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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글자의 철학 - 혼합의 시대를 즐기는 인간의 조건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회의 변화 속도는 거의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대라는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변화하는 물질 세계만큼이나 우리 정신 세계도 새로운 변화의 시점에 놓여 있다.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읽을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는 점점 세분화, 복잡화, 파편화되어 가고 있는데 비해, 우리의 의식 수준은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위와 같은 물질 문명과 정신 세계의 괴리는 우리 사회에 뜻하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최근 각종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급증하는 자살률과 연쇄 살인 사건 등은 인명경시 풍조의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거창한 철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들이 겪는 평범함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돌이켜보고 무엇이 진정한 우리들의 모습인지, 그리고 우리가 지향하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사유가 필요하다.
지은이는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 자주 사용하는 두 글자로 된 언어에 주목한다. 생명, 자유, 휴혹, 고통, 희망, 행운, 안전, 낭만 등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말은 대체로 두 글자다. 이 두 글자들 속에 담긴 의미를 따라 새로운 사유를 하기를 원하고 있다. 비록 두 글자지만 이 두 글자를 통해 수 백, 수 천 가지 생각이 넘쳐나기를 바라고 있다.
인간의 조건, 감정의 발견, 관계의 현실 등. 3부로 나누어 영화, 문학, 가요 등 다양한 문화적 텍스트를 끌여들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감정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했다. 일반적으로 철학서에서 감정을 다루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데, 지은이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낭만, 향수, 시기, 질투, 모욕, 복수, 후회, 행복, 순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머리 속에 추상적인 이야기로만 머물러 있던 내용들이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는 느낌이다.
지은이가 인용하는 글에 대한 출처가 없어 어디서 인용한 글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많은 영화들을 인용하면서 줄거리를 지나치게 길게 소개하고 있어 마치 영화감상문 같다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은이도 인정하고 있듯이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주관적인 이야기로 흘러가버려서 뜬 구름 잡는 듯한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경우도 있다.
이 책은 혼자만 읽고 그냥 끝낼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책에서 언급된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대화하고 그럼으로써 서로 소통하고 우리들의 삶과 생활에 대해 좀 더 진지해질 수 있는 시간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단지 수많은 사유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정도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이 책에 언급된 내용을 소화하는 것은 책을 읽은 독자에게 달린 몫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