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떠나가면
레이 클룬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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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을 읽기 전 두 작품을 읽으면서 '남자란 여자를 볼 때 본능에 충실 할 뿐인가?'하는 문제에 부딪히면서 골똘히 생각할 즈음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이 책 역시 두편의 남자 주인공들과 같은 '동류동색'의 남자였으니, 남자에 대한 환상이 와그르르하고 무너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아, 환상과 현실을 이리도 다른 것인가.

레이 클룬의 <사랑이 떠나가면>은 호불호가 갈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우선 나이가 어리거나, 상대방의 배우자가 없는 이들에게는 벽 무너지는 소리가 와그르르 들릴 것이고, 나도 모르게 환상이 절로 깨져 버린다. 인간을 대하기 앞서 한 남자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나약함이 유방암에 걸려 아픈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와 몸을 섞고 나누는 일은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들다.

사랑하는 아내가 세살배기 딸과 자신을 두고 떠나가는 아픔을, 상실과 방황 속에서 헤메는 저자의 이야기를 오롯하게 느끼지 못함은 저자의 아름이 아니라 가족을 두고 떠나는 카르멘의 모습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을 돌봐주고, 안아주는 마음을 다른 여자에게서 찾았고 그는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세식구에게 '암'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은 카르멘의 몸속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정이 결코 원만하지 않음을 암시한다.

TV속에서나 소설 속에 보여지는 남자의 순애보가 아닌, 한 남편으로서의 든든함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남자로서 보여지는 모습은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을 이해하느냐, 이해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책을 읽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여자와 남자의 시각적인 차이도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한 인간의 모습을 두고 봤을 때에는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모순적인 이야기지만 절대적으로 나쁜 놈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다인데 만약 나라면? 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저자의 모습이 절로 씁쓸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카르멘은 자신은 곧 떠날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남편이 외도하는 것을 알면서도 체념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 같다. 이제 그를 보듬어 줄 수 없고, 함께 몸을 나눌 수 없는 그에게 몸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여자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가, 다시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양면성을 가진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말았다. 인간의 나약함은 늘, 언제 어디서든 존재하는 이유 때문에 무너지고 만다는 생각 뿐. 현실 보다는 '환상'이 많았던 나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 '남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잔인하지만, 현실을 알려주는 동전의 양면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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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당신 - 우리 시대 작가들이 들려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 이야기
도종환 외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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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참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많다. 뉴스나 신문에서 들려오는 흉흉한 사건이나 소식이 들려 올때는 나도 모르게 '이 세상에서 인간이 가장 무서운 것 같아.'라고 읊조리며 몸을 움츠리게 된다. 그러고 나서는 경계의 시선을 놓지 않지만, 훈훈한 사람들을 볼 때면 세상의 한줄기 빛마냥 다시금 희망의 빛줄기를 보는 것만 같았다.

<참 아름다운 당신>은 한줄기 빛 같은 책이다. 작가들이 들려주는 평범한 이웃들의 '소박한'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자신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들 속에서는 자신의 '이기'가 아닌 사람을 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혜안을 가진 사람들. 자신들의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가진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


그러나 보아라. 우리는 언제부터 우리 삶에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불안에게 우리의 생을 내 주었는지......우리는 그것을 합당한 교육이라 부르며 인정하고 합리화했다.그리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게도 똑같이 강요했다 - p.124

13편의 단편 중에서 도종환 시인이 쓴 우리 동네 심마니 집배원과 이제 막 출발 선상에 선, 영화 연출부 막내 김민지씨의 이야기를 담은 이기호 작가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맛깔나는 이야기 보다는 수수하고, 소소한 삶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과 교훈적인 이야기가 잘 버무러져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나의 이웃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소명을 다하며 생을 살아가는 이웃들의 선한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사람들에게 마음 한자락을 내어주는 우리의 이웃들. 문을 열고 나서면 자주 마치는 집배원 아저씨도, 아랫집의 아줌마처럼 가까운 이웃들의 모습들이 더욱더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참 아름다운 당신의 이야기가 이웃들의 드리워진 얕은 경계선을 더욱 진한 4B연필로 그려놓은 것처럼 나는 이야기를 읽고 가슴이 따스했다. 사람들의 얼굴이 다 다르듯이 삶의 방향이나 생각 또한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잣대를 들이대며 상대를 파악하거나 만들어진 길로만 들어가기를 원한다. 혹, 그 길로 진입을 못 했을 때는 아웃사이더로 전락하는 느낌마저든다. 각자의 삶을 똑같이 전형화 시키는 속에서 다른 삶을 꿈꾸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힘이된다.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훈풍이 도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다시, 인간을 믿게 된다.

