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하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나로서는 그녀를 그렇게 부르고 싶다. 이제까지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대부분 소화하기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음식물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에 대해 안좋은 시선을 가진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런데 이번에 지은이는 아예 작정을 하고 아주 가여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한다. 제목도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다.
개인적으로 ‘깃털’ 이야기가 나오면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연출하고 톰 행크스가 출연한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난다. 영롱하게 번져오던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새 깃털이 하늘을 부유하며 떠다니던 그 장면이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다.
아무리 가벼운 깃털이라고 하지만 그 가벼운 깃털이 모여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듯이 포레스트 검프는 그 이후로 미국 역사를 지나치며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들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이 실제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고 그 속에 많은 진실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오랜 동안 알고 지내온 지리산 친구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교화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사형수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소재로 우리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행복을 느끼는 대상이 다 다를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만나는 작고 소소한 것들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지 모른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울고 싶을 때 그를 생각하면 힘이 난다’에서는 지은이가 알고 지내는 마음씨 좋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2부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에서는 지은이가 개인적으로 겪은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 돈 벌면 많이 사 먹자고 약속했던 오뎅 이야기는 누구나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어릴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먹거리를 보면 지금도 손이 가는 이유도 지은이와 같은 것 같다. 20년째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친구 때문에 겪는 괴로움을 전하는 지은이의 모습에서 그녀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3부 ‘사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유를 허하라’에서는 지은이 가족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지은이는 프롤로그에서 “언젠가부터 이런 약간은 부질없다면 부질없는 글을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본래 생긴 것과는 다르게 너무 엄숙주의적으로 글을 썼다는 반성 같은 것과 함께해온 생각이었을 것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떻게든 이야기를 가볍게 이끌고 가려고 한다.
하지만 책 곳곳에는 가벼움을 빙자(?)한 만만치 않은 무게의 깃털이 여기저기서 흩날리고 있다. “가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소리 없는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이, 달빛이,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공기들이……, 그 깊은 산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그리고 모든 선한 것들이(본서 제213쪽 참조)”,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는 것의 차이 중 뚜렷한 것은 살아 있는 것들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게 화분이라면 필요 없는 누런 이파리나, 그게 꽃이라면 시들거나 모양이 약간 이상한 꽃 이파리들을 달고 있다는 거다. 반대로 죽어 있는 것들은, 그러니까 모조품들은 완벽하게 싱싱하고, 완벽하게 꽃이라고 생각되는 모양들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본서 제98,99쪽 참조).“
내가 여태까지 지은이의 글에 너무 익숙한 탓인지 몰라도, 이 책에서 지은이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가볍다고 한 이야기들이 그다지 재미있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가볍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지은이가 가벼운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들 속에 간직한 수분기 먹은 진중함 때문이 아닐까. 정말 지은이가 들려주는 가벼운 이야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