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아이에게 이렇게 하는 게 좋을까, 저렇게 하는 게 좋을까 수없이 저울질한다. 때로 우아하고 교양있게 처신하지만, 그보다 몇 십 배 혹은 몇 백 배쯤은 교양과 거리가 먼 모습을 연출한다. 그리고 나선 밀려오는 후회와 부끄러움을 감당하기 어렵다. 나는 요것 밖에 안되는 인간이었던가, 고개를 쳐드는 자괴감에 빠져 입맛도 잃고 살맛도 잃기 일쑤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끊임없는 인내심과 자기 성찰을 요구받는다.
과연 아이를 키우는 일에 정답은 없는 것일까?
나는 '정답은 없다' 고 단언한다.
아이들이 커가는 대로 부모도 같이 성장할 뿐이다. 미숙한 부모에서 좀 더 성숙한 부모가 되어가는 것, 이것으로 답이 될까 싶다. 딸은 내가 자랄 때 생각하며 그 마음을 헤아려보지만, 아들은 딸 키우는 거와 달라서 사춘기 이후 당황스런 일도 많았다. 아들 심리학이라도 공부해야 좀 더 우아하고 교양있는 엄마가 될 듯하다.
아이가 어리면 어린대로 커가면 커가는 대로 부모는 늘 고민이다. 서로가 좋을 때는 누구라도 우아하고 교양있는 부모 노릇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 마음에 안들게 처신할 때는, 우아와 교양이 물건너 가는 건 한 순간이다. 화를 자제하지 못하고 벌컥 소리치거나 매를 들었을 때, 쉽게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서먹해져 눈길을 마주치기도 어려울 때. 미안하다고 말하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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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이 중학생이 된 후, 부모의 양에 차지 않는 성적과 수행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으름, 묻는 말에 답하지 않는 답답함... 등등 엄청난 분노로 아이의 방문 잠금장치를 빼고 침대까지 거실로 끌어냈던 적이 있었다. 이러다가 아들녀석과 원수가 되겠구나 싶을만큼 참담했던 심정은 무엇으로도 위로받을 수 없었다. 그때 만났던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한 책이다.
2000년 5월 24일,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부모를 토막살해한 명문대생의 엽기적인 범죄.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엽기적인 범행에 "동생을 이해한다"라고 했던 형의 대답이었다.
부모를 토막살해한 동생을 이해한다니…. 어째서 형은 동생을 저주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감싸고 있는가?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형의 답변을 듣고 이 사건이 부모의 자녀 학대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사건을 연구했다. 다행이 피의자가 중학교 때부터 써놓은 방대한 양의 일기를 보고, 그가 언제 어떻게 어떤 식으로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는지를 면밀히 조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 부모도 자녀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된다고 깨우쳐 준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너를 사랑한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자신이 부모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하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 돼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부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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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박혜란의 세 아들 이야기인 이 책은, 큰딸이 초등학교 입학했던 1996년에 나와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초보 학부모인 내게 자녀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설프나마 감을 잡게 했고, 자식에 대한 엄마의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박혜란이란 이름보다 패닉 이적의 엄마로 세 아들 모두 서울대 보냈다는 것으로 더 유명하지만......
사랑받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존감은 험한 세상을 살아낼 힘이다. 세상을 등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은 바로 가족 사랑이다.
이런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다 큰 딸내미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는 나는 아직도 미숙한 엄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자식이라도 쉬이 마음이 풀리지 않아 냉정하게 된다. 그때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쪽은 역시 딸이다. 엄마보다 그래도 네가 낫구나, 감지하면서 비로소 마음을 풀게 된다. 지난 2월 말, 진로에 대한 엄마와의 대립과 갈등으로 기숙사 등록기간이 지나버린 딸이 한달을 고시원에서 지냈다. 3월 초 창문 없는 고시원으로 딸내미를 보내놓고 엄마의 잠자리는 편치 않았다. 창문이 없다는 건 비상시에 탈출구가 없다는 것이기에... 엄마의 불안감을 말하진 않았지만, 4월부터 외삼촌 집에서 지내게 돼 한시름 덜었다. 한 시간의 지하철 통학을 불사하고 서울에 방을 얻었던 딸내미가 얻은 경험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는 어른들 말씀처럼 값진 깨달음을 주었을거라 생각하며... 큰딸, 그동안 고생했다. 외할아버지가 늘 '미련이 앞선다'고 하셨는데, 엄마도 네 감정에 먼저 공감해주지 못하고 미련을 떨어서 미안하다....말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응원할 것이다"라고 하지만 쉽지 않구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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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이 된 아들녀석, 엊그제는 한숨을 푹 내쉰다. 사는 게 재미가 없단다. 새벽에 등교해 한밤중에 귀가하는 대한민국 고딩들이 견뎌내는 현실에 무슨 재미가 있겠냐. 그래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혹은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는 희귀종이라면 모를까, 팍팍한 고딩 생활이 무슨 재미가 있겠냐, 진심으로 네 마음에 공감하고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고 견디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어서 미안하다...
