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 떨림, 그 두 번째 이야기
김훈.양귀자.박범신.이순원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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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눈을 밟을 때의 느낌처럼 그 깊이와 발걸음에 찍혀진 흔적이 바로 설렘이 아니냐구요. 눈을 밟을 때의 느낌. 제가 좋아하는 두 단어 '떨림'과 '설렘'처럼 사랑을 하면 두 단어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걸까요? 시인들의 사랑이야기를 묶었던 <떨림>이 어느새 소설가들의 사랑이야기인 <설렘>으로 다가왔습니다. 14명의 소설가들의 사랑이야기는 꿈꾸는 사랑이야기에서 부터 현실적인 사랑이야기까지 다양한 무지개 빛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찬란한 무지개 빛으로 이루어진 사랑이야기냐구요? 사랑에 있어서 '환상'만 넣어주기에는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리얼 러브스토리입니다. 어릴 때부터 순정만화와 로맨스소설을 끼고 살았던 이유는 무지개빛 사랑을 보기 위함이었어요. 사람의 얼굴이 다 개성있듯, 사랑또한 다 제각각의 빛을 띄며 사랑을 부여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 속에서 환상도 존재하지만요. 이명랑 작가의 사랑이야기는 저의 사랑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중이지요. 현실이 아닌 환상의 나날을 꿈꾸며.

만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며 그 사람이 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작년쯤, 소설 속에서 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보며 '연애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부추긴 작품을 만났습니다. 확실히 어릴 때의 이상형과 지금의 이상형은 큰 차이를 보이네요. 이명랑 작가의 '꿈꾸세요! 끝없이, 멈추지 말고!'의 이야기가 저의 이야기였다면 김나정 작가의 '나와 귀뚜라미씨'의 이야기는 현실적이지만 판타지스러운 느낌이 나는 사랑이예요. 부모님의 사랑이야기가 책에서 보는 것처럼 조금 특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무참히 부셔버린 현실적인 이야기에 푸욱- 한숨을 셨을 남자아이가 눈에 선하지만 전 이야기가 재밌게 들려 오네요.

김규나, 김훈, 양귀자 작가의 사랑이야기는 알아들은 듯 처럼 보이지만 또 이해모를 감정들이 보여지는 사랑입니다. 몇 해전,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릴 때 봤던 <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와 은수(이영애)의 사랑이야기는 밋밋한 바탕의 회벽처럼 느껴졌어요. 특히 은수가 상우에게 대해는 방식이 저는 이해 할 수 없었어요. 다른 친구들도 저와 별반 다르지 않는 감상평을 내놓곤 했는데 그때 국어선생님이시자 담임선생님께서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봄날은 간다>는 사랑을 많이 해 본 사람만이 이해 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요. <설렘>의 이야기 속에 특히 김훈 작가의 바다의 기별_곡릉천에서의 이야기는 절제미가 느껴진 문체에 한 남자의 고뇌와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맴돕니다. 압축적인듯 보이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한 이야기.

나와 그이의 사랑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내밀함, 애틋함의 글은 박범신님의 '이 봄날이 함 환합니다'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문틈 사이로 엿보고 싶은 심리를 차단막으로 내리친 그의 이야기는 아쉽지만 아무에게도 발설하고 싶지 않는, 가슴 깊숙한 곳에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 또한 듭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은 김이은 작가의 1991년 겨울 프롤로그입니다. 꿈꾸는 사랑을 하되, 이런 사랑을 하기를 꿈을 꿉니다. 떨림과 설렘은 오랜시간을 함께 할 수 없지만 처음 그 느낌 그대로, 시련을 함께 넘기고, 힘들때 옆에서 나를 지켜주는 사람.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김이은 작가의 사랑이야기가 눈앞에 어른거리네요.


때론 시간이 끌어당기는 바람에
사지를 내맘대로 움직이지 못하기도 했고,
또 때론 충분히 공기가 채워지지 않은 열기구에 올라탔다가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 친 거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고.
그러면서 견디고 채워 온 시간들.
그 어느 구석을 들여다보고,
그 어느 갈피를 들춰봐도 선배가 없는 곳이 없어.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이젠 선베가 내 시간이 되었어.
선배 없이는 내 시간도 없어지는 거지.

 p.218 , 1991년 겨울 프롤로그 중에서.

