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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에 관한 잡학사전
미하엘 코르트 지음, 권세훈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제 정신 가지고 살아가기는 힘들다는 말이 있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경쟁이 더욱 심해지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그저 우스개로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누구나 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꿈꾼다. 그렇다고 갑자기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잠시 고단한 삶을 잊는 정도다. 내일이면 또 똑같은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과 달리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 중에는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이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그들이 보여준 행동을 광기라고 부른다
광기(狂氣, insanity)는 일반적으로 정상의 정신상태가 아닌 것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어진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 근대에는 광기가 인간의 정신병리로서 격리 또는 치료의 대상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고대 그리스 이래로 광기는 창조성과의 관계에서 중요시되어 왔다고 한다. 플라톤은 “신에 의해서 주어진 것 중에서 광기는 좋은 것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물론 플라톤의 말처럼 광기가 창조성과 직결이 되면 더없이 좋지만 광기는 때로는 자신을 파괴시키는 독소(毒素)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 소개하고 있는 문학과 철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인물들도 광기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꽃을 피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파멸의 길로 몰고 간 사람도 있다.
잡학사전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책은 이름 순서대로 인물들을 수록하고 있다. 읽어 내려가다보면 제 정신으로 살다간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다른 인물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자신이 남긴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한 인물의 모습도 보인다.
책 속에는 책상 옆에서 아내에게 채찍질을 당하며 작업을 한 리터 폰 자허-마조흐, 정신병자에 가까웠던 기 드 모파상, 거의 침대에만 누워서 지낸 마르셀 프루스트, 낭비벽이 심했던 뒤마와 마르크스, 아이들을 돈벌이에 이용한 페스탈로치, 도박에 빠진 도스토예프스키, 마약에 중독된 보들레르, 여자 카사노바 조르주 상드, 엄청난 애정행각을 벌인 빅토르 위고 등, 수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들의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했던 삶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만약 이 인물들이 지금 살아있고 이런 기행들을 알고 있다면 사람들이 좋아했을까? 그리고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영화화 되기도 하여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헨리 밀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다음 번 인생에서는 완전히 보통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명인이 나의 이상이다.”(책 188쪽 참조)
100여 명에 이르는 인물들을 정리한 지은이의 수고가 느껴지는 책이다. 엄청난 자료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인데, 지은이는 20년에 걸쳐 자료를 정리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만큼 우리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동양권에서는 이태백과 붓다만 이름을 올려 놓고 있고, 나머지는 전부 서구권 사람들이다. 그렇다보니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인물도 많지만, 잘 모르는 인물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지은이는 그들이 발표한 작품이나 창작의 고통과 과정, 그리고 열정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들이 보여준 기행(奇行)과 고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어떤 면에서 그들의 자신들의 생각과 삶에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들을 되돌아 보고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성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