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미술관 - 그림이 즐거워지는 이주헌의 미술 키워드 30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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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이름을 보고 고르지 않지만, 이 분이 쓴 글이라면 꼭 읽어야지 하는 작가가 있다. 미술분야에서는 단연 이주헌씨가 그렇다. 이분을 빼놓고 말하면 섭섭할 정도로 전문적인 미술을 일반인의 시각으로 쉽고, 재미있게 써 놓아 누구나 미술을 재미있게 공부 할 수 있게 장벽을 허물어 놓았다. 그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배낭여행을 가기 전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학고재,1995) 전 2권으로 나온 책이다. 현재 95년에 나온 구판은 2005년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그때 처음 유럽의 미술관과 미술을 공부하면서 미술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하는 호기심이 들 정도로 푹 빠져 들었다. 그렇게 그와 책을 통해 서양 미술 즉, 유럽 미술에 맛을 들여갔다. 특히 그가 쓴 책 중에는 <화가와 모델>(예담, 2003)을 가장 좋아한다.

<지식의 미술관>은 한겨레에서 연재했던 칼럼을 묶어 만든 책이다. 30개의 키워드로 풍성하고도 다양한 지식의 미술관으로 미술의 향연을 보여준다. 마그리트의 데페이즈망에서 부터 트롱프뢰유, 게슈탈트의 전환, 왜상, 알레고리, 현대 미술의 두드러진 아트 어드바이저라는 직업까지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지식의 미술관 답게 서른개의 키워드로 바라보는 미술은 넓고도 넓지만, 전문분야로 갈수록 처음 들어본 기법들이 많았다. 그야말로 책상에 않아 기법들과 화풍 뿐만 아니라 종교화를 보면서 기독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사회에 일어났던 역사적인 전쟁등 다양한 이해가 필요한 '지식적 흐름'을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아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보고 익히는 지식의 미술관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모르는 것이 나올때는 머리속이 가득찬 느낌이었다. '아, 역시 미술은 어려워.'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쯤 176-177페이지에 감각과 감상의 쌍무지개 라는 글을 보았다. 미술평론가이자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는 필자이다보니 사람들이 "미술감상은 어떻게 하나요?"" 현대 미술은 어떻게 이해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그럴때 마다 그는 한결같은 대답을 내 놓는다고 한다. 많이 보라고. 많이 보다보면 친근해지고 미술사의 세계가 점점 더 가까이 보인다는 글을 읽으며 다시 신발끈을 묶고 그의 글을 읽었다. 어렵다고 이야기했지만 그의 글은 미술관에 들어가 누군가(큐레이터)가 조곤조곤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은 여전하다.

그가 쓴 <화가와 모델>에서는 화가와 그의 뮤즈들, 여자모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저 모델이라는 직업적 특성뿐만 아니라 연인이 되고, 가족이 되고 때로는 버림받은 인물로서 평가되는 그림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화가와 모델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여자 누드모델이 옛날부터 당연시?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기원전 4세기 중반~2세기 중반) 아르카익기와 (기원전 5세기~4세기 중반) 고전기의 그리스에서는 남성을 표현할 때는 누드로, 여성을 표현할 때는 옷을 입은 모습으로 표현했다는 글을 보며 무척 놀라웠다.

일상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경기를 할 때도 꺼리낌없이 알몸으로 다녔다고 한다. 그 옛날 그리스에서는 인간 중심주의가 남성 중심주의가 맞물려서 만들어낸 독특한 산물이라고 한다. 그 옛날 사람이라고 하면 남자와 여자의 동등함이 아닌 남자를 우위에 두고 남자가 되다만 사람이라고 하니 여자를 완전함의 산물로 보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불끈하지만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작다보니 그 옛날 부터 여자는 지배자가 아닌 피지배자의 입장에서 수동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파의 화가들에 대해서는 익숙하지만 상대적으로 현대미술로 올수록 난해함 때문에 미술을 접할 때마다 머리가 아파왔는데 <지식의 미술관>을 통해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한 그림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상파 화가들이 친숙한 이유도 자꾸 많이 보고, 관심을 갖고 보기에 그들이 그린 그림이 더 정감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며 또다시 '역시, 이주헌!' 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그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깊고 깊은 미술의 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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