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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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장에서 읽을 책을 고르면서 아끼고, 아꼈던 소설을 하나 집어 들었다. 이 소설을 쓴 소설가는 현재 국내에 거주하지 않고 있고 나는 한참 그의 글에 맛을 들이고 있다. 천천히, 그의 책을 음미하며 모르려고 했는데 몇 권의 책이 품절과 절판이다. 덕분에 조급하게 사들이고, 그가 뉴욕에서 한국에 올때까지 천천히 아껴가며 읽어가고 있다. 여행기에서 산문집으로, 영화이야기까지 겉면이 아닌 그가 쓰는 작품속으로 쏙.쏙. 들어가 볼 요량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은지 한달이 넘었다. 경쾌한 제목답게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쩐지 그의 글은 읽다가 접어둔 성석제 작가의 책에 나오는 인물과 같은 모습들이 담겨져 있었다. 자칫, 엉뚱한 사람들. 모자란 사람들, 콩가루 집안 이야기등 다양한 인물과 삶들을 그려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책을 대표하는 단편인 <오빠가 돌아왔다>를 가장 재미있다.

그의 글은 맛깔스럽다. 어슬렁거리는 소설가를 이야기 할 땐 작가 자신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오묘함이 들기도 했고, 타인을 바라보듯 냉소적인 시선은 나와 타인의 삶 사이에 강을 건너지 않는 관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의 단편을 다 읽고 나니 소설에 관한 평론들이 가득 써 있는데 그 부분이 나는 더 어려워 소설을 읽은 만큼 정독하지는 못했다.

작년에 완독하지 못했던 성석제 작가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가 생각날 만큼 그의 책은 남이 볼땐 모자라고, 황당하고, 어수선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보니 큭큭 웃기 보다는 '어허! 난해한 삶을 사는 사람이로고!' 하며 머리가 띵한듯 심각하게 쳐다보게 된다. 내 안의 개그본능이 없는지, 아님 가볍게 터치하는 것이 싫은지 모르겠지만 성석제 작가의 책은 완독을 하지 못했고, 그의 책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완독했다. 조금은 알쏭달쏭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이 책은 그의 책을 좀 더 읽은 후에 평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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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특강 - 자기 발견을 위한
이남희 지음 / 연암서가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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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2000년에 출간 되었던 <바기 발견을 위한 자서전 쓰기>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자서전이라 하면 유명인이 자신의 회고록을 담아 쓴 것이 자서전이라고 알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는 글이라고 셍각했는데 '자기 발전을 위한 ' 글이라고 하니 나 또한 내 모습을 돌아보며 글을 쓰고 싶었다. 언젠가부터 노트는 물론이고 블로그에서 조차도 마음을 내놓고 글을 쓰는게 힘들었다. 마음껏 글을 쓰고 싶은데 조리있게 글을 쓸 재주가 없어 마음속에 담고 있다가 사라져 버렸다.

몇 달전에 유명인의 글을 보며 그들은 오래전부터 일기를 써왔다고 한다. 가장 기초적인 글쓰기. 글을 통해 자기 발견을 돕고, 나를 통찰해 볼 수 있는 일들은 이미 입증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서전쓰기가 거창해 보이겠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깊이 고뇌할 시간이기도 하다. 생각이 아니라 직접 글을 쓰고 자신이 눈과 귀와 입을 통해 나를 다듬어 볼 시간이라 생각했다.

그의 글 쓰기 특강은 자서전 쓰기 뿐만 아니라 평소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는 강좌였다. 특히 주어와 서술어가 분명하게 문장을 쓰는 방법이나 시제에 맞춰 같은 말을 중복해서 쓰지 마라는 이야기는 주의깊게 읽으면서 글을 쓰곤 했다. 12주라는 기간에 맞게 단계별도 쓰고 싶었지만 이 책을 읽은 2주동안 가볍게 터치하듯 읽었다가 때로는 정독하며 이렇게 글을 쓰지 말자고 주의를 하며 글을 쓰곤 했다.