 사부작, 사부작 걷는 발걸음처럼 <설렘>은 소설가들의 사랑이야기를 과도하지 않는 '리얼'함에 눈을 맞추고 있습니다. 리얼한 사랑이야기에 클로이님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이 책의 백미라고 일컫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들의 사랑이야기는 순수하고 감정의 선을 그 누구보다 글로 표현할 줄 아는 그들의 이야기가 사랑의 감정을 거쳐 글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 애틋하고,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감정의 이야기들. 사부작, 사부작 옮긴 발걸음은 어느새 깊은 골짜기를 거쳐 다시 그 발걸음을 따라 내려옵니다.마음에 설레이는 감정을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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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몬스터
정승원 지음, 이창윤 그림 / 삼양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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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는 만화에 나오는 괴물들이 무척 무서웠다. 만화 주인공이 성큼성큼 괴물에게 다가서며 맞서 싸우는 모습에 절로 주먹을 불끈 쥐며 주인공을 응원 했었다. '몬스터'라고 불리는 이들이 무섭게 느껴졌다면, 것도 아닌 듯 싶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몬스터들은 만화 주인공보다 더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들이었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몬스터>를 보니 어릴 때 보았던 만화 캐릭터들이 세계의 많은 몬스터들의 원형을 따서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숙한 몬스터도 있었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몬스터가 있는가 하면, 이름도 못 들어본 생소한 몬스터들도 많았다.

대체적으로 이름을 많이 들어봤던 몬스터들은 불새, 봉황, 스핑크스, 가고일, 손오공등 만화나 영화등 현재까지 쓰이는 '상징'의 몬스터들이었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는 세계사와 서양 음악사 두권을 비롯해 3번째로 '세계의 몬스터'를 만나고 있다. 세계사와 서양 음악사는 역사의 흐름을 단편적으로 주요 인물들과 가장 중요한 사건을 언급함으로서 깔끔하게 그려나갔다. 하지만 세계의 몬스터는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의 장점이 단점으로 적용되는 시리즈다. 세계의 몬스터들을 다 언급하려고 하다보니 많은 종류의 몬스터들을 알려줄 뿐,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했다. 호기심을 갖고 몬스터의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보면 어느새 또다른 나라의 몬스터가 등장한다.

제목이 무척 포괄적이라 많은 것을 담으려 하다보니 몬스터의 이야기당 한 페이지에서 많으면 한 페이지 반정도의 이야기를 담았다. 호기심을 갖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독자가 직접 찾아보라는 이야기다. 많은 이야기를 담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몬스터들에 대해서는 비중을 크게, 깊게 다루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불어 몬스터들의 직접적인 사진이 없으니 일러스트를 통해 몬스터를 표현한 것은 설명을 듣는 것 보다 더 쉽게 몬스터들의 형태와 성격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온다면, 단편적인 지식뿐 아니라 내용에 따라 깊이있는 편집도 중요하다. 세계의 몬스터들이라고 해서 세계의 모든 것을 담아야 하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집어넣어 정작 알고 싶은 그들의 깊은 이야기까지 담지 못한다면 단편적인 것들만 맛보게 할 뿐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오래전에 보았던 캐릭터들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신은 인간이 만들고, 인간은 몬스터를 만들었다는 몬스터 이야기의 짧은 사연을 듣고 난 이후 나는 더 갈증을 느꼈다. 차근차근 그들의 이야기를 더 깊이 읽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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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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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었다. 세계문학전집 컬렉션을 탐내며 천천히 하나둘씩 모으고 있었다. 보고 싶은 문학부터 한 권씩 읽는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요즘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소설인 <1Q84>가 나오면서 동시에 조지 오웰의 <1984>가 연상되었다. 제목에서 뿐만 아니라 하루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토대로 썼는지 띠지에는 그의 책을 읽으면 <1984>가 궁금해지는 소설이라고 했다. 나는 하루키의 <1Q84>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의 소설이 무척 궁금했다. 그가 제목으로 내세운 년도는 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해서 서점에 갈 때마다 세계문학전집 컬렉션을 꽂아놓은 서가를 보며 잊지않고 찾아보던 소설이기도 했다.

나의 예상과 달리 <1984>의 내용은 그야말로 고전이라고 일컫을만큼 거침없는 필치로 쓰여져 있다. 마치 오래전에 봤던 <트루먼쇼>가 떠올랐을 만큼 그가 표현한 가상세계는 강력하다. '텔레 스크린'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주입시키고 세뇌시킨다. 언제,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는 단계속에서 주인공인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기억나지 않는 의식의 실체를 찾아 기록하며 자유를 찾아 나선다. '허용'이라는 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사태임에도 스미스는 작은 행동들을 하려고 노력한다. 마치 자신이 죽은 후에라도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노트에 옮기는 것처럼 보였으며, 때로는 스미스의 행동이 저자 자신을 투영하는 것 같았다.

