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량하고 외진 조그만 마을 풍경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이 마을 한 가운데 제일 크고 오래된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이 예전에는 카페였다. 이 소설은 바로 이 카페의 주인인 미스 어밀리어 에번스의 사랑을 다룬다. 실제 이곳을 번창하고 즐거운 곳으로 만든 사람은 꼽추 사촌 라이먼이다. 그는 어느날 저녁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이 어밀리어의 사촌이라고 주장한다. 평소의 어밀리어라면 쫓아내었을 텐데 그를 집 안으로 들여놓는다. 사람들은 의문을 품고 다양한 상상력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카페다.

 

어밀리어는 180센티에 이르는 큰 키와 남자와 겨루어도 손색이 없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한때 결혼을 했지만 십 일 만에 결혼은 막을 내렸다. 그 후 삶은 돈을 밝히고, 소송을 좋아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이 있다면 무료로 마을 사람들의 병을 고쳐준다는 것이다. 그녀의 의료 행위는 선의와 섬세함이 같이 곁들어 있다. 한 꼬마의 종기를 짜기 위한 과정을 보여줄 때 그것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것은 사촌 라이먼이 나타나기 전부터 하던 행동이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그녀가 만든 맛있는 술이 있다. 이 술은 영혼을 따뜻하게 만드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

 

라이먼의 등장은 생필품을 팔던 가게를 카페로 변하게 만들었다. 밤이면 이 마을 사람들이 카페로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분위기를 북돋아주는 존재는 바로 라이먼이다. 가끔 사람들을 충동질해 싸움을 붙이지만 그는 호기심 가득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지어내어 들려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페의 싼 음식 가격은 마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마을에 나쁜 소식이 전해져 온다. 그것은 한때 나쁜 놈이었다가 어밀리어에게 반한 후 착한 남자로의 삶을 살다가 그녀와 결혼까지 했었던 마빈 메이시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버림받은 후 강도질을 하다 감옥에 갇혀 있었다. 가석방으로 풀려나온 것이다. 이때부터 행복하기 활기 찬 분위기가 조금씩 바뀐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바로 어밀리어가 라이먼을 사랑하는 것이다. 왜? 아무 이유도 설명도 없이 어밀리어의 사랑이 펼쳐진다. 이 사랑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 단순히 라이먼만은 아니다. 마을 사람들도 같이 누린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왜 그를 자기 집안으로 받아들였을까 하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이 이성의 범주를 넘어서는 경우를 자주 보았지만 이 의문은 지금도 계속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랑이 나온다. 그것은 마빈에 대한 라이먼의 동경과 사랑이다. 이 엇갈린 사랑은 마지막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그 결과가 소설 첫 장면의 풍경이다.

 

솔직히 말해 잘 읽었지만 이 소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앞에서 말한 그들의 사랑을 나의 이성과 감성이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감정을 이성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밀리어와 마빈의 결혼과 파국도 역시 이해불가능한 일이다. 왜 어밀리어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결혼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아직도 있다. 내가 아직 이런 감정을 받아들이려는 폭과 깊이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머리로 분석하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후 벌어진 파국은 비교적 가슴 깊은 곳에 와 닿았다. 소설 중간중간에 그녀가 라이먼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쌀의 세계사
사토 요우이치로 지음, 김치영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에 태어났지만 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70년대 식량 증산을 위해 통일벼라는 품종을 심었다는 것과 흔히 안남미로 불리는 쌀의 경우 입으로 불면 날아간다는 소문 정도다. 이런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쌀을 바라보았는데 이 책을 읽으니 종류가 대단히 많다. 동남아 쌀의 품종이 모두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하고, 지역에 따라 우리가 먹는 것과 유사한 것도 있다. 이것은 다시 미국으로 가면 또 다른 편견을 가지고 쌀을 보았음을 알게 된다. 쌀 혹은 벼에 대한 편견과 일반인의 지식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제목을 <쌀의 세계사>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쌀의 역사’다. 곡물에서 시작해 야생벼와 재배벼의 탄생으로 이어진 후 각 기후별 벼와 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것은 다시 쌀 문화와 각 지역별 벼와 쌀로 이어진 후 세계로 확산된 벼와 쌀로 마무리한다. 이 전체 과정을 읽으면서 사실 쌀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느낌이다. 그것은 저자가 쌀의 역사를 제대로 풀어낼만한 확실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학계의 학설과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섞어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노골적으로 일본을 중심으로 삼는다. 물론 여기에는 이 연구의 선두 역할을 일본이 하고 있다는 의미도 같이 담겨 있다.