남의 글은 쉽게 읽으면서도 정작 본인이 쓰면 한 줄 쓰기도 쉽지 않았다. 유의해서 글을 쓰려니 더 의식이 되어 한 줄도 쓰지 못할 때도 많지만 글을 쓰다 보니 '나'를 나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조급히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12주라는 시간을 들여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다. 글을 강좌는 즐겁게 읽으며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지만 심리학적인 이야기들은 심리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자기 계발서로 이 책을 본다면 아쉽지만 글쓰기 과정을 통해 나를 본다는 것은 글의 매력이자 이 책의 장점으로 보여진다. 심리학과 혼합된 이야기는 어쩌면 글이 갖고 있는 매력을 좀 더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지만 '심리학'을 강조하지 않고 글쓰기에 강조하며 글을 코칭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글을 쓰면서, 일기도 쓰고, 블로그에도 자주 글을 쓰면서 많이 읽고, 많이 보며 단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마음만 갖고 있었지만 이번엔 꼭 실천해야겠다. 마음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몸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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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김영하 여행자 1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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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책을 살 때 한가지 계획이 있었다. 언젠가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 책을 소지품과 함께 넣어가야겠다고. 차창밖의 풍경들을 지나치며 음미하며 읽어보리라 생각을 하며 샀던 책이었다. 그러나 어디 계획대로 착착 맞아 떨어지던가. 올해는 더욱더 여행갈 기회도 별로 없었고, 또 차만 타면 쓰러져 자는 나에게는 무리데스요~!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을 읽다가도 차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빼앗겨 늘, 책을 읽다가도 풍경을 쳐다보게 된다. 그러다 슬슬 눈이 감기지만.하하

김영하의 <여행자>는 마치 한 도시에서 만난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비춰진 흑백영화와 같다. 흑백 영화를 책으로 보며, 사진으로 두 남녀의 모습을 투영한 모습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 남자의 모습은 그의 모습 같기도 하고, 마치 그가 여행을 하며 만들어낸 인물 같기도 하다.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따라 다가보면 나도 모르게 하이델베르크라는 도시에 서서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여행책을 많이 읽어봤지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의 작품 중 최근에 출간된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랜덤하우스, 2009)의 여행 에세이와는 또다른 그의 책은 단편선 하나와 하이델베르크의 사진과 그의 추억담과 카메라의 이야기가 결합된! 독특한 형식을 갖고 있다. 오직 하이델베르크에 대해 알고 싶은 여행자라면 다른 책을 읽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은 여행정보는 하나도 없으며, 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실제와 허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 카메라가 시선을 맞추고 따라가는 그 모습은, 낯설지만 혹은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단편으로 이야기를 끝내는가 싶더니 그는 마치 보너스 트랙처럼 카메라에 대한 추억담을 짤게 늘어 놓는다. 오래전 그의 아버지가 산 추억의 카메라부터 지금 그가 쓰는 카메라의 이야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이렇게 카메라의 종류가 많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행할 때 뒤에 메고 있는 가방만큼이나 지금 이 순간을 담아야 하는 카메라의 중요성을 깨달은 나는 그의 추억담에 다시 빠져든다.  

평소, 책을 조용히 읽지만 이 책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내어 읽었다. 나래이션을 하듯,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어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시간이 되어 버렸다.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도시의 발걸음을 따라 감상을 끄적이기 보다는 <여행자> 처럼 짧은 이야기든, 긴 이야기든 이야기를 통해 그 도시를 표현하고 싶어졌다. 그처럼.

그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좀저럼 접하지 않는 형식과 생각들이 좋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순간의 줄을 놓지 않고 팽팽히 당길 수 있는 그의 글은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자 알아가는 기쁨이다.


무엇을 하든 시간은 흘러 갑니다. - p.10

내가 도시를 사랑하는 만큼 도시도 나를 사랑하기를, 너그럽게 이 철없는 여행자를 품어주기를 기원한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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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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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슈이치의 신간이 나왔다. 3월에 교보에서 낭독회를 들을 기회가 있어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전 까지는 소리내어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었지만 성우 정미숙씨와 번역가 이영미씨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그의 작품은 비가 내려 거리를 촉촉히 적시는 것처럼 내 가슴 속에 소리없이 스며 들었다. <마이니치 신문>을 통해 연재 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 작품이 <요노스케 이야기>라는 것을 몰랐다. 청춘물이라는 것만을 알고 있었는데 한국과 일본 동시 출간이라니, 친한 친구를 만나듯 그렇게 그의 책을 만났다.

요노스케의 이야기는 평범하다. 문을 열고 나가면 어디선가 요노스케와 마주칠 것만 같다. 골목길을 사부작 사부작 걸어오며 환한 웃음을 짓고 뛰어오는 녀석의 모습이. 지방에서 생활하다가 대학 입학과 함께 도쿄에 입성하게 된 그의 이야기는 서울로 유학왔다는 나의 친구들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본도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된 그의 이야기는 이전에 읽었던 그의 책 보다 훨씬 더 잔잔하게 다가온다.

