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의 천일책 해를 담은 책그릇 5
섀넌 헤일 지음, 지혜연 옮김 / 책그릇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그림형제의 동화 '마렌 공주'를 섀넌 헤일이 새롭게 각색하여 펴낸 책이다. 책을 다 읽은 후 뒤편에 참고로 실려있는 '마렌 공주'를 읽어보니, 7년동안 탑에 갇혀 있어야 하는 공주의 운명과 자신없어 뒤로 물러난 사람을 대신하여 용기를 낸 2인자가 행복을 안게 된다는 설정 정도가 비슷할 뿐, 거의 새롭게 창작된 거나 마찬가지이다. 

이미 식상한 공주 소재의 이야기들을 딸들이 공주병 걸리면 어쩌나 하는 엄마들의 염려는 붙들어매도 되게끔 쓰는 것이 섀넌 헤일의 매력인 것 같다. 전작의 책에서도 그랬듯이 이 책 역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용감한 소녀 다쉬티가 등장한다. 다쉬티는 유목민 출신의 고아소녀로, 샤렌 공주의 몸종으로 들어가 공주를 보필하며 기댈 곳 없는 삶을 헤쳐 나간다. 유목민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치료의 노래를 어릴 적 엄마로부터 배운 다쉬티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을 지녔다. 다쉬티는 이 능력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돕기까지 한다. 

어린 시절에 받았던 충격과 폐쇄된 탑에 갇혀 사는 복합적인 이유로 정신을 놓아버린 샤렌 공주는 매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빨래도 설거지도 느리고 굼뜬 샤렌 공주는 공주의 신분을 벗어버리자, 다른 사람과 잘 섞이지 못하는 능력없는 짐덩어리에 불과할 뿐이다. 이에 비하면 다쉬티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여 7년동안 탑에 갇혀 살아야 하는 운명인 샤렌 공주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영원히 모실 것을 맹세하며 함께 했고, 기지를 발휘하여 공주를 탑에서 탈출하게끔 인도한다. 탑에 갇히면서 의기소침해진 샤렌이 한발 뒤로 빼며 공주의 역할을 다쉬티에게 대신하도록 시킨 결과, 다쉬티는 이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칸 테거스 왕과의 인연으로까지 발전시킨다. 

천한 유목민의 신분에서 왕비가 된 결과만 놓고 볼 땐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책 내용 즉, 다쉬티가 적어나간 일기장의 기록을 읽으면 요행이나 재수가 아니라 한 발짝씩 성실하게 노력하며 주위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이 위험한 일을 자처하여 큰일을 해내기도 했다.

섀넌 헤일의 동화에 내 발에 맞는 신발을 들고 찾아와주는 왕자님을 기다리는 소녀는 더이상 없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는 용감한 소녀의 모습을 보며, 은연중에 그러한 삶의 태도를 동경하고 닮아가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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