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알렉산더 페히만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사서의 재치있는 인사말 이후, 여러 연유에 의해서 지금은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는 책들이 차례로 소개되고 있다. 헤밍웨이의 여행가방 실종사건은 다른 책에서도 읽은 경험이 있지만 그 외 나머지 사례들은 생소했으며, 고대의 유령 서적이나 상상 속의 도서관과 같이 특정 주제에 대해 쓴 글도 나름의 흥미가 있었다.

이 중에는 해독할 수 없는 문자와 암호로 쓰인 이유로 사라진 책으로 간주된 경우도 있었다. 파이스토스 원반의 양면에 정렬된 기호는 오늘날에도 그 뜻을 풀기 어렵다. 반면에 피터 래빗을 쓴 작가인 비어트릭스 포터는 암호를 이용해 일기를 썼으나 훗날 언어학자에 의해 비밀이 풀리고 만다. 외로운 아이의 사적인 일기였던 포터의 암호 글처럼 해독된 경우에는 사라진 책들의 목록에서 삭제된다.

책들의 기록과 함께 전개되는 작가들의 생애 또한 다양한 세계가 펼쳐진다. 로버트 하워드는 많은 단편소설과 시를 써 출판사에 보내면서 사본을 만들어놓지 않아 작품들이 많이 사라지는 상황에 처했는데, 무려 50편 정도나 되었다. 환상문학에서부터 여러 장르의 이야기를 지은 그는 절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만, 그의 작품은 사후에 인기를 더 얻었으되 끝내 위대한 문학작가는 되지 못했으니 이른 죽음이 아쉽다.

바벨의 도서관이나 '돈키호테'에 나오는 도서관, 루이 세바스티엥 메르시에의 소설에 등장하는 2440년의 미래 도서관은 상상 속의 도서관으로 존재해왔다. 또한, 금서로 판정되어 불태워진 경우가 진시황의 분서갱유나 16~17세기 로마 가톨릭 추기경회의의 금서목록처럼 역사 속에 존재해왔지만, 나치처럼 성공하지 못한 집단도 있었으며 장 라신처럼 책이 불타기 전에 내용을 통째로 외워버린 경우도 있다. 자신에게 엄격했던 카프카는 마음에 들지 않던 작품을 종종 불에 태우곤 했는데, 친구가 태워달라는 부탁을 따르지 않아 남게 된 작품이 '성'과 '소송'이다.

이렇듯 책에 얽힌 여러 뒷얘기가 차근차근 펼쳐지고 있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손에 잡을 수는 없더라도 한때 존재했었던 책들도 역시 현 존재의 유무에 상관없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정리된 뒷얘기들을 읽으며, 몰랐던 세계를 아는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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