불어오는 바람의 흔적을 느끼지 못하듯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그저 나뭇잎에 흔들릴 때 알 수 있듯이 요노스케의 일상과 모습들은 요노스케와 함께 일상을 나누었던 사람들에게 잔영이 남아 있었다. 그와 함께 추억한 찰나의 시간들을. 특별하고 톡톡튀는 강렬한 모습은 그 순간 사람의 시선을 끌지만 평범함을 일삼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난 어느날,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물들어간다.

요노스케는 당연히 후자의 사람이었다. 빈틈투성이에 덤벙 거리며, 헤벌쭉 속편한 녀석이라 말하지만 그는 삶의 순간순간 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청년이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고민하며 사는 청춘의 모습으로. 사소한 사건 하나가 일상의 변화를 가져오듯 시간의 변화는 나도 모르는 결말로 치닫는다. 책을 중간쯤 읽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책의 끝부분을 살펴 보았다. 좀처럼 그런 적이 없었는데 왜 결말을 먼저 알고 싶었을까.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허걱! 소리를 내며 다시 읽던 부분에 시동을 걸었다. 아, 이녀석......!

잔잔한 물결 속에서 순간 순간, 사건들이 등장한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부는 듯, 가볍게 지나갈 바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느새 화살처럼 누군가의 가슴에 맞고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우리의 삶도 그 순간의 바람이 어느순간 가슴이 꿈틀거리듯, 자그마한 변화속에 사람들은 자신이 길을 조금씩 열어간다. 물결이 쓸려가는 것처럼 없어진 사람들 속에서도 사람들의 가슴 속에 누군가가 살아있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의 존재도 다른이에게 그런 존재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에게도 살랑거리는 바람처럼 요노스케의 모습이 일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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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 역사 1001 Days 죽기 전에 꼭 1001가지 시리즈
피터 퍼타도 외 엮음, 김희진.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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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로니에 북스에서 나온 1001시리즈는 양도 방대하지만 1001이라는 숫자에 걸맞게 영화와 클래식, 책 할 것없이 다방면으로 보여준다. 1000이라는 숫자와 1개가 합해진 숫자는 일종의 보너스 트랙같은 맛을 느끼며 독자들을 유혹한다. 세계 역사 유적과 세계 건축, 세계 음식재료도 한 권의 책만으로 만족할 수 없듯이 세계 역사가 1001시리즈로 담겨지는 순간 간략한 달력을 보는 것만 같았다. 우리 나라 역사만으로도 한 권의 책이 나오는데 세계의 주요한 역사들을 다 담으려면 전집이 아니라 전집 할아버지가 나와도 안 될 양이다. 그렇기에 수 많은 역사의 이야기는 짧고 간략하게 되어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요즘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읽으면서 세계 역사를 동시에 공부하고 있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중고등학교 때는 제법 역사를 꿰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막스 베버가 쓴 글을 읽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세계사에 대한 지식은 알콜처럼 날라가 버렸고, 배경 지식 없이 글을 읽고 있으니 우리말로 쓰여진 글이 외국어처럼 들려왔다.

역사의 시작은 137억만년 전, 폭발을 통해 우주가 탄생한 것부터 시작된다. 그때 부터 이미 모래시계는 작동되기 시작했다. 책을 펴면 흑백 모래시계가 나오는데 세계 역사를 시작하기 앞서 시간을 돌려놓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옛 기억을 떠올려 보면 중학교 때 국사 선생님이 과제를 하고 나면 늘, 역사는 흐른다라는 도장을 찍어주셨다. 그때는 공책에 찍어 준 그 도장이 별 감흥이 없었것만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에도, 지금도 역사는 흐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앞에서 읽어보다가 중간쯤 뒤집어 읽어보기도 했으며, 때로는 도판을 보며 지나가기도 했다. 청소년이 읽는 세계사부터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를 읽어봤지만 1001 시리즈의 세계 역사는화려한 도판과 다양한 그림이 실려있어 보는 것만으로 공부가 된다. 예를 들어1455년에 발명된 인쇄 서적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실감나게 볼 수 있다. 너무 방대하고 다양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들지만 역사 외에도 발명했던 작품들, 화가들의 삶과 죽음을 알 수 있었다.

백과사전을 보듯 알고 싶은 부분을 골라서 보거나 주요 사건들을 보고 싶으면 천천히 페이지를 돌려 본다면 간략하게 흐름을 알 수 있다. 세계사에 대한 뼈대를  알려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좀 더 깊이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필요한 부분에 살을 붙이면 되는 것이다. 저자가 서문에도 밝혔듯 세계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담는 것이 무리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깊이가 아니라 흐름을 공부하기에는 그만한 책도 없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세계사를 열심히 공부 한 것 이외에는 살펴볼 겨룰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부족했던 역사의 시간을 메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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