 

벼를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야생벼와 재배벼다. 재배벼를 다시 인디카와 자포니카로 나눈다. 저자는 벼를 인디카형과 자포니카형으로 나누고 각각 야생형과 재배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리고 인다카와 자포니카의 어원을 앞에서 설명한다. 그것은 일본의 카토 교수의 1928년 논문에서 시작했다.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일본에 많은 형을 일본형, 다른 한쪽을 인도형이라고 부르자고 제한한 것에서 시작했다. 이 논문이 영문판에서 일본형을 자포니카, 인도형을 인디카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그 후 이 두 가지로 벼가 나눠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없는 작명의 결과다.

 

각 지역의 쌀 문화를 설명하면서 다른 음식과의 조화도 같이 다룬다. 쌀 짓는 문화가 어떤 식으로 발전했고, 쌀과 세트인 물고기나 쌀국수나 곡주 등도 같이 다룬다. 이때 여행을 다니면서 혹은 텔레비전 다큐에서 본 동남아의 시장 풍경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 과정에서 쌀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깊어졌다. 별다른 구분 없이 생각했던 찹쌀과 현미 등을 구별하기 시작했지만 쌀의 세계 전파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추정을 풀어내었을 때는 불분명한 자료 때문에 의문이 생겼다. 그의 전공인 식물의 DNA 조사 결과를 이용한 분석도 하나의 설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전파 경로에 대한 조사보다 쌀의 유전적 조사에 더 중심을 둔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벼의 종류는 뜬벼라고 불리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오거나 홍수가 나도 살아남는 품종인데 물에 잠기게 되면 키를 자라게 해서 벼가 죽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한때 뉴스를 보면 태풍 때문에 넘어진 벼와 물에 잠겨 썩은 벼가 자주 나왔는데 이것이 자연스레 연상 작용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벼의 새로운 품종 개발은 단지 현재만의 시도가 아니다. 최근 유전공학이 발전하면서 더 왕성해진 것 같지만 수백 년 전에도 품종 개량은 있었다. 세계3대 작물 중 밀과 함께 2,3위의 생산량을 다투는 작물답다. 사료로 주로 사용되는 옥수수를 뺀다면 항상 1~2위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쌀의 생산과 소비가 늘어난다는 뉴스가 생각난다. 기대한 내용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전개는 아니지만 간략하게 쌀에 대해 알기에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곳곳에 보이는 일본식 표현과 오타는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청접대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2
아리카와 히로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현청에 접대과라니 대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눈에 음란마귀가 살아서 그런지 이 접대를 룸살롱 접대 등과 연결해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책을 펴고 읽자마자 판다 유치론이 나오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십 몇 년 전 한 독특한 현청 직원이 고치 현 신생 동물원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 기획한 것이다. 이 계획은 고치 현의 관광을 부흥하기 위한 시도이지만 관료 조직의 안일하고 복지부동의 자세 때문에 실패로 돌아간다. 이 입안자는 한직을 전전하다가 실망하고 현청을 떠난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해 고치 현청 관광부에 접대과가 발족했다.

