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 환상동화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은경 옮김, 이애림 외 그림 / 이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동화 속에서 만났던 오스카 와일드를 대하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으면 약간은 생경한 기분이 든다. '행복한 왕자'를 예쁜 삽화가 가득한 그림책을 통해 만나면서 교훈이 가득한 아름다운 동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의 동화들이 다수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그로테스크한 느낌마저 든다.

출판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일러스트들의 향연은 내용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 다양한 용지와 기법을 사용하여 네 명의 일러스트들이 그려낸 그림은 마치 오스카 와일드에게 바치는 헌사인 것처럼 정성스럽다. 일반 책처럼 지면의 일정 부분을 활용해 그림을 삽입한 것이 아니라, 그림을 위해 두 장 길이의 종이를 삽입하여 일일이 펼쳐보게 되어 있다. 책의 느낌을 그대로 형상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그림들이다.

총 9편의 단편은 모두 오스카 와일드표 동화의 특징을 짙게 풍기고 있다. 처음에 나온 '별아이'는 거만하고 냉혹하던 별아이가 깨달음을 얻어 자신이 냉대했던 친어머니를 찾는 길에 갖은 고생을 겪은 후, 사실은 왕과 왕비였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 왕이 되는 이야기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는 별아이가 삼 년만에 세상을 떠나고 뒤이어 왕위에 오른 자는 사악하기 그지 없었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전형적인 동화가 한순간 어두운 여운을 남기며, 오스카 와일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헌신적인 친구'는 더할나위없이 착하고 순박한 한스를 이용하는 이웃인 방앗간 주인의 파렴치한 행동에 답답함과 무기력마저 느끼게 되는데, 세상을 한껏 조롱하고 비판한 오스카 와일드의 시각이 느껴진다.
'유별난 로켓 불꽃'은 자신이 최고인 줄 알았던 로켓불꽃이 죽는 순간에 가서야 온 세상을 놀라게 할 줄 알았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내용이다. 교훈적이면서도 역시 냉소적인 시각이 깔려 있다.
'나이팅게일과 장미' 역시 청년을 위해 심장을 찔려 죽어가면서 빨간 장미를 피워낸 나이팅게일의 죽음도 무심하게, 사랑하던 여자의 실체를 알게 된 청년이 빨간 장미를 길가에 던져 마차 바퀴에 짓밟히게 만드는 내용이 삽입되어 있다. 청년은 공부에 몰두하기로 결심하고 책을 꺼내 읽지만, 고운 나이팅게일의 마음의 결실을 어디에 가서 찾아야 할지 난감해진다.

개인적으로 슬픈 일이 있을 때 읽어서인지 더 어둡게 느껴졌던 동화, 그러나 와일드표 동화를 멋지게 보여준 책의 가치는 인정할 만하다. 훗날 다시 읽으면서 이야기 속의 가치를 더 찾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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