어려서 엄마 치마꼬리만 잡고 울던 녀석이 어느새 자라서 엄마의 애인이 되어주니 고맙다. 요즘 정신없이 분주하고 피곤해서 녀석이 들어와도 누운 채 맞이하는 엄마한테 섭섭지 않았나 모르겠다. 가물가물 눈이 감기다가 검은 메리야스 바람에 씻고 나오는 녀석이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눈이 반짝 떠졌다.^^
"오~ 아들, 완전 몸짱인데... 근육이 제법 볼만하네!" 지친 녀석을 응원하느라 너스레를 떨었는데, 엄마한테 맞춰주는라 몸짱의 면모를 보인다고 포즈도 취하고 스스로 사진까지 찍어줘서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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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 아빠가 생일선물로 준 5킬로 덤벨을 열심히 들더니만 제법 보기 좋아졌다. 집에 와서 공부하면 큰일(?)나는 녀석이라 제 방에 있으면 뭘하고 보내나 궁금했는데, "내가 방에서 그냥 시간 보내는 게 아니라고!" 한 마디로 응수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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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이는 중3이지만 여전히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벗삼아 잘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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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이가 요즘에 읽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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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시행으로 독서열풍이 시작됐다.
활동기록과 독서 후기를 남겨서 근거가 있어야 된다던가...
2년 선배인 고등학생이 중심이 되어 독서토론 모임을 갖게 되었다.
학교 가는 토요일 오후에 토론하는데
첫번째 책은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
복지부 예산으로 책을 구입해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대출해준다.
토론도서라고 나름 부담도 되고 긴장도 된다고...
이젠 이웃의 아들 이야기다. 지난 주 운영위원회가 있어 급하게 중학교에 갔는데, 이웃에 잘 아는 엄마가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인사만 나누고 지나쳤는데 포스가 보통이 아니더라는... 작년 겨울 2학년 때 녀석이 담배를 피워서, '공부 못하는 건 봐줘도 흡연은 절대 용납 못한다' 고 집으로 끌고 와 엄청 두들겨 팼었다. 이 엄마 학창시절 연대장 출신의 걸출한 체격이라 몽둥이 찜질도 보통이 아닐텐데... 하여간 철저한 감시와 감독으로 완전히 버릇을 고쳤던 일이 있어, 녀석이 또 뭔 일을 저질렀구나, 걱정 되었다.
일주일이 지나 어제 전화를 해봤더니 녀석이 큰 사고를 쳤다. 지난 주 학교폭력예방위원회라던가~ 뭐 그런 위원회에 학부모 대표로 참여했는데, 경찰아저씨가 "00이 엄마냐? 요즘 녀석 눈을 보니 상당히 불안해 보인다. 무슨 일이 있느냐?" 고 물었단다. 엄마는 별일 없는거로 알지만 알아보겠다 말하고, 녀석의 휴대폰을 압수해서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봤더니 그동안 중고자전거를 거래했는데, 횟수도 많고 액수도 제법 높았다고... 말은 친구들 자전거를 사고 팔고 했다지만, 그 엄마 말이 정말 아이들 것만 거래했는지 어떤 녀석이 훔쳐온 자전거를 거래했는지 어떻게 알겠냐고 했다.
"녀석, 사업가 기질이 농후한데 잘 키워봐! 공부 조금 잘한 것보다 이번 경험이 훗날 큰 도움 되겠네."라고 위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나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사실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집안에서 보는대로 잘하겠지, 믿거라 하지만 그 속은 알 수 없다. 다행히 엄마가 학교 일에 참여했다가 경찰의 말을 듣고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철저한 관리감독에 들어갔지만, 부모의 관심없이 무방비로 방치된 아이라면 어떻게 치달을지 알 수 없지 않는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질풍노도의 10대들,
우리 아이는 안녕하신지 관심을 갖고 챙겨 봐야 할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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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왕따와 도벽, 미혼모와 성폭력, 자해...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의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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