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
장석주 지음 / 나무생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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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장석주의 글을 읽는다.

한때 그의 글이 좋아 열심히 찾아 읽은 적이 있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그의 글을 읽으려고 한다.

하지만 예전 같은 시간도 여유도 없으면서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렸다.

그러다 요즘 시집 읽기가 힘들었는데 시평론집이 나왔다.

얼마 전 시 창작에 대한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시집은 어렵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는 있지만 시 이해도는 높이지 못했다.

 

스물아홉 편의 시와 시인들.

낯익은 시인보다 낯선 시인들이 더 많다.

한 번 읽었던 시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뭐 읽었다고 해도 그것을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 편을 시를 천천히 읽고 분석한 글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비록 그 평론 글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글들은 다시 시어들을 읽어보게 한다.

섬세하지 못한 내가 놓친 시어와 감상들이 조금씩 살아난다.


솔직히 말해 이 책에 실린 시들 대부분은 낯설고 어렵다.

아마 각각의 시집에서 만났다면 무심하게 지나가거나 의문 부호를 달면서 끝났다.

희망이 절망보다 더 괴롭고, 이마와 환대를 어떻게 연결했겠는가.

이원의 <목소리들>에 나오는 28개의 단어의 시어들은 또 어떤가!

추억을 불러오는 정진규의 시 <옛날 국수 가게>는 짧지만 가게 주인의 여유가 느껴진다.

이렇게 저자는 시인들의 시를 해석하고, 자신이 이해한 것을 풀어놓는다.

저자의 풍부한 인문학적 철학의 이해도는 글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단순히 한 편의 시만 다루지 않고 그것과 관련된 철학을 같이 풀어낸다.

 

29명의 시인들이 낯설게 보고 시어로 담아낸 시들은 시평론을 거치면서 달라진다.

원래 시는 그대로인데 그 시를 보는 내 시선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그 시선은 단지 그 시만이 아니라 시집 전체를 읽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 글들을 보면서 최근 내가 시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조금 보였다.

시에 대한 이해를 단숨에 올릴 수는 없지만 작은 단서는 발견한 느낌이다.

가끔 읽게 되는 시집 뒤에 나오는 평론과는 다른 글이라 읽기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단숨에 읽기에는 담고 있는 내용들이 무겁다면 조금씩 읽으면 된다.

실제 그렇게 두툼하지 않은 이 책을 며칠이나 걸려 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낯선 시인들을 여러 명 만난 것이다.

나의 좁았던 시인의 문이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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