<1984>에서 보여지는 세계는 우리의 과거의 모습, 현재의 모습, 미래의 모습이 혼합된 세계를 보여주었다. 조지 오웰이 1948년에 쓴 소설이 놀랍게도 과거의 모습을 거울삼아 보여지는 이 책은 현재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비슷한 점이 많아 흠칫했다. 특히 텔레 스크린의 설명은 현재 우리의 삶에 깊숙히 파고든 미디어의 실체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진실'은 어디에 있으며 미디어의 영향속에서 '진실'이 모호해짐을 느끼고 있던터라 조지 오웰의 소설이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텔레 스크린, 빅 브라더 타도,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이라는 글귀가 반복되어 눈앞에 펼쳐진다. 스미스 또한 그것들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었다. 책을 펼쳤던 처음과 달리 점점 더 잠식되어가는 보며 진저리가 쳐질 정도로 잔인하고 악랄하게 인간의 본성이 나타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본성. 과거와 현재사이에서 꿈틀대던 상황은 어느새 사라지고, 주입식 교육은 2+2=5가 답이 아님에도 그렇게 믿는 인간의 한계를 그린다. 절망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정도로 책을 읽는 동안 암울했다.

조지 오웰을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이 책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던 책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사상에 대한 표현이나 글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 여러번 읽고서야 해석이 되었다. 다른 표현을 했더라면 좀 더 세련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의미를 이중으로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고, 의미적으로 축약된 단어들을 많이 사용한 터라 사전을 보며 의미를 해석했던 부분이 많아 그 부분이 무척 아쉽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4>는 꼭 읽어야 할 필독서임에는 틀림없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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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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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코맥 매카시라는 이름을 <로드>라는 작품을 통해 듣게 되었다. 책을 소개하면서 성서와 비견되는 작품이라는 글에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많은 사람들의 비평과 서평이 오갔던 작품이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핏빛 자오선>등 그의 작품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면서 그에 대한 명성을 들으며 꼭 한번 접하고 싶었던 작가였다. 모든 작품이 다 그렇지만 코맥 매카시의 작품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렸다. 좋거나, 어렵거나. ('나쁘거나'가 절때 아니다.) 호평과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1992년에 쓴 <모두 다 예쁜 말들>에 이어 94년에 <국경을 넘어> 를, 98년에 드디어 3부작 마지막편인 <평원의 도시들>을 완결했다. 너무 유명해서 익숙해져버린 그의 이름과 달리 책장을 넘길 때의 순간을 떨림이었다. 

<모두 다 예쁜 말들>을 뛰어넘고 바로 2부작 <국경을 넘어>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의 글은 비가 오지 않은 흙바닥처럼 건조하고 절제미가 느껴진다. 명화를 보는 것처럼 웅장하면서도 스산했다. 주제 사라마구의 <죽음의 중지>를 읽으면서 따옴표가 없어 난감함에 진땀을 흘렸는데 이제 코맥 매카시라는 이름을 명단에 올려야겠다. 다행히 주제 사라마구의 어려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진땀을 흘린 것과 달리 코맥 매카시의 문체는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 빠져든다. 대화의 문장이 따옴표가 없으니 마치 이야기를 하더라도 혼자 내뱉는 것처럼 들린다. 속으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듯, 모를듯한 이야기들이 쓰여져 있는 것만 같다.

사로잡은 늑대를 멕시코로 돌려보내기 위해 국경을 넘는 빌리를 보면서 나같으면 사로 잡은 늑대를 돌려보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경이 주는 의미가 크고, 위험 부담이 큰 그곳에서 소년 빌리는 위험천만하게 여정을 감행한 것을 보면서 어린 소년의 이야기라고 믿기지 않았다. 위험한 여정 속에서 얻은 것은 결코 참담한 결과 뿐이었다. 표지에서 보여지는 스산함과 묵직한 무거움이 책의 전체 분위기지만 오묘하게 쓰여져 있는 글귀들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가벼움이 아닌 마치 붓글씨를 쓰듯 정성스러운 느낌. 한 권의 책 만으로 코맥 매카시라는 작가를 이해 할 수 없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계속해서 그의 책에 눈길이 갈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좋아하게 되는 작가의 책은 읽자마자 찌리릿하고 느낌이 오는 것처럼 코맥 매카시의 <국경을 넘어>가 나에게는 그를 만나는 첫 설레임이자 확신이었다. 우선 이 책의 장점은 절제미 속에서도 보여지는 문장의 어투가 간단하면서도 멋스러웠다. 지금까지 읽은 작품은 단조로운 문장들과 이야기로 2% 아쉬움을 느꼈다. 필력 뿐만 아니라 진중하고 무거움이 느껴지는 그의 분위기가 좋았다는 말 밖에는.

