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에 관한 잡학사전
미하엘 코르트 지음, 권세훈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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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정신 가지고 살아가기는 힘들다는 말이 있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경쟁이 더욱 심해지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그저 우스개로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누구나 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꿈꾼다. 그렇다고 갑자기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잠시 고단한 삶을 잊는 정도다. 내일이면 또 똑같은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과 달리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 중에는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이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그들이 보여준 행동을 광기라고 부른다

광기(狂氣, insanity)는 일반적으로 정상의 정신상태가 아닌 것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어진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 근대에는 광기가 인간의 정신병리로서 격리 또는 치료의 대상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고대 그리스 이래로 광기는 창조성과의 관계에서 중요시되어 왔다고 한다. 플라톤은 “신에 의해서 주어진 것 중에서 광기는 좋은 것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물론 플라톤의 말처럼 광기가 창조성과 직결이 되면 더없이 좋지만 광기는 때로는 자신을 파괴시키는 독소(毒素)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 소개하고 있는 문학과 철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인물들도 광기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꽃을 피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파멸의 길로 몰고 간 사람도 있다.

잡학사전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책은 이름 순서대로 인물들을 수록하고 있다. 읽어 내려가다보면 제 정신으로 살다간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다른 인물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자신이 남긴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한 인물의 모습도 보인다.

책 속에는 책상 옆에서 아내에게 채찍질을 당하며 작업을 한 리터 폰 자허-마조흐, 정신병자에 가까웠던 기 드 모파상, 거의 침대에만 누워서 지낸 마르셀 프루스트, 낭비벽이 심했던 뒤마와 마르크스, 아이들을 돈벌이에 이용한 페스탈로치, 도박에 빠진 도스토예프스키, 마약에 중독된 보들레르, 여자 카사노바 조르주 상드, 엄청난 애정행각을 벌인 빅토르 위고 등, 수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들의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했던 삶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만약 이 인물들이 지금 살아있고 이런 기행들을 알고 있다면 사람들이 좋아했을까? 그리고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영화화 되기도 하여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헨리 밀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다음 번 인생에서는 완전히 보통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명인이 나의 이상이다.”(책 188쪽 참조)

100여 명에 이르는 인물들을 정리한 지은이의 수고가 느껴지는 책이다. 엄청난 자료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인데, 지은이는 20년에 걸쳐 자료를 정리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만큼 우리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동양권에서는 이태백과 붓다만 이름을 올려 놓고 있고, 나머지는 전부 서구권 사람들이다. 그렇다보니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인물도 많지만, 잘 모르는 인물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지은이는 그들이 발표한 작품이나 창작의 고통과 과정, 그리고 열정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들이 보여준 기행(奇行)과 고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어떤 면에서 그들의 자신들의 생각과 삶에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들을 되돌아 보고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성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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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사 - 세계사의 새로운 대안 지구사 연구소 총서 1
데이비드 크리스천 지음, 김서형.김용우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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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사가 일반적이다. 속된 말로 힘있는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사다. 우리가 배운 세계사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일부 강대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에 대한 역사는 그저 몇 줄 정도로 간략하게 처리되었던 것이 이제까지의 세계사다. 물론 지금도 이런 식의 세계사 인식이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세계사 서술로 인해 우리는 유럽인이나 강대국들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나머지 나라들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은연중에 자리잡게 되었다.