 

관광부 소속 접대과라고 하니 금방 감이 오지 않는다. 일본과 다른 용어의 문화 때문인지 아니면 접대를 너무 그런 쪽으로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 이름과 관광 부흥을 연결할 수 없었다. 현의 관광 발전을 위해 독창성과 적극성을 갖고 새로운 기획을 착착 내놓으라는 지사의 훈시가 있었지만 처절할 만큼 공무원인 그들에게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때 한 직원이 관광 홍보대사를 도입한 다른 지자체의 경우를 말한다. 이것도 몰랐던 과장과 다른 직원들은 이 기획을 찬성하고 진행한다. 독창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진정’, ‘처절할 만큼’, ‘뼛속까지’, ‘공무원’이었다.

 

이 기획을 낸 직원은 과에서 가장 젊은 스물다섯 살 가케미즈 후미타카다. 현 출신의 연예계, 스포츠계, 문화계 유명인들에게 무료 할인 쿠폰이 든 홍보대사명함을 전달해서 그들에게 배포시키려는 계획이다. 이것에 비하면 지역 출신과 상관없이 홍보대사를 인명하는 한국의 지자체가 새삼 대단하게 다가온다. 이 계획을 위해 전화나 메일로 유명인에게 연락을 했는데 가케미즈에게 한 통의 답 메일이 온다. 소설가 요시카도 교스케다. 이 둘의 연결에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대외적인 업적과 성과만을 내세운 관청이 아닌 실제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는 접대과로의 변화가.

 

흔히 공무원이나 공사 직원이 되면 가장 똑똑했던 사람들이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멍청해진다는 말을 한다. 이것은 그 사람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조직 문제다. 조직이 요구하는 쪽으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복지안동’하는 공무원이 된다. 이들의 기획은 민원이 적거나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없거나 편리한 쪽으로 흘러간다. 시장이나 구청장이 새롭게 온다고 하지만 그들은 몇 년 지나면 사라지고, 어떤 문제가 생겨도 자신들의 책임은 어딘가로 전가된 채 없어지기 때문이다. 민간 업자들에게 이런 사람들은 봉이나 다름없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다 보니 눈속임으로 속여먹기 좋은 대상이 된다. 퇴직 후 이들이 사기꾼들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젊은 만큼 때가 덜 묻은 가케미즈는 요시카도의 냉철하고 정확한 지적을 잘 받아들인다. 소설에 의해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열성적으로 요시카도의 의견을 접대과에 전달한다. 전형적인 공무원들인 접대과 직원들의 사고는 틀 속에 갇혀 있다. 이것을 깨기 위해 민간 감각을 가진 새로운 스텝과 외부 인사의 영입이 필요하다. 이렇게 계약직 다키와 이십 몇 년 전 판다 유치론을 주장한 기요토가 등장한다. 물론 이 둘의 등장이 바로 고치 현의 관광 부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요토의 아이디어는 그들이 당연하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것을 유기적이고 창의적으로 연결한다. 이 책을 읽은 후 지방 도시를 둘러보니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많았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도 이것을 실행하는 것은 역시 관청이다. 당연히 저항이 있다. 가장 먼저 접대과에서부터 그렇다. 이런 저항과 반대를 하나씩 깨고 고치 현이 가진 관광 자원을 하나씩 보여주고 문제점과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했던 몇 곳의 이미지가 스쳐지나간 것은 이 아이디어가 독특하거나 특별해서가 아니라 유기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여행자의 위치에서 자신들이 가진 관광 자원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과 이를 하나씩 깨닫게 되는 가케미즈의 모습은 약간 더디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다키와 가케미즈의 풋풋한 사랑이야기와 요시카도와 사와의 묘한 긴장감(?)이 주는 재미도 상당하다. 연애소설이니 이들의 사랑이 가장 바탕에 깔려서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이 사랑보다 현청 접대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가케미즈의 깨달음과 성장이 더 마음에 들었지만. 요시카도가 내세운 관청에 민간 감각을 도입하자는 취지는 이미 한국에서 많이 실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대외적 이미지를 위한 표어일 뿐이다. 현실에서 그들은 아직도 공무원이다. 읽으면서 가케미즈를 응원하게 되는 것도 그가 자신의 의식을 바꾸고 행동으로 옮기면서 성장해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흔넷의 젊은 과장 시모모토 구니히로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조직의 수장 역할과 그의 나이가 젊다고 말하는 조직의 노쇠함 등. 한국과 너무나도 닮은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이란 부제가 먼저 들어온다. 차별에 찬성한다는 제목과 함께. 단순히 제목만 보았을 때 왜 이 책을 많은 사람이 추천했는지 몰랐다. 이십대들이 차별에 찬성하는데 어떻게 추천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고. 하지만 저자가 내가 몰랐던 생생한 이십대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왜 이런 제목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나의 이십대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벌려지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간극을 저자는 어디에서 생겼는지 주목했는데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가지는 못한 것 같다.