세상을 향해 친절한 발걸음에도 결국 돌아오는 것은 지극히,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상실감, 암흑이었다. 부모가 죽고 고아처럼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어린아이가 자라면서 성인이 되고, 진짜 어른이 되어 나아가는 모습처럼 보여졌다. 현재 내가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뒷표지의 화려한 찬사는 결코 거품이 아닌 진짜였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그의 팬이 되기를 자청하면서 그의 책을 계속해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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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미술관 - 그림이 즐거워지는 이주헌의 미술 키워드 30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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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이름을 보고 고르지 않지만, 이 분이 쓴 글이라면 꼭 읽어야지 하는 작가가 있다. 미술분야에서는 단연 이주헌씨가 그렇다. 이분을 빼놓고 말하면 섭섭할 정도로 전문적인 미술을 일반인의 시각으로 쉽고, 재미있게 써 놓아 누구나 미술을 재미있게 공부 할 수 있게 장벽을 허물어 놓았다. 그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배낭여행을 가기 전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학고재,1995) 전 2권으로 나온 책이다. 현재 95년에 나온 구판은 2005년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그때 처음 유럽의 미술관과 미술을 공부하면서 미술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하는 호기심이 들 정도로 푹 빠져 들었다. 그렇게 그와 책을 통해 서양 미술 즉, 유럽 미술에 맛을 들여갔다. 특히 그가 쓴 책 중에는 <화가와 모델>(예담, 2003)을 가장 좋아한다.

<지식의 미술관>은 한겨레에서 연재했던 칼럼을 묶어 만든 책이다. 30개의 키워드로 풍성하고도 다양한 지식의 미술관으로 미술의 향연을 보여준다. 마그리트의 데페이즈망에서 부터 트롱프뢰유, 게슈탈트의 전환, 왜상, 알레고리, 현대 미술의 두드러진 아트 어드바이저라는 직업까지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지식의 미술관 답게 서른개의 키워드로 바라보는 미술은 넓고도 넓지만, 전문분야로 갈수록 처음 들어본 기법들이 많았다. 그야말로 책상에 않아 기법들과 화풍 뿐만 아니라 종교화를 보면서 기독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사회에 일어났던 역사적인 전쟁등 다양한 이해가 필요한 '지식적 흐름'을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아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보고 익히는 지식의 미술관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모르는 것이 나올때는 머리속이 가득찬 느낌이었다. '아, 역시 미술은 어려워.'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쯤 176-177페이지에 감각과 감상의 쌍무지개 라는 글을 보았다. 미술평론가이자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는 필자이다보니 사람들이 "미술감상은 어떻게 하나요?"" 현대 미술은 어떻게 이해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그럴때 마다 그는 한결같은 대답을 내 놓는다고 한다. 많이 보라고. 많이 보다보면 친근해지고 미술사의 세계가 점점 더 가까이 보인다는 글을 읽으며 다시 신발끈을 묶고 그의 글을 읽었다. 어렵다고 이야기했지만 그의 글은 미술관에 들어가 누군가(큐레이터)가 조곤조곤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은 여전하다.

그가 쓴 <화가와 모델>에서는 화가와 그의 뮤즈들, 여자모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저 모델이라는 직업적 특성뿐만 아니라 연인이 되고, 가족이 되고 때로는 버림받은 인물로서 평가되는 그림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화가와 모델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여자 누드모델이 옛날부터 당연시?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기원전 4세기 중반~2세기 중반) 아르카익기와 (기원전 5세기~4세기 중반) 고전기의 그리스에서는 남성을 표현할 때는 누드로, 여성을 표현할 때는 옷을 입은 모습으로 표현했다는 글을 보며 무척 놀라웠다.

일상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경기를 할 때도 꺼리낌없이 알몸으로 다녔다고 한다. 그 옛날 그리스에서는 인간 중심주의가 남성 중심주의가 맞물려서 만들어낸 독특한 산물이라고 한다. 그 옛날 사람이라고 하면 남자와 여자의 동등함이 아닌 남자를 우위에 두고 남자가 되다만 사람이라고 하니 여자를 완전함의 산물로 보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불끈하지만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작다보니 그 옛날 부터 여자는 지배자가 아닌 피지배자의 입장에서 수동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파의 화가들에 대해서는 익숙하지만 상대적으로 현대미술로 올수록 난해함 때문에 미술을 접할 때마다 머리가 아파왔는데 <지식의 미술관>을 통해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한 그림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상파 화가들이 친숙한 이유도 자꾸 많이 보고, 관심을 갖고 보기에 그들이 그린 그림이 더 정감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며 또다시 '역시, 이주헌!' 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그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깊고 깊은 미술의 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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