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세계사
사토 요우이치로 지음, 김치영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에 태어났지만 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70년대 식량 증산을 위해 통일벼라는 품종을 심었다는 것과 흔히 안남미로 불리는 쌀의 경우 입으로 불면 날아간다는 소문 정도다. 이런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쌀을 바라보았는데 이 책을 읽으니 종류가 대단히 많다. 동남아 쌀의 품종이 모두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하고, 지역에 따라 우리가 먹는 것과 유사한 것도 있다. 이것은 다시 미국으로 가면 또 다른 편견을 가지고 쌀을 보았음을 알게 된다. 쌀 혹은 벼에 대한 편견과 일반인의 지식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제목을 <쌀의 세계사>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쌀의 역사’다. 곡물에서 시작해 야생벼와 재배벼의 탄생으로 이어진 후 각 기후별 벼와 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것은 다시 쌀 문화와 각 지역별 벼와 쌀로 이어진 후 세계로 확산된 벼와 쌀로 마무리한다. 이 전체 과정을 읽으면서 사실 쌀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느낌이다. 그것은 저자가 쌀의 역사를 제대로 풀어낼만한 확실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학계의 학설과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섞어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노골적으로 일본을 중심으로 삼는다. 물론 여기에는 이 연구의 선두 역할을 일본이 하고 있다는 의미도 같이 담겨 있다.

 

벼를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야생벼와 재배벼다. 재배벼를 다시 인디카와 자포니카로 나눈다. 저자는 벼를 인디카형과 자포니카형으로 나누고 각각 야생형과 재배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리고 인다카와 자포니카의 어원을 앞에서 설명한다. 그것은 일본의 카토 교수의 1928년 논문에서 시작했다.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일본에 많은 형을 일본형, 다른 한쪽을 인도형이라고 부르자고 제한한 것에서 시작했다. 이 논문이 영문판에서 일본형을 자포니카, 인도형을 인디카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그 후 이 두 가지로 벼가 나눠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없는 작명의 결과다.

 

각 지역의 쌀 문화를 설명하면서 다른 음식과의 조화도 같이 다룬다. 쌀 짓는 문화가 어떤 식으로 발전했고, 쌀과 세트인 물고기나 쌀국수나 곡주 등도 같이 다룬다. 이때 여행을 다니면서 혹은 텔레비전 다큐에서 본 동남아의 시장 풍경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 과정에서 쌀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깊어졌다. 별다른 구분 없이 생각했던 찹쌀과 현미 등을 구별하기 시작했지만 쌀의 세계 전파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추정을 풀어내었을 때는 불분명한 자료 때문에 의문이 생겼다. 그의 전공인 식물의 DNA 조사 결과를 이용한 분석도 하나의 설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전파 경로에 대한 조사보다 쌀의 유전적 조사에 더 중심을 둔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벼의 종류는 뜬벼라고 불리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오거나 홍수가 나도 살아남는 품종인데 물에 잠기게 되면 키를 자라게 해서 벼가 죽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한때 뉴스를 보면 태풍 때문에 넘어진 벼와 물에 잠겨 썩은 벼가 자주 나왔는데 이것이 자연스레 연상 작용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벼의 새로운 품종 개발은 단지 현재만의 시도가 아니다. 최근 유전공학이 발전하면서 더 왕성해진 것 같지만 수백 년 전에도 품종 개량은 있었다. 세계3대 작물 중 밀과 함께 2,3위의 생산량을 다투는 작물답다. 사료로 주로 사용되는 옥수수를 뺀다면 항상 1~2위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쌀의 생산과 소비가 늘어난다는 뉴스가 생각난다. 기대한 내용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전개는 아니지만 간략하게 쌀에 대해 알기에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곳곳에 보이는 일본식 표현과 오타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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