 

첫 장이 강의실에서 바보가 된 어느 시간강사 이야기다. 이 사건은 2008년 5월 13일 경기도 소재 한 대학에서‘KTX 여승무원 철도공사 정규직 전환 요구’문제를 논의하면서 생겼다. 저자가 바란 것은 ‘뭘 잘못했는가?’를 확인해가려는 정도의 문제였는데 한 학생이 “날로 정규직이 되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라고 답한 것이다. 이것이 이 학생만의 의식이었다면 문제가 없을 텐데 대다수 학생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여직원들이 계약직이란 것을 알고 들어갔고, 남들도 어렵고 힘들게 공부해서 공사에 들어갔는데 이렇게 정직원을 넘보는 건 도둑놈 심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험을 치고 정정당당하게 들어가라고 말한다.

 

단순히 이 학생의 주장만 보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깊게 들어가서 인간답게 살기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규칙의 문제가 되면 달라진다. 비정규직들의 연대와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꿔 정규직으로 점진적 전환 등을 이뤄 나가야 하는데 문제는 이들의 의식과 인식 속에 이런 철학이나 사회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사회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계발을 하지 않은 각자의 탓이란 것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사회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하나의 사회현상을 대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후 저자는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자기계발과 대학서열을 내세운다. 한국에서 대학서열이 지금처럼 공고하게 굳어진 적은 없지만 이것은 80년대에도 있었다. 하지만 지방 명문대의 몰락과 우스운 IN서울이면 서울대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 분위기를 동기들이나 고등학교 선생인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면 하나의 당연한 진실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가끔은 자신들의 과거를 왜곡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끔 나 자신도 이런 현상에 빠져 허우적거린 적이 있으니 이십대들을 탓할 수만은 없지만 이제는 이것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가 더욱 심해진다.

 

얼마 전부터 이십대들은 자기계발의 하나로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사실 실제 업무에서 이들이 쌓은 스펙은 거의 쓸모가 없다. 영어 등의 언어는 업무의 필요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제 업무와 상관없는 수많은 스펙은 참조사항 중 하나일 뿐이다. 이력서를 받으면 당연한 듯 토익은 900 언저리고, 어학연수와 수많은 자격증도 같이 나와 있다. 이런 스펙들이 자기계발이란 이름으로 이십대의 시간을 좀먹고 있는 것이다. 이 시간들은 다시 그들의 의식과 행동을 조금씩 바꿔 놓는다. 2008년 촛불 집회에서 청춘들의 밝은 미래를 낙관했던 나에게 현실과 미래를 새롭게 보게 만들었다.

 

이십대는 실제 사회의 약자다. 하지만 그들은 앞으로 사회의 강자로 변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흔히 386세대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다시 기득권층으로 변해 더 심한 보수로 변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볼 때 현재 이들이 차별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현상이 지금만의 문제가 아님을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이십대와 다르다고 말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자신이 속했던 조직과 현재 학생들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런 사회 분위기를 만든 것이 이십대가 아님을 머릿속에 두어야 한다. 기성세대가 이것을 이십대들에게 가르치고 요구하는 현실에서는 특히.