특히 민족과 국가라는 큰 틀 안에서 역사 서술이 이루어지다보니 여러 국가와 민족들 간에는 항상 갈등과 반목을 낳는 단초가 되기도 하였다. 이는 각국 통치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국민들에게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주입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서술된 점도 없지 않아 있다. 위와 같은 세계사 서술의 조류에 대해 일찍이 많은 역사학자들이 반기를 들고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역사 서술의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세계사 서술에 익숙한 우리에게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지은이는 과거를 연대기적 덩어리로 구분하려는 시도는 인위적일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세계사로, 거대사(big history)를 제시한다. 시대 구분의 도식은 복잡한 실재를 왜곡하고, 심지어 과거를 구분하는 데 있어 가장 공평한 시도조차 왜곡을 수반하기 마련이라고 하며, 그와 같은 시대 구분의 도식이 가지는 이론적, 조직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점 등을 지적한다. 서구 사회에서 기술하는 세계사는 그들에게 “알려진 혹은 의미 있는” 세계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기존의 세계사 책에서 볼 수 있었던 헬레니즘, 르네상스, 중세 등과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전편으로 우주의 탄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아주 독특한 서술방식이다. 이어서, 인류의 시작이라는 제목하에 수렵·채집 시대를, 가속화 단계라는 제목으로 농경시대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근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세세한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는 대신 전체적으로 세계사를 조망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인류를 자연의 일부로 보고, 드넓은 우주 안에서 인류 역사를 탐구하려는 시도로, 원제인 “This Fleeting World: A Short History of Humanity”에서 알 수 있듯이, 지은이는 46억 년이나 되는 지구 역사에 비하면 25만 년의 인류 역사는 아주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세계사를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

지은이는 각 지역의 역사를 개별적으로 나열하던 서술 중심에서 탈피하여 각 지역의 역사가 서로 연관관계에 있다는 생각에 착안하여, 단선적, 직선적 시각이 아닌 상호의존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다중심적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공동의 역사관 없이는 공동의 평화도 역시 없다. 조화로운 협력 속에서 함께 어울리게 할 그와 같은 이념 없이는, 좁고 이기적이며 대립적인 민족주의적 전통만으로는 인간은 갈등과 파괴로 치닫지 않을 수 없다.”(책 제10쪽 참조) 라고 밝힌 지은이의 생각에서 이 책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유럽중심주의이며 세부적인 역사적 사실에 치중한 기존의 세계사 책에 익숙한 나에게 있어, 지은이가 보여준 세계사는 색다른 경험이자 세계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 준 의미있는 책이다. 다른 세계사 책처럼 많은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담고 있는 세계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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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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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하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나로서는 그녀를 그렇게 부르고 싶다. 이제까지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대부분 소화하기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음식물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에 대해 안좋은 시선을 가진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런데 이번에 지은이는 아예 작정을 하고 아주 가여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한다. 제목도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다.

개인적으로 ‘깃털’ 이야기가 나오면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연출하고 톰 행크스가 출연한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난다. 영롱하게 번져오던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새 깃털이 하늘을 부유하며 떠다니던 그 장면이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다.

아무리 가벼운 깃털이라고 하지만 그 가벼운 깃털이 모여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듯이 포레스트 검프는 그 이후로 미국 역사를 지나치며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들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이 실제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고 그 속에 많은 진실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오랜 동안 알고 지내온 지리산 친구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교화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사형수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소재로 우리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행복을 느끼는 대상이 다 다를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만나는 작고 소소한 것들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지 모른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울고 싶을 때 그를 생각하면 힘이 난다’에서는 지은이가 알고 지내는 마음씨 좋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2부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에서는 지은이가 개인적으로 겪은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 돈 벌면 많이 사 먹자고 약속했던 오뎅 이야기는 누구나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어릴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먹거리를 보면 지금도 손이 가는 이유도 지은이와 같은 것 같다. 20년째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친구 때문에 겪는 괴로움을 전하는 지은이의 모습에서 그녀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3부 ‘사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유를 허하라’에서는 지은이 가족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지은이는 프롤로그에서 “언젠가부터 이런 약간은 부질없다면 부질없는 글을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본래 생긴 것과는 다르게 너무 엄숙주의적으로 글을 썼다는 반성 같은 것과 함께해온 생각이었을 것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떻게든 이야기를 가볍게 이끌고 가려고 한다.

