며 기댈 곳 없는 삶을 헤쳐 나간다. 유목민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치료의 노래를 어릴 적 엄마로부터 배운 다쉬티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을 지녔다. 다쉬티는 이 능력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돕기까지 한다. 

어린 시절에 받았던 충격과 폐쇄된 탑에 갇혀 사는 복합적인 이유로 정신을 놓아버린 샤렌 공주는 매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빨래도 설거지도 느리고 굼뜬 샤렌 공주는 공주의 신분을 벗어버리자, 다른 사람과 잘 섞이지 못하는 능력없는 짐덩어리에 불과할 뿐이다. 이에 비하면 다쉬티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여 7년동안 탑에 갇혀 살아야 하는 운명인 샤렌 공주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영원히 모실 것을 맹세하며 함께 했고, 기지를 발휘하여 공주를 탑에서 탈출하게끔 인도한다. 탑에 갇히면서 의기소침해진 샤렌이 한발 뒤로 빼며 공주의 역할을 다쉬티에게 대신하도록 시킨 결과, 다쉬티는 이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칸 테거스 왕과의 인연으로까지 발전시킨다. 

천한 유목민의 신분에서 왕비가 된 결과만 놓고 볼 땐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책 내용 즉, 다쉬티가 적어나간 일기장의 기록을 읽으면 요행이나 재수가 아니라 한 발짝씩 성실하게 노력하며 주위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이 위험한 일을 자처하여 큰일을 해내기도 했다.

섀넌 헤일의 동화에 내 발에 맞는 신발을 들고 찾아와주는 왕자님을 기다리는 소녀는 더이상 없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는 용감한 소녀의 모습을 보며, 은연중에 그러한 삶의 태도를 동경하고 닮아가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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