36.5도의 사람의 체온이 도는 만큼 따뜻한 이웃들의 모습을 보며 제목 그래도 참 아름다운 당신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았을 정도로 따듯하고 푸근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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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uro - 가난한, 그러나 살아있는 219일간의 무전여행기
류시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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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26유로>가 뜻하는 것을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으로 이 책을 시작했다. 작년에 작은 돈으로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제목을 보고 낚인터라 혹, 이 책도? 그런 제목을 뜻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 달리 이 책의 제목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26유로>는 저자가 여행을 하기 전 환전한 25유로와 공항에서 누군가가 준 1유로가 합쳐진 돈을 의미한다. 그의 열정과 패기어린 도전 속에 219일간 그는 가난하지만 살아있는 여행을 나섰다. 편도 비행기만 끊고 첫 여행을 시작했다는 그의 이야기에 혀를 내 두를 정도로 무모하고 과감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젊음이 아니고서야 언제 또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나라면 절때 할 수 없는 여행을 그는 실행했고,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그의 도전적인 여행기와 열정은 젊음의 치기어린 패기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았다. 남들이 가는 코스를 따라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히고 그들과 함께 소통하며 지내는 여행을 했다. 지식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할지 몰라도 그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모습을 실감나게 봐왔다는 점에 있어서 그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을 것이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그의 열정과 패기어린 219일간의 여행기는 나무랄데없이 좋았다. 하지만 그의 여행기가 책으로 나왔을 때는 입장이 틀리다. 우선, 이 책은 그가 쓴 여행기보다 디자인이 너무나 화려해서 글을 읽다보면 어딘다 모르게 글이 심심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그의 글의 대부분이 처음은 옹골차게 포부를 밝히는 반면 뒷 장에 넘어가면 용두사미로 글이 흐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점에 있어서 글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부분과 본문 디자인이 너무 다양하다보니 글을 꾸며 주기보다는 디자인이 주가 되어버려 주격이 전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이 책에서 가장 지적하고 싶은 점은 문체인데 어린 후배에게 그의 여행기를 설명하듯 ~거든, ~야 하는 설명으로 되어 있다보니 말투가 자꾸 거슬렸다.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듯한 말투는 어린 사람에게는 괜찮지만 이 여행기를 나이어린 독자만 볼 것도 아니기에 이런 말투 보다는 일반적인 어투로 쓰였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를 더 꼽자면 <26유로>를 앞으로 읽고 다녀갈 사람들에 대한 문제를 생각한다면 나는 그가 쓴 여행기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사히 잘 다녀왔지만, 무전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또 하나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 생각할 때는 그의 여행담이 '위험요소'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다녀왔는데, 이런 점이 좋더라가 아닌 한 번의 우연과 인연으로서 보여지는 점은 극히 확률로 볼 때에는 수만분의 일로 보여진다. 물론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무전 여행을 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 중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독자가 있다는 점을 염두하고 글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그의 여행기가 불완전하지만 열정만은 높이 산 여행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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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교사
재니스 Y. K. 리 지음, 김안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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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인 식민지 홍콩을 배경으로 한 <피아노 교사>는  1940년대 후반과 50대의 무대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이라는 큰 폭풍 속에서도 그들의 세계는 균열의 틈 조차 보이지 않는다. 책 속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계층들의 일상과 상류계층 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보이기 보다는 이질적으로 비춰진다.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일상은 늘, 풍족함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결핍되어 살아간다.

그 속에서 일어난 하나의 큰 폭풍은 그간의 정의된 모든 것을 파괴하고 균열시키고 그들은 변해갔다. 클래어, 트루디, 윌의 관계처럼. 그들의 관계속에서 이야기를 읽다보니 밖에서 전쟁이 터지는지, 사람이 죽어나가는지 주인공들의 주고 받는 말 속에서 심각성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운신의 폭도 작아졌다. 수용소 안에서 윌이 웅크리고 있을 때, 트루디는 전쟁을 온 몸으로 체감한다. 보일 듯 보여지지 않는 글을 통해 미궁속으로 빠졌다가, 때로는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매마르게 다가오다 보니글을 읽고 난 후에야 그 느낌이 다시 맴돌곤 했다.

그녀는 과연 무슨 일을 했던 것일까? 왜, 윌은 그녀를 믿지 못한 것일까? 나중에야 후회를 할꺼면서. 점점 물음표 가득한 물음만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이었다. 어떤 식으로 전쟁이 터지면 정의 된 모든 것은 균열이 간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웃었던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무게를 두었던 사람들은 전쟁을 통해 한순간에 없어져 버린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에게도 그 여운은 전해진다.