하지만 책 곳곳에는 가벼움을 빙자(?)한 만만치 않은 무게의 깃털이 여기저기서 흩날리고 있다. “가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소리 없는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이, 달빛이,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공기들이……, 그 깊은 산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그리고 모든 선한 것들이(본서 제213쪽 참조)”,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는 것의 차이 중 뚜렷한 것은 살아 있는 것들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게 화분이라면 필요 없는 누런 이파리나, 그게 꽃이라면 시들거나 모양이 약간 이상한 꽃 이파리들을 달고 있다는 거다. 반대로 죽어 있는 것들은, 그러니까 모조품들은 완벽하게 싱싱하고, 완벽하게 꽃이라고 생각되는 모양들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본서 제98,99쪽 참조).“

내가 여태까지 지은이의 글에 너무 익숙한 탓인지 몰라도, 이 책에서 지은이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가볍다고 한 이야기들이 그다지 재미있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가볍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지은이가 가벼운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들 속에 간직한 수분기 먹은 진중함 때문이 아닐까. 정말 지은이가 들려주는 가벼운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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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글자의 철학 - 혼합의 시대를 즐기는 인간의 조건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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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하면서 사회의 변화 속도는 거의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대라는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변화하는 물질 세계만큼이나 우리 정신 세계도 새로운 변화의 시점에 놓여 있다.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읽을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는 점점 세분화, 복잡화, 파편화되어 가고 있는데 비해, 우리의 의식 수준은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위와 같은 물질 문명과 정신 세계의 괴리는 우리 사회에 뜻하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최근 각종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급증하는 자살률과 연쇄 살인 사건 등은 인명경시 풍조의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거창한 철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들이 겪는 평범함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돌이켜보고 무엇이 진정한 우리들의 모습인지, 그리고 우리가 지향하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사유가 필요하다.

지은이는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 자주 사용하는 두 글자로 된 언어에 주목한다. 생명, 자유, 휴혹, 고통, 희망, 행운, 안전, 낭만 등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말은 대체로 두 글자다. 이 두 글자들 속에 담긴 의미를 따라 새로운 사유를 하기를 원하고 있다. 비록 두 글자지만 이 두 글자를 통해 수 백, 수 천 가지 생각이 넘쳐나기를 바라고 있다.

인간의 조건, 감정의 발견, 관계의 현실 등. 3부로 나누어 영화, 문학, 가요 등 다양한 문화적 텍스트를 끌여들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감정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했다. 일반적으로 철학서에서 감정을 다루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데, 지은이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낭만, 향수, 시기, 질투, 모욕, 복수, 후회, 행복, 순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머리 속에 추상적인 이야기로만 머물러 있던 내용들이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는 느낌이다.

지은이가 인용하는 글에 대한 출처가 없어 어디서 인용한 글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많은 영화들을 인용하면서 줄거리를 지나치게 길게 소개하고 있어 마치 영화감상문 같다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은이도 인정하고 있듯이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주관적인 이야기로 흘러가버려서 뜬 구름 잡는 듯한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경우도 있다. 