 

마지막 장에서 자기계발을 권하는 사회를 치유하자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계발은 모든 문제의 시발점을 개인으로 보는 사회를 바꾸자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하나의 해석으로 문재인의 대선 슬로건을 말한다. 기회 균등,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 이 슬로건의 해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아주 잘 나타낸다. 현재의 사회 현상이 원래 그랬던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내려온 대학 서열과 자기계발의 악순환은 현실에서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분명히 이 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이나 대학사회를 쥐고 흔드는 사람들의 출신 학교를 생각하고 그들이 지금까지 한 행동과 표현을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이십대들의 이런 적나라한 모습은 본다는 것은 불편한 현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또 죽었네?
K.Kajunsky 지음, ichida 그림 / 애니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이 만화를 선택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일단 제목이 눈길을 끌었고, 다음은 <살인자ㅇ난감>의 만화가 꼬마비가 직접 번역했다는 것이다. 꼬마비의 만화를 정말 좋아하지만 그가 번역까지 했다는 사실은 몰랐다. 그것도 일본만화를 말이다. 문득 공항에서 집어든 만화가 재미있어 편집자 친구에게 소개를 했는데 출간이 결정되고 번역은 자신이 맡게 되었다란 사연도 나중에 알고 나서 재미있었다. 또 번역의 고민이 살짝 실려 있는데 의역 쪽으로 기울어 아쉬움이 남았다고 한다. 재미있는 외국 작품을 번역할 때 그 느낌과 재미를 제대로 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제목만 보면 왠지 호러나 판타지 같은데 읽으면 전혀 다른 내용이 펼쳐진다. 이 만화가 나온 사연도 ‘일본 Yahoo! 지혜주머니’에 ‘집에 돌아가면 아내가 반드시 죽은 척을 하고 있습니다’란 질문을 올리다가 인기를 얻었고, 이를 정리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아내와의 생활을 올리고 있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단순히 제목만 보면 낚시성 제목인데 이 아내의 기행이 일본 네티즌들의 호응을 상당히 많이 받은 모양이다. 책을 읽으면 물론 이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아내도 재미있지만 남자의 입장에서 남편의 행동과 반응도 상당히 공감하게 된다.

 

첫 장면은 아내가 죽은 척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놀라는데 매일 매일 이어지면서 둔해진다. 이 과정 속에 아내의 죽음 연출 강도는 점점 강해진다. 이런 일상이 간결하게 이어지면 인터넷에 왜 이런 것일까 하는 질문을 올린 것이다. 남편이 제대로 모르는 것처럼 네티즌의 답변도 역시 추측일 뿐이다. 우연히 이어지는 상황 때문에 추리를 해보지만 제대로 맞을 리가 없다. 아내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난이었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 사이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단지 이런 생각은 제삼자의 멋대로 판단일 뿐이다.

 

이후 아내의 귀엽고 놀라운 장난은 마이클 잭슨 흉내에서 안마시술소 등으로 이어진다. 이 사이에 두 사람의 만남과 연애 이야기가 흘러나오는데 아주 풋풋하고 입가에 미소를 자연스레 떠오르게 만든다. 많은 에피소드 중 침대와 벽 사이에 낀 아내의 모습은 다시 대충 넘겨볼 때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두 사람 사이에 가정 내 헌법이 제정되는 상황을 보면서 이 둘의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이 조금씩 정착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가 정말 예술적인 죽은 척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는다. 물론 금방 후회한다.

 

인터넷 글을 만화로 옮겼는데 개인적으로 내용과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간결한 선과 배경으로만 연출해서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순간순간 살아있고 재미있는 표정을 연출하여 자연스럽게 웃게 만들었다. 가끔 이런 만화들을 볼 때면 좀더 대화와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화려한 연출은 없지만 그 비어있는 공간을 독자의 상상력으로 충분히 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이야기와 강한 액션에서 잠시 벗어나 일상의 풋풋함과 장난끼 넘치는 이야기를 살짝 들여다보는 것도 즐거운 일 중 하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