이 소설을 보면서 나는 영화 <나비효과>가 생각났다. 누군가의 존재 때문에 영향을 받고, 그 영향을 통해 내 인생이 뒤바뀌는. 윌과 트루디도 그런 사랑이었고, 인연이었다는 말 밖에. 사막처럼 매마르다고 느꼈던 문체는 파스칼 메르시어의 작품 <레아>를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와는 조금 다르지만, 감정이나 사람들의 묘사 또한 절제되어 있다. 그래서 슬픈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읽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순식간에 덥쳐오는 파도처럼 누군가의 빈자리가 여실히 느껴졌던 <피아노 교사>는 클래어와 윌의 이야기를 통해 한 여자가 그 시절, 그들과 함께 존재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한 번도 문을 잠그지 않았어, 당신 때문에." 윌이 그녀에게 말한다. "혹시 당신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티끌만큼이라도 있다면.......그보다 더 이상한 일들도 일어났으니까. 당신이 나에게 돌아올 수 있게 되어 우리 집으로 찾아왔을 때 내가 집에 없다면, 그래서 당신이 떠난다면, 나는 기회를 놓치게 되리라는 생각 때문에 도저히 문을 잠글 수가 없었어. 그래서 이사도 못했어. 사람들은 왜 내가 과거에 집착하며 그 집에 계속 사는지 의아하게 생각했지." - p.45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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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킹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1 아서 왕 연대기 1
버나드 콘웰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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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나드 콘웰의 장편소설인 <윈터 킹>을 읽기 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만화 '달타냥' 이나 '원탁의 기사'를 통해 아서 왕과 그를 둘러싼 기사들의 무용담을 알고 있었다. 으레 중세 이야기하면 기사가 번쩍 하고 떠오르듯이 갑옷을 입고, 바위에서 엑스칼리버 칼을 뽑아 아서와 함께 전쟁을 누비는 기사들의 모험담은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저 어릴 때 만화를 접했을 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서 왕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나도 모르게 눈을 반짝 거리며 책을 읽어 나갔다.

위에서 말했듯이 어릴 때 본 만화가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아서가 용맹하고 우아한 자비로운 군주로서 기억에 남곤 했는데 <윈터 킹>에서는 보다 실제적이고 실존적으로 인물들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서 왕의 이야기는 신화로서 존재하지만, 그저 허구가 아니라 초기의 증거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니 100% 픽션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초반 이 책을 읽으면서 <윈터 킹>에 나오는 배경을 도대로 책을 읽으려니 글이 외국어처럼 읽혔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어둠의 세계인지 모를 척박함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상상이 되어 점점 더 그 세계에 빠져 드는데 이번엔 초반부터 긴 호흡을 가다듬고 문장, 하나하나를 의식하며 머릿속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떠올리며 책을 읽었다. 그동안 봐왔던 책과, 드라마, 영화들의 장면을 떠올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서의 전사였던 데르벨이 말하고자 하는 그 시간 속으로 빠져 들었다.

데르벨 그가 바라본 아서, 란슬롯, 멀린, 귀니비어의 모습은 내가 떠올리던 모습과는 많이 틀렸다. 용맹하고, 지혜로운 왕으로 기억되던 아서의 모습은 부드러운 면모와 함께 싸울 때는 차갑고, 잔인한 냉엄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특히 오와인과의 1:1로 검을 대결하며 싸우는 모습은 윈터 킹의 모습이 엿보일 만큼 냉혹하고 잔인했지만,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들릴만큼 생생나게 느껴졌다.

이중적인 면모가 카리스마있게 그려져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 질렀다가 귀니비어와의 사랑에 모든 규율을 어긴 모습을 보며, '여기, 남자들이란.....'하는 소리가 나오며 혀를 쯧,쯧, 차기도 했다. 여러가지로 군주로서 보여지는 카리스마와 리더쉽 뿐만 아니라 그의 장단점이 그대로 묘사되니 인물적으로 보여지는 그의 다양한 모습에 활약상이 더해지니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기사로서, 군주로서 보여지는 냉혹하고 잔인함을 그린 인물들이 많이 나오지만 내가 기억했던 인물중 상반된 인물로 그려진 인물은 바로 란슬롯이었다. 늠늠한 기사로서 보여지는 책임감 강하고, 반듯한 이미지로서 기억되는 것과 달리 그는 약아빠진, 허우대만 멀쩡한 남자였다. 주는 것 없이 미운 남자의 표상! (데르벨이 말한 모습 그대로 그를 바라보니 그의 미운 점이 나의 눈 속에 쏘옥 박혀 버렸다.)

<윈터 킹>은 아서의 이야기지만 또 한편으로는 데르벨의 성장소설과도 같은 소설이었다. 손에 잡혀지지 않는 신화속 이야기를 뼈대로 세워 살을 붙인 버나드 콘웰의 글이 또 하나의 세계를 완성하듯 이 이야기는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신화를 엿 보는 것 같았다.

기사의 모험담에서 사랑과 배신, 복수와 암투를 빼놓을 수 없듯이 간간히 베어져 나오는 여인들의 모습은 전쟁에서 이긴 전리품에 불과하듯 '물건'에 취급하는 묘사와 상징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지만 먹고 버리는 것처럼 한 낱 일회용품으로 보여지는 묘사들이 좀 더 품격있게 묘사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상대의 자존심을 긁으려고 한 대사들이지만 계속해서 그런 단어들로만 언급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욕이 난무하게 들려왔다.

5~6세기에 나오는 인물과 암흑시대의 신화와 상상만으로 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하지만, 비어져 있던 부분의 퍼즐을 맞춰 이야기를 완성시킨 그의 작품이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고 스펙터클하게 다가왔다. 앞으로 데르벨의 활약상과 주는 것 없이 미운 남자, 란슬롯은 또 어떻게 사람 마음을 긁어놓을지 기대가 된다. 아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군벌 3부작인 <윈터 킹>의 이야기가 매혹적인 만큼 <신의 적>과 <엑스칼리버>가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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