이 책은 혼자만 읽고 그냥 끝낼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책에서 언급된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대화하고 그럼으로써 서로 소통하고 우리들의 삶과 생활에 대해 좀 더 진지해질 수 있는 시간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단지 수많은 사유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정도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이 책에 언급된 내용을 소화하는 것은 책을 읽은 독자에게 달린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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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
찰스 리드비터 지음, 이순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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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들어온 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인터넷이 만들어낸 생활상의 변화는 이제까지 우리 인류가 만들어 놓은 그 어떤 것보다 더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이 없으면 사회가 마비될 정도로 전 세계 어느나라보다 높은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인터넷도 초창기에는 공급자가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관계로, 디지털이라는 기술이 가미되었을 뿐 실질적인 내용은 아날로그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웹 2.0이 인터넷의 큰 화두가 되면서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공급자, 소비자라는 개념 대신 소비자가 공급자가 되는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더 이상 소비자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가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하는 능동적인 입장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는 모든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우리들이 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웹2.0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공유와 협업을 특징으로 하여 많은 사람들을 인터넷 공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었다. 이 지점에서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집단지성(集團知性, Collective Intelligence)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된 지적 능력의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William Morton Wheeler)가 1910년 출간한 ‘개미:그들의 구조?발달?행동 Ants:Their Structure, Development, and Behavior’에서 개체로는 미미한 개미가 공동체로서 협업하여 거대한 개미집을 만들어내는 것을 관찰하였고, 이를 근거로 개미는 개체로서는 미미하지만 군집하여서는 높은 지능체계를 형성한다고 설명하면서 처음 제시한 용어라고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지성은 피에르 레비(Pierre Levy)가 ‘누구나 자신의 공간(사이트)를 가지고 일종의 형성하는 시대가 오면 어디에나 분포하고, 지속적으로 가치 부여되며, 실시간으로 조정되고, 역량의 실제적 동원에 이르는 집단지성이 발현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지은이는 집단지성이 가지는 공유와 협업의 성질은 1649년 영국에서 시작된 수평파의 혁명적 토지개간운동을 뿌리로 하고 있다고 한다. 웹상의 집단지성은 기술은 새로운 것이지만 집단지성이 가지는 공유와 협업이라는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인간 역사의 대부분 기간 동안, 특히 대량인쇄 기술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대개 문화와 예술은 민중의 것이었다고 한다. 집단지성의 대중문화는 민중문화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다. 여기서 더나아가 웹이 창조하는 문화는 컴퓨터광으로 비유되는 탈(脫)산업화 네트워크와 히피족으로 비유되는 저항문화의 반(反)산업화 이데올로기, 농부로 비유되는 산업화 이전의 조직관이 결합해 형성된 강력한 조합물이라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기원을 가지는 집단지성은 현재 위키피디아, 구글, 유투브[캐논을 록 버전으로 편곡한 기타연주 동영상으로 유튜브 스타가 된 기타리스트 펀투(Funtwo, 임정현)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오마이뉴스, 싸이월드, 그라민 은행, 인간 게놈 프로젝트, 온라인 선거운동(노사모와 오바마의 선거운동) 등으로 현실화되어,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과학, 한 나라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정치 운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창조와 혁신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것이다. 새로운 물결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데카르트가 설파한?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는 이제 낡은 생각이 되었다. ’우리는 공유한다, 고로 창조한다‘가 새로운 물결을 대변하는 말이 되었다. 이제 누구와 관계를 맺고, 누구와 연결망을 구축하느냐, 누구와 무엇을 공유하느냐가 우리를 규정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따라 집필 과정에서 집단지성을 도입했다. 저자는 초고를 홈페이지에 올려두고 누리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작업을 거친 것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집단지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토대로 협업하고 활동하면서 융합과 상호비판, 지원과 모방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어야 하며,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며 자율규제를 해야한다고 한다. 물론 어떤 상황을 막론하고 무조건 작동할 수 있는 최고의 조직화 방안은 아니다. 미래의 가장 활기찬 사업모델은 기업적인 요소와 공동체적인 요소, 즉 영리추구와 협업적 활동을 혼합한 방식이 될 것이며, 그 물결은 제조업, 공공서비스, 과학 분야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웹 2.0은 관심분야가 같은 사람들만 모이는 관계로 편협하고 배타적이 될 수도 있다. 불평분자들이 자신들의 대의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신념을 확산시키고, 새로운 지지자를 모집하고, 추종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집단지성은 우리가 생각한 바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소지가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개방성, 공유성, 협업성을 특성으로 하는 웹 2.0은 민주주의, 평등, 자유에 이바지하는 면이 더 강하다고 확신한다. 지은이는 낙관과 비관이라는 양자의 틀 속에서 좀 더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며, 새로운 물결에 동참하기 위해 ‘함께’ 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집단지성이 보여주는 각종 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도 알게 모르게 집단지성을 실현하고 있다. 다만 집단지성이라는 용어가 다소 낯설게 들릴 수는 있다. 지은이는 풍부한 사례와 문헌, 각종 자료들을 인용하고, 집필과정에서 누리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등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의 실태와 현황을 분석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데 있어 ‘함께’